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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날던 새는 추락한다.(0.1)
 w.잉그니















 "...그러한 이유로, 예정되어있던 생체 실험반으로의 이동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며칠 정도만 시간을 더 주시면, 최대한 빨리 작업해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연초에 계획을 너무 빡빡하게 잡아놨는지, 하루 이틀 밀려도 차질이 큰데..."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이번이 도 연구원 최초의 실패 아닌가?"


 주름진 얼굴에 비죽한 미소가 떠올랐다. 시선을 마주대고 있기도 힘들었지만 늙은이의 투정이다, 생각하고 참기로 했다. 억지로 올라온 짧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허허, 내가 살다보니 도 연구원이 실수하는 것도 다 보네."


 사람 좋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속내는 구더기로 득시글댄다. 뻔히 보이는 속내에 몸을 작게 떨었다. 티끌만한 실수도 범죄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다. 언젠가 나를 끌어내리려고 무딘 애를 쓸 때 도망치는 나의 발목을 잘라놓을 칼날이 될 것이다.





 "실패는, 아닙니다."


 "그럼 뭔가?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쪼아대듯 묻는 사람들이 수십이다. 둥글게 모여앉은 사람들은 나의 화형을 기다리는 것 같다. 입술이 침이 시시각각 마른다.


 "그건 연구가 끝난 뒤에 함께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대답을 끝으로 띄워두었던 자료와 종이들을 정리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정확한 결과값이 나오지 않을 것 같으면 폐기하는 것이 좋겠네."



 그 순간, 회의실 정중앙을 가르는 중엄한 목소리가 내 팔목을 붙들었다. 천천히, 녹슨 깡통사람처럼 고개를 돌렸다. 오래된 나이지만 대담한 골격의 노인이 반달모양의 안경 너머로 나를 응시했다. 그 날, 나의 기억을 뿌리채 뽑아낼듯 덤벼드는 시선에 수분을 빼앗긴 식물처럼 빳빳하게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성인 인공체 하나를 먹여살리는 예산이 1년에 자그마치 1000만원일세. 감정 연구소에서 다루는 인공체들은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그런 인공체가 이 연구원에 수천명일세. 단순한 개인의 호기심만으로 연구를 진행할 순 없어."




 "....."



 회의실 안에 긴장된 침묵이 감돌았다. 목이 칼칼하게 메말랐다. 침을 삼키자 무서운 기세로 말라버렸다. 눈동자가 떨리는 기분은 오랜만이었다. 나와 정면으로 시선을 맞댄 그는 나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말해, 어서. 맹렬하게 소리치는 눈빛이 뜨거웠다. 더욱 바짝 메말라버린 입술을 깊게 빨아들이며 입을 열었다.




 "연구..해볼만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고작 이것뿐이었다. 저 단어들을 나열하는데 얼마나 많은 수분과 용기가 필요했는지. 나는 금방이라도 나를 포식할듯한 그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져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안정적인 호흡을 시작했다.





 "확신할 수 있나?"


 "...예."



 "연구원직을 걸고서라도?"







 순간 장내가 어수선해졌다. 나의 직위를 두고 공론하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자연스럽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책상을 두어번 내리치자 금새 조용해졌다. 



 "말해보게, 그럴 수 있나?"




 "...그렇습니다."



 그의 눈에서 맹수의 만족스러운 눈빛이 떠올랐다. 어딘지 기분나쁜 미소를 올리며 그는 말했다. 


 "좋아, 진행해."



 그 순간 깨달았다. 그의 눈빛은 누그러진 것이 아니라 타깃에 대한 적절한 흥미로 얼룩진 맹수의 여유로운 눈빛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것을.


































 "후-"

 깊은 한숨이 몰려왔다. 내 안의 모든 장기를 훑고 지나온 듯한 깊은 한숨이었다. 하얀 가운을 벗어 베이지색 의자에 걸쳐놓았다. 책상 위에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하얀 종이 위로 쓰여진 검은 글씨가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책상으로, 바닥으로, 벽으로. 온통 하얀 배경 사이에 툭 툭 떨궈지는 잉크방울처럼, 핑그르르 소리를 내며 내 정신세계 위를 시끄럽게 휘저었다.

 갑자기 준비하게된 회의 때문에 이틀 잠을 설쳤다. 이렇게 생체 리듬이 깨지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연구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규칙적인 생활은 거의 불가능하다. 푹신한 의자에 몸을 뉘였다. 허리가 부드럽게 맞닿아 있어 편안하게 눈꺼풀을 누였다.


 편안한 까만색의 화면 위에 거친 그림이 그려졌다. 인큐베이터 사이로 넘쳐흐르던 하얀 연기, 진한 약품 냄새, 느릿하게 세상을 담는 그 진한 눈동자... 그 까만 동공을 꾹 눌러내듯 그려내자마자, 그 까만 공간 사이를 세차게 가르고 들려오는 나릇한 목소리가 있었다.






 "아버지."







 번뜩, 눈이 갈라지듯 트였다. 준비 없이 받아들인 세상의 빛은 아직 시렸다. 미간을 살짝 접고 걸쭉한 액체가 흐르듯 흘러나온 그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떠올리기 전에, 그 목소리가 나의 무의식 세계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들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천천히, 시선이 이끄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두톰한 입술을 일(一)자로 다물고 있는 건강한 구릿빛의 형체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지구만큼 동그랗고, 우주만큼 새까만, 그리고 세상의 어느 권력자보다 나른한, 그 눈동자였다.
















































 "아...."



