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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율리아 기억의 조각

혹시 재생이 안되신다면 찾아서라도 들어주시길 부탁드려요!

 

 

 

 

 

 

 

 

 

 

 

 

 

 

 

 

[EXO/찬백] 2년, 기억의 조각 完 | 인스티즈

 

 

 

 

 

 얼마나 잤을까, 잠든 기억조차 없이 까무룩하게 잠든 나는 지난밤 울어 너무 부은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어제의 밤이 거짓말인 듯, 베란다 창문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어제의 창밖은 암흑 그 자체였는데. 반쯤 일어나 앉은 자세로 눈을 부비고 있으려니 뒤에서 나를 부르는 종인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자리가 바뀌는 것을 탐탁지 않아 우리 집에서는 잘 자고 가지 않는 종인이였는데, 역시나 어제의 나는 그 정도로 영향력이 컸나 보구나. 미안해지는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얽혀, 나는 부끄러워졌다.

 

 

 

 

 

 

 

 

 

 

 

 

 

 

 

"잘 잤냐? 이것 좀 받아."

 

 

 

 

 

 

 

 

 

 

 

 

 

 종인이가 내미는 머그컵을 받아 들고 자세를 고쳐 앉자, 종인이가 자신의 몫인 듯한 컵을 들고 내 옆에 앉았다. 왜 여기 있어, 경수는. 내가 묻자 종인이가 혀를 찬다. 나는 아아-,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어제의 울음의 증거로, 목소리가 형편 없었기 때문이다. 큼큼 헛기침을 하니, 종인이가 비싯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의 뜻이 괜찮아. 라는 뜻과 같기 때문에, 나는 또 새삼스레 울컥하게 되었다.

 

 

 

 

 

 

 

 

 

 

 

 

"출근도 했고, 너네 오늘 동창회래."

"그렇구나."

 

 

 

 

 

 

 

 

 

 

 담담한 내 대답에 종인이가 날 빤히 쳐다 보았다. 나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종인이만의 담담하고도 날카로운 그 시선을 회피하며 커피를 마셨다. 빈 속에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이 버릇을 종인이와 경수는 탐탁지 않아 했는데, 나는 지금 이 커피 때문인지 다른 것 때문인지 종인이가 날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마도 전자였는지, 종인이가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빈 속에 커피 마시는 버릇 좀 고쳐라. 경수가 다 커서도 네 걱정에 늙는다, 늙어. 나는 머그컵에 입을 대고 미간을 찌푸렸다. 애가 경수랑 너무 붙어 다니니까 그 잔소리까지 닮았나, 정말?

 

 

 

 

 

 

 

 

 

 

"글쟁이들은 다 그래."

 

 

 

 

 

 

 

 

 내 말에 종인이가 어이 없다는 듯 허- 하고 웃었다. 경수 잔소리면 몰라도 네 잔소리는 안 통한다, 바보야. 생각하며 힐끗 종인이를 보는데 같은 잔을 쥐고 있는 종인이의 네번째 손가락에, 전에 본 적이 없던 것 같은 반지가 보였다. 금색의 그것은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고 있는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거리고 있었는데, 직업상 탁월한 종인이의 안목인 듯 차분하게 화려했다. 잘 어울리네. 내가 반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꼈는지 종인이가 날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나는 뭐야, 그 반지? 하고 물었다.

 

 

 

 

 

 

 

 

 

 

 

 

 

"너 이걸 지금 봤냐?"

 

 

 

 

 

 

 

 

 

 

 

 내가 어제는 내 정신이 아니였잖아. 머쓱하게 웃으며 대답했더니, 종인이가 다른 대답없이 작게 웃었다. 탁-, 하고 종인이가 쇼파 옆 탁자에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울렸다. 종인이는 커피를 마시는 버릇은 없었는데, 아마도 나 때문에 같이 마셔주려 했었나 보구나. 그 배려에 나는 또 작은 행복과 안심을 느꼈다. 반지를 만지작 거리는 종인이가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다. 물론 반지도.

