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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한X김민석
부제1. 김종인x도경수의 이야기
부제2. 김민석과 루한의 이야기
도경수와 김종인의 이야기. |
김민석만 찾는 김종인에게 처음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금껏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사람들은 나에게 정신과 치료를 권유해보기도 했다만 언젠간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될 거라고 난 굳게 믿고 있었고 그렇기에 불안함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커져만 갔다. 어떻게든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 친구를 통해 예쁜 여자를 소개 받아보기도 했고 연락도 했지만 내 맘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어쩌다 잘생긴 형을 만났는데, 그 형에게 호감을 느꼈지만 여친이 생겨서 그대로 실패하고 말았다. 그 뒤로 호감을 느낀 사람은 물론이오 다신 자기 마음에 둘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새학기 첫 날 김종인을 만났다.
“ 오, 애 얼굴 봐. 존나 쎄게 생겼어. 까리한데? ” “ 감사합니다. 김종인이라고 해요 ”
1학년 신입생, 우리들의 레이더망에 포착 된 세 명의 인물. 김종대와 타오, 그리고 김종인. 애들은 그 셋을 환영해주었고 예뻐해줬다. 김종대는 처음엔 정상이더니 변백현 박찬열이 뭔 짓을 해놨는진 몰라도 셋이 다니면서 1학년 최고의 병신으로 자리잡았고 타오는 중국에서 온지 얼마 안되서 한국말이 굉장히 서툰데, 나보다 형처럼 생겨선 마음은 여리다. 귀신이랑 벌레를 아주아주아주 싫어한다던데 애들이 언제 한 번 손에 벌레를 올려놓고선 타오에게 보여줬는데 기절해서 보건실로 실려갔다는 얘기도 있다. 잘생긴 애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니까 눈호강이 되긴 했는데 그 중 유난히 내 눈에 띈 건 다름아닌 김종인이었다. 항상 먼저 웃으며 인사해주었지만, 난 본의 아니게 철벽을 치고 말았다. 인사를 해도 정색 하면서 받아주고 말을 걸어도 단답형으로 대답해버리니 아마 종인은 자길 싫어할 거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철벽을 치는 성격이 마치 수줍음이 더럽게 넘쳐흐르는 순수한 소녀의 그 마음과도 같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소름이 돋는다. 애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할 거야.
종인이는 내가 철벽을 심하게 쳐댄거에 대해 조금 상처를 받았는지 그 이후로 날 찾지 않았다. 남자들한테만 인기 많은 민석이한테 자주 찾아가던데, 이러면 안되는데 조금 질투났다. 하지만 나는 질투가 나면서도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간다는 것 자체가 귀찮고 불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애들은 우리 경수 언제 여친 사귈까를 입에 달고 살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럴 때마다 조금은 씁쓸하다. 꼭 여자친구만 사귀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이 세상엔 동성애자가 얼마나 많은데. 남자를 사귀는게 당연한 일이었다면, 그래도 조금이라도 다가가진 않았을까.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서 꽁꽁 숨겨버렸다. 나의 나약함에 대해 굉장히 많은 자책을 한다.
“ 이어줄게 !!! ” “ 아서라.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
그러다가 김민석에게 어쩌다 고민을 털어놨는데, 의외로 진지하게 들어주는 모습에 조금은 감동 받았다.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더럽게 여기지 않고 이해해줄 단 한 사람이 나타난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종인이는 민석이를 좋아하는 것 같단 말이지. 민석이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종인이랑 이어주겠다고 생지랄을 펼치고 있고. 그냥 관두자는 생각과 함께 교실로 와버리고 말았다. 그러다가 문득, 복도 쪽 창문을 바라보았는데 활짝 웃으며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는 종인이의 모습에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게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얼굴이 빨개졌다. 몇몇 애들이 아프냐고 물어볼 정도로.
