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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권순영] 활동중단한 댄서 권순영 X 신입기자 너봉 #02 | 인스티즈


활동중단한 댄서 권순영 X 신입기자 너봉




#02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드라이기 소리에 눈이 떠졌다.
꽤 낯익은 천장이 눈에 보였다.
배수지 집이구나.





"깼냐?"



"어..."



"웬일이냐. 니가 정신 못 차릴만큼 술을 다 마시고."



"...그냥. 회사는,"



"토요일인데 오늘"



"아..."



"진짜 무슨 일있냐. 속 안아파?"


"좀..."



"콩나물국 끓여놨어. 먹던가."



"고마워"



"진짜 웬일이냐 니가. 너 어디 아프거나 그런거 아니지?"
 


"...내 일이 아니라서 말은 못하겠다."


"......"




"걱정마. 나한테 무슨일 있으면 제일 먼저 너한테 말 할거니까."





"...아침이나 먹어."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 배수지가 고마웠다.
내가 친구 하나는 정말 잘 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아무것도 안 먹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배수지가 끓였으니까 한숟갈이라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다.
국물을 삼켰는데, 속이 쓰렸다.
속이 쓰려서 그런가, 갑자기 문득 떠오른 권순영의 모습 떄문인가, 눈물이 났다.






"왜. 속 아파?"



"...그냥 뜨거워서."



"......"



"배수지."



"왜"



"...너 내가 좋아했던 댄서 기억나냐."



"...그 활동 중단한?"



"어."




"야 당연히 기억나지. 니가 수능 끝나고 공연 보러간다고 그랬잖아."



"그랬지."



"근데 그 사람은 또 왜."



"그냥. 요즘 뭐하고 살까 하고."



"그 사람 때문에 술 마신거야?"



"...그건 아니고. 진짜 뭐하고 있을까, 권순영."


"자고 있겠지."




"......"



"야, 농담이야 농담. 좀 웃어줘라. 근데 그 사람 어디 다치거나 그런거 아니야?"



"......"



"안 그러면 왜 춤을 그렇게 쉽게 그만뒀겠어, 자기 본업을. 댄서생활도 꽤 했다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솔직히, 부상당한거 아니면 중단할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



"그래도 혹시 막 개인 사정이라던가, 무슨 일이 있었다던가."



"...개인사로 중단할수는 있는데, 이렇게 칠년동안 활동 안하는거 보면 이제 아예 춤 못 춘다는거 같은데."



"......"



"네가 그랬잖아. 권순영이 춤 그만둘 일 평생 없을거라고."



"......"



"왜 활동중단을 했겠어, 하고 싶은데 못하는 거잖아. 갑자기 마음이 변해서 그럴리도 없고."


"......"




[세븐틴/권순영] 활동중단한 댄서 권순영 X 신입기자 너봉 #02 | 인스티즈

 

"괜히 힘들어 하고 그 기억 끄집어내면 너만 힘들어져. 냉정하게 말하면 이제 그 사람 댄서도 아닌데."





"......"




"그냥 잊어."






권순영이 더이상 댄서가 아니라고, 그만 잊으라는 말에 속에서 울컥하고 뭔가 올라왔지만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음 아프지만, 사실이니까. 내가 그 사실을 피한다고 바뀌는 건 없으니까.
제일 견딜수 없었던 것은, 내가 동경하던 사람이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나는 그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줄수 없다는 현실이었다.




***



기사가 떴다.
내가 취재한 권순영의 기사.
그 전에도 몇 번 취재를 했었지만, 오늘은 긴장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기사이기도 하고, 내가 여태껏 썼던 기사중에서는 그래도 제일 자극적이니까.
그래서 그런지 다른 기사들보다 댓글이 달리는 속도가 빨랐다.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내가 쓴 기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권순영의 기사니까 여느때보다 더 긴장이 되었다.



'언제 다시 활동을 하냐' 또는 '와 벌써 칠년이나 지났나' 같은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심드렁하게 스크롤을 내리다가, 댓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권순영 활동중단한 이유 기자들 쉬쉬한다더니 사실인가보네'



심장이 덜컹하고 내려앉았다.
곧 그 댓글에는 어마무시하게 답글이 달렸다.
이런거 가지고 관심받고싶냐, 이런 댓글 다는 이유가 뭐냐, 하는 답글이 대부분이었다.
얼마 안 가 그 댓글은 삭제되었지만, 그래도 찜찜했다.
아무리 기자들 사이에서 쉬쉬한다지만, 이대로 소문이 점점 더 퍼지면 어떻게 될까.





