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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찬백] 2년, 기억의 조각 04 | 인스티즈

 

 

 

 

 

 

 

 

 

 

 

 

 

 

 알람이나 다른 소리, 빛이 아닌, 이제 그만 자야 될 시간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지난 밤 경수와 마신 술 때문인지 속이 쓰라렸다. 으, 역시 너무 혹사시켰어. 미안해, 위장아. 마치 임산부가 하는 행동처럼 배를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뎅-, 하고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 헤드에 기대 있으려니, 어젯밤 집에서 자고 가겠다던 경수가 생각이 났다. 번쩍 일어나 방 문을 열고 항상 경수의 자리인 쇼파를 바라보니, 이미 경수는 가고 없었다. 오늘 분명히 쉬는 날인데? 갸우뚱 하며 쓰린 속을 달래려 비척비척 부엌으로 갔다. 물론, 밥은 생각이 없었고 물을 마시려 했던 것이지만. 평소 같았으면 빈 속이라도 커피를 마셨을텐데, 오늘은 위장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터였으니. 막 냉장고 문을 열려고 하는데, 싱크대 위에 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 경수의 문자였다.

 

 

 

 

 

 

 

 

 

 

 

 

 

 

-'해장국 사놨어. 먹고 . 마감날 많이 남았는데 그렇게 아둥바둥이야'

 

 

 

 

 

 

 

 

 

 

 

 

 

 

 

"경수스럽다."

 

 

 

 

 

 

 

 

 

 오오, 경수답다. 경수스럽다. 나는 내가 새로 창조해 낸 '경수용 언어' 에 감탄하며 답장을 쓰려는데 때 마침 경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도 양반은 못되겠다, 경수야. 핸드폰을 귀에 대자, 경수도 지난 밤 술의 작용 때문인지 가라앉은 목소리다.

 

 

 

 

 

 

 

 

 

 

 

 

 

 

 

 

 

 

-'밥 먹었어?'

"야, 전화 받자마자 밥 먹은거 확인하는건 좀 너무한거 아니야? 나 지금 일어났어."

 

 

 

 

 

 

 

 

 

 

 

 내 대답에 경수가 너 내가 사준 알람시계는 어떻게 하고. 라고 말한다. 경수는 종종 이런 모습을 보였다. 쿨한 척, 아니 쿨한 척이 아니라 경수의 표정과 말투에서 사람들이 오해하는 그 '쿨함' 에서 가끔 어린애같은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 지금처럼 자신이 사 준 선물을 잘 사용하는지 확인하는 모습이라던지. 지난 생일 날 받았던 머니클립을 잃어버리고 한참을 삐진 경수를 달랬었더랬다. 또 다시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되지, 암. 그렇고 말고.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뭐야, 경수는 보지 못할텐데. 깨닫자 피식 웃음이 났다.

 

 

 

 

 

 

 

 

 

 

 

 

 

"그거 진짜 잘 쓰고 있어. 번쩍번쩍 일어나게 된다니까?"

-'그러니까 그걸 매일 쓰라고. 너 요즘 진짜 얼굴 색 안좋단 말이야.'

 

 

 

 

 

 

 

 

 

 그런 사람한테 밤에 술을 사들고 와? 나쁜놈. 괜시레 입을 삐죽이며 경수가 사다 놓고 간 듯한 식탁 위에 해장국이 들어 있을 일회용 그릇을 툭툭 쳤다. 사실은 오늘 일어나면 경수가 있을 꺼라는 약간의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흥, 나쁜놈. 네가 나 깨워줄 것 같아서 알람도 안 맞춘 거였는데. 심통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왜 벌써 갔어? 쉬는 날이잖아. 하고 말하니 경수가 피곤한 듯 하품을 하는 소리로 답한다. 어지간히도 피곤한 모양이였다.

 

 

 

 

 

 

 

 

 

 

 

 

 

-'그럴 일이 좀 있어.'

 

"오늘 귀국하는구나?"

 

 

 

 

 

 

 

 

 

 

 

 웃으며 한 내 말에 경수가 괜시레 신경질을 내며 끊고 밥이나 먹으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부끄럽나 보네. 눈 앞에 있었으면 분명 그 큰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나한테 승질을 냈을텐데. 끊긴 핸드폰을 들고 경수를 놀렸다는 성취감에 혼자 키득키득 웃던 나는 해장국 그릇을 톡톡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해, 경수야. 밥 먹을 속이 아니다.

