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진 시계 항상 서로를 바라보는 둘의 눈은 사랑으로 가득했다. 서로를 향한 손길도 항상 부드럽기만 했다. 둘이 눕기엔 좁은 침대에서도 불편한 내색없이 같은 이불을 덮고 누우며 그저 서로의 눈을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왔고 작은 속삭임으로 서로의 귀를 간지럽혔다.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었다. 종대는 항상 이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ㅇㅇ에게 했고 ㅇㅇ은 그런 얘기를 들을때마다 종대에게 안겨왔다. "내가 시계라면 내 자신을 고장내서라도 이 시간을 멈추고 싶어" 멈춰졌던 시계가 아주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ㅇㅇ을 무릎에 눕혀놓은 종대는 ㅇㅇ의 머리카락 사이를 가르며 멍하니 ㅇㅇ을 쳐다보고 있다. 다정한 자세와 달리 ㅇㅇ과 종대의 표정은 서로를 사랑스럽게 쳐다보거나 하지 않았다. 전혀 웃음기는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항상 올라가있는 모양인 종대의 입꼬리만이 있었다. ㅇㅇ은 더 이상 그 입꼬리를 매만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고 ㅇㅇ을 향한 종대의 손도 여전히 부드러웠다. "종대야" "응" "그 말 해줘.시계" ㅇㅇ은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던 종대의 손을 잡으며 말했지만 곧 종대는 아무말없이 손을 살짝 빼 다시 ㅇㅇ의 머리를 매만졌다. 부탁한 말을 해주지 않아도 ㅇㅇ은 그저 다시 종대의 손길을 느꼈다. 아주 천천히 돌던 시계는 조금씩 빨리 돌기 시작했다. 이젠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종대의 핸드폰에는 없던 비밀번호가 생기고 ㅇㅇ은 등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 집에 있을 뿐 서로에 대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눈이 마주치는 일은 그저 스치듯 마주치는 일밖에 없었고 종대는 다른 방에서 잠에 들기 일쑤였다. 종대와 ㅇㅇ은 이제 편안함을 찾기 시작했다. "다른 방에서 잘려고?" "같이 자기엔 침대가 너무 작잖아." "....그렇게 해" 속도를 높혀가던 시계가 고장이 나버렸다. 종대의 손에 들린 가방은 종대가 자주 매던 백팩이 아닌 큰 크기에 캐리어였다. 종대가 짐을 싸면서도 ㅇㅇ은 쳐다만 볼 뿐 말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ㅇㅇ을 흘깃 보고 나서 종대는 잠금장치를 풀기 시작했다. 종대가 막 나가려하자 ㅇㅇ은 종대의 옷깃을 살짝 잡았다. "집은...구한거야?" "예전에 살던 자취방으로 가려고" "아...." "옷 좀" "아..미안..." "갈게." "잘가" 닫혀진 현관문을 잠시 바라보던 ㅇㅇ은 닫혀진 현관문을 뒤돌아 보던 종대는 뒤돌아 서로의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ㅇㅇ의 집 시계와 종대의 손목에 있는 시계가 아주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종대와 ㅇㅇ은 억지로 시계를 다시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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