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
"저기..."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자 시끄럽게 떠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사이로 수업시간에 자던 잠을 이어자려 자세를 편하게하는 종인의 옆에 누군가 앉아 종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종인이 살짝 인상을 쓰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보이는 조금은 곤란한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는 의외의 인물에 종인은 살짝 놀랐다. 경수와 저는 그냥 친구의 친구로 얼굴만 아는 정도인. 길에서 만나도 아는척 하지 않는 그런 사이였기 때문이다.
"나? 왜?" "어... 그러니까..."
우물쭈물 저의 눈치만 보고있는 경수의 모습에 살짝 일으켰던 몸을 다시 엎드려 책상에 얼굴을 묻고는 말했다.
"할 말 없으면 저리가. 나 자야 돼." "아니 그게 아니라! 할 말.. 있는데.." "아 뭔데"
잠을 잘 때 방해 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종인이 살짝 짜증스럽게 대꾸하자 경수는 겁을 먹은듯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이내 종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저기.. 나 담배 하나만.." "담배?"
큰소리로 되물어보는 종인의 행동에 놀란 경수가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며 검지를 입에 붙이고 쉬쉬 거리다가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행동에 종인은 흥미롭다는듯 턱을 괴고 경수를 쳐다보았다. 제가 아는 도경수는 시험만 봤다하면 전교 1, 2등을 하는, 그렇다고 공부만하는 공부벌레도 아닌 시원한 성격에 두루두루 인기있는, 술, 담배는 무슨 전형적인 모범학생의 표본으로 전교회장에 운동도 꽤나 잘하는 요즘 말로 치면 엄친아였다. 근데 그런 도경수가 담배를?
"그.. 아침에 백현이랑 다른애들이랑 골목에서 담배 피는거 봤어.." "그럼 변백현한테 달라고 하지 왜 나한테 그래? 너 나보다 변백현이랑 더 친하잖아." "변백현은 입이 싸잖아.."
심각한 표정으로 은근 뒷담을 까는 경수의 행동에 종인이 키득거리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변백현 입이 솜털이긴 하지.
"김종인! 너 학주가 오래!"
그 때 앞문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에 종인이 작게 욕을 읊조리며 머리를 헝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와 동시에 경수도 어정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기 담배는..." "너 지금 피울꺼야?" "어? 아, 아니.." "있다가 종례하고 와. 그 때 줄게." "어? 어.."
작게 고맙다고 중얼거리는 경수의 모습에 피식 웃고는 반을 빠져나왔다. 그나저나 아 씨발 다른 애한테 바지 빌려입고 가야되나. |
下 |
다른 반은 벌써 끝난 종례가 말이 많은 담임 덕분에 끝날 기미가 안 보이자 경수는 초조한 듯 다리를 떨었다. 길고 긴 종례가 끝나고 미리 싸논 가방을 매고 재빨리 반을 나와 종인의 반으로 가자 아니나 다를까. 청소하는 아이들 외에는 남아있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종인도. 항상 종례 끝나자마자 자기네 무리들과 함께 쏜살같이 학교를 빠져나가는 종인이 자기랑 한 약속을 까먹고 평소처럼 하교를 했을꺼라고 생각하고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다는데 괜히 입을 삐죽거리며 속으로 종인을 욕하는 경수였다. 나는 뭐 담배 빌릴 사람이 지밖에 없는 줄 아나..
"도경수!"
투덜거리면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을 나가려는데 운종장 쪽에서 들리는 제 이름에 고개를 돌리자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 사이로 종인이 손을 흔들며 경수를 부르고 있었다.
"금방 끝나니까 조금만 기다려!"
설마 축구하면서 기다려 준건가? 멋대로 생각하고는 금새 좋아진 기분에 고개를 끄덕이고 스탠드에 걸터 앉아 발장난을 치며 종인을 기다리는데 얼마 지나지않아 제 앞으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고개를 들어 숨을 고르며 땀을흘리는 종인을 쳐다보았다.
"얼마나 열심히 했길래 이런 추운날에 땀까지 흘리고.." "못 봤어? 나 골 넣었는데!"
아이처럼 신나서 자랑을하는 종인의 이마로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아주려 가까이 다가간 경수의 행동에 종인은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멈칫했다. 땀냄새가 나는 저와는 달리 은은한 섬유유연제향이 훅 하고 코 끝을 스치자 괜히 귀끝이 달아오르는 느낌에 저의 땀을 닦아주는 경수의 손을 잡아내리고 머쓱하게 웃으며 뒤로 조금 물러났다.
"자, 이제 얼른 줘." "응? 아."
종인이 숨을 다 고르자 오른손을 펴서 내미는 경수의 행동에 종인은 가방에서 담배갑을 꺼내 경수의 앞에 흔들었다.
"이거?" "응." "미안해서 어쩌지. 몰랐는데 오늘 아침에 피운게 돗대였더라고." "참나.. 추운데 괜히 기다렸잖아." "잠깐만 기다려봐."
담배갑을 열고 거꾸로 뒤집어 털어보이는 종인의 모습에 잠시 멍을 때리다가 허탈한듯 헛웃음을 짓고 집에 가려는 듯 가방을 챙기는 경수를 종인이 스탠드에 털썩 주저 앉으며 손목을 끌어잡다 당겨 옆에 앉게 했다.
"왜?" "너야말로 왜그러는데?" "내가 뭘?" "담배" "아..." "너 이런거 안 피우는거 다 알아." "그냥.."
고개를 숙이고 발장난만치며 웅얼대는 경수의 정수리를 빤히 보던 종인은 주머니에서 새 담배갑을 꺼내 열어 담배 하나를 손위에 털어내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여 입에 물었다. 달칵이는 라이터 소리에 고개를 든 경수는 이내 자신의 얼굴 앞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담배연기에 콜록콜록 기침을 해댔고 그 모습을 본 종인을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담배를 바닥에 떨구고 발로 비벼서 끄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아깝다.." "담배 없다며!" "당연히 뻥이지." "내놔!" "내놔? 어쭈? 지금 그게 부탁하는 사람 태도야?" "이씨..줘."
누가보면 절친한 친구처럼 한참을 투닥거리다가 종인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자 경수가 따라 일어났고 그런 경수를 내려다보던 종인은 웃으면서 경수의 머리를 마구 헝클이며 말했다.
"애기는 이런거 피우는거 아니야." |
작가의 말 |
좀 부끄러운 말이지만 이 글도 실화+픽션인 이야기에요.....ㅋ....... 멋모르던 어린시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실화를 바탕으로하면 글이 더 잘 써져서 좋더라구요! 저 뒤에 이야기를 더 쓰고 싶었지만 현실에서도 저렇게 끝났기에 그냥 마무리도 저렇게 했어요... 오타지적 피드백은 항상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암호닉분들 댓글 써주시는 분들 제 글 봐주시는 모든 분들 너무 감사드려요! 하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