 

 

 

 

 

 

 

 

 

 

 

"경수랑?"

"응."

 

 

 

 

 

 

 

 

 

 짧게 대답한 종인이가, 여전히 시선은 반지에 고정한채 나에게 물었다. 도경수 집 다녀왔지? 나는 응. 대답을 했다. 여전히 시선은 반지에 꽂혀 있었지만, 미간을 설핏 찌푸린 종인이가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런 것 같더라. 출국 전에 싸운 것도 싸운건데 역시나."

 

 

 

 

 

 

 

 

 

 종인이의 말을 들으며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퉁퉁 부은 눈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원래 경수 성격 잘 알잖아. 남 걱정은 다 지고 살면서 자기 걱정은 말 잘 안하는거. 내 혼잣말처럼 중얼 거리는 대답에 종인이가 옆에서 투덜대는 것이 들렸다. 그래도 난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힌 자세 그대로 있었는데, 내 감은 눈 위로는 찬란한 햇빛이 닿아 눈이 시큰거렸다. 분명히 눈을 감았는데도, 그것을 무시하 듯 시야에 빛이 둥둥 떠다녔다. 그 애의 기억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아무리 눈을 감아도, 여전히 떠오르는 그런 것. 어제는 세상이 끝난 듯 울어댔는데, 역시나 아침은 밝는구나. 나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런 나를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는, 종인이의 시선이 햇빛과 함께 닿았다.

 

 

 

 

 

 

 

 

 

 

 

 

 

 

"박찬열도 동창회 안나온다고 하더라."

 

 

 

 

 

 

 

 

 

 종인이의 담담한 목소리. 응, 그렇구나. 내 대답에 종인이가 한숨을 쉬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대. 네가 그랬던 것처럼, 박찬열도 그렇다더라. 종인이의 말에, 나는 끝내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정적이 나는 견디기 힘들어, 화제를 돌리기로 하고 다시 눈을 뜨고 종인이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맑게 빛나는 종인이의 눈.

 

 

 

 

 

 

 

 

 

 

 

"안 힘들어?"

 

 

 

 

 

 

 

 

 

 

 

 

 내 주어를 생략한 질문에, 종인이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반지를 만지작거리던 손을 떼고 다시 잔을 쥔 종인이가 설핏 웃는 것이 보였다. 종인이 특유의 여유로움과 자유분방한 웃음.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그런데 상관없어. 나랑 도경수 행복이 우선이야."

 

 

 

 

 

 

 

 

 종인이의 이기적이면서도 솔직한 대답을 들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경수와 종인이의 사랑은 덤덤하게, 서로를 위해 진행 되었다. 가족들도, 어떻게 보면 자신들도 버린 결정이었다. 못내 부럽다고 생각을 한다. 나는, 겁이 너무 많았다. 결국 찬열이도 나도 자신이 없던 것이다. 나는 혼자 남은 어머니가, 찬열은 화목했던 자신의 가족이. 버릴 것이 너무 많았다. 버리지 않고 이기적일 만큼 노력을 생각이 때는 없었다. 아니, 그럴 용기가 없었다. 어린 만큼 무모했고, 어린 만큼 겁이 많았다 혼자 생각을 하고 있는데, 종인이가 으쌰 하고 일어나더니 내 빈잔과 자신의 아직도 가득 차 있는 잔을 들고 싱크대로 가는 것이 보였다. 내가 일어나는 것에 커피를 마시는 것까지 확인을 했으니 집으로 가려나보다.

"변백현, 나 간다. 좀 더 자거나 해."

 멍하니 베란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쇼파 뒤에서 종인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저 너머인 것을 보니 벌써 현관인 모양이였다.​ 그래, 잘가. 고마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인사를 하는데, 종인이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렸다.

"뒤도 좀 돌아보고 그래."

