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지끈거린다. 사람은 잠을 조금만 못자도 이렇게 되는 구나. 잠시 이마에 손을 얹어 보니 약간 열기운이 있는 게 감기 기운이 있는 모양이다. 평소에도 잠이 많던 내게 잠을 제때 자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다. 그럼 여기까지 합시다. 바쁠 텐데 다들 자기 자리로 돌아가시죠. 그 말에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류는 물론이오 표지훈 일까지, 결국 긴급 회의가 소집되었다. 엄연히 말하자면 표지훈 때문에. 왜 이제야 회의가 열린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다들 '표지훈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그리고 낙오자가 생김에 따라 바뀌는 각자의 역할들. 그 시간 내내 나는 허벅지를 꼬집는, 조금은 유치하지만 가장 효과 있는 방법까지 써가며 졸음을 참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덟 시간은 오바야. 네 시간으로 줄여달라고 항의해."
"됐어. 그럼 짧게짧게 자야 되잖아."
아예 야간부 주간부 따로 나누면 안 되나. 옆에서 박경이 투덜투덜.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듯한 교대 시간에 박경은 불만이 꽤 컸다. 그런 박경을 힐끗 보다가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에 쥐고 있던 종이컵을 구기려다가 이내 종이컵 수거함에 휙 넣고 돌아섰다. 가자며 사람들을 인솔하는 남자가 보인다. 가자, 인마. 박경을 툭툭 치고 나서 눈을 한 번 슥 비볐다. 졸려.
우지호 씨가 그래도 아까 표지훈 군이랑 있었던 시간도 꽤 되고 하잖아요. 둘이 얘기 잘 좀 해. 알았지? 억지로 떠맡은 일이다. 다시 녀석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려오는 느낌. 아니다, 아까부터 지끈거렸구나. 이마를 문지르다가 이내 문을 열자 복도의 수근거림이 음소거를 한 듯 싹 사라졌다. 책상에 힘없이 엎드려 있던 녀석이 인기척에 고개를 든다. 여전히 경계심 잔뜩인 눈.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아까 내가 앉았던 의자에 다시 앉았다.
"지훈 군."
"뭐해요, 오글거리게? 아까 했던 것처럼 표지훈, 표지훈 해."
그 말에 잠시 주먹을 말아 쥐었다가 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지만 다들 별로 신경쓰지 않는 모양. 나는 다시 표지훈을 돌아 보았다.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신경질을 낼 것 같은 얼굴, 삐딱한 자세. 원래 녀석의 성격이 어떤지 나는 모르지만 지금 녀석은 잔뜩 심사가 뒤틀려 있어 함부로 대할 수가 없다. 얄팍해선는 안으로 말아넣은 녀석의 아랫입술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알았어. 표지훈. 지금부터 내 얘기 똑바로 들어."
목소리를 깔고 꽤 진지하게 말하니 삐딱한 자세던 녀석이 천천히 굽어 있던 허리를 펴고 앉는다. 그래도 얼굴은 여전히 불만 가득이지만.
"표지훈, 넌 과거. 그러니까 네가 살던 현재로 돌아갈 수 있게 됐어."
"진짜요?"
"대신 조건이 있어."
순식간에 밝아지던 녀석의 표정이 내 한 마디에 다시 꿍해진다. 뭐요. 계속 안으로 말아넣고 있던 아랫입술이 이번엔 밖으로 삐죽 튀어 나온다. 불만스럽게 올라가는 눈썹. 괜히 내 허벅지 위에서 손가락을 툭툭 치다가 이내 주먹을 둥글게 쥐고 말했다. 발설 금지. 그 말에 녀석의 눈이 오묘하게 변한다.
"말 그대로 오늘 있었던 일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는 거야."
"오늘 있었던 일?"
"그래. TC기관에 대한 이야기도, 내가 아까 너한테 들려준 이야기도. 네가 시간에서 낙오되었다는 이야기도."
네가 얘기하게 되면 꽤 골치 아파져. 그걸 알게 된 사람들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돌려야 하고, 여러모로 불편하잖아. 그러니까 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돼. 다른 사람들은 네가 시간에서 낙오되었다, 이런 점은 절대 눈치채지 못할 거니까. 내 말에 표지훈이 살짝 혀를 내밀어 부르튼 입술을 슥 훑곤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데요. 그 말에 조금 멍하게 풀려 있던 눈을 다시 똑바로 뜨며 되물었다. 어? 오류가 있다고요.
"'조건'이란 말."
맘에 안 들어요. 표지훈이 잠시 침을 삼키다가 다시 말했다.
"난 원해서 낙오된 것도 아니고 다 여기 기관, 그 TC인가 뭐시깽인가 하는 곳 실수잖아요. 날 다시 내가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건 당신들이 내게 주는 특권같은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하는 거 아니에요?"
