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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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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09 | 인스티즈

뒷골목 09



진흙탕이 따로 없었다. 집을 나간 엄마는 그 동안 뭘 하고 살았는지 온갖 잡놈들이 다 찾아왔다. 차라리 모르고 넘어가는 게 나을 뻔했다. 덕분에 상주까지 맡았다. 슬픔이라곤 하나 느낄 새도 없이 욕지꺼리를 받았다. 망할 년이라느니 네 어미 때문에 집 안이 풍비박산 났다느니. 엄마를 위해 향을 피우는 사람 하나 없었다. 상주라기 보다는 욕받이가 어울리는 자리였다. 게다가 부친은 어디로 갔는 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신경 쓸 사람이 하나 줄어서 다행이라 여겼다.


 

아까 이름 모를 여자에게 뜯긴 머리채를 손가락으로 폈다. 엉킨 머리카락은 그냥 잘라내는 게 나을 듯했다. 여기저기에 내 머리카락들이 떨어져 있었다. 장례가 끝나면 머리부터 잘라야지 원. 저만치에서 구두 소리가 들렸다. 경찰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내 짧은 인맥의 처음이자 끝이다. 내 꼬라지를 본 황경감이 쓴웃음을 지었다.


엄마에게 향을 피워줄 사람이 생겨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엄마는 암이랬다. 위암이랬나 폐암이랬나. 폐암에 더 가깝지 않을까. 내 기억대로라면 엄마도 담배를 펴댔다. 나 몰래. 모르는 줄 알았겠지만 알았다. 새벽 내내 엄마가 없다가 해가 다 뜨고서야 들어오는 엄마의 몸에서는 담배 냄새가 났다. 엄마가 몸을 섞은 남자의 냄새일 수도 있겠다마는.



늦게 발견한 암이라 수술 한 번 못 하고 갔다고 한다. 담당 주치의라는 사람에 내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긴 했는데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듣지 않았다. 어차피 죽었는데. 결국 중간에 말을 끊었다. 어차피 죽었는데 관심 없다고. 내 말을 들은 의사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의사가 그러더라.


 


“따님이라면서요.”

“네.”



그 뿐이다.


 


향을 피우는 냄새가 코에 스몄다.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 흐릿한 기억과는 아주 많이 달랐다. 우리 엄마는 맞더라. 내 밑으로 이백 만원인가를 남겨놨다. 그것만이었다면 내 엄마가 아니라고 발악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이주아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지 아냐고. 담담하게 받아들인 이유는 그 때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별 다른 감정 없이 살아 무심하게 지나쳤던 그 날이 신기하게도 떠올랐다. 김기환의 딸이 아파 병원에 왔던 날 나를 계속 바라보던 그 환자가. 이상하게 느껴졌던 그 동질감은 다름 아닌 핏줄이라서 그랬나.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죽은 엄마를 보는 순간 단번에 떠올랐다. 그 사람이 우리 엄마였다는 걸. 그러자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엄마가 이백만원과 함께 남겨놓은 2억의 빚은 덤이었다.


 


“좀 쉬어.”


황경감이 말했다. 쉬고 오라는 말만큼 절망적인 말도 없다. 일을 하는 게 아주 좋은 건 아니었다. 시궁창에 적셔진 곳에서 썩을 바에야 일을 하는 게 나았다. 최악을 피하기위한 차악이었다. 남이야 내 사정을 알 턱이 없으니 나더러 워커홀릭이라는 말도 하곤 했다. 웃긴 소리다.


 


경찰서 사람들이 떠나자 깡패 새끼들이 찾아왔다. 있는 거 없는 거 다 부수고 던져댔다. 많이 봐 온 광경이라 아무렇지도 않았다. 흐리멍텅한 눈동자로 파편들이 튀는 것을 쳐다보았다. 당사자인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옆의 사람들이 더 난리였다. 한 바탕 휩쓸고 난 뒤 목에 문신을 한 놈이 말했다.



“다 끝나고 여기로 와.”



저들이 아무리 지랄 발광을 해도 내겐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구깃한 종이 쪼가리를 받아들었다. 최승민을 쫓으러 갔던 창녀촌 주소가 쓰여있다. 그 깡패 새끼들 본거지였다. 세상에 깡패 한 번 많네.


 


현장에 갔다가 한 발 늦게 온 지민이 얼굴을 보였다. 피곤함에 찌든 기색이었다. 내가 초상을 치르는 사이 큰 건이 하나 터진 듯 했다. 나를 본 박지민이 쓰고 있던 캡모자를 멋으며 밝은 척을 했다.


 


“누나 괜찮아요?”