“ ... 존나 잘생겼어. ”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진짜 확실히 잘생기긴 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흐르는 땀이 섹시함을 더해주었고, 탄탄하게 자리 잡은 듯한 살짝살짝 보이는 잔근육이 나를 미치게 했다. 누가 보면 변태라고 쌍욕을 날릴 일이지만 그 정도로 종인이는 매력 있었다. 병신처럼 뒤에서 바라보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냥 내가 먼저 다가갈까? 라고 생각하던 찰나. 종인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종인이는 웃어주며 ‘안녕하세요’ 라고 뻐끔뻐끔 소리 내지 않고 발음하며, 날 똑바로 쳐다보고 말해주고 있었다. 씨발 .. 순간 얼어붙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는데 종인이가 고개를 돌려 가버리려는 것이다. 난 순간 자존심 그딴거? 사라진지 오래였다.
“ 종인아, 잠깐만 !!! ” “ ..? 경수형? ”
존나게 철벽만 쳐대던 21세기 최고의 철벽남 도경수가 먼저 김종인을 큰 소리로 불러주었다. 처음 보는 상황에 애들도 뒤를 돌아 날 쳐다보았고, 가려다 말고 다시 고개를 돌려 놀란 눈만 껌뻑이며 날 쳐다보는 종인이었다. 아.. 존나 쪽팔려. 하지만 계속 이렇게 뒤에서만 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 경수야 넌 할 수 있단다. 너정도면 귀엽게 생겼어 .. 어깨가 좁긴 하지만 충분히 매력 있다고!
“ .. 이따가 밥 같이 먹자 ”
마음과는 다르게 존나 구질구질한 멘트가 날아가버렸다. 망했다 라는 표정으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처럼 그저 앞만 바라봤는데, 역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종인이가 그런 내 말을 듣고 살짝 웃음을 흘렸다. 싫은가봐, 어떡해 .. 농담이라고 말해야겠다.
“ 아, 미안. 존나 미안.. 사실 농ㄷ. ” “ 그래요. 밥 먹는게 뭐가 어렵다고. 이따 형 반으로 올게요 ”
성공이다. 지, 진짜? 그래! 상기된 표정으로 약간 톤이 올라간 목소리와 함께 대답했다. 이미 철벽남 도경수, 시크남 도경수의 이미지 따윈 김종인 앞이라서 그런가 그딴거 버린지 오래였다. 종인이는 이따가 봐요. 라고 말하며 올라가 버렸다. 누군가에겐 별 거 아닌 일로 보이겠지만 나에겐 이것이 김종인에게로 내딛는 한걸음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특별하고 오래 뒤에도 생각날 것 같다.
그렇게 경수와 종인은 밥을 먹고 교내를 산책하며 조금은 더 가까워짐을 느꼈다. 종인은 사실 살짝은 의아했다. 자기한테만 유난히 쌀쌀맞게 굴길래 자길 싫어할 거라고 생각 했는데 갑자기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와주니까 낯설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그동안 경수형 웃는 모습을 못봤는데, 오늘 처음 웃는 모습을 봤다. 웃을 땐 입술이 하트모양이 되는구나. 귀엽다. 라는 생각을 혼자 간직한 채로.
그 뒤에도 자주 밥을 함께 먹었고, 애들이 사귀냐고 농담을 할 정도로 둘은 가까워졌다. 장난도 많이 치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아이들이 가장 놀란건 경수의 변화였다. 뭐든지 혼자서 해야한다 라는 마인드를 추구하던 경수가 종인과 함께 하는 일이 많아지자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난 거 아니냐며 수군거리기도 했다. 그 속에서 모든 것을 안다는 듯 살짝 웃는 민석을 보며 경수도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 김종인 넌 좋아하는 사람 있어? ” “ 글쎄요, 아직 확신은 안서는데 호감 가는 사람은 있어요. ”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종인의 발언이었다. 그 여자 누구냐고 묻고 싶었지만 물을 용기가 없었다. 아, 그렇구나 .. 라고 말꼬리를 흐리며 대답했고 이야기는 끝났다. 갑자기 종인이가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 아직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괜찮다고 애써 마음을 달래보았지만 호감은 곧 사랑으로 변한다. 우선 경수의 감정만으로 봐도 그랬다. 처음은 호감이었던 종인이가 갑자기 어느 때보다 멋있어 보였고, 그렇게 짝사랑이 시작 된 것이다. 그렇기에 종인이 갑자기 어느 순간 애인이 생겼다고 웃으면서 달려올까봐 두려웠다.
