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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그대야 안녕 5화 | 인스티즈 

 


 

 

 

 

BGM - 어느 봄날의 기적을 바라다 (세레노)

 


 


 


 


 


 


 


 


 


 

5화 

: 물 먹은 솜 


 


 


 


 


 


 


 


 


 


 

 대충 위아래를 저지 트레이닝복으로 맞춰입고 아파트 공동현관 문을 나섰는데, 앞다투어 바닥에 떨어지고 있는 빗방울들이 요란스레 소리를 낸다. 벚꽃 핀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웬 비람. 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는 벚꽃을 이대로 보내기엔, 다시 기다려야 하는 1년이 짧지 않아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비가 일주일 정도만 늦게 왔으면 좋았을 텐데. 괜한 마음에 야속한 먹구름을 속으로 한 번 째려보고는 산 지 얼마 안 된 파란 우산을 폈다. 


 

 주말 점심. 11시쯤 어영부영 눈을 떠 점심을 먹고 독서실에 오니 1시가 다 돼가는 시각이었다. 늦봄에 내리는 비가 뭐 와봤자 얼마나 오겠나 싶었는데, 웬걸. 슬리퍼를 신은 맨발은 물론이고 바지 끝도 살짝 축축해져 좀 짜증이 날 것 같았다. 또 우산에서 뚝뚝 쉴새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어쩜 그렇게도 독서실 입구 복도에 그림을 그려놓는지, 곤란할 지경이었다. 누가 미끄러지면 안 될 텐데. 다음부턴 비 오는 날엔 집에서 공부해볼까 생각하며 조심스레 독서실 문을 열었다. 물을 흘리며 들어온 탓에 독서실 아저씨가 눈치를 주면 어쩌나 순간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도 비어있는 아저씨 자리.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조용히 슬리퍼를 벗으려는데 자리표가 눈에 띄었다. 문득 어제 생각이 나 자리표가 띄워져있는 모니터 앞으로 걸음했는데,
 


 

​ 

 '김태형' '입실 상태' 

 '정호석' '퇴실 상태' 


 

​ 

 어제 들은 바와 같이 진짜 있는 그 이름들. 다닌 지 일주일 됐다고 한 것 같은데 왜 못 봤을까. 매일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남자방에서 전정국 세 글자만 집중적으로 찾느라 다른 이름은 신경쓸 틈이 없어서 그랬나. 근데 김태형은 벌써 입실이야? 시간을 보니 9시 30분도 안 된 시각부터 들어와있었다. 너도 만만찮게 부지런한 애구나. 정국이 같은 애들이 또 있나 궁금해져 슬쩍 살펴보는데 벌써 여럿 입실 표시가 떠있는 여자방. 어 근데, 내 옆방인 8인실 여자방에는 익숙한 이름들이 또 불이 켜져있었다. '이나라', '이나희'. 사이좋게 붙어있는 두 자리는 은밀한 사랑의 짝대기를 가리키고 있던 주인공들의 자리였다. 날 째려본 전적이 있는 쌍둥이 같은 애들이라 좀 미워 딱히 이름을 알고 싶진 않았지만 학원 선생님의 입을 통해 알 수밖에 없는 노릇이니 자연스레 각인됐었다. 김태형 뒤에 앉는 애가 나라, 윤기 형 뒤에 앉는 애가 나희였다.​ 근데 아무래도 휴게실이나 화장실에서 본 적이 없어, 얘네도 온 지 얼마 안 된 건가 싶었다. 그렇게 모니터 앞에서 골똘히 생각에 빠진 지도 한참. 어느새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해져 우산을 꽂고 얼른 내 자리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윤리 기출 문제를 풀고 사자성어를 외우다 보니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는 귀신 같은 허기. 끼니를 챙기기엔 3시 반은 좀 이른 시간인 것 같아 조금 참아보려다가, 더 참으면 배가 비명을 지를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밑에 편의점에 갈까 생각했지만 귀찮아서 그 생각은 금방 떨쳐버리고, 위의 서랍에 남아있던 초코파이 두 개를 조심히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갔다. 살살 문을 닫고 나오니 느껴지는 복도의 고요함. 간만에 울리지 않는 휴게실 소음에 설마 비어있는 건가 싶어 신이 나 종종걸음으로 향했다. 나영이와 집이 멀어 다른 곳에서 공부하는 탓에, 독서실에서 입을 열 일이 하품 아니면 없을 정도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맨날 혼자 가는 휴게실.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소외감이 싫어 갈 때마다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평일엔 좀처럼 현실로 바뀌기 어려운 바람이 오늘은 실제로 이뤄질 것 같았다. 흥분되는 마음으로 싱크대와 공용 냉장고가 있는 공간을 지나 휴게실 문을 열었다. 


