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끼익-하고 무거운 철문이 열리자마자 마구 내달렸다.아무도 없는 옥상에 아무도 자신을 말릴 이가 없었다.그럼에도 이 끈적하게 달라붙는 시선은 몸에서 떨어지질 않았다.기분나쁘다는 듯 주위를 흘기느라 느려졌던 속력을 다시 내면서 난간 밖으로 몸을 던졌다.차가운 바람들이 느껴지고 빠르게 몸이 떨어졌다.성공했나? 꾹 감았던 눈을 슬며시 뜰 때 쯤 속력이 줄어들었다.무겁게 떨어지던 몸이 두둥실 가볍게 떠올라 다시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아무리 버둥거려도 아랑곳않고 떨어지던 몸은 다시 옥상 바닥으로 눕혀졌다."시발 표지훈-!"표지훈이 사라지고 90일 째, 표지훈은 아마도 나를 미치게 할 작정인 것 같았다.표지훈을 만난 건 중학교 2학년, 중학교라는 체계에 익숙해져 뻗대고있을 나이였다.일학년 때 저들끼리 친해져있던 학생들은 새로 전학 온 표지훈이라는 인물에 적대적이였다.그래서 늘 학생들 무리에서 한발자국 떨어져 방관하던 자신이 표지훈의 눈에 더 들어왔을지도 모른다.적어도 자신은 다른 아이들을 쳐다볼 때와 마찬가지로 무심하게 표지훈을 봤으니까.그게 시작이였다. 어느샌가 혼자였던 자신의 옆에는 표지훈이 있었고 티는 안냈지만 나름 외로웠던지라 그런 표지훈을 난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처음엔 평범하기 그지없던 표지훈을 좀 이상하다 생각한 건 거리낌없이 서로에 집에 들락거릴 때 쯤이였다.그 날 표지훈의 집은 다른 때와 다를 게 없었다.제 방엔 절대로 못들어가게하는 것도 같았고 가구가 거의 없어 휑한 것도, 하얀 벽지도 모두 똑같았지만 딱 한가지, 자신의 피부로 느껴지는 위화감이 그 날의 기억을 잊지못하게 했다.웅웅거리며 귀를 덮고있던 잠이 슬슬 떨어져나갔다.처음엔 웅웅거리기만했던 소리는 점차 제 모양을 찾아 귀로 흘러들어왔다.동시에 신경이 곤두서서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지호야 안아플거야 이거 아무것도 아냐. 나랑, 똑같아지자. 지호야 지호야..."일어나라고 부르는 것도 아니고 주문이라도 외우듯이 낮고 반복적으로 불리는 제 이름에 오싹해졌다.등 뒤로 슬쩍 식은땀이 흐른 건, 표지훈이 말소리가 빨라지며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어서였다.가빠지는 숨과 동시에 온 몸이 묶인 느낌에 본능적으로 몸을 뒤틀었다.꽉 잡혀있던 것 같은 공기가 탁 풀리며 모든 게 원상태로 돌아왔다.그 와중에도 눈에선 떠나가지 못한 잠때문에 눈을 뜨지 못하고 한참뒤에야 눈을 떴다.그 땐 아무일 없다는 듯 표지훈은 티비를 보고있었고 웃으며 날 바라봤다.지금 되새겨보면 눈을 감고있던 그 때에 몸이 잠시 떠있던 것 같기도하다.방금 느낀 몸을 조이는 뭣같은 느낌이 그 때도 들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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