며칠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종인이가 누구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서지 않았다. 결국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오랜만에 울음을 터트렸다. 울음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고, 눈이 퉁퉁 붓고 머리가 아파올 정도로 울고 나서야 겨우 울음을 그칠 수 있었다. 그렇게 훌쩍이며 쪼그려 앉아 있는데, 갑자기 벨소리가 울렸다. 종인이에게서 온 전화였다.
「 형 집이에요? 」 “ 으응, 집.. ”
울음을 그친 뒤라서 조금은 먹먹한 목소리로 대답하니까, 울었냐면서 약간 놀란 목소리로 말하는 종인이었다. 울었다고 하면 이유를 물어올 것 같아서 안 울었다고 거짓말을 쳤다. 종인이는 잠시 말이 없었다.
「 ... 형, 잠깐만 나올 수 있어요? 」 “ 나올 수야 있는데, 어디서 만나게? ” 「 제가 집 앞으로 갈게요. 따뜻하게 입고 나와요 오늘 추우니까. 」
응, 알겠어. 전화가 끊겼다. 우리 집 앞으로 찾아온다고? 큰 일 났다. 거울을 보니 눈이 아주 못 볼 꼴로 부어있었다. 화장실로 가서 몇 번이고 얼굴에 찬 물을 들이붓듯이 뿌리고 눈 상태를 확인했다. 야상을 걸치고 밖으로 나오니까 종인이가 언제 왔는지 우리 집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 미안, 오래 기다렸어? ” “ 아니에요. 형 눈이 조금 부었는데? 솔직히 말해요. 울었죠? ” “ 진짜 안 울었어. 자다 일어나서 그래. ”
의심 하는 듯한 눈길을 애써 피하고 손가락만 꼼지락 꼼지락. 날이 추워서 그런가 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다. 무, 무슨 얘기 하려고 부른 거야? 추워서 얼어붙은 입을 겨우겨우 떼며 말을 이어갔다. 종인이는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두 손으로 내 볼을 감쌌다. 차가운 종인이 손의 감촉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 형,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미쳤다고 생각하지마요. ” “ 으응 .. 알겠어. 무슨 얘긴데? ”
말을 하지 못하고 머리만 긁적이며 괜히 얼굴을 붉히는 종인이다. 무슨 얘긴데 그래? 얘기해봐. 형이 들어줄게. 조금은 진지한 얼굴로 종인이를 올려다보니까, 종인이가 갑자기 경수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하는 것이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라 경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고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경수의 얼굴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잡지 않아 허전한 경수의 손을 탁 잡아내고는.
“ 나 형 좋아해요. ” |
김민석과 루한의 이야기. |
“ 전교회장님 오늘도 바쁘신가봐요? ” “ 예, 일이 밀려서 하루하루 바쁘네요. ”
깐족거리는 민석을 보며 웃어주고는 다시 정리해야 할 수북히 쌓인 자료로 눈을 돌리는 루한이었다. 며칠동안 데이트도 안했는데, 이젠 학교 일이 너무 많아서 놀아주지도 않는다. 사랑이 식었어 김루한. 그래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기로 했다. 그러다가 루한이 싫어하는 민감한 주제에 대해 말을 꺼낼 시간이 다가왔다. 민석은 심호흡을 하고는 루한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기 시작했다. 루한은 그런 민석의 눈길을 눈치 챘는지, 고개를 돌려 민석을 쳐다봐주었다.