 어딘가 의미심장한 그 말을 끝으로, 종인이가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쓰러지듯 쇼파에 모로 누웠다. 햇볕이 누워있는 나에게 직격타로 쏟아져 내렸다. 원래의 나라면, 내 방으로 가 경수가 싫어하는 그 암막같은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누웠을텐데, 오늘은 그럴 기운조차 없었다. 혹은 '경수의 쇼파'의 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눈을 깜빡였다. 쭉 뻗어 쇼파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내 손에, 그 애의 손이 겹쳐지는 환상을 보았다. 나는 그 환상을 보며 살풋 잠이 오는 것이 느껴졌다. 찬열아, 너의 꿈을 꾸고 싶어. 너무 아픈 꿈이라 바란 적이 없었는데, 그랬는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눈을 떴다. 집은 온통 어둠, 창 밖도 이미 완연한 어둠이 내려 있었다. 엄청 자버렸구나, 또. 핸드폰의 빛을 찾아 손을 더듬거려 화면을 보았더니, 발신자는 경수였다. 망설이지 않고 통화 버튼을 잡고 쭉 끌었다. 여보세요? 조용하고 깜깜한 집 안에 내 형편없는 목소리가 울렸다. 잠의 기운이 여실하게 섞여있는 목소리였다.

-'여태 잤어?'

 경수의 한숨 섞인 말이 들려오고, 나는 응. 하고 짧게 대답했다. 어쩐지 모르게 경수의 잔소리가 기대되고 반가웠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경수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애들이 너 보고 싶어 했어. ​경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내가 대답이 없자 쯧, 하고 경수가 혀를 찼다. 혀 차는 버릇도 종인이랑 똑 닮아졌네. 나는 왠지 한없이 부러워졌다. 닮아가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같아지는 사람이 있다는건 어떤 기분일까. 백현아-, 경수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응. 내 대답에 이번에는 경수가 뜸을 들이는 것이 느껴졌다.

-'찬열이, 카페 한다더라.'

 경수의 말에,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세상 최고 그리운 사람의 소식에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할까. 내 침묵에 대답하듯, 경수가 말을 이어갔다. 그냥 그렇대, 백현아. 찬열이는 그렇대. 백현아.

​-'보고싶니?'

 뒤 이어 나온 경수의 물음에, 나는 대답했다. 응, 많이. 정말 많이.

 

 

 경수와의 전화를 끊고, 나는 작업실로 향했다. 정말 마감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아 초조해졌기 때문이다. 한참 앉아서 사각사각 내가 좋아하는 연필과 종이의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다가 나는 문득 허기를 느꼈다. 생각해보니 아침에 종인이와 마신 커피가 오늘 내가 입에 넣은 것에 다였기 때문이였다. 아, 이러다 정말 죽을지도 몰라. 나는 바보같은 생각을 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딱히 해먹을 것도 없고 라면이나 먹자 싶어서 물을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작업실로 돌아와 조금 쉴 생각으로 책장 앞을 서성거렸다. 뭐가 있지, 머리 좀 비울만한 가벼운 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손길은 고등학교 졸업앨범에서 멈추었다.

"그래, 뭐. 괜찮아."

 전에 머뭇거렸던 것이 생각났으므로, 나는 혼자 중얼거리며 앨범을 꺼내 펼쳐들었다. 오늘이 동창회였던 것을 상기시켜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우리 반이 몇반이였더라. 하고 졸업 앨범을 뒤지던 중, 내 발밑으로 무언가 툭 하고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얇은 종이같은 그것을 나는 무심코 주워 들었고…,

"아…."

 나는 앓는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사진이였다. 그 애와 내가 꽃을 한아름들고 억지스러울 정도로 밝게 웃으며 브이를 하고 있는, 예쁘고 아픈 사진. 나는 앨범을 책상에 올려놓고, 그 사진을 손가락으로 쓸어 보았다. 아직도 생생한, 졸업식 날. 그때의 향기나 온도, 사람들의 소리까지 떠올라버려서 나는 아파져버렸다. 졸업 앨범에 다시 껴놓으려다가 나는 무심코 사진을 뒤집어보았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그리고 이내 나는 어린아이처럼 소리내 울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흑…, 윽, 아, 어떡해. 어떡해, 정말."