 


 

 "..." 


 

​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문을 확 열었는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마주친 무서운 눈. 그렇지만 착한 말투였던 그 애. 답답했는지 창문을 열어놓고 그 앞에서 책을 보던 김태형과 눈이 마주쳤다. 어떡하지. 뒤로 감기 해서 다시 나가면 못 본 척 해주지 않을까. 어색한 상황이 싫어 잠시 그 생각을 해보는데, 


 


 

 "어? 안녕!" 

 "안녕." 


 

​ 

 나를 보자 눈이 좀 커지며 반가워해준다. 게다가 살짝 웃는 것도 의외라 나도 얼떨결에 당황하지 않은 척 웃어보이는데 창문 앞에 있던 제 책을 들어 탁자에 내려놓는 김태형. 이내 갈팡질팡 서있는 내게 무언가 묻는다. 


 

​ 

 "독서실 주말에 오는 거야?" 

 "응." 

 "계속?" 

 "응." 

 "뭔가 반갑다, 되게. 혼자 왔어?" 

 "어.. 친한 친구는 다른 데 다녀." 

​ 


 

 오. 정확히 꿰뚫어보는데. 아직 웃는 낯이지만 날카롭게 내 심장을 쑤시는 김태형에 외로워서 눈물이 날 뻔하는데, 금방 눈이 다시 한 번 크게 뜨이며 또 무언가를 묻는다. 


 


 

 "진짜? 그럼 밥도 혼자 먹어?" 

 "응." 

 "나도 혼잔데 그럼 앞으로 같이 먹자!" 

 "..어?" 

 "같이 먹으면 좋잖아. 그럴래?" 


 


 

 계속 내 헛헛함을 파고드는 질문에 이유 모를 오기가 생길 것 같아서 순간 아니, 라고 대답할 뻔 했는데 그런 내 맘과 다르게 해맑게 자신도 혼자라고 한다. 이어서 앞으로 밥을 같이 먹자고 하며 함박웃음을 짓고서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는데 그 이유가 납득이 갔다. 아직 안 친하긴 하지만 좀만 친해진다면 나도 독서실에서 대화할 이가 생기는 거고 무엇보다 꽤 낯선 학원이 익숙해지는 때가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래."​ 


 


 

 나랑 친구하고 싶어 하는 게 한편으론 제법 고맙기도 해서 가만히 머물러있던 두 발을 옮겼다. 어색하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앉으니 이어서 말을 거는 김태형.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건지 말하는 낯이 계속 웃고 있다. 


 


 

 "비 많이 오는데 이기고 잘 왔네. 애들 꽤 안 왔던데." 

 "안 그래도 비 때문에 올 때 너무 힘들었어. 근데 그러고 보니까 정호석은?" 

 "아, 걔 안 와." 

 "오늘 안 온대?" 

 "아니. 걘 주말에 공부 안 해. 음, 아마 하루종일 빈둥대다가 다시 잘 걸." 

 "아, 그렇구나." 


 


 

 ​가볍게 대화를 시작했다가 문득 떠오른 우리 앵무새에 어디 갔나 싶어서 행방을 묻자, 샤프를 필통에 집어넣고는 어떤 이의 하루를 쉽게 예상한다. 주말엔 아예 손에서 펜을 놓는다니. 그런데도 공부를 잘하는 거였어? 새삼 알게 된 놀라운 사실에 고개를 자동적으로 끄덕였다. 근데 혹시 그러면, 내 앞에 있는 애는 정국이 주말에 뭐하는지 알까. 마음속엔 궁금증 한 가득이지만 역시 오늘도 틈을 타 물어보기엔 부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싶어 금방 관둬버린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학원에서 사이에 정호석을 두고 정국이와 대화하는 걸 못 본 것 같은데. 아무래도 둘은 안 친한 것 같다. 학교에서 오는 정국이와, 독서실에 있다 정호석과 밥 먹고 오는 김태형은 생각해보면 접점이 없는 게 이해가 가긴 했다. 


 


 

 “배고파서 나온 거 아니야?” 

 “어? 맞아.” 


 


 

 잠깐 끊긴 대화 사이에 나 혼자 정국이와 김태형의 관계를 상상해보고 있는데 앞에서 들린 또 나를 꿰뚫는 말. 이번엔 또 어떻게 알았지. 흠칫 놀라 나도 모르게 콧구멍이 벌렁거렸는데, 이상하게도 입꼬리에 웃음을 단 채 부드럽게 묻는 김태형은 내 옆을 보며 고갯짓한다. 아니나 다를까, 돌아본 곳엔 내 초코파이 한 개가 내 옆자리에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어, 언제 떨어졌데. 