이상하게 얘가 누나라고 하면 진짜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애들에겐 따박따박 선배라는 호칭을 쓰게 만드는데 박지민은 그냥 내버려뒀다. 내 밑으로 처음 들어온 후배라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정이 들었다.


 


 


“얼굴 다 상했네. 많이 울었죠.”

“아니. 눈물 안 나던데.”

“거짓말. 눈물은 안 나도 울었을걸. 속으로.”


 

말간 얼굴로 그렇게 말을 해오는데 울음이 왈칵 치솟았다. 가로로 시원하게 뻗은 박지민의 눈이 아래로 휘어졌다.


 


 

“나랑 술 좀 마실래?”


 


 









 






[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09 | 인스티즈

뒷골목 09


 

그 길로 곧장 소주병을 땄다. 박지민은 내 걱정을 하다가도 못 이긴척 내 앞에 앉았다. 박지민이 제지하기 전에 병 째로 소주를 들이켰다. 기분 나쁜 알코올 향 내가 속을 채웠다. 맛도 없는데 끊임없이 들어갔다. 공장에서 내는 인위적인 맛이었다. 부친은 이런 걸 뭐가 좋다고 평생을 끼고 살았을까. 눈꺼풀에 무게가 실렸다.


 

 

“박지민.”

“......”

“지민아.”


 

살짝 풀린 눈으로 박지민을 보았다. 내 말에 답을 하며 박지민은 종이컵에 내가 남긴 소주를 들이부었다. 내 눈을 마주치며 저도 한 모금 마셨다. 술이 들어가자 박지민이 코를 찡그렸다.


 


“쓰다.”


곧이어 물을 마셨다. 내 앞에도 물 잔을 들이민다. 물에 흐리멍텅한 눈이 비쳤다.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넌 그 소문은 알아?”

“무슨 소문이요?”

“내가 전정국이랑 자는 걸 조건으로 형사 과장이 내 편의를 봐준대.”

 


술이 들어가니 애써 눌러 담은 감정이 다시 위로 스멀스멀 올라왔다. 박지민이 커다란 눈을 부담스러울 만큼 깜빡였다. 이윽고 놀란 얼굴로 소주병을 잡고는 종이컵을 채웠다.


 


“신경 쓰여요?”

“내가 그런 거 신경쓰는 거 봤어?”

“그러면?”

“전정국이라는 놈말이야.”

“그 놈이 신경쓰이는구나!”


 

박지민이 알겠다는 듯 외쳤다. 박지민의 볼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취했네. 이 자식. 박지민의 손에 들린 병을 뺏아 들었다. 박지민이 아쉬운 소리를 냈다. 남은 술을 모조리 따랐다. 담은 술을 한 번에 들이켰다. 여전히 쓰다. 자연스레 얼굴을 찡그렸다.


 


“누나는 연애 안 해봣죠?”


몸에 힘이 풀렸는지 탁자에 어깨를 내려놓은 모양새로 박지민이 물었다. 발음도 조금씩 꼬이는게 진짜 취한 모양이다. 작은 웃음이 나왔다.


 


“그러니까 모르지. 막 신경 쓰여요?”

“......”

“안 보이면 뭐하는지 궁금하고?”

“아닌데.”

“맞으면서.”



대꾸할 말이 없어 새 병을 땄다. 속이 울렁였다.


 



“나는 누나를 훠얼씬 많이 봤는데. 누나는 잘 모르겠어여.”



이제 완전히 풀린 발음으로 말을 하는 박지민이었다. 그 입술에서 나오는 말을 가만히 들었다.


 



“근데 그 정국이인가 하는 사람은 딱! 알겠더라구여.”



급기야 박지민 특유의 눈웃음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뭐가 즐거운지 연신 배시시 웃는 얼굴이었다.


 



“그 날 누나 데리고 오는데. 눈빛이."

“......”

“좋아하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는 눈빛이야.”

“......”

“눈동자가 반짝 거리는데 진짜.”


 

예뻤어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박지민이 고꾸라졌다. 그래, 그 남자의 눈동자는 예쁘다. 그 눈동자를 보며 항상 들던 생각이다. 지금 그 남자가 보고 싶으면 진짜 미친 건가.



남은 술을 모조리 마셨다.


 


 


 


 






 


BGM. 예성_너 아니면 안 돼(신데렐라 언니OST)






[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09 | 인스티즈

뒷골목 09


 

술병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어릴 적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온 소리였다. 그 때 들었던 소리는 날카롭고 무서웠는데. 지금 들리는 소리는 조심스럽다. 살짝 살짝. 느끼지 못할 만큼 조용한 부딪힘이다. 술병끼리 나는 소리가 이럴 수가 있나. 꿈에서는 가능한가.



