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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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혹 동 화 ; 왕좌의 게임
w. 영애
Ep. 04
< 거스르는 자 >
#1
○○을 바라보고 있는 건 제 2국의 왕, 종인이었다.
대관식이 끝나고 식사를 같이 하던 자리에서 단 1초도 그녀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던 그가 ○○의 눈 앞에 있었다.
"어찌 이곳에..."
"사냥 중이었거든."
"사냥이요?"
"응. 심심해서."
"...오늘이 게임이 시작되는 날 아닙니까?"
"맞아. 벌써 시끌시끌하던데? 그대 약혼자는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첫날부터 직접 나서고 말이야."
다른 세계의 일을 말하듯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웃어보이는 종인의 모습에 ○○은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모두가 인간사냥에 바쁜 지금, 여유롭게 동물사냥이라니. 그것도 남의 나라에서.
"어찌 되었건,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예쁜 여인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이 종인에게 예를 갖추고 발을 옮기려 할 때, 갑자기 병사들의 소리가 들리더니 준면이 등장했다.
"반가운 손님이 둘이나 있네?"
○○은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제 5국이 아니었다. 급히 매달려 오느라 몰랐는데, 그녀는 지금 제 1국의 경계 안으로 들어와있었다.
"근데 오늘은 저 아가씨만 보고 싶은데. 오늘은 잠깐 피해주는 게 어때 종인아?"
"글쎄. 형 하는 거 봐서."
"하하, 웃으면서 말할 때 넘기는 게 어때?"
"음...형이 웃던지 말던지 내 알 바 아닌데, 오늘은 형네 숲에서 어마어마하게 털이 예쁜 꽃사슴을 만나서 말이야.
내가 거기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오늘은 넘겨줄게."
○○은 그녀를 자신들의 소유물인마냥 다루는 그들의 언행이 매우 불쾌했다.
그러나 지금은 방법이 없었다.
어느 쪽으로 끌려가든 가장 고통을 받는 건 ○○이기에.
"그러니까 베풀 때 즐겨둬. 마지막에 그녀를 갖는 건 나일테니까."
#2
준면은 종인이 떠나는 것을 보고난 후 ○○을 데리고 그의 성으로 들어왔다.
성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이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었던 지난 30년이 제 1국에게 준 번영과 자부심이 여실히 드러났다.
성에 도착하자마자 준면은 ○○을 지하의 어느 방으로 끌고 갔다.
불길한 예감이 ○○을 엄습했다.
"자 여기 앉아."
준면이 직접 의자를 빼주며 말했다.
○○은 발목이 불편한 내색을 하지않고 우아하게 걸어가 그 자리에 앉았다.
준면 앞에서는 망가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자존심이 그를 허락하지 않았다.
"단 거 좋아하나?"
"제가 하겠습니다."
차에 설탕을 넣어주려는 준면을 뿌리치고 그녀의 앞에 있는 티스푼으로 설탕을 담았다.
그를 경계하는 ○○의 모습이 준면은 마냥 귀여웠다.
보면 볼 수록 재미있는 여자였다.
"저를 왜 데리고 오신 겁니까."
"너무 단도직입적이지 않아? 뭐 서로 살아가는 얘기도 좀 하고. 이것저것 가볍게 시작하는 게 더 좋잖아."
"그럴 여유 없으신 것 압니다."
자로 잰 듯이 딱딱하게만 대답하는 ○○을 보면서 준면은 재밌다는 듯이 웃은 후, 그의 뒤를 따르던 집사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그는 방 벽면에 놓여있던 하얀 천을 걷었다.
"저거야. 내가 그대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
".....저건....."
"맞아. 시체야."
#3
"그게 무슨 개소리야!"
제 1국에서 신나게 피를 보고 왔는데, 성으로 들어오자마자 그를 반긴 건 패닉에 빠진 대신들과 하인들이었다.
평소와 다른 기류에 세훈은 설마하고 ○○의 방으로 달렸고, 결과는 참담했다.
그녀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세훈은 그녀가 사라졌다는 걸 안 그 순간부터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던지고 부쉈다.
성 안의 사람들은 모두 바들바들 떨며 세훈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죽을 힘을 다했다.
지금 그의 상태라면 성에 있는 모두를 쓸어버린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어딨어..어딨냐고!!!!!!"
세훈의 광기가 점점 심해졌다. 그는 완전히 이성을 놓은 사람같아 보였다.
