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기준으로 먼 미래에, 인류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과학 기술 역시 그 당시 사람들의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한다. 더는 두려울 게 없던 그들에게도 사실 미지의 공간이 남아 있었다. 21세기에도 난제로 남아있던 것. 심해, 우주. 그래. 그 두 가지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시공간'이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린 것은 신세기가 열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시공간. 그동안 시간과 공간을 합친 말로 쓰여 온 것이지만 이 때를 기준으로 그 정의가 바뀌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라 시간과 공간이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 역시 어느 정도 밝혀졌다. 그리고 신세기. 지구 쪽으로 외력이 작용한 날부터 우주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어떤 알 수 없는 곳. 다만, 시간과 공간이 일그러지지 않게 유지해오고 있던 곳을 아예 시공간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어쨌거나 사실 인간들 스스로 시공간을 찾아내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했다. 그들은 사차원 공간의 실존 여부조차 알지 못하였고 그것은 그다지 인기 있는 연구 거리가 아니었다. 그런 그들에게 시공간이라는 곳이 모습을 드러내게 한 것은 다른 외력이었다. 지구 밖에서 작용한 외력이 시공간을 덮쳤고, 그로 인해 시공간은 휘다 못해 뒤틀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뒤틀림 속에서 견디지 못한 '덩어리'가 지구로 떨어졌다.
만약 그 빛덩어리가 떨어지지 않고 원래의 모습대로 시공간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지구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물론 지구뿐만 아니라 가까운 금성의 시간 역시 영향을 받았다). 구멍이 나버린 시공간으로 시간들이 빨려 들어갔다. 그야말로 혼란이었다. 사 년에 한 번 있는 윤년. 이 윤년이 없다면 점차 일 년의 시간과 계절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이처럼 사년에 한 번 있는 하루도 중요한데, 시공간은 무지막지한 시간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하루, 일주일. 한 달. 반년….
그리고 지구엔 혼란이 찾아온 것이다.
12월이 여름이 되었다. 그 다음 해엔 4월이 여름이었다. 작년에 우리가 살았던 7월은 시공간으로 들어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 되었다. 이런 일이 속출하고, 혼란 속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의 정부들이 모이고 학자들이 모였다. 그들이 짧게 회의를 한 뒤 연구에 들어간 것은 지구로 떨어졌던 덩어리였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발달한 과학 기술은 놀라운 결과를 가지고 왔다. 약 100여 년에 걸쳐 이루어진 연구 끝에, 시공간에서 떨어져 나온 빛덩어리를 인간의 손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낸 것이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데? 하고 비꼬는 자가 있다면 더 쉽게 풀이할 수 있다. 인간이 시간을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시간을 눈으로 볼 수 있고, 원하는 시간으로 돌릴 수도 있다. 시간이 3월 10일을 몇 번이고 반복하고 있다면, 우리의 몸으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지만 그 빛덩어리로 아! 오늘로 3월 10일을 8번째 돌고 있구나, 하는 것도 알 수 있다. 물론 미숙하고 오류가 많았다. 하지만 인류에겐 희망이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소실된 시간을 다시 복구하기 시작했다. 100여 년간 견뎌온 사람들은 이 사실에 환호했고, 시공간을 원래대로 복구하고자 하던 사람들은 서서히 시간의 빈틈을 메꾸어 나갔다. 그 일을 하는 기관을 TC(Time Control Organization)이라 불렀고, 기관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컨트롤러라고 불렀다.
그리고 시간 복구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이젠 모두 끝났다는 생각으로 최종 점검을 하던 컨트롤러들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원래대로 시간을 복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 년이 원래의 시간보다 약 7.5081999999999995일이 짧은 것이었다. 이것은 심각한 일이었고, 컨트롤러들은 다시 시간을 하나하나 짚으며 빠진 곳이 어딘가를 알아내야 했다. 대부분 커다란 빈틈은 분명 다 복구했는데? 그리고 그런 그들의 생각을 산산이 박살 낸 것은, 미처 복구하지 못했던. 아니 소실되었을 거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먼 과거인 2013년의 8월의 공백이었다.
"확인 결과 지금 현재 남아있는 공백은 8월뿐인 듯합니다. 계산해 본 결과 8월 1일 자정부터 9월 1일 자정까지 31일의 공백이 존재합니다."