 


 

 “이거 먹을래?” 


 


 

 옆에 누워있는 초코파이는 내가 가지고, 안전하게 잘 가지고 있던 다른 초코파이를 김태형에게 건넸다. 과연 한 개로 허기가 채워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새 친구에게 주기엔 아깝지 않았기에. 그러자 건네받은 내 손을 보고는 기분 나쁘지 않게 사양한다. 


 


 

 “아니야. 나 곧 가족 모임 가.” 

 “그래?” 

 “응. 너 먹어.” 


 


 

 완곡한 거절을 듣고 나도 모르게 안심한 게 한심해져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데 아 맞다, 하며 작게 박수를 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김태형. 갑자기 잊고 있던 화장실이라도 가는 건가 했는데 얼마 안 가 공용 냉장고 여는 소리가 들리고 흐뭇한 표정으로 웬 바나나 우유를 들고 온다. 


 


 

 “이번엔 다행히 살아남아있었어.” 


 


 

 뿌듯함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과 말투로 내 앞에 조심히 내려놓고는 다시 앉는다. 


 


 

 “나 먹으라고?” 

 “응. 오, 이번엔 다행이야. 저번에 여기 요플레 넣었다가 도둑맞았었는데. 넌 저기에 뭐 넣지 마.” 

 “응. 고마워. 잘 먹을게.”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내게 우유를 주고는 제 경험담을 풀며 미리 내 걱정 비슷한 걸을 해준다. 사실 뒤의 말은 빙그레 웃고 있는 우유에 감동해 잘 안 들렸지만 너무 고마웠다. 몇 번 보지도 않은 애한테 선뜻 제 것을 주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내가 방금 정이 많은 친구를 사귄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눈을 반짝이며 사양 않고 반갑게 우유를 집어드는 나를 보는 김태형에게 이젠 제법 자연스레 말을 걸었다. 


 


 

 "근데 너 오늘 진짜 일찍 왔던데 네가 1등이었지?" 

 "맞아. 집이 멀어서 그냥 독서실 차 타려고 일찍 오던 건데 계속 1등 하니까 재밌어. 사실 오늘은 나밖에 안 탔거든." 

 "집이 멀어? 여기 3단지 쪽 사는 거 아니야?" 

 "아냐, 나 1단지. 넌 여기 3단지 살아?" 

 "응." 

 "아항." 


 


 

 오물오물 초코파이를 먹으며 아까 봤던 김태형 입실 시간이 기억에 남아 물어보니 돌아온 의외의 대답. 1단지면 꽤나 먼 나영이네 집 쪽인데, 내가 사는 3단지 앞으로까지 올 만큼 소나무 독서실이 시끄럽다니. 전에 나영이 말 들어보니 윗층이 교회라 주말에 생기는 소음 때문에 고역이라고 하던데 많이 심한 건가 싶다. 소음 문제 해결 안 되면 문 닫겠다 싶어서 나도 모르게 오지랖 같은 걱정이 되는데,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던 김태형이 말한다.  


 

 “학원은 뭐 궁금한 거 없어?” 

 “학원?” 

 “응. 뭐라도 궁금해하는 거 있을 것 같아서.” 

 “음.. 아 맞다. 그러고 보니까 원장님은 누구셔?” 

 “아~ 몰랐어? 우리 영어쌤인데.” 

 “뭐? 진짜?” 


 


 

 어제 한 말이 진심이었구나. 어제 정호석과 대화할 때 다소 갑작스레 돌아보며 내게 했었던 말이 다시금 상기된다. 고맙기도 해라. 턱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잠시 생각해보다가 문득 늘 비어있는 원장실이 떠올라 물어보니 알게 된 사실. 원장실과 교무실이 따로 있는 걸 보고 분명 그 직분에 어울리는 사람이 각각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그러면 학원을 운영하면서 과목도 담당해서 가르친다는 거구나. 속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무의식적으로 초코파이를 하나 더 까니, 시계를 보고 흠칫 놀라는 김태형. 

 


 

 “아, 나 이제 가야 될 시간이다.” 

 “그래?” 

 “응. 먹는데 같이 못 있어줘서 미안해. 다음에 봐.” 

 “아냐, 아냐. 응, 잘가.” 