몸이 천천히 위로 들렸다. 공중부양을 하는 느낌이다. 두둥실. 동화도 아니고. 천천히 눈을 떠보았다. 시야가 흐릿했다. 초점이 없는 시야.




딱딱한 바닥이 부드럽게 변했다. 어제까지는 추웠는데 오늘은 온기도 느껴진다.


조그만 갓난 아이를 재우는 곳이 뭐랬더라. 요람이었나.


 

꿈에 있는 내내 토닥임이 그치지 않았다.

 


 


다음 날 엄마를 위한 향이 하나 더 피워져 있었다. 국화꽃과 함께.


 


 


 


 


 










[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09 | 인스티즈

뒷골목 09


 

장례는 간소하게 끝냈다. 말이 좋아 간소한 장례식이었지 그냥 허접한 장례였다. 술을 마시면 그렇게 엄마의 이름을 부르던 부친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삼 일만에 들어간 집은 난장판인 건 그대로였다. 여기서 더 망가질 것도 없겠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이 무색하게 더 망가져있던 집은 이제 정말로. 더 망가질 수가 없었다. 좁은 집의 바닥 한 구석만이 아무 것도 없이 깨끗했다. 부친이 앉아있던 자리다. 이제 저 자리엔 먼지가 쌓이겠지.



돈도 없는데 이사를 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녹슨 가위로 머리칼을 잘라냈다. 얼기설기 얽혀있던 머리칼은 잘라내고 보니 상상했던 것만큼 엉켜있진 않았다. 분명히 어제까지는 눈살을 찌푸리고 봤는데. 이것도 눈에 익어서 그런가. 뭉텅이 째로 잘린 머리카락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턱 밑께로 내려오는 머리를 손으로 빗었다. 졸지에 단발머리라니. 도주하는 용의자를 쫓을 땐 머리를 묶고 쫓는 게 제일 편했는데. 단발이면 묶지도 못하지 않나.



옷을 갈아 입으러 방으로 들어갔더니 쟁여놓은 무지티가 한 장도 보이질 않았다. 검은색 나시를 입었다. 위로는 굴러다니는 셔츠 하나를 걸쳤다. 부친의 냄새가 났다. 상복을 그냥 그대로 입고 올 걸 그랬다. 입을 옷도 없는데. 그건 좀 아닌가.


 


텅 빈 방문을 굳게 닫았다. 집이 텅 비었다. 곧이어 현관문도 닫았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09 | 인스티즈

뒷골목 09

 


새벽의 창녀촌은 여러 소리들이 가득했다. 땅만 바라보며 걸었다. 어디로 오랬더라. 좁은 길을 무작정 앞으로만 걷다보니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다 골라내지 못한 잘린 머리가 눈가를 찔렀다. 눈을 비벼대니 손톱보다 작은 길이의 머리칼이 손에 묻어나왔다. 군데 군데 헐거워진 시멘트 포장 바닥이 계속 이어졌다. 그 위로 때가 탄 내 운동화만이 움직였다. 빚을 독촉하는 놈들에게 가는 길이라 그런 지 운동화를 천천히 끌었다.


 


운동화를 끄는 소리 위로 정갈한 구두 소리가 덮인다.



질질 끌던 운동화를 멈추곤 한 발 한 발 조용히 내딛었다. 구두 소리가 선명해진다.


 


시멘트 바닥 위로 내 운동화가 한 짝. 내 운동화에서 시선을 올리면 검은 구두 한 짝.


 


시멘트 바닥이 둥글게 물들어갔다. 붉은 빛을 옅게 받고 있던 바닥이 조금씩 짙어졌다.


 


 


“서방! 오늘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왔어?”



산통을 깨는 높은 톤의 목소리가 나온다. 촌스러운 화장을 한 여자가 전정국을 맞이했다. 실소가 터졌다. 진짜였네.


 


 

“뭐야, 애 새로 데려온 거야? 어디 앤데?”

“시발, 무슨 소리를.”

 


화난 얼굴을 한 전정국이 여자를 노려봤다. 여자가 입을 쭉 내밀더니 나를 한 번 쳐다봤다. 별 것도 아니라는 눈으로.


 


 

“좀 꺼져.”



전정국의 말에 여자가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가 내게로 한 발을 뗀다.


 


 


“더러워.”