참 깔끔하게도 잘라 먹었네. 사람들은 저마다 욕을 내뱉었다. 이젠 끝일 줄 알았더니, 아직 8월이란 긴 시간이 또 남아 있었다. 어쨌거나 얼마 남지 않은 공백이었다. 이제 이 8월만 마무리하면 모든 것이 끝나고 시간은 다시 평화롭게 돌아오는 것이다. 한 달을 위해 준비를 하는 기나긴 시간, 삼개월. 그 시간동안 컨트롤러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씨발. 10년동안 지네 살리겠다고 시간 복구한 게 누군데 우리한테 지랄이야. 각국 정부들의 재촉에 친절한 목소리로 '어쩔 수 없는 준비 기간이 있고요, 삼개월이 지나면 본격적인 복구 작업 들어갑니다'라고 말하던 사람들은 저마다 전화를 끊을 때마다 욕을 하곤 했다.
어쨌거나 얼마 남지 않았다는 그 생각 하나로 견뎌온 사람들. 그리고 마침내, 8월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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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스크린. 그 스크린은 저마다 다른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힐끗 시계를 보니 대한민국 기준 아침 7시 30분.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서른 개의 모니터엔 출근하고 있는 직장인들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8월 초. 힐끗 전자 시계를 보았다. 30분이 더 흘렀다.
교대를 알리는 음이 울린다. 지호는 그제야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켜고 눈을 비빌 수 있었다. 잠도 자지 못한 채 밤 열두 시부턴 꼼짝 없이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던 눈이 뻑뻑하다. 역시 마찬가지로 졸린 얼굴을 한 교대자들이 사령실로 우르르 몰려 들어오고 지호도 그 중 한 명과 어색한 목례를 하며 자리를 바꿨다. 터덜터덜. 밥 먹고 잘 거야? 모르겠다. 어쩌지? 난 너무 졸려. 그냥 갈래. 자기들끼리 조곤조곤 속삭이며 나가는 사람들. 혼자 걷고 있던 지호에게 누군가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와 휙 어깨에 팔을 두른다.
"아!"
"우지호, 혼자 청승맞게 뭐하냐."
"아, 박경."
상대적으로 작은 경의 키 덕에 평소에 경이 어깨 동무를 하면 지호가 한참이나 허리를 숙여야 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편한 것이, 너. 깔창 꼈지? 지호의 그런 말에 경이 투덜거리며 두르고 있던 팔을 휙 뺀다.
"야. 넌 아침 안 먹어?"
"모르겠어. 피곤해."
"식당 들려서 밥 좀 먹자."
졸린데. 졸음이 잔뜩 묻어 나오는 목소리에 경이 불만스럽게 지호의 다리를 괜시리 툭툭 차며 걸었다. 진짜 밥 안 먹어, 너? 어. 그리곤 터덜터덜 식사를 하러 사람들이 몰려가는 쪽과 반대 쪽 복도로 걸어가고 있자니 뒤에서 '그러다 굶어 죽어라!'하는 저주 아닌 저주가 들려 온다. 대꾸해 줄 힘도 없어서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 그냥 걸어갔다.
복도를 쭉 걷다 보니 하도 정신이 없어서 연구원 기숙사로 가는 길을 지나치고 말았다. 단조로운 흰 복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유일하게 길을 알려주는 팻말이 아니면 길을 잃기 쉬운 구조. 다시 되돌아가자니 그것도 피곤하다. 잠시 가만히 서 있는 것도 힘들 만큼 피로하다. 뒤돌아 원래 가려던 길로 가려다가 졸음에 함께 놓아버린 정신 덕에 또 길을 잘못 들었다. 아, 여긴 또 뭐야. 한 번 더 갔어야 하는 건데.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며 주변을 살폈다. 보이는 건 '출입 금지'라고 적힌 팻말. 천천히 그 팻말 앞으로 다가갔다. 출입을 막아 굳게 잠긴 문. 그리고 그 옆의 흰 벽에 패인 글자들. 문 한가운데에 그려진 TC의 마크까지.
TC.
약 10년 전 만들어져 중대한 사명을 안은 곳. 지구의 '시간'을 움직이고 제어하는 곳. 아마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 시간을 복구해왔으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되돌렸는지. 나 역시 이 곳에 들어오기 전까진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시간을 '복구'한다는 개념 자체가 내겐 너무도 생소한 것이었다. 천천히 손을 들어 벽에 음각으로 파인 글자를 쓸었다. 벽에 수없이 많인 패인 글자들. 10년간 복구한 수많은 시간들.