아, 그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기분이 상할 법도 한데 그렇게까지 화가 나진 않는다. 지금 녀석은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한 상태일테니 저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도 지금 당장 화를 내며 다그칠 일은 아니다. 내가 쉽게 수긍하자 표지훈의 눈이 가늘게 늘어지다가, 이내 후 한숨을 쉬며 고개를 팩 돌린다.
"내가 단어 선택을 잘못했네. 그래. 조건이 아니라 부탁."
"…."
"부탁할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줘. 네 부모님께도, 친구들에게도. 내가 살짝 몸을 앞으로 내밀며 말하자 옆으로 비스듬히 틀어져 있던 고개가 다시 앞으로 돌려진다. 날 보는 표지훈의 얼굴이, 글쎄. 기분이 나빠 죽겠다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지만) 슬픈 것도 아닌데. 뭐라고 하지. 좀 어중간한 표정이다. 방엔 한동안 아무런 대화도 들리지 않았다. 나와 표지훈 둘 다 말없이 색색 숨만 쉬고 있고, 열린 문 너머로 우릴 지켜보는 컨트롤러들 역시 저마다 긴장한 눈빛으로 표지훈을 바라볼 뿐이다. 한참이 지나서야 표지훈이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그렇게 고개 숙이고 있지 마요. 그래도 나보다 어른인데."
나 겁나 싸가지 없는 놈 같잖아. 그렇게 말하며 표지훈은 고개를 돌렸다. 고개? 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나? 그러고보니 그렇네. 몸을 앞으로 내밀고 있고 고개는 살짝 아래로 숙여져 있었다. 윗사람한테 부탁드립니다, 하고 말하는 자세네. 내가 다시 허리를 꼿꼿히 펴고 나서야 표지훈의 얼굴은 조금 편해졌다.
"언제 돌아갈 수 있는데요."
"네가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가 너를 존중하고 있다, 대충 이런 마음을 담아 부드럽게 말했다만 표지훈이 그걸 알아들었을지는 미지수다. 잠시 아래를 바라보고 있던 표지훈이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 지금 갈게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와 동시에 복도에 서 있던 사람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끄럽게 무전을 치는 사람도 있고, 여기저기서 다양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 졸려. 잠시 책상을 짚고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떴을 때 보이는 건 자리에서 일어난 표지훈.
생각보다 키 크네. 거의 나랑 비슷한데. 누가 더 클까. 하지만 잔뜩 예민해진 녀석에게 다가가 '우리 키 재볼래?'하고 해맑게 물을 순 없어서 그냥 계속 책상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다들 제 할일을 찾아 돌아가고 있는데, 표지훈은 그저 제자리에 서있을 뿐이다. 한 여자가 다가와 '지훈 군 그럼 잠깐 검사 좀 해야 되는데. 괜찮죠? 복잡하진 않고'하고 말하자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가는 모습.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표지훈이 슬쩍 고개를 틀어 나를 돌아본다.
그리고 말없이 녀석은 나갔다.
-내가 앞으로 너에 관한 일은 모두 관리하기로 했어.
-왜 하필?
-어쨌거나 내가 너랑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그래선가 봐.
-아, 예.
-….
누가 들어도 비꼬는 말투다. 잠시 마이크를 내려 놓을까 생각했지만 이내 땀으로 미끄러지는 마이크를 반대쪽 손으로 쥐며 말했다. 아무튼 너 때문에 이번에 조사팀으로 갑작스럽게 부서이동 됐고, 앞으론 그냥 편하게 우지호 조사원님, 하고 불러. 그 말에 표지훈이 또 툭 내뱉는 말. 누가 불러는 준대요? 아니 이 자식이 근데. 바쁘게 돌아가는 사령실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린다.
-아까 내가 준 거 꺼내 봐.
모니터로 보이는 표지훈. 양 옆으로 컨트롤러들이 여럿 뭉쳐 있고, 가운데에서 혼자 교복 차림이다. 한 손은 가방끈을, 다른 한 손은 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헤드셋을 꾹 누르고 있는 모습. 내 말에 잠시 멍하니 서있더니 가방끈을 쥐고 있던 손을 펴 주머니로 넣는다. 잠시 바지 주머니 속을 낑낑대며 뒤지다가 꺼내는 건 작은 호출기.
-아까도 말했지만, 그거 호출기야.
-….
-그거 쓰면 나랑 바로 연락 가능해. 만약 시간 관련해서 문제 생기거나, 아무튼 뭐 도움 필요할 땐 그거 써. 어쨌거나 우리는 지금부터 네 보호에 모두 힘 쓸 거야. 그러니까 혹시라도 일 생기면 주저말고 호출기 써. 알았지?