내 한 마디에 전정국의 발이 멈췄다. 아, 이제 보니까 알겠다. 최승민을 잡으러 이곳에 왔던 날 전정국이 어떻게 날 도운 건지. 여기 기둥 서방이 전정국이다. 지랄맞게. 진짜. 다시 생각해보니 날 창녀로 착각한 여자가 그랬었다. 기둥 서방이 오늘 날이라고. 그래서였네. 담배도 안 피우는 놈에게 났던 그 싸구려 담배 냄새도 그래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 내가 가여워? 아니면 동정해?”



머리 끝까지 화가 나면 눈물이 떨어지나 원래.


 



“그것도 아니면 내가 만만해?”

 


놈은 대답이 없다.


 


 


“썩을 놈. 당장 꺼져.”

 

놈에게 마구 발길질을 했다. 마구잡이로 차고 주먹을 쥐고 가슴팍을 치고. 내 발악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꺼져. 이제 오지 말라고!” 


주먹을 쥔 내 손을 감싸온다. 커다란 손에 내 주먹이 파고들었다. 점점 힘이 풀리는 몸을 놈의 반대팔이 지탱해주었다. 그 동작 하나 하나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원망해. 각오했어.”

“......”

“원망 받는 김에 주제 넘는 짓 하나만 더 하게.”



열리던 그의 입술이 굳게 닫혔다. 다물어진 입술이 가까이 다가왔다. 내 입술을 향해. 그 입술을 조금씩 머금었다. 그의 손이 내 얼굴에 흐르는 그것을 닦아냈다.

 


 


“가족이 떠났을 땐 슬픈 게 정상이야.”



보는 것만으로도 미치게 만드는 눈동자에 내가 담겼다.


 



“주제 넘게 위로 좀 하게.”



내게 무어라 대거리를 하면 다시 상스러운 욕지꺼리나 퍼부어주려했는데. 왜 이렇게 뭐가 치밀어 오르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더 미친 듯이 화를 내고 악을 쓰려했다. 내가 그거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하는데. 조금씩 달아 오르는 내 등 위로 다 안다는 것 같은 손길이 내려왔다.


 



“너 진짜 짜증나. 알아?”


 

너무 깊이 넣어둬서 언제 꺼내야할 지도 모르던 것들이 빠져나왔다. 엄마가 죽었다는데 눈물이 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았다. 엄마라는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본 적도 따스함을 느껴본 적도 없어서. 얼굴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만큼 무정해서. 그래서 슬프지 않은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다독임을 받으며 떨어지는 눈물들이 내가 틀렸음을 말했다. 그냥 참아낸 거라고. 눈에 맺힌 이슬 사이로 별빛 하나가 반짝였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09 | 인스티즈

뒷골목 09


 

눈물을 다 쏟아냈더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와 내가 나란히 바닥에 주저 앉았다. 침묵이 이어졌다. 눈물이 쏟아진 자리 위로 짧은 호흡이 이어졌다. 끅끅대는 내 소리만이 침묵 속을 가로질렀다. 내가 진정될 때까지 전정국은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내 옆을 무릎을 굽히고 앉아 있었다. 다리도 안 아픈가.


 

언젠가부터 내 어깨 위에 덮여있던 그의 자켓을 건네주었다. 내가 주는 자켓을 전정국은 다시 입었다. 어색한 공기 아래로 눈이 마주쳤다. 눈동자는 여전히 예뻤다.



 


“재수 없게.”


내가 먼저 말을 뱉었다. 재수 없게도 눈동자가 예뻐서 눈을 보고 말할 수가 없다. 집어 삼킬 것같거든.


 



“이제.. 내가 누군지 알아?”



전정국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멘트 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썼다. 전.정.국. 내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그의 눈동자도 따라 움직였다.


 


 

“나는?”


내 물음에 그 역시 바닥에 내 이름을 써내려갔다. 이.주.아.

 

내 눈동자도 그의 검지를 따라 움직였다. 내 이름 세 글자를 다 쓴 그가 마지막으로 쓴 글자는. 형사.


 



“나는 네 말대로 깡패.”



낮은 음성이 귀에 울려퍼졌다. 그 입으로 자신이 깡패라는 걸 말하는데 또 뭐가 차올랐다. 바닥에 놓인 그의 손가락 위로 이슬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어머니 빚은 신경 쓰지 마.”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눈물을 다 닦지 못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별 것도 안 했는데 순식간에 깊어지더라.”



주어가 생략된 그의 말이 차례 차례 숨결을 울렁였다. 이어서 그의 목소리가 담담히 퍼져나왔다.


 


 


“넌 몰라도 나는 알았는데. 멈춰지지가 않아서.”

“......”

“욕심을 많이 부렸나봐.”