 

 

 

 

 

 

 

 

 

 

 

 

 

 

 

 

 

 

 

 

 

 아무리 마감 날이 남았어도 이왕 자리에서 일어 났고 별 할 일이 없을 것 같아, 나는 슬슬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작업실에 들어가 커텐을 걷고, 나는 내 푹신푹신한, 내가 사랑하는 나의 작업실 의자에 걸터 앉았다. 이 의자는 조금 많이 높고, 조금 많이 푹신푹신하다. 때문에 바닥에 닿지 않는 발을 앞 뒤로 흔들며 (경수는 나의 이런 모습을 어린 아이같다고 질색을 했다.) 책상을 둘러보다가, 나는 연필을 깎기로 했다. 내가 작업을 할 때면 제일 좋아하는 내가 내 손으로 깎은 연필. 군인이 전쟁터에 총을 갖고 가 듯, 나에겐 이 연필이 소중하고 소중한 도구였다. 예쁘게 잘 깎아야지.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부르며  오늘은 또 어떤 내용을 써 볼까, 라는 생각을 했다. 책상 위는 엉망이였다. 정말 전쟁터는 맞나 봐. 혼자 생각하며 웃었다. 어지러이 널려 있는 시놉시스를 쓴 듯한 종이 위에, 순간, '그 애'의 이름이 보였다.

 

 

 

 

 

 

 

 

 

 

 

 

 

 

"아!"

 

 

 

 

 

 

 

 

 

 

 그리고 그 이름을 보자마자, 나는 손가락을 베이고 말았다. 많은 출혈은 아니였지만 피가 꽤 나고 있어 나는 급한대로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아, 이게 뭐야. 정말. 몇 초 전까지의 들뜸이 금방 가라 앉아버리고, 나의 기분은 땅 밑을 파고 들어갈 것만 같았다. 급히 욕실이라도 가려고 일어 섰는데, 나는 또 바보같이 넘어지고 말았다. 쿵-,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바닥에 널려있던 종이들 위로 널부러졌다. 너 그거 그러다 밟고 미끄러져서 넘어진다. 예-전에 했던 경수의 경고의 말이 떠올랐다. 역시, 경수의 말은 듣는 것이 옳은데.

 

 

 

 

 

 

 

 

 

 

 

 

 

 

 

"아, 진짜."

 

 

 

 

 

 

 

 

 

 짜증섞인 한숨을 뱉으며 일어서는데, 책상 위 핸드폰이 울렸다. 경수인가? 찡찡대야지. 멍이라도 들려고 하는지 찌릿찌릿한 무릎팍을 문지르며 급하게 일어서 핸드폰을 보았더니 발신자는 어머니였다. 기분이 땅이 아니고 저 밑 내핵까지 파고 들어가겠구나. 나는 핸드폰을 바라보고만 있다가, 뒤집어버리고 말았다. 도저히 오늘은 글 쓸 기분이 아니구나. 중얼거리며 무심코 벽 한 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책장 앞으로 다가갔다. 기분 전환으로 뭘 좀 읽어볼까, 고민하며 서성거리는데, 고등학교 졸업 앨범이 보였다. 그 옆으로는 고등학교 때의 교과서까지 모두 있었으므로, 나는 왠지 더 참담한 기분을 느꼈다. 졸업 앨범을 졸업 하고 나서 한번도 펼쳐보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구나. 꺼내볼까 싶은 마음에 졸업 앨범에 손을 대었지만, 나는 결국 꺼내지 못했다.

 

 

 

 

 

 

 

 

 

 

 

 

 

 

 

 

 

 

 

 

 

"밴드나 붙여야지."

 

 

 

 

 

 

 

 

 아직도 피가 찔끔찔끔 흘러나오는 손가락을 내려다보다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소독, 해야지. 새 살이 솔솔 그런 거. 거실로 타박타박 걸어 나오니, 창 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있엇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었어서 인지, 여름 비 특유의 그 눅눅함과 찐득함이 느껴졌다. 주륵주륵 빗방울들이 흘러 내리고 있는 유리창에 기대어, 나는 스르륵 주저 앉았다. 나도 빗방울이 된 듯이.