“ .. 내, 내일이 똥백 생일인데. ” “ 술 마시러 간다 뭐 그런 이상한 소리 할거면 입 뗄 생각도 안하는게 좋을텐데. ” “ 아 제발 한 번만 .... ” “ 항상 한 번만 한 번만 거리면서 벌써 내가 봐준게 몇 번째인지 알아? ”
단호한 루한의 태도에 입을 쭉 내밀고는 너무 단호한 거 아니냐고 찡찡거렸다. 들은 척도 안하고 자료 정리에만 몰두하는 루한이 조금은 원망스럽다. 애들 다 오기로 했단 말야!!! 똥백이 생일이라고 자기가 쏜다고 했는데 이런 기회는 평생 올까말까한 기회야 !!! 루한을 뒤에서 꼭 껴안고는 애교스킬을 시전하는 민석이다. 한 번만 .. 한 번만, 웅?
“ 내가 그 애교는 이제 넘어가지도 않는데, 어쩌지? ” “ .. 그럼 내가 뭐 어떡할까. 해달란거 다 해줄까? ” “ 응. ”
냉큼 대답하는 루한이다. 어? 이렇게 쉽게? 너무 쉽게 보내줘도 불안한 민석은 힐끗 루한을 쳐다보았다. 루한은 표정 없이 자료에만 눈을 박고 있었다.
“ .. 뭐 해줄까. 어깨 주물러줘? ” “ 우리 집에서 자고 가. ”
응?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줄래? 내가 잘못들은거 아니지? 괜히 귀를 후비적거리며 루한의 요구를 못 들은 척 하는 민석이다. 루한은 회전의자를 핑그르르- 민석의 방향으로 돌리고는 민석을 자신의 무릎 위에 딱 앉혀놓고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게 했다. 뭐, 뭐야. 부끄럽게. 시선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모르겠어서 괜히 눈을 굴린다. 내 눈 봐. 루한의 한마디에 바로 루한의 눈을 향해 자신의 눈을 두었다.
“ 못 알아들었으면, 다시 말해줄테니까 잘들어. ” “ ㅇ, 응 .. ” “ 오늘은 금요일이지? ” “ 그렇지 .. 불타는 금요일이지 .. ” “ 똥백현 그 새끼 생일파티 가는 조건으로,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 |
드디어 이야기가 끝났군요. 쓰느라 죽는줄 알았네요 .. 네 결국 작가는 카디랑 루민 모두 행쇼를 무사히 끝내고 글을 마쳤네요!
완결까지 함께 달려주신 독자분들 감사하고 전 내일 독자분의 소재를 들고 와서 번외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ㅠㅠㅠ
그리고 다른 소재의 새로운 시리즈와 함께 루민은 계속 달릴 예정입니다!
뭔가 급하게 마무리 된 느낌도 없지않아 있지만 10편으로 끝내고 싶었어요 .. 절 매우 치세요 ㅠㅠㅠㅠ
&
아 쓰다보니까 착오가 생겨서 아이들 이야기 칸이 안펴지네요 .. 멘붕이 오지만 멘탈이 단단한 작가는 내일 번외편과 함께 다시 써올리도록 할게요
죄송합니다 !!!! ㅠㅠㅠㅠㅠ
구석에 박혀있던 고물 타블렛 들고와서 그림을 그려봤어요. 누구인지는.. 어, 정말 안닮게 그렸지만 민석이랑 종대에요 .. 그 위에 아이들은 여러분이 맞춰보시긔~☆
텍파나눔안내 !!!!
작가는 암호닉이 아닌 분들도, 비회원 분들에게도 그냥 상관없이 텍스트파일 나눠드릴 생각이고요
혹시라도 텍스트파일 받을 의향 있으신 분들은 이메일 주소 남겨주세요! 번외편까지 끝나고 천천히 보내드리겠습니다!!!
시리즈가 하나 끝났지만 암호닉은 여전히 신청받고 있습니다. 작가는 끊임없이 달리니까요!!!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