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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향 전체글ll조회 464l
정국은 사랑이란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렇기 감정에 충실했다.  

웃지도 장난을 치지도 슬퍼하지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도 않는 아이에게 정국은 최선을 다했다.  

아버지에게 땡깡을 부려 4년 내내 같은 반이 되게도 했다. 

 

선물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주고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등교를 하고 싶으면 바로 아이에게 말했다. 하교할 때 놀이터에서 떡꼬치를 먹으며 같이 놀고싶으면 이 역시 아이에게 말했다.  

 

그럴때마다 아이는 알겠다는 말을 고운 목소리로 말했을 뿐인데도 정국은 좋아 그 아이의 대답을 낑낑 기다리다 아이가 알겠다하면 볼을 사랑스럽게 붉히며 웃었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는 날들에 정국은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존댓말을 하는 아이가 이상해보였다. 

 

넌 왜 나한테 존댓말써? 

 

도련님이시니까요 

 

내가 왜 도련님이야 

 

도련님은 도련님이세요 

 

난 너가 나를 도련님이라 부르는 것도 싫고 존댓말하는 것도 싫어 

 

이런 단순한 감정을 전하는 말조차 아이가 기분나빠할까봐 눈치를 보며 정국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부드럽게 전했다. 

 

그럼 어떻게 부를까요 

 

아이가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이 사실이 너무 기쁜 나머지 정국은 해맑게 웃으며 아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날 그냥 이름으로 불러줘 존댓말쓰지마 

 

아이는 그에게 잡힌 손을 한 번보고 정국을 처다보다가 얘기했다. 

 

그래 정국아 

 

아무리 감정이 없는 말소리여도 정국이 좋아하는 목소리로 정국의 이름을 부른다는 게 그리 좋은건지 또 다시 볼을 붉히며 웃었다. 

 

그렇게 별탈없이 지내왔다.  

 

가을이되면 정국은 아이를 데리고 산으로 가 낙엽을 주우며 놀았다. 

 

겨울이되고 눈이 내리며 아이와 같이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싸움도 해봤지만 던지질 않는 아이때문에 한 번하곤 다시는 안한다. 

 

봄이면 산에서 꽃을 따와 아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무미건조한 형식적인 고맙다는 말이여도 아이가 고맙다는 말에 좋았다 행복했다.  

 

여름이면 수영장에서 둘이서 놀았다. 수영을 못하는 정국은 아이에게 수영을 배웠는데 그것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수영을 즐기진 않았다. 

 

 

 

 

 

항상 또래애들처럼 행동하지 않는 아이를 정국의 반아이들은 놀렸다.  

그럼에도 아무반응이 없자 아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점점 고학년으로 커가는 아이들은 정도가 심해졌다.  

 

 

초등학교 5학년 봄이였다.  

 

 

항상 남자애처럼 하고 다니는 아이에게 정국의 반친구들은 정말 여자애인지 확인해보자며 몇몇아이들이 방과후에 건물 뒷편으로 아이를 불러 단체로 욕설을 하다 아이의 옷을 벗겨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머뭇거리던 아이들이 한 명을 시작으로 모여들어 옷을 벗기는 데 적극적이였다.  

아이는 반항도 무엇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바라보았을 뿐이다.  

남의 일처럼. 지나가는 개미를 보는 것처럼. 뉴스에 나온 사건•사고들을 보는 것처럼. 무미건조했다.  

 

바지를 벗기려 손을 뻣는 순간에 정국이 책가방을 던지며 달려왔다. 

정국이 달려오자마자 아이들은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이 순간에도 아이는 달려가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돌려진 고개를 똑바로 하며 정국은 아이의 눈을 맞추었다. 아이는 눈물범벅인 정국의 얼굴을 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ㄱ..괜찮아?.. 이..게 뭐야 대체...ㅇ..왜. 

 

정국의 물음에도 무표정을 짓던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그러니 그만 울어. 

 

분명 친구들 사이에서 쓰는 반말임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거리감에, 이런 상황이여도 괜찮다고만 하는 아이에게, 이런 짓을 벌이려던 반 친구들 같지도 않은 새끼들에게 화가 났다. 

 

그러니까!!! 

 

욱 하고 화를 먼저 내버렸다. 아무 잘못없는 아이에게 화를 내고도 순간 움찔했지만 화가 그를 잠식시켰다. 

 

여자애처럼 좀 하고 다니면 되잖아!! 다른 애들처럼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방금같은 상황이면 화를 내던가 울던가!! 뭐라도하면 되잖아!!! 

 

정국은 알고있었다. 반 아이들이 아이에 대해 뭐라 얘기하는 지 다만 자신도 알고 싶었다.  

아이가 어떤 반응 보일지 궁금했다 그렇지만 이건 아니였다.  

이렇게까지 오면 안됐다.  

속상하고 화가 나, 아이에게 있는 대로 화를냈다.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차마 눈을 못마주치겠어서 고개를 숙인 채 아이에게 화를 냈다.  

 

이 순간에도 손바닥으로, 손 끝으로 느껴지는 아이의 알쌍함이 좋았다.  

이 순간에도 바람을 타고 날려오는 꽃내음이 좋았다. 

이 순간에도 익숙한 향이 나는 아이가 좋았다. 

이 순간에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목소리가 좋았다. 

 

알겠어 앞으로는 그럴께 

 

이 순간에도 너는 항상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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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뒷 이야기 넘 궁금한 것 .. 기다리겠숨다 신알신 누르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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