 

 

 

 

 

 

 

 

 

 

 

 

 

 

 

 

 

 

 

 

 

 

 

 

 

 

 

 

 

 

 

 

 

 

 

 

 

 

 

 

 

 

 

 

 

 

 

 

 

 

 

 

 

2년, 기억의 조각

04

 

 

 

 

 

 

 

 

 

 

 

 

 

 

 

 

 

 

 

 

 

 

 

 

 

 

 

 

 

 

 

 종인이가 매점에서 말했었던 다음 달의 그 날. 나는 처음 오는 종인의 집이 신기해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종인이는 누나가 둘이나 있어서 거실인데도 여기저기 종인이 누나의 여성적인 취향들이 보였기 때문이였다. 물론 우리 집도 어머니의 여성적인 면이 보였지만, 종인이의 누나들은 그 때 당시 모두 20대였어서인지, 10대의 어린 남자애였던 내 눈에는 휘향찬란한, 신기한 것들이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였다. 거실 여기저기 걸려 있던 사진들이 인상적이였는데, 가운데 커다란 액자에 경수와 종인이가 같이 찍은 사진이 있었다.

 

 

 

 

 

 

 

 

 

 

 

 

"경수야, 경수야! 이거 언제 찍은거야? 우와!"

 

 

 

 

 

 

 

 종인이도 그렇지만, 경수의 어린 모습이라 깜짝 놀랜 내가 호들갑을 떨며 묻자, 경수는 어휴 하고 한숨을 쉬더니 이거 초등학교 때. 하고 대답했다. 이걸 뭐라고 거실 한 가운데 걸어놔, 걸어놓긴. 민망한 듯 경수가 벅벅 자신의 뒷통수를 긁었다. 뭐, 귀여운데. 부럽다. 내가 말하자 뭐가 부러워 하고 경수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예나 지금이나 경수는 부끄럼과 쑥쓰러움을 많이 탔다.

 

 

 

 

 

 

 

 

 

 

 

 

 

 

 

 

 

 

 

"그나저나 이것들은 어딜 쏘다니는거야. 자기네 집에 떡하니 데려다 놓고."

 

 

 

 

 

 

 

 

 

 

 경수가 짜증을 내며 말함과 동시에, 역시 양반은 되지 못하는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들 왔다!' 종인이의 한 껏 들뜬 목소리도 들렸다. 애들 왔나보다. 말하고 내가 현관으로 가자, 경수가 뒤 따라 왔다. 걱정이나 그런 것은 아니였고, 경수는 애들이 무엇을 하고 왔는지, 사 왔는지가 걱정이 된 것이였다. 아, 그리고 물론…,

 

 

 

 

 

 

 

 

 

 

 

 

 

 

 

 

 

"야 이 미친놈들아!!!!!"

 

 

 

 

 

 

 

 

 

 그 걱정은 사실이 되었고. 손에 봉지를 주렁주렁 들고 종인이는 싱글벙글, 찬열이는 난처한 듯 웃고 있었는데, 들고 있던 봉지에서 쨍그랑 쨍그랑 병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또래보다 키도 크고 어른스러웠던 종인이와 찬열이가 술을 사왔던 것이다. 어찌보면 넷이 함께 처음으로 한 일탈의 행동이였다. 뭐, 물론 주도는 또 다 종인이였지만.

 

 

 

 

 

 

 

 

 

 

 

 

 

 

 

 

 

 

 

 

 

 

 

 

 

 

 

 

 

 

 

 

 

 

 

 

 

 

 

 

 

 

 

 

 

 

 

 

 

 

 

 

 

 

 

 

 

 

 

 

 

 

 

 

 

 

 

 

 

 

 

 

 

 

 

 

 

 

 

 

 

 

 

 

 

 

 

