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나재민] 사촌동생 친구랑 미국에서 몰래 연애하는 썰 18

사실 프롬을 가기까지의 과정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친구들과 드레스를 여러번 보러 갔었고, 계속 결정을 망설이다 결국은 가장 첫번째로 봤던 약간은 심플한 흰색의 긴 롱드레스를 골랐던 것과, 같이 갈 사람도 없는데 왜 드레스를 샀냐며 타박하는 이동혁에게 약간의 타박상을 입혔던 것 같기도 하고. 이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탓에 이런 재미난 이벤트 같은게 없었다며 아쉬워하셨고 대신 나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시려는지 자르기 귀찮아서 자라나는대로 내버려뒀던 내 머리를 이리저리 땋고 비틀고 만지며 즐거워 하셨다.

프롬 사흘 쯤 전 부터 내 얼굴에 팩을 붙이는 이모가 슬슬 힘겨워질 무렵, 드디어 디데이가 다가오고 말았다.

학교는 프롬에 간다는 이유로 학교를 빠지거나 조퇴하는 학생들을 말리지 않았다. 선생들은 자신의 프롬 얘기를 꺼내며 수업 시간을 자유롭게 낭비했고,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 나오지 않거나 딴짓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기꺼이 학교를 빠지고선 오랜만에 늦잠을 잤고, 오후가 되서야 눈을 떴다.

워낙에 손재주가 없어서 나 자신을 꾸미는 일엔 소질이 없는지라 내 친구들과 이모가 나를 도와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고, 덕분에 우리 집은 간만에 여러 여자들의 수다 소리로 가득 찼다.

"그래서, 남자애들은 언제 온다니?"

"걔네는 5시쯤 오기로 했어요. 저번에 걔가 입을 턱시도를 봤는데 색깔이 글쎄-"

"립을 이걸 바를까, 아님 이걸 바를까?"

"나 아직도 신발을 뭘 신을지 못 골랐어-"

왁자지껄한 거실과 부엌에 이동혁은 이미 질릴대로 질렸다며 방으로 올라가 버렸고, 이모는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그들보다 더 소녀같이 웃으며 이런 저런 조언을 던지고 있었다.

내가 드레스로 갈아입고 불편한 걸음걸이로 어기적 어기적 거실로 들어서자 이모는 혀를 차며 내 손을 잡아 끌었다.

"머리는 저번에 했던 것 처럼 반은 땋아서 묶고 반은 살짝 컬 넣어서 늘어뜨리는게 낫겠지?"

"드레스랑 매치되게 하얀 꽃 같은걸 머리에 꽂아도 귀여울 것 같은데요"

"나 머리에 꽂을거 여러개 가져왔어. 마음에 드는거 있으면 써도 돼!"

"아니, 그래서. 여주, 너 누구랑 프롬 가는데?!"

한 올 한 올 정성스레 속눈썹을 붙이던 스텔라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얼굴로 물어왔다.

옅은 금발 머리와 아주 잘 어울리는 그녀의 푸른색 귀걸이가 신경질 적으로 달랑댔다.

이모와 그 옆의 마야, 신디도 궁금하다는 듯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곧 알게 될거야."

어물쩡 넘어가려는 내 대답이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스텔라는 그 예쁜 얼굴로 나를 흘겨봤다.

아직 내가 누구랑 사귀는지 아무도 모르기에 친구들은 내 파트너가 과연 누구인지 근거 없는 추론을 해댔고, 그 중에 재민이의 이름이 사실 좀 자주 거론되곤 했다.

그때마다 움찔움찔, 찔리긴 했지만 애써 덤덤한 척 괜히 머리를 매만졌다.

애들은 저마다 파트너 얘기를 꺼내며 흥분했고 나는 조용히 두근거리는 심장을 꼭 누르며 4시 50분을 향해 달려가는 시계 바늘을 훔쳐봤다.

마지막으로 화장을 한번씩 더 점검하고 작은 핸드백에 핸드폰이나 립스틱 따위를 넣고 있으니 곧 띵동- 하는 소리와 함께 기다리고 기다리던 파트너들이 도착했다.

이모가 신난 발걸음으로 문을 열어주자 스텔라의 남자친구인 재스퍼가 근사하게 웃으며 이모를 가볍게 안았다 멀어졌다.

몸에 딱 붙는 푸른 바다 빛의 드레스를 입은 스텔라는 평소에도 예뻤지만 오늘은 평소보다도 그 미모가 더 빛을 발하는 듯 했다.

그녀의 곁에 다가간 재스퍼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곤 오늘 정말 예쁘다며 감탄했다.