 나는 너의 아버지,라고 하지만, 나는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눈 앞에 멀뚱하게 서 있는 형체를 부를 만한 단어를 입 속에서 고르고 있던 중에, 너는 다시 한 번 나를 불렀다.




 "아버지."






 끝이 단정하게 오그라든 그 말이, 내 앞에 서 있는 당신과 나의 관계를 단칼에 정리하는 것 같아서, 나는 더 이상 입술을 열 수가 없었다.












 



 











 서 있던 그를 앉은뱅이 의자를 가져와 앉혔다. 그의 눈동자를 보면 먹물에 옷을 세탁하듯 내 뇌가 온통 검게 물들여진 기분이라, 나는 나의 연구원직의 존폐를 쥐고 있던 연구에 대한 방향을 잡기 위해 꽤 애를 써야했다.









 "그래, 너는..."



 "나는 아버지의 아들입니까?"




 나의 말을 자르고 들어온 날랜 질문이, 마치 내 목에 끝을 들이민 칼 같아서, 나는 다시 호흡을 멈추고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눈동자는 난데없는 빛이 들어차 있었다. 호기심인지, 희망인지, 아니면 흑진주처럼 빛나는 절망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또 검은 우주에서 빛나는 별을 구경하듯이 내 눈동자에 그 그림을 담았다.







 "아버지."




 그는 휘말릴 듯한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대답을 재촉했다.






 "너는...그러니까, 나의."




 "......"





 "2149번째, 피조물이야."












 그 말을 귀에 담는 순간, 밤의 장막이 걷히듯 순식간에 잃어버린 그 총천연색의 빛깔들이 나는 또 아쉬워서, 나도 모르게 입술을 축였다.



































 "너는 왜 나를 아버지라고 생각ㅎ.."



 "그냥, 거기 계셨지않습니까."




 "너는 네가 인간이라고 생각해?"




 "인간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만약에 제가 인간이 아니라면, 아버지의 아들이 될 수 없는 겁니까?"




 아니, 나의 아들과 딸들은 애석하게도 모두 인간이 아니란다. 아직까지는. 그들은 인간이 되어 나의 자식이 되기 위해, 팔다리가 잘리고, 온갖 실험과 고문을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단다.






 "......"




 그의 눈을 보고 조용히 웃었다.





 그러자 수평으로 단정하던 입꼬리가 굳는 것이 눈에 보였다.















 "네 이름은..."



 "...주십시오."

 "...뭐?"

"선물해..주세요."




 나는 물었고, 그는 대답했다. 그 대답에 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나는 눈을 접어 웃었다. 접히는 눈가의 근육이 어색했다. 이렇게 웃어본 적이 언제던가. 나는 속으로 묻고 속으로 웃었다. 그 아이의 밤이 내 마음에도 짙게 깔렸다.


















 "일단 오늘은 내가 좀 바빠."



 "......"



 나는 허공에 대고 검지손가락을 한 번 휘저었다. 신호음이 연구실 안을 울렸다. 몇 번 신호가 가지 않고서 대답하는 낭랑한 목소리가 있었다.




 "네, 도 연구원님."


 "인공체 하나가 머물 방이 필요한데, 1인실로요."


 "네, 잠시만요.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스피커 너머로 자판을 두드리는 작은 진동소리가 넘어왔다. 그는 그 소리마저 모두 신기한지 소리의 근원점을 찾아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죄송합니다만...현재 1인실은 비어있는 곳이 없습니다. 최근에 진행되는 연구 프로젝트 때문에 적어도 6개월은 기다리셔야 될 것 같은데요. 2인실도...예, 빈자리가 많지는 않습니다."




 "아...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달칵, 경쾌한 소리를 내며 통화가 끊겼다. 곤란하게됐다. 나는 몇 초간 허공을 응시하다가 다시 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순종적인 눈빛을 하고 앉아있는 그 모습이, 정말 나의 아들 같아서 나는 잠시 해서는 안 될 상상을 했다. 그 작고 위험한 상상에, 나 스스로 화들짝 놀라서 그의 농도 짙은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리고 다시 코 앞에 닥친 문제에 대해 생각했다.







 분홍빛으로 건강하게 물든 손톱을 틱틱 뜯어냈다. 금새 우둘투둘해지는 고왔던 선이 신경쓰이지 않았다. 살짝 신경질적으로 연구실 안을 돌아보았다. 이곳은 사람이 숙식할만한 곳은 안 되었다.






 "아버지."





 순간, 짜증으로 꼬여있던 나의 팔을 풀고, 입술 끝이 붙어있던 손톱을 그러쥐듯 잡아채는 손길이 있었다. 그 완연한 온기로 충만한 손길은 신경질적으로 뜯어냈던 엄지 손톱의 끝으로 다가갔다. 무딘 감각이 자리한 분홍빛 부위의 끝에서부터 잔잔하게 흘러들어오는 뜨거운 기운이 심장까지 거침없이 흘러들어갔다.



 "아버지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 금욕적인 눈빛으로, 말로, 나의 손톱 끝을 더듬으며 말하는 네가,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네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내려앉았던 속눈썹이 서서히 들리며 나의 눈동자를 향해 수평선으로 내달리는 노을같은 시선으로 내 손끝부터 찬찬히 담가오면, 나는 정말, 





 



 도돔한 입술을 버려 우주같은 공간을 만들어, 그 공간으로 허한 공기만을 내뱉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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