 거실에는 어느 새 거하게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 날 이후로 우리는 술 판을 꽤 여러번 펼쳤었는데, 성인이 된 지금은 그렇게 마시지를 못한다. 젊었기, 아니, 어렸기 때문이였는지 무엇 때문이였는지 그 때 우리는 항상 이상스럽게 들 떠 있었다. 여하튼, 우리는 거실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둥그렇게 앉아 가운데에 이것저것 안주를 펼쳐놓고 (어림의 증거로, 대부분은 과자였다.) 그냥 컵도 아닌 종이컵에 술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종인이나 찬열이는 익숙한 듯 보였지만, 나나 경수는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므로, 멀뚱멀뚱 했다. 처음 마셨던 술은 냄새는 알싸하나 맛은 달고 끝은 썼다. 경수는 끊임없이 투덜투덜 댔는데, 그러면서도 홀짝홀짝 술은 잘 마시고 있었다. 종인이는 그런 경수를 보고 자꾸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뭐야, 쟤 이상해. 속으로 꿍시렁대며 옆에 앉은 찬열이를 바라보았는데, 찬열이는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

 

 

 

 

 

 

 

 찬열이의 걱정어린 말에 종인이가 야 나는, 경수는. 하고 물었다. 그러나 찬열이가 대꾸도 하지 않자 입술을 삐죽삐죽 거린다. 역시, 종인이는 예나 지금이나 어린애같은 구석이 있다. 얼굴은 말끔히 잘 생겨가지고는.

 

 

 

 

 

 

 

 

 

 

 

 

 

 

 

 

 

 

 

 

 

 

 

"야, 변백 빠돌이. 게임하자. 이렇게 마시니까 재미 없다."

 

"진짜 가지가지 한다, 너."

 

 

 

 

 

 

 

 

 

 

 

 종인이가 왜 자꾸 나만 갖고 그래!! 하고 빽 소리를 지르니, 경수가 눈을 흘겼다. 몰라서 물어봐? 하지만 이내 경수도 얼굴이 풀어져, 맑게 웃었다. 그 표정을 본 종인이가 자신도 맑게 웃으며, 게임하자 게임하자. 하고 여러 술게임을 시작했다. 요상한 것이 그때 우리는, 김종인과 박찬열은 같은 십대 남자애들이였는데, 놀랍게도 게임을 많이 알고 잘 했다. 뭐야, 너네 연습했지. 경수의 진지한 말에 찬열이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공부를 잘 하는 내 친구 경수는, 게임에는 완전 바보였던 것이다. 내 차례가 오기도 전에, 경수는 술을 여러 번, 그것도 빠르게 연거푸 들이키고 말았다. 그리고 곧 나는 내 친구 경수의 비밀아닌 비밀을 알게 되었다. 술만 마시면 얼굴은 멀쩡하면서도 눈이 살짝 풀리고 귀 끝이 빨개지는. 결국 경수는 취하고 말았고, 그런 경수를 자신의 방에 데려가며 종인이 그 때까지 멀뚱멀뚱 앉아 있던 찬열이와 나를 돌아보았다.

 

 

 

 

 

 

 

 

 

 

 

 

 

 

 

 

 

"야 둘이 산책이라도 다녀와. 술기운도 뺄 겸. 애는 내가 재울게."

 

 

 

 

 

 

 

 

 

 

 

 

 

 

 왠 산책? 이 밤에? 내가 갸우뚱하고 있으려니, 찬열이가 내 손을 감싸쥐고 날 일으켰다.

 

 

 

 

 

 

 

 

 

 

 

 

 

 

"갔다오자, 백현아."

 

 

 

 

 

 

 

 

 

 나는 찬열이가 그 낮고 좋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것에 약했다. 홀린듯이 따르곤 했으니까. 물론 그 날도, 다를 바 없이 그렇게.

 

 

 

 

 

 

 

 

 

 

 

 

 

 

 

 

 

 

 

 

 

 

 

 

 

 

 

 

 

 

 

 

 

 

 

 

 

 

 

 

 

 

 

 

 

 

 

 

 

 

 

 

 

 

 

 

 

 

 

 

 

 

 

 

 밖의 날씨는 예상대로 쌀쌀했다. 반팔티에 반바지, 얇은 후드 집업을 입고 나온 내가 나도 모르게 움츠리자 찬열이가 자연스레 어깨를 감싸 안아왔다. 추워, 백현아? 하고. 아냐, 괜찮아. 나는 대답했지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술 때문인가, 날씨 때문인가, 찬열이 때문이였을까. 마신 술 때문인지 옆의 찬열이 때문인지, 나는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찬열이도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었다. 어깨에 닿아 있는 손으로 따뜻한 기운이 퍼졌다. 아, 정말 좋다.