 그 사진의 뒤에는 '사랑해, 백현아.' ​짧막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그 글씨체. 나는 그 글자를 손가락 끝으로 몇번이고 쓰다듬으며 무너져 내렸다. 방 안, 내 우는 소리가 가득했다. 부엌에서는 물이 끓어 넘치는 소리가 들렸고, 내 감정도 그만큼 끓어 넘치고 있었다.

 

 

 

 

 

2년, 기억의 조각

 교문 안이 온통 시끄러웠다. 들 떠있는 사람들의 소리와, 계절과 다르게 온 사방에서 꽃향기가 났다. 나는 열심히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보람이 없게도,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날 그렇게 찬열이와의 입맞춤을 들키고 나서 어머니와의 관계는 냉랭해지고 말았다. 어머니는 잔인하게도 나를 질책하시는 것보다 침묵을 택하셨기 때문이다. 집 안에는 더 이상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와 어머니의 관계에 벽이 생기고 말았던 것이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어머니의 눈에는 질책이 아닌 꾸짖음이 아닌 경멸의 눈빛이 떠올랐다. 관계의 끝이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숨을 쉬고 있으려니 옆에서 경수가 내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아, 괜찮아. 백현아. 지금과 닮은 위로지만, 지금과의 무게와는 다른 경수의 토닥임. 억지로 웃어보이는 나에게, 경수는 안쓰러운 듯 손을 쥐어주었다.

"​백현아!멍멍아!"

 그렇게 위로를 받고 있는데, 찬열이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의 빛, 목소리까지 밝게 빛나던 나의 가장 찬란했던 빛아. 찬열이는 양손에 한아름 꽃을 들고 있었다. 꽃은 물론 많이 보였지만, 그 누구도 찬열이만큼 많은 꽃을 들고 있지 않았다. 단번에 내 앞까지 달려온 찬열이가 숨을 고르고, 나는 그런 찬열이의 앞머리를 정리해주며 웃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순간이 소중했던 때였다. 주위에서 수시며 대학이며 많은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나와 찬열이는 그런 이야기는 서로 약속했다는 듯 말하지 않고 묻지 않았다. 그런 것을 물어보기에는 우리의 시간은 안타깝게도 빠르게 가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 아슬아슬했던 행복의 시간을, 나는 또렷하게 기억한다.

"이거 다 네 꺼야!"

​ 찬열이가 환하게 웃으며 그 많던 꽃을 나의 품에 안겨주었다. 우와-, 놀란 내가 꽃을 안고 눈만 똥그랗게 뜨고 있으려니, 경수가 돈 많은거 자랑하냐? 하

고 찬열이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언제부터 와있었는지 모를 우리 귀신같은 종인이가, 이거 부러워? 하고 눈을 치켜떴다. 그 모양새가 귀엽고 사랑스러웠으므로, 나는 내 소중한 사람들을 보며 웃었다.

 

 

 

 

 

 

 

 

 

 

 

 

 

"됐어."

 

 

 

 

 

 

 

 말은 그렇게 무뚝뚝하게 하면서도, 경수는 종인이의 손을 잡아 쥐었다.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나는 심통이 나기 시작했다. 뭐야, 나는 찬열이 손을 잡고 싶은데 꽃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잖아. 갑자기 소중한 찬열이가 준 소중한 꽃들이 미워보이기 시작했다. 꽃보다 탐나는 것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나는 생각하며 꽃을 들고 담임선생님에게 뛰어 갔다. 어어-? 하고 당황한 찬열이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왔지만, 나는 그것보다 급한 것이 있었으니.

 

 

 

 

 

 

 

 

 

 

 

"선생님, 감사합니다."