"....빨리 알아내. 빨리 어디있는지 알아내. 안 그러면 오늘 여기 이 안에 있는 사람들 다 죽는거야."
#4
"...죽은 사람을 살려내라는 말씀이십니까."
"응. 너 할 수 있다며."
어린 시절, 경수가 아끼던 강아지를 살려낸 적은 있었다.
죽기 직전의 상처 역시 여러 번 고쳐냈다.
그렇지만 이렇게 완전히 영혼이 떠나가버린 '시체'를 되살려 본 적은 없었다.
설령 할 수 있다해도 이는 최대한 지양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녀가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우리 나라의 둘도 없는 유능한 대장군인데 말이지. 재미없게 오늘 첫 전투에서 독침을 맞아버렸어. 근데 지금 죽으면 안 되는 인물이거든 이 사람이."
"......."
"살려 내. 당장."
○○은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 준면을 빤히 쳐다봤다.
준면 역시 그런 ○○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굳건했다. 한 발짝도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살릴 수 없습니다."
"....뭐?"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
준면이 ○○과 그 사이에 있는 테이블을 옆으로 치우고 그녀의 앞으로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
"자연을 거스르기는 싫다?"
○○은 갑자기 낮고 부드러워진 그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가오는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두려움을 들킬 수 없었다.
"왜...싫은데?"
준면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은 흠칫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왜 싫을까....?"
그의 손이 ○○의 드레스자락을 걷어 올렸다.
"지금 무슨 짓을!!"
○○이 준면의 손을 내치려하자 뒤에 서 있던 그의 호위무사들이 그녀를 포박했다.
그녀의 팔을 꺾어 의자 뒤에 묶었다.
준면의 손이 드레스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그녀의 허벅지에 닿았다.
"꺄아아악!!"
○○을 괴롭힌 그 날의 악몽이 다시 ○○을 괴롭혔다.
준면의 차가운 손이 세훈의 손의 느낌과 닮아 있었다.
고통으로 얼룩진 그 날 밤의 낙인이 그녀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그녀의 철벽을 무너뜨렸다.
"그럼 그렇지. 오세훈이 그냥 냅뒀을리가 없지."
준면은 혀를 쯧쯧차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자연이 두려워?"
준면이 ○○의 주위를 서성거리며 물었다. ○○은 그 날의 트라우마 때문에 아직 이성을 다잡지 못하고 있었다.
"난 인간이 더 무섭던데. 특히 나 같은 인간."
준면은 빠른 몸놀림으로 호위무사의 칼을 빼서 뒤에 있던 어린 시녀의 목에 갖다댔다.
방 안에 있던 하인들 사이에서 비명소리가 흘렀다.
"네가 안 살리면 얘도 죽어. 얜 죽으면 자연의 법칙이 아니라 너 때문에 죽는건데 괜찮아?"
"사,살려주십시오 폐하. 제발...제발..."
울음섞인 소녀의 목소리가 ○○의 이성을 잡았다.
그녀가 죽은 이를 살리지 못하면 무고한 생명 하나가 목숨을 잃는다.
그것도 아직 못다핀 꽃 한 송이가.
"....살리겠습니다. 그러니 놓아주세요 그 아이."
준면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소녀를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소녀는 몸을 떨며 재빨리 하인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준면의 손짓에 호위무사들이 ○○의 포박을 풀었다.
○○은 참담한 표정으로 편안히 누워있는 장군의 시체로 다가갔다.
핏기가 사라진 피부와 딱딱하게 굳은 그의 팔이 ○○에게 죽음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아까 그대가 말한대로 난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좀 서두르는 게 어때?"
준면의 재촉에 ○○은 위로 올려 묶은 긴 머리를 풀어 장군의 시체 위에 올려놓았다.
사람을 살리는 일은 처음이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꽃아, 밝게 빛나렴.
네 힘이 빛을 발해
시간을 되돌려
한 때 내 것이었던 것을 돌려주렴.
상처를 치료하고
예정된 운명을 바꿔
잃어버렸던 것을 찾고
한 때 내 것이었던 것을 돌려주렴.
한 때 내 것이었던 것을"
여느 때처럼 ○○의 머리카락에서 빛이 나고 그 빛이 죽은 장군의 몸을 휘감았다.
평소보다 훨씬 강한 빛이었다. 빛이 점점 더 밝아지다 섬광이 되어 번쩍하고 빛났다.