 

 

 

 

 

 

 

 

 

 

 

 

 

 

 

 

 

 

"근데 우리 어디 가? 여기 너네 집 방향인데?"

 

 

 

 

 

 

 

 

 

 

 내가 묻자 왠지 정신을 빼놓고 걸어 가는 것 같았던 찬열이가, 아, 그게. 하고 말 끝을 흐리며 걸음을 멈췄다. 찬열의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가로등 밑이였는데, 멈춰 서 나를 마주 본 찬열이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찬열이의 말이니까 소중하게 들어야지. 술 기운에 몽롱히 풀려가는 눈에 나는 힘을 주었다. 아, 귀여워. 찬열이가 큭큭 웃다가 다시 한 번 나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가로등 불 빛 밑으로 찬열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바람에서는 가을의 향이 섞여 나고 있었고, 나의 마음은 두근두근 떨려오고 있었다.

 

 

 

 

 

 

 

 

 

 

 

 

 

 

 

"백현아, 이상하게 듣지마. 내가 너를…"

 

 

 

 

 

 

 

 

 

 

 

 

 뭐? 멍하게 입까지 헤 벌리고 서서 찬열이를 보는데, 순간 멀리서 '야, 박찬열!' 하고 찬열이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어라? 찬열이와 나는 둘 다 갑자기 들려 온 목소리에 어리벙벙해 서 있는데 가로등 불 빛 밑으로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찬열이의 누나였다. 황급하게 안녕하세요, 하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데, 찬열이의 누나가 '어머, 안녕.' 하더니 찬열이를 째려보며 뒷통수를 퍽! 하고 때렸다. 아, 왜 때려!! 찬열이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야, 너는 어린게 술마시고 지랄이야, 진짜. 친구는 보니까 경수는 아니고, 백현이라고 그랬나? 공부 잘 한다던데. 우리 찬열이 잘 부탁해요.."

 

 

 

 

 

 

 

 

 

 

 

 

 찬열이에게 험한 말을 하다가, 나에게 급 상냥해지는 누나를 보며 내가 푸흐, 웃어버렸다. 네, 알겠습니다. 죄송해요, 누나. 하고 말하자 누나는 곧 괜찮아 괜찮아. 그 나이에 그럴 수도 있지. 했다. 찬열이가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누나를 바라보니, 누나는 또 눈을 한 껏 흘기고 나서 집에 간다며 휙 가버리시는 것이였다. 우와-, 진짜 드라마틱한 등장과 퇴장이다. 내가 크게 웃자, 찬열이도 따라 웃다가 곧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인지 미간을 찌푸렸다.

 

 

 

 

 

 

 

 

 

 

 

 

"아, 진짜. 누나는 왜 지금 하필."

 

 

 

 

 

 

 

 투덜투덜대며 뒷통수를 어루만지고 있는 찬열이의 손을 잡아, 나는 내 볼에 대었다. 술기운 따뜻했던 내 볼에 찬열이의 크고 차가운 손이 닿으니,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였다. 찬열이의 큰 손에 얼굴을 부비대며, 나는 찬열이를 보며 웃었다. 괜찮아. 내 말에, 찬열이는, 마치 꿈이라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내 볼을 살살 쓸어내리던 찬열이가 돌아가자며 그 손을 그대로 잡아 내 손을 쥐었다. 손을 맞잡고 종인이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바람에서는 가을의 향과 설레임의 향이 났다. 달짝지근한, 그런 향.