 

 

 

 

 

 

 

 

 

 

 와락 꽃을 안겨주고 감사의 인사를 하는 나에게, 담임 선생님은 환하게 웃어주셨다. 수고했어, 백현아. 그 말에 나는 어머니가 오시지 않은 서운함도 모두 잊고 헤헤 웃었다. 소중한 사람이 그렇게나 많았다. 웃으며 뒤를 돌았더니, 찬열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뭐야, 그걸 다 주면 어떻게 해. 투덜투덜 말하는 찬열이의 손을 잡아 쥐었다. 봄날의 햇볕보다 따뜻하고 여름날의 마른 이불보다 산뜻한 그 애의 손.

 

 

 

 

 

 

 

 

 

 

 

 

 

"여기 있잖아, 꽃. 내 꽃. 가장 큰 꽃."

 

 

 

 

 

 

 

 

 

 

 

 내 말에 찬열이가 다시 웃었다. 그 손을 붙잡고 우리는 찬열이의 자전거로 향했다. 그 날의 하교길은 평소와 너무 똑같아, 나는 마음이 시렸다. 느리듯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 속 내 발이 하늘하늘 움직였고, 내 손은 여전히 찬열이의 허리춤에 있었고, 우리의 주위에는 딸랑딸랑 예쁜 방울소리가 울렸다. 자전거에서 내릴 때 까지, 나는 모든 것을 눈에, 마음에 담았다. 그 결과 나는 여전히 그 모든 것을 기억한다. 그때의 향기, 소리, 온도 모든 것을.

 

 

 

 

 

 

 

 

 

 

 

 

 

 

 

 

"잠깐 들어왔다 갈래? 엄마 안 계셔."

 

 

 

 

 

 

 

 

 

 

 집 앞, 자전거에서 내린 내 말에 찬열이는 그러자, 그럼. 하고 별 다른 말 없이 자전거를 잠그고 내 뒤를 따라 집으로, 내 방으로 들어왔다. 찬열이가 걸을 때 마다 딸랑딸랑 예쁜 방울 소리가 들렸다. 나는 직감했다. 나는 이 소리를, 이 애를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왜 똑같이 있는 걸 보고 있어?"

 

 

 

 

 

 

 

 마실 것이라도 가져다줘야겠다는 생각에 부엌에 가 주스를 따라오니, 찬열이는 내 책상 앞에 서서 졸업앨범을 보고 있었다. 내 말에 왠지 모르게 허둥거리며 졸업 앨범을 닫고 책꽂이에 꽂아 넣은 찬열이가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버리지마, 이거. 절대 버리면 안돼. 별 거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힘이 실려있는 찬열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자 찬열이는 꼭. 하고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알았어. 나는 그 표정에 약속을 했었다. 꼭, 버리지 않을게. 절대. 내가 가져다준 주스를 조금씩 마시는 찬열이를 바라보던 나는, 다가가 찬열이를 조심스럽게 껴안았다. 언젠가 네가 나를 안아주었던 것처럼, 소중하고 소중하게.

 

 

 

 

 

 

 

 

 

 

 

 

 

 

 

 

"너는 정말 최고로 우울했던 나에게 다가왔던 봄같은 사람이였어, 찬열아. 고마워, 찬열아. 고마워."

 

 

 

 

 

 

 

 

 

 

 

 

 찬열이와 나는 그 때 울며 웃었다. 엉엉 울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어렵게 웃어보였다. 줄줄 눈물을 흘리면서도 찬열이는 내 양볼을 붙잡고, 웃어주었다. 나는 결국 엉엉 울고 말았다. 발음은 뭉개지고 모든 말에는 울음소리가 섞여 들어갔다. 내 양볼을 잡고 있는, 내가 제일 좋아하고 제일 사랑하는 찬열이의 손을 부여잡고 나는 엉엉 울었다. 어린아이가 떼를 쓸 때처럼, 나는 형편없이 울었다. 

 

 

 

 

 

 

 

 

 

 

"눈을 감으면 볼 수 있어, 백현아. 그러니까 절대, 나는 너를 잊을 수 없어."