그 눈부심이 가시자 장군의 손이 꿈틀대고, 장군이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폐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준면은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이 황당한 장면에 지하실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웃었다.
믿을 수 없었다. 이는 ○○도 마찬가지였다.
죽은 동식물은 살려봤어도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녀 스스로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카락과 두 손을 번갈아 쳐다봤다.
처음으로 그녀의 능력이 무서웠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에 갇혀 물 속에 잠겨가고 있는데 갑자기 ○○의 속이 뜨거워졌다.
무언가 비릿한 맛이 그녀의 혀를 맴돌더니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윽...."
꽤 많은 양이었다. 죽은 이를 다시 불러낸 대가일까.
그 때, 한 사내가 바람처럼 들어와 준면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세훈이었다.
#5
"미친새끼."
"..형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형 섭섭하게."
뒤늦게나마 세훈을 저지하려는 호위무사들을 준면이 막았다.
갑작스런 세훈의 공격에 준면의 입술 끝에 피가 맺혔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었다.
"대체 뭔 짓을 했길래 애가 피를 토하고 있는거야!!"
"글쎄...난 별 짓 안 한 것 같은데?"
"...지금 여기서 끝장을 보자는거야?"
"그만 기어올라."
잔뜩 흥분한 채 언성을 높이던 세훈이, 웃음을 거두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준면의 한 마디에 잠잠해졌다.
어찌됐든 준면은 오랜기간 세훈을 바라본 형이었고,
왕좌의 게임이 아니었다면 꽤나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을 둘이었다.
"...형도 알잖아. 난 내 거 탐내는 사람 질색인거."
"너도 알잖아? 내가 남의 물건 뺏는거 얼마나 좋아하는지."
세훈은 그런 준면을 죽일듯이 노려보다 바닥에서 피를 토하며 콜록대는 ○○을 일으켜세웠다.
"가자. 나한테 기대."
○○의 몸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세훈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나 싶더니 바로 정신을 놓아버렸다.
세훈은 재빨리 ○○을 업었다. 두려웠다. 그녀를 잃을까봐.
세훈은 준면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무리 친한 형이어도, 그의 것을 탐한 것은 사실이니까.
"...이번이 마지막이야. 내가 봐주는 거."
세훈은 ○○을 업은 채로 평소 지니고 다니던 단검을 꺼내 준면의 하인의 심장에 박았다.
순식간에 주위가 소란스러워졌고, 그 소란을 뒤로 하고 세훈은 성을 빠져나갔다.
"....너야말로 마지막이야 세훈아. 그렇게 그녀를 데리고 내 성 밖으로 나갈 수 있는게."
꼭 읽기♥ |
안녕하세요~영애에요! 주말에 온다고 해놓고 이렇게 수요일에 찾아왔습니다~나만의 서프라이즈 선물..ㅋㅋ 오늘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이렇게 날아왔어요!
지난 편 댓글을 보니까 생각보다 종인이가 구해준걸 못맞추셨... 괜찮아요 그럴수록 반전있어서 전 좋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맞추신 분들 중에 '프롤로그+'예쁜' 이라는 빨간글씨+표지사진' 으로 제가 뿌려놓은 떡밥을 모두 조합해서 맞추신 분이 계시더라구요! 뿌듯//////
고삼되고 끊었던 독방에 오늘 잠깐 가서 잔혹동화를 쳐봤더니 좋은 글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물론 쿠크 깨지는 댓글도 봤지만..나는야 굳센 캔디!ㅋㅋㅋㅋ 다들 사랑해요♥
댓글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줄어서 마음이 많이 아파요.. 뭔가 내 글이 점점 더 재미없어지는 건 아닌가 싶고 그러네요.. 추천이라도 눌러달라는ㅠㅠ 요즘 정신상태가 매우 피폐한데..(세륜고삼) 힘낼 수 있게 여러분이 힘 좀 주세요!ㅋㅋ 그래도 항상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덕에 제가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그나저나 고삼징들 욀케 많아요?ㅋㅋㅋㅋㅋ 자 어서들 이리 와요 (하이파이브하려 손을 내민다) 대박납시다 우리!ㅁ7ㅁ8
다들 새학기, 새로운 시즌 잘 맞이하시길~ 이제 금요일 밤에 봐요 우리♥
암호닉 신청은 꼭 [] 말머리 달아서!
+)초록글 정말 고마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