선남선녀가 함께 있으니 뭔가 그쪽은 다른 세상 같아서 시선을 돌리니 다른 애들도 파트너들과 한참 꽁냥꽁냥 재미를 보고 있어 이모와 함께 어색하게 뒤로 물러나 있으니 이모가 의아한 듯, 내게 물었다.

"여주야. 너는 파트너 어딨어?"

"어...좀 늦는대요."

"어머, 세상에. 어떤 앤지는 몰라도 매너가 너무 없는거 아니니?"

평소 재민이를 너무 친절하고 매너남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이모가 떠올라 멋쩍게 웃었다.

재민이가 오전에 다시 봐야할 시험이 있다며 세상에서 가장 미안한 표정을 짓던게 며칠 전이었다. 지금쯤이면 다 끝났을 시험에 핸드폰을 확인하니 아니나 다를까, 이제 출발한다며 문자가 와 있어서 다시금 슬그머니 긴장감이 들었다.

몇분 뒤면 이제 이동혁도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알게 될 것이다.

여태껏 숨겨왔던 비밀을 많은 사람들에게 털어놓는다는게 이렇게나 떨리는 일 일줄 몰랐다.

열어둔 문 밖에서 차 바퀴에 자갈이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곧바로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여주 파트너 왔나보다!"

"이제야 누군지 밝혀지는거야?"

"말을 안해주더라고~"

왁자지껄 떠들던 아이들이 나보다도 더 흥분에 차 문가를 기웃댔다.

잠시 집 안에 정적이 흘렀다. 참을 수 없이 민망해진 나만 안절부절, 드레스 자락을 잡았다 놓았다만 반복할 뿐이었다.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곧 말끔한 검은색 턱시도를 차려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한 근사한 모습의 재민이가 문가에 나타났다.

한 손에 내 손목에 끼울 코사지와 턱시도 주머니에 끼울 똑같은 꽃의 브로치를 들고선 들어오던 나재민은 온통 자신에게 쏠려있는 시선에 어리둥절하게 우리를 둘러보았다.

몇몇은 경악에 찬 짧은 비명을 내질렀고 몇몇 애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저 작게 웃을 뿐이었다.

이모는 연신 어머 어머, 하며 감탄 비슷한걸 내뱉으셨고 나는 그저 부끄러워서 턱을 긁다 신디에게 화장 지워진다며 꾸중을 들었다.

잠시 멍하게 이쪽을 보던 나재민은 곧 씨익 웃으며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왔다.

이모에게 평소처럼 인사한 그 애는 나를 보고는 아주 다정하게 속삭였다.

"오늘 정말 예쁘네요. 여기서 제일 예뻐."

내 귓가에 달랑거리는 귀걸이를 한번 톡 친 나재민이 인기척에 뒤를 돌자 언제 내려왔는지 모를 이동혁이 충격 받은 얼굴로 서 있었다.

"...둘이, 뭐...야?"

"...보는 대로."

"뭐야? 둘이 사귀어?!"

나재민이 내 옆에 서 내 허리를 가볍게 잡아 자신 쪽으로 당겼다.

그 몸짓에 이동혁의 입이 떡 벌어졌다.

친구들은 어느새 아침 드라마를 보듯 흥미진진한 얼굴로 우리 둘과 이동혁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내가 재민이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우리 사귄지 좀 됐어. 너한테 말 안한건 미안하게 생각해. 너 복잡하게 하고싶지 않았어."

"이게 더 섭섭하거든!"

"화났어?"

"아니, 화는 안났는데 엄청 당황스러우니까 그렇지! 좀 됐다고? 언제부터였는데?"

"한...반년은 넘은 거 같은데..."

"...내가 반년이나 몰랐다고...?"

우리 둘이 사귄다는 소식보다 자신의 눈치 없음에 더 충격 받은 것 같은 이동혁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모든 것을 털어놓고나니 이보다 더 시원할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너무 쉬워서 진작에 털어놓을껄,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나버린 시간을 어찌 할 순 없으니까.

깍지를 낀 나재민의 손이 따뜻했다.

슬쩍 그 애를 올려다보니 언제부터였던걸까, 나를 내려다 보던 시선과 눈이 마주쳤다.

"좋다. 그죠?"

"...응. 진작에 말 할걸 그랬네."

"뭐, 나름 스릴 있고 좋았어요."

"...그러네."

터져나오는 웃음을 굳이 막지 않았다.

비밀 연애의 종지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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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결...!

몰래 연애하기가 끝났으니 이제 이 글도 끝날 때가 되었군요...ㅎ

너무 갑자기 다 털어놓은 듯한 느낌적인 느낌느낌...

제 계획은 20화에 딱 끝내는 것입니다! 그때까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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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 정마류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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