 

 

 

 

 

 

 

 

 

 

 

 

 

 우리는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저 서서 손을 흔들었다. 딸랑딸랑, 언젠가 나에게 우연같은 운명으로 다가와 자신의 존재를 알리던 방울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결국, 영영 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마지막이였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마지막. 끝내 거짓말처럼 와버렸던 마지막. 그렇게 내 겨울 속에 폈던 꽃은 사라지고 말았다.

 

 

 

 

 

 

 

 

 

 

 

 

 

 

 

 

 

 

 

 

 

 

 

 

 

 

 

-

 

 

 

 

 

 

 

 

 

 

 

 

 

 

 

 

 

 

 

 

 

 

 

 

 

 

 

 

 

 

 

 

 

 

 

 

 

 

 

 

 

 

 

 

 

​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버려, 계절은 다시 추운 겨울이 되었다. 창 밖, 이제 완연하게 겨울의 빛을 내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출판사의 사무실치고 넓고 높고 화려해서 처음 왔을 때는 엄청 놀래었는데. '처음'을 생각하며 웃고 있으려니, 탁 하고 원고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우와, 진짜. 이번 것도 느낌이 엄청 좋네요."

 왠지 모르게 황홀한 듯한 표정을 짓는 담당자를 보며 나는 웃음이 났다. 내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행복이 넘쳐 흐르는데, 이렇게 감동까지 해주는 사람이 있다. 역시, 나는 헛살고 있지는 않은거야.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내 말에 담당자는 아니에요, 아니에요. 하고 손사레까지 치며 웃었다. 언제나 친절한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데, 이 사람이 그러했다. 아부를 떨며 나를 거짓된 허풍으로 들뜨게 하는 것도 아니고, 진실된 자신의 감동을 전해주는 사람. 기분이 좋아져 웃고 있는데, 담당자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결국 두 주인공은 만나지 못하는 거에요?​ 너무 슬프다….

"그래도 두 사람은 작별인사를 하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내 말에 의문스러운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담당자가 곧 인사를 하고 일어섰고, 나는 조금 남아있는 커피를 마시며 계속해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의 동그란 머리가 이리저리 지나간다. 마치 수족관같아, 나는 기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슬슬 일어나볼까. 생각하며 가방에 넣어뒀던 장갑을 꺼내 꼈다. 남색의 예쁜 장갑. 조금 낡은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오랫동안 보관만 해왔던 이 소중한 장갑. 언젠가 그 애가 나에게 주었고 그 애가 꼈었던, 소중하고 소중한.​ 나는 버릇처럼 잼잼 손을 쥐었다 폈다. 그 순간 핸드폰이 울렸고, 이미 장갑을 껴버려 다시 뺐다 끼기가 귀찮아진 나는 핸드폰 화면만 슬쩍 봤는데, 경수의 문자였다. '어디야.' 경수답게 마침표까지 단정하게 찍은 그 문자. 나는 웃으며 핸드폰을 집어 들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렇게 답장이 없으면 전화를 하곤 하는 경수였으니까.

"으, 너무 춥다. 차 가지고 나올껄!"

 건물 밖을 나오니 휘몰아치는 바람에, 나는 몸을 움츠릴수 밖에 없었다. 바보같이 왜 차를 두고 왔을까. 스스로 자책하며 목도리를 코까지 둘둘 고쳐 매었다. 종종 걸음으로 걸으며 간만에 나온 거리를 둘러보니, 세상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확실히 외출을 적게 하는 편이라 그런지, 여러번 다닌 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이 낯설고 화려하게 느껴졌다. 경수가 말하는 사람사는 냄새가 이런 것일까. 으,역시 외출은 나랑 안맞아. 그래도 간만에 나왔으니까 좀 걷자. 생각하며 걷다보니, 나는 어느새 한적한 거리까지 와 있었다. 아 좀 살 것 같다. 느끼며 나는 괜시레 기지개까지 폈다. 원고가 끝나서인지, 어째서인지 마음과 몸이 가벼운 느낌이였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길을 걷는데, 전에 지나갈 때는 보지 못했던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 화려하지 않은 외관이였지만 고급스러웠고, 따뜻해보였다. 물론 내가 지금 추워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작업하러 와봐야지."