카페에 멍하니 앉아 생각에 잠겼다.
권순영이 칠개월도 아니고 칠년동안 활동중단을 하면서 아직도 그렇게 힘들어하는데, 혹시 여자친구의 죽음과 관계가 있는건 아닐까.
아니면, 권순영이 그렇게 죄책감을 느낄만한 무언가가 있었나.
그러다 문득, 내가 권순영의 작업실 주소를 알고 있다는걸 떠올렸다.
그리고 예전에 내가 본 글귀가 떠올랐다. 별은 혼자서 절대 빛날수 없다고.
권순영은 학창시절때 나에게 별같은 존재였었다.



***




세시간째였다.
다리도 아프고 손도 시리고 귀가 떨어져 나갈만큼 시렸지만, 이대로 집에 갈순 없었다.
거절 당해도 좋으니까, 말이라도 붙여보자, 하는 생각이 컸다.
장갑이라도 가져 올걸, 후회가 됐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될거 같아서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커피나 마실까, 하고 커피를 고르는데.





[세븐틴/권순영] 활동중단한 댄서 권순영 X 신입기자 너봉 #02 | 인스티즈



 바구니에 소주병을 담고있는 권순영이 보였다.






***





권순영이 계산을 다 할때까지 밖에서 기다렸다.
권순영이 검은 봉지를 들고 문을 나서자마자 말을 걸었다.






"권순영씨."



"어... 안녕하세요. 또 취재하러 오셨나."



"아니, 그건 아니구요..."




"그러면 왜..."



"......"



"...저기, 그 취재하는거 아니면, 사적으로 안 찾아오셨으면 좋겠어요."



"......"



"저 이제 춤 안춘다고 말씀드렸고, 관심 받는것도 불편하고,"



"...어떻게 권순영씨가 힘들어 하는걸 그냥 보고만 있어요."



"......"



"팬이었어요. 오래 전부터."



"......"


"권순영씨가 왜 힘들어하는지도 아는데, 팬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가만히 있을수 있겠어요."





"...미안합니다."








권순영은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마음같아선 쫓아가서 잡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권순영의 표정이 굉장히 슬퍼보였다.








***





삼일 째였다.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권순영의 얼굴이 천장에 아른거렸다.
잠을 자지 못해 다크써클이 턱밑까지 내려왔고, 그런 내가 걱정이 되는지 대리님이 말을 걸어왔다.









"여주씨, 괜찮아? 아파 보이는데."





"괜찮아요"
 





"조퇴하고 좀 쉬던가. 팀장님한테는 내가 말 해놓을테니까."





"저 진짜 괜찮아요"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그 순간에도 권순영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권순영은 이제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그냥 잊으려고 했는데, 그러기에는 이미 내가 너무 많은걸 알아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래, 열번 찍어 안 넘어오는 나무 없다고, 계속 찾아가면 권순영도 마음을 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때  권순영의 표정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으니까.





***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될때까지 해보겠다고 했는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항상 나는 이게 문제야. 아무 계획없이 무작정 지르는거.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밥을 한숟갈 크게 떠서 우걱우걱 씹어 삼켰다.
제대로 씹지도 않은 밥을 삼키니 가슴이 답답했다.
수능이 끝나고 권순영 생각을 애써 잊으려는 내 모습 같았다.
잊으려고 했지만, 잊을수가 없었던 것처럼.





***




며칠째 잠을 설쳤다.
잠이 쏟아지고 금방이라도 쓰러질거 같은데,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보는 사람마다 다크서클이 짙어진다며, 판다 같다고 농담을 했지만,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지치고 피곤했다.








"여주씨 장난해?"




"죄송합니다."




"오타가 이렇게 많으면 어쩌자는 거야"




"죄송합니다."




"일할땐 정신좀 차려. 뭐하자는 거야 이게."



"죄송합니다."







결국 사고를 쳤다.
맨날 사무실에서 멍 때리고 있다가, 오타 확인도 하지않고 메일을 보내고.
오타가 이렇게 많은 적은 없었는데, 내가 진짜 정신이 없긴 없나보다.
무슨일이 있어도 공과 사는 구분하자고 항상 다짐했었는데.



 

"여주씨 왜 그래, 요즘. 무슨 일 있어?"





평소와 다르게 내가 하루종일 멍하고 실수도 자주 하니까 걱정이 되는지, 옆자리에 있던 대리님이 말을 걸어왔다.




"며칠동안 잠을 잘 못자서 그런가봐요."



"여주씨 야근도 없었잖아. 진짜 괜찮아?"



"네, 그냥. 신경쓸게 좀 있어서요"






머리가 지끈거렸다.
항상 권순영이 뭐하고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모르는게 더 나을뻔 했다.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을 이럴때 쓰는건가.
도대체 권순영이 뭐라고 시도때도 없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괜히 취재 한건가,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후회해봤자 되돌릴수 있는건 없다.
부딪히거나, 아니면 피하는 방법밖에.
모르는척 피해버릴까, 하고 생각도 여러번 했었지만 그러기에는 나는 아직도 권순영을 사랑한다.
도와주고 싶었다. 학창시절때 권순영이 내가 슬럼프를 이겨낼수 있게 도와준거처럼, 이젠 내 차례라고 생각했다.