그 말에 표지훈은 호출기를 다시 주머니로 쑤셔 넣는다. 때마침 준비가 모두 끝난 건지 어디선가 위잉, 하는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고 오류로 잠시 움직임을 멈췄던 빛덩어리도 다시 요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니터 속 표지훈은 다시 가방끈을 잡았다. 옆에 있는 다른 컨트롤러가 '이제 헤드셋 벗으세요'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표지훈도 고개를 느리게 끄덕이며 헤드셋을 머리에서 천천히 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잠시 고개를 들어 자신을 찍고 있는 CCTV 쪽을 한 번 바라본다. 덕분의 화면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또 눈을 마주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표지훈에게 내가 보일 리가 없는데, 자꾸 녀석이 날 보고 있는 괜한 기분이 든다. 삐뚤어지는 헤드셋을 고쳐 썼다.
-보호는 무슨.
-….
-감시겠지.
표지훈은 헤드셋을 내려놓았다.
밥은 먹고 자라며 자기가 더 난리를 친 박경 덕분에 난 밤을 또 샜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내가 왜 박경 말을 듣고 있나 싶다가도 굶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식판을 받아 식당 구석에 자리잡았다. 퀭한 눈으로 돌아 다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한 번 슥 훑어 보다가 벽에 걸린 전자시계를 보았다. 8월 1일 8시 5분 18초에 내내 멈춰있던 시간은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초를 바라보다가 이내 숟가락을 들었다.
"그 쪽도 오늘 야간팀 뛰었나 봐요."
비몽사몽. 밥맛이 없어 밥풀만 깨작거리며 쌀 사이에서 보리를 찾고 있는 내 앞자리에 식판을 놓은 것은 놀랍게도 이민혁이었다. 뭐야. 이민혁도 퀭하고 피부가 푸석푸석한 게 상태가 좋진 못하다. 고개를 대충 끄덕이며 다시 보리를 찾아 밥을 뒤집어대기 시작했다.
"교대 없이 두 타임 뛰었더니 죽을 맛이네요. 한 번 오류가 나니까 기계 관련 팀은 모조리 감금해놓고 일 시키더래요."
"그 쪽도요? 우리도 교대 못하게 하더라고요."
그 말에 이민혁이 푸스스 힘없이 웃으며 숟가락을 들었다. 된장국을 휘휘 젓는 모습을 보다가 나도 식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먹어야 되는데 영 먹을 맛이 안 나네. 깨작깨작 밥알을 셀 기세로 입 안에 넣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잠이라도 좀 자고 싶다. 이런 식으로 일하니까 생체 리듬이 깨지지. 그렇게 식판을 보며 꾸벅꾸벅 졸고 있던 와중, 이민혁이 말을 걸어왔다. 우지호 씨.
"우지호 씨, 잠 되게 많지 않아요?"
"그걸 그 쪽이 어떻게 알아요?"
"박경 씨한테 들었는데."
이민혁이 사람 좋게 웃자 볼에 패이는 보조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많죠.
"피곤하시겠네."
"그렇죠, 뭐."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이민혁 씨는 여기 들어온지 얼마나 되셨어요? 전 이년 쯤. 그래요? 이런 사소한 이야기가 오갔다. 평소 얼굴은 꽤 자주 봤는데 얘기를 나누는 건 사실상 저번에 기계실에서 만난 게 처음이었다. 어, 그러고보니. 이거 다 끝나면 나 이제 뭐해먹고 살지.
"이민혁 씨는 이 일 끝나면 뭐할 생각이에요."
"예?"
"8월까지 다 복구하고 나면 이제 TC가 할 일은 없는 건데."
그 말에 이민혁이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꽤 부담스러운 시선에 내가 말없이 '뭐요'하니 고개를 젓는다. 아뇨, 뭐. 글쎄. 그래도 할 일은 많겠죠. 기계 다루는 사람은 어디에나 필요하니까. 그 말에 나는 잠시 숟가락으로 입술을 쿡 누르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지. 기계 다루는 사람은 필요하지. 근데 시간 다루는 사람은?
"TC가 안 없어지면 계속 남아있겠죠."
"안 없어져요?"
"생각 안 해봤어요?"
딱히요. 그 말에 이민혁이 웃는다. 어째 좀 비웃는 것도 같은데.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가 다시 폈다.
"TC가 할 일은 없어지겠죠. 하지만 시간을 움직이는 건데, TC가 없어지면 저 빛덩어리는 어쩌고요."