 ​

​ 중얼거리며 지나가고 있는데, 카페의 문이 열렸는지 그 사람들의 소음 사이로 흔한 가게의 손님의 방문을 알리는 방울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방울 소리가 끊기지 않고, 내 등 뒤에서 계속해서 나고 있었다. 순간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갑자기 슬로우 모션처럼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등 뒤로는 방울소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주위의 풍경이 환상처럼 바뀌어 보였다. 아파트 단지 사이, 그 길. 이른 아침 맑았던 공기와 내가 느꼈었던 이방인의 감정. 그리고, 그리고…. 순식간에 눈 앞 시야가 온통 흐리게 보였다. 나는 눈물을 꾹 참고 숨을 크게 마시고, 뒤를 돌아보며….

 ​

 

​-

 

 

 

본래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이 따로 시놉이 있었는데 다른 화로 쓰기가 길이가 어정쩡해져

결국 한편에 몰아 넣습니다...^_ㅠ

 

 

 

 

 

마지막 장면에 방울소리가 찬열이가 맞는지 아닌지는 개인의 상상에 따라 생각해주시면 되실 것 같아요

선보러 갔을 때처럼 백현이의 '혹시나' 였는지 아닌지는 여러분의 상상에만 따라주세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거의 제가 자기만족용으로 썼던 글이여서 댓글 하나 달릴 때마다, 조회수가 하나 올라갈 때마다

행복했었어요!

 

 

 

다음에 쓰는 글은 좀 더 밝은...것이...좋을까요...?...좋은가여......?

ㅋㅋㅋㅋㅋㅋㅋ여하튼, 감사했습니다, 정말 많이요!

 

찬열아 백현아 고마워 너무 짠내 나는 글이여서 미안했어

행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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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 이런 이별이 있었군요.. 읽으면서 마치 제가 헤어진듯한 느낌을 받은... 실상은 연애 한 번 해본적 없지만요ㅋㅋㄱ 하튼 아.. 작별 인사를 하지않은 두 사람. 카페. 방울. 저는 찬백이들이 꼭 만났다고 생각합니다ㅠㅠ 작가님도 그걸 염두에두고 쓰시지 않았나요?ㅎㅎ 찬백이들에게 슬픈건.. 되게 잘 어울리긴 하는데.. 막 아련하고 아리고 씁슬하고.. 이런게 잘 어울리지만 그래도 밝은게 좋긴하네요ㅋㅋㅋ 이거 외전이나.. 그런거 계획은 없으시죠?ㅎㅎ 아.. 끝나다니 아쉬워요ㅠㅠ 비회원으로 보다가 회원되서 그런가ㅎㅎ 갱장히 애착이 가네요ㅋㅋ
10년 전
독자2
새벽에 읽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주책맞게 울뻔했어요ㅠㅠㅠ 종인이 경수처럼 용기를 냈다면 찬백이들의 결말이 어땠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근데 백현이 어머니의 반응을 보니 쉽사리 그렇게 행동하지못한 백현이 마음도 이해가고ㅠㅠㅠㅠㅠ 하튼 모가파님짱...ㅠㅠㅠ 저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ㅠㅠㅠㅠ
10년 전
모가파
으아닛ㅠㅠㅠㅠ저는 항상 댓글을 보고 감동을 받습니다...♥ 외전을 쓰면 읽으시는 분들의 아련함을 깰 것 같아 무서워요ㅠㅠ다음엔 단편으로 일단 찾아올 것 같아요! 저따위에게 암호닉을...으엉 감사히 신청 받습니다^_`
10년 전
독자3
저 암호닉 엑또 할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단편...♡ 빨리 읽고 싶네요 기다릴게요!!!!
10년 전
독자4
..........헐.............................슬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눙물이...★
10년 전
독자5
이별아닌 이별이 이런건가요....애잔하네요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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