***




초인종을 몇번이나 계속해서 눌러봤지만 작업실 안에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 자나, 아니면 집에 없나.
두어시간 정도 밖에서 쪼그리고 앉아 기다렸는데, 작업실 앞에는 개미 한 마리 조차 없었다.
이대로 가야하나,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지막으로 초인종 한번만 더 눌러보자, 하고 눌렀다.
역시나, 인기척이 없었다.
이대로 가야하나, 하고 뒤를 도는데.
벌컥-하고 문이 열렸다.





"권순영씨"




"......"



분명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권순영은 문을 닫으려고 했다.
얼른 문고리를 잡았다.





"얘기 좀 해요."





"...제가 사적으로 안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한 거 같은데."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요"



"그쪽이 뭘 어떻게 도와줄건데요."


"......"


"그냥 좀 가만히 놔두세요. 어차피 전 이제 활동할 생각 없어요."



"......"



"근데 진짜 궁금한게, 나한테 왜 그렇게 집착하는거에요?"



"...팬이니까요. 권순영씨 힘들어 하는거 보는거,"



"...지랄"


"......"


"날 사적으로 아는것도 아니면서 사랑한다고 씨부리는거 난 정말 이해가 안 가요."



"......"



"그냥 가세요 좀 제발. 이제 오지도 말고."



"......"



"신고하기 전에."




***





굉장히 놀랐다. 그리고 당황스러웠다.
적어도 내가 아는, 팬들이 아는 권순영은 이런사람이 아니었다.
항상 열정적이고, 춤과 팬들밖에 모르는 사람.
권순영이 이렇게 바뀌는데에는 분명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인지 알게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줄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 방법은 없었다.
나는 그냥 뒤에서 권순영을 응원하던 팬이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특별한 관계도 아닌, 그냥 남남이니까.





***



 

"너 요즘 왜 이렇게 술을 자주 마시냐."






"그냥, 좀."




"...아직도 말하기 그래?"



"어... 미안. 내 일이 아니라. 해결되면 말 해줄게."



"니가 미안할게 뭐 있냐. 그냥, 나는 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나 하고."



"이렇게 술 같이 마셔주는게 돕는거지."




"...진짜 심각한 일인가 보네. 얼굴이 폭삭 늙었다 야."



"늙었다고?"



"피부 관리 하러 갈래? 이십대부터 관리를 해야,"



"피부 관리는 무슨."




"너 피부 되게 푸석해진거 알고 있냐? 다크서클은 또 왜 이 모양이냐 도대체."



"넌 잔소리 하러 나 만나냐"




"그런건 아니고. 맞다, 야 나 너한테 말해줄거 있었는데."


"뭔데."


"아까 말해주려고 했는데, 까먹어가지고."



"뭔데 도대체."




"별 건 아니고. 아니, 별건가. 아는 선배가 연예계 쪽에서 일하는데, 권순영 말이야. 네가 좋아하던."





설마 아니겠지. 다들 쉬쉬한다고 했는데.





"...뭔데."




"여자친구분 돌아가셔서 활동 중단한 거라고 하던데."



"......"




"처음에는 그냥 루머겠지, 했는데. 얘기 들어보니까 앞 뒤 상황이 딱 맞더라고."


"......"



"찌라시도 돌아다니던데. 야 넌 뭐 들은 거 없냐?" 









순간적으로 모든 사고회로가 정지되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말

아이코 너무 늦게왔죠... 죄송해요ㅠㅠㅠ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암호닉 신청해주신 암호닉 신청해주신 [사랑의공식]님 [요를레히]님 [언어의 온도]님 [영희]님 [김칠봉]님 [설화]님 [맑음]님 [뜻산]님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항상 받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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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거거걱ㄱ 쉬쉬했는데 왜 수지까지 알게 되버린거죠ㅜㅜㅠㅠㅠㅠ
6년 전
댄머
아이코 답글을 지금 달게 됐네요ㅠㅠ항상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2
맑음입니다! 결국에 수지도 알게됐네요ㅠㅠㅠㅠ 진짜 얼른 여주가 설득해서 활동했으면좋겠네요ㅠㅠㅠㅠ
6년 전
댄머
아이코 답글을 지금 달게 됐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3
[허쉬초콜릿] 암호닉 신청이요!!!!!!!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순영이...ㅠㅠㅠ
6년 전
댄머
반가워요 허쉬초콜릿님!! 헤헤 감사합니다💖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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