그것도 그렇네요. 내 무성의한 대답에 이번엔 이민혁이 인상을 쓴다. 글쎄. 그러고보니 사람들은 무슨 생각인 걸까.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시간을 모두 복구한 뒤엔 어떻게 할 지도 미리 다 정해놨다는데. 어차피 그 때가 되면 알 수 있겠지만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아무튼 그 뒤로도 딱히 별 말 없이 각자 밥맛없이 밥알만 깨작거리고 있는데, 이민혁이 젓가락을 챙그랑 내려놓고 입을 연다. 우지호 씨.
"사실, 우지호 씨께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그럼 그렇지.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친하지도 않고 웃으면서 얘기해본 적도 없는 인간이 왜 내 앞에 앉나 했다. 뭔데요, 하고 심드렁하게 물으니 식판을 옆으로 밀어낸 뒤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2013년 8월이."
"예."
"유난히 변덕스러워요."
"예?"
내가 졸린 눈을 가늘게 뜨고 물으니 잠깐만요, 하고는 의자 아래로 몸을 내민다. 가방이라도 있나, 뭔가를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종이 두 장을 꺼낸다. 길다란 종이가 펄럭거리며 내 쪽으로 오고, 나도 덩달아 식판을 치우고 종이를 받았다. 어, 이거. 예보 그래프. 그 말에 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인다. 뭐하러 두 장이나 뽑았어요? 그렇게 말하며 두 장을 비교하는데, 뭐야.
"왜 두 개가 달라요. 서로 다른 거에요?"
"아뇨. 똑같아요. 2013년 8월 예보 그래프에요."
예보 그래프. 항상 시간을 복구 하기 전에 뽑아야 하는 것이다. 시간의 속도, 반복, 정지 등 움직임을 예상한 그래프. 대충 큰 오류가 있는지 정도만 알아보기 위해 뽑는 것인데, 첫 종이는 딱히 큰 오류 없이 시간의 속도가 제멋대로 바뀌는 작은 오류만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장. 같은 달임에도 불구하고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그래프. 대충 보기만 해도 큰 오류가 한 달 내에 다섯 번이 넘게 있고 사소한 오류들도 일반적인 것에 비해 심하게 많다. 내가 고개를 들어 이민혁을 바라보니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오류 전 예보 그래프, 그건 낙오자 발견 후 예보 그래프에요. 오류 복구하고 나서 혹시나 해서 뽑은 건데 그래프가 변동이 심하고 오류 일어날 가능성도 원래에 비해 두 배 이상 높게 나오고."
오류가 또 일어난다고? 그 말에 내가 '오류요?'하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웬만하면 어제 야간에 교대하려고 했는데, 이것 때문에 저랑 몇몇 팀원들이 같이 밤 샌 거예요. 이대로라면 하루에 한 번 오류가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어요."
왤까. 예보 그래프는 사실 실질적인 도움이 되진 않는다. 어차피 큰 오류가 일어날 확률이 적기도 하고, 시간이 빠르고 느리게 움직이거나 반복하는 오류는 심각할 정도도 아닐 뿐더러 그런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일일이 조절하기엔 기술은 물론 인원도 모자라다. 그래서 복구를 시작할 때 그냥 의례적으로 뽑는 것인데, 이런 점이 나오다니. 비교적 잔잔하게 느껴지는 첫 장의 그래프, 그리고 그 다음 장의 그래프는. 종이를 다시 이민혁에게 건네려는데 이민혁이 고개를 젓는다. 갖고 계세요. 뭐야. 하지만 내밀던 팔을 다시 구부려 종이를 돌돌 말았다. 정신 없겠네요, 이번 달. 그 말에 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제가 시간 이론 쪽은 좀 약하거든요."
"…."
"그 쪽은 잘 알 거 아니에요. 이거 좀 알아봐 줄 수 있어요?"
2013년 8월. 오류. 낙오자…. 대체 8월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니 이민혁은 조금 안심한 듯 보조개가 파이게 웃는다. 그리곤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 덕분에 내 고개도 따라 올라갔다. 그럼 전 이만 먼저 가볼게요. 입맛이 없어서. 그러고는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멀어진다. 그런 이민혁을 바라보다가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군 밥맛 있나.
8월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눈을 깜박였다. 졸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감춰둘 내용을 여기에 입력하세요. 내용 겁나 맘에 안 든당!^0^ 왜냐면 오늘 컴 켜자마자 헉헉대면서 썼더니 눈이 아파서^^...화면 오래 보면 건강에 안 좋습니당 무튼 오늘 글은 망했네여 사실 앞으로도 망할 거란 게 함정 감기 조심하세요 제일 조심할 건 코감기에요 코감기 콧물 쩔어 근데 저 시간 잘 지키지 않아요? 레알 일주일에 한 편 올림 ㅎㅎㅎㅎㅎㅎㅎㅎ웹툰작가 돋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