 


 

 그러고는 생각보다 시간이 더 촉박한지, 책과 필통을 챙기고 급히 일어선다.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며 눈가를 찡그리고 입이 살짝 튀어나온다. 나한테 바나나 우유도 챙겨준 착한 애가 뭐가 그렇게 미안한지. 안 미안해해도 되는데. 그렇게 괜찮단 말을 전할세라 다급히 인사를 주고받고서 김태형은 빠르게 사라졌다. 이에 이제 사람이 아닌 기계과 시간을 보내려 핸드폰을 꺼내는데, 순간 들린 우다다 소리와 함께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린다.      


 


 

 “아, 참. 나 내일은 안 와! 나도 일요일은 놀아서.” 

 “응응.” 

 “진짜 안녕!” 


 

 

 다소 가쁜 숨과 같이 돌아온 김태형은 헤헤 웃으며 못한 말을 마저 하고 다시 사라진다. 그러면 내일은 냄새 안 나는 과일만 챙겨와서 그 자리에서 먹고 말아야겠다. 김태형이 다시 나간 후 내일의 작은 계획을 세우고서야 핸드폰을 보는데, 헐. 시간은 벌써 4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별말 안 한 것 같은데 시간은 벌써 이만큼 흘러있었다. 나보다는 낯을 별로 안 가리는 김태형 성격 때문인지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 대화여서 시간가는 줄 몰랐나 보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일부러 말할 거리를 찾지 않아도 물 흐르듯 대화가 됐던 느낌이다. 새삼 신기한 일이라며 다 먹은 초코파이 봉지로 쪽지를 접기 시작하는데 맘에 걸리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김태형에겐 부담스러운 게 하나 있었는데 그건 필요 이상으로 잘생겼다는 점이었다. 대화하면서 계속 든 생각이 이제 와 다시 한 번 상기되는데 그때 같이 옆으로 떠오르는 그 애의 얼굴. 헐레벌떡 나가긴 했지만 얼굴에 신남과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가족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던데 착한 친구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으면 좋겠다.  


 


 


 


 


 


 


 


 


 


 

 뻑적지근한 허리에 기지개를 한 번 켜고 자리를 정리했다. 시간이 벌써 10시를 훌쩍 넘었다. 아까 초코파이를 먹은 후부터는 좋아하는 사회탐구와 잘하는 영어에만 몰두해있다 보니 시간을 또 잊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계를 봤던 게 8시 좀 안 됐을 때였던 것 같은데. 오늘 시간 감각 여러 번 잃어버린단 생각을 하며 가방을 메기 전, 창문으로 다가가 날씨를 살폈다. 아까 휴게실에서 마지막으로 밖을 봤을 때도 오고 있었는데, 비는 끈질기게 아직도 세상을 적시고 있었다. 집에 가는 길이 어김없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돼 무거운 맘으로 신발을 갈아신고 내 우산을 집었다. 1층으로 내려와 우산을 펴고 걷기 시작하는데 늘 그렇듯 살며시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정국이 생각. 어제 내 다짐대로 정국이한테 인사도 하고 왔건만 그래도 주말을 보지 않고 버티는 덴 한계가 있었나 보다. 말도 못해볼 땐 어떻게 살았는지. 질척대는 발소리에 내 맘도 금세 물기를 머금고 울적해져갔다. 지금 가는 길은 분명 어제 학원에서 오던 길과는 달랐고 거리도 짧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어제로 시간을 돌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같은 생각을 하면 시공간도 같게 느껴지는 건가. 아닌 척 애써 지우려 해봤지만 머릿속에선 정국이가 교문에 늦게 나오던 것과, 관심 없는 듯 창가 자리를 비워두고 제 책을 꺼내던 모습이 선했다. 그때 사실 홀로 다른 세상에 떨어진 듯한 소외감이 느껴졌지만 정국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기에 애써 무시한 감정이었는데 오늘따라, 어제보다 날 더 지독하게 괴롭혀왔다. 혹시나 전날 내가 앉았던 자리를 그대로 비워둔 건 조금 다르게 생각해봤을 때 나를 신경써주는 건 아닌가 싶을 수 있겠지만, 그 옆에 앉던 정국이의 눈빛은 신경을 써주는 게 아닌 신경이 쓰여서 본인이 먼저 피한 것 같았기에 어제부터 내 맘을 된통 들쑤신다. 아, 앞으로도 내가 계속 정국이를 불편하게 하면 어떡하나, 끝 모를 걱정을 하면서 인도 위로 남지 않을 발자국을 찍었다. 난 앞으로 혼자 걸으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에 빠져 기분이 하염없이 우울해지니. 


 


 

 “헝...” 


 


 

 천근만근 추를 다는 생각들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비가 와서 그런 건진 몰라도 내 발보다 맘이 더 빠른 시간에 젖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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