 


나는 이런 감정 하나도 욕심이라고 불러야 하나. 이게 뭔지 이제 좀 알 것같은데. 이렇게 끝내야 하는 거야? 시작도 못 하고. 시작이 없는데 끝은 있다. 이 모순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전정국이 웃어보였다. 울 것같은 표정으로.


 



“잊어.”

“......”

“전부 다.”


 

그가 내 운동화를 바라봤다. 아무렇게나 묶여 있는 끈을 풀어서는 다시 묶어준다. 그 손길은 운동화에 리본을 만들어냈다. 얹어진 리본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힘든 기억은 내가 가져갈게.”



이마에 그의 숨결이 짧게 닿았다. 너무 짧아서 닿았던 게 맞는 지. 일어나려는 그의 손가락을 애타게 잡았다.


 


 


“힘든 거 가져갔으면.”

“......”

“좋은 기억 하나는 주고 가.”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맞물렸다. 심장이 마구 뛰어대는 게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키스였다. 살짝 내려온 머리칼을 넘기며 그가 말했다.


 


“짧은 머리도 예쁘다.”


 

바닥에 비친 그와 내 그림자가 입술부터 시작해 하나로 이어졌다.

















아래 사족 읽어주시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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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1부가 끝났습니다.

다음 편은 정국 번외로 두 편 정도 가지고 올 것 같습니다.

정국 번외에서 궁금증이 조금 풀리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Q&A를 받을까 합니다.

뭐든 좋으니 질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자님들의 생각이 알고 싶어요.

(정국 관련 질문은 정국 번외를 다 보시고 질문 부탁드립니다.

Q&A는 정국 번외 후에 데려올게요.)


어둡고 취향 타는 부분도 많은 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사랑해요. 진심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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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돌하르방이에오 헛 1부가 끝났다니ㅜㅜㅜㅜㅜㅜ 정국... 그렇게 누나 맘을 아프게하고 가면 우쩌나.... 왜 힘든기억마뉴가져가니ㅠㅠ 좋은 기억도 다가져가 임마ㅜㅜㅜㅠ 쮜미니는 저스트 회사동료 인건가유?! 이런 주제의 글을 쓰시게된 계기는 뭔가요!?
6년 전
독자2
난나누우에요 1부가 끝났다니요... 캬아... 진짜 마지막에 울먹이면서 본 것 같아요ㅠㅠㅠ 같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도 들고 감정이 깊어지네요ㅠㅠ 오늘도 감사히 읽고갑니다...🙏 고생하셨어요 작가님❤️제 질문은 처음 이 글을 쓰실때 어디서 영감을 얻으셨는지 궁금해요!!
6년 전
독자4
할 항상 잘보고있어여ㅠㅠㅠ 맨날 일찍와주셔서 감사하고ㅠㅜㅜ 1부가 끝나면 2부 3ㅂ...ㅎㅎㅎ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당
6년 전
독자5
[굄하다0613]으로 암호닉 신청합니다ㅠㅠㅠ너무 재미있어요ㅠㅠㅠㅠ
6년 전
독자6
바다코끼리에오
벌써 1부가 끝났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재밌었어요..
번외랑 큐엔에이도 너무 기대됩니다ㅠㅠㅠㅠ

6년 전
독자7
이슬이예요!!!!
으아ㅏㅏ1부가 막을 내렸다니 다음 내용도 더더 기대가 되요ㅠㅠㅠㅠㅠㅠㅠ서로에 대한 마음이 점차 열린 거 같아 내심 기쁘기도 하면서 나쁜기억은 다 가져간다는 정국이의 말이 의미심장 하네요ㅠㅠㅠㅠㅠ주아가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감정표현과 상대에게 할 수 있는 감정표현이 지금보다 더 섬세해지길 바라고 있어욯ㅎㅎㅎㅎㅎㅎ음 질문은 어쩌다 주인공이 정국이가 됐는지 궁금하구 총 몇부작으로 구상이 되어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항상 재밌게 보고 있어요💜💜💜

6년 전
독자8
쿠키입니다! 2부도 넘 기대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사랑해요 작가님 흑흑 뒷골목은 젼말 최고임미댜...💜 번외도 기대할게요 희희
6년 전
독자9
문라이트 입니다!!!1부가 벌써 끝이라니ㅜㅜㅜㅜㅜㅜ진짜 이거 최고에요ㅡㅜㅜㅜ
6년 전
비회원91.227
와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글진짜잘쓰세요ㅠㅠㅠㅠㅠㅠ분위기미쳤다
6년 전
비회원233.20
1부동안 수고하셨습니다ㅠㅠㅠㅠ 너무 재미있어요ㅠㅠㅠㅠ 앞으로도 정주행 쭉달릴게요!!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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