 

 

 

 

 

 

 

 

 

 

 

 

 

 

 

 

 

 

 

 

 

 

 

 

 

 

 

 

 

 

 

 

 

 

 

 

 

 

 

 

 

 

 

 

 

 

 

 

 

 

 

 

 

 

 

 종인이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왠 일인지 살짝 열려있는 종인이의 방 문 안에서 경수와 종인이가 옥신각신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너 지금 술취해서 그래.' 경수의 격양된 듯, 하지만 평소와 같게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음, 뭐지. 경수 분명히 취한 것 같았는데. 발음도 다 풀려 있었는데? 하고 의아한 내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찬열이가 뒤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뭐야, 둘이 싸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내가 갔다올게. 하고 내가 발걸음을 떼다 뒤를 돌아보니, 찬열이가 빨간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 부끄러운 듯 휙 돌아 베란다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아, 진짜 귀여워. 종인이와 경수는 싸우고 있었지만, 나는 나대로 행복해져버렸으니 나는 나쁜 친구처럼 붕붕 떠 있는 발걸음으로 종인이의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술 마시기 시작한 3시간 전이 아니고, 3년 전이라고!!"

 

 

 

 

 

 

 

 

 

 

 문을 살짝 열어봤더니, 종인이가 앞에 서있던 (나에게는 뒷모습이였던.) 경수에게 크게 소리를 지르는게 보였다. 응? 3년 전? 혼자 갸웃하고 있는데, 뒤 돌아 서려던 경수를 잡아 껴안아버리는 종인이가 보였다. 우와, 박력. 놀라 입이 헤 벌어져 보고 있는데, 경수를 껴안은 종인과 눈이 마주쳤다. 종인이의 눈이 커다래졌는데, 나는 웃으며 쉿, 하고 검지를 입가에 갖다 대었다. 그 때 종인이는, 환하게 웃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다시 종인이의 방 문을 살짝 닫고, 찬열이가 있는 베란다로 나갔다. 뒤 돌아 앉아있는 찬열이가 보였다. 나도 종인이처럼 이렇게 확 안아볼까. 박력?

 

 

 

 

 

 

 

 

 

 

 

 

 

 

 

 

 

 

 

 

 

"애들 싸워?"

 

"아냐아냐, 아무것도."

 

 

 

 

 

 

 

 

 

 

 

 내 대답에, 찬열이가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날 갸우뚱 바라보았다. 그 눈을 바라보고 있는데, 찬열이가 웃으며 말했다. 나, 지금 되게 행복해. 그 말에 나는, 당겨진 볼이 아플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나도, 하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거리자, 찬열이는 넋을 놓고 날 바라보았다.

 

 

 

 

 

 

 

 

 

 

 

 

 

"난 백현이 너, 웃는 모습에 약해."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응. 나도. 내 말에 어린아이처럼 웃던 찬열이, 돌연 표정이 진지해지며 내 볼을 감쌌다. 그리고 그 가을향과 알콜향이 섞여있는 종인의 집 베란다에서, 우리는 첫 입맞춤을 했었다. 키스도 아닌, 입술만 맞대고 있던 우리의 입맞춤. 찬열이의 닿아 있는 입술에서 달큼한 술의 냄새가 났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찬열이의 향기도. 함께 손을 맞잡고 멎쩍은 듯 헤헤 웃으며 바라 본 가을의 하늘은, 높고 높았다.

 

 

 

 

 

 

 

 

 

 

 

 

 

 

 

 

 

 

 

 

 

 

 

 

 

 

 

 

 

 

 

 

 

 

 

 

 

 

 

 

 

 

 

-

어떠세여

제가 의도한 풋내가 느껴지시나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못하니 너네라도 연애하렴...흑....

 

 

 

 

 

 

 

기억의 조각은 제가 의도하고 넣었지만 사족에는 달지 않는 과거와 현재 시점의 백현이의 추억 앓이, 공허함이 굉장히 크게 중요해요!

은근슬쩍 끼워넣어 찾기 힘드시겠지망....흑....

 

 

 

 

 

 

 

 

 

 

 

2년 기억의 조각은 이틀에 한 번, 쓰는 사람이 미치게 시간이 많아지면 하루에 한 번 찾아옵니당

재밌게 읽어주시면 너무 감사하고,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면 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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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고등학생때모습보면 풋풋하고 귀엽고 그런데..현재를 보면 뭔가 텅텅비고 허망해보여요ㅜㅜ
10년 전
모가파
제가 유도하고 있는 분위기가 맞아요!
10년 전
독자2
우와우와~!! 무슨일이 있었던건지...앞으로 더욱 기대할게요~
10년 전
모가파
정말 많이 감사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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