뭔가, 어색하다. 약 백여년동안 전세계 사람들의 골치를 썩혔던 시간은 이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웬만해서는 시공이 뒤틀릴 일은 없을 것이고 일년은 365.2422일이 될 것이다.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다.
묘하다. 100년 동안 끊임없이 사람들이 연구해온 시간. 이제 공백 없이 모두 채워질 것이다. 일년이 짧아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TC의 설립 이유, 시간의 틈을 채울 일이 더는 없는 것이다. 더는 뒤엉킨 시간에 머리 아파할 이유도 없다. 여름과 겨울은 일정한 달에 찾아올 것이다. 남은 한 달이 별 탈 없이 끝난다면. 얌전히 한 달을 그동안 해 온 것과 똑같이 모니터만 보고 있으면 된다. 특별한 사고는 없는지 살피기만 하면 되는데. 한 달만 견디면 이제 모두 끝나는 것이다.
…사실, 좀 허무할 것 같은데.
그 생각을 함과 동시에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애앵. 귀 따갑게 울리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휙 굳어 버렸다. 어, 이게 뭐야. 사이렌의 붉은빛이 흰 복도를 어지럽게 밝히기 시작하고, 여자의 낭랑한 목소리가 귀 따가운 사이렌 소리 위로 선명하게 들려왔다. 오류 발생, 오류 발생. 전원 대기하세요. 계속해서 반복되는 목소리에 나는 멍청하게 서 있다가 급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기껏 걸어왔던 복도를 다시 되돌아가 다시 사령실로 가는 그 거리가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오류라고? 지금까지는 자주 있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TC에서 근무했던 삼년 동안 고작 두 번 있었던 일. 그만큼 드문 일이었는데 하필 8월 복구에 들어간 첫 날, 이런 시점에서? 차오르는 숨에 입술을 꾹 물었다. 대체 이게 무슨. 사이렌 소리는 차분하게 돌아가던 정신마저 어지럽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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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오류라니요. 말이 돼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사령실에서 기계실까지 왔다갔다 거리는 것은 항상 내 몫이었다. 오늘도 기계실로 찾아가 고글을 쓰고 급히 사람들을 불러댔다. 밝은 빛이 고글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눈부시기 그지 없다. 고개를 젓는 이민혁이란 남자의 얼굴엔 초조함은 물론 약간의 짜증까지 서려 있었다. 모릅니다, 저희도.
"저희라고 원해서 오류를 냈겠습니까? 저희도 모르는 일이에요. 아무리 우리가 기계 통제에 능숙하다고 해도, 저건 엄밀히 말하자면 개조된 것이지. 애초부터 기계였던 게 아니잖아요. 시간을 우리가 돌릴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인데 오류 하나 없는 걸 바라는 건 무리 아니겠습니까."
"제가 지금 말하는 게 오류를 일으키지 말라는 게 아니잖습니까. 왜 하필 이런 시점에서 오류가 났냐는 겁니다."
말을 하면서도 답답했다. 남자는 애써 담담히 말을 이어갔고, 나는 신경질스럽게 머리를 헤집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억지인 것은 내 쪽이었다. 저 쪽이라고 여유로울 리도 없고. 자기들도 답답하겠지. 한숨을 내쉬며 그럼 그렇게 얘기하겠습니다, 하고 가볍게 묵례를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나도 유리 너머로 보이는 빛덩어리를 바라보다가 이내 서둘러 기계실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 나왔다.
퀭한 얼굴로 사령실에 모인 사람들. 막 잠에 들려다 경보음에 놀라 달려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방금 교대를 한 사람들은 좀 멀쩡했지만 나처럼 밤을 꼬박 샌 사람들의 상태는 그닥 좋지 못했다. 그건 총장도 마찬가지였다. 눈 밑에 검은 그림자가 움푹 패여 있지만 알 큰 안경으로 가린 채 화면을 보는 눈이 심각하다. 바삐 움직이고 있는 사령실 상황. 8월의 모습을 보여주던 모니터들은 하나같이 전부 먹통이 되어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다. 일직선을 그리고 있는 그래프 화면을 보며 저마다 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현재 시각 8시 5분 18초. 시간이 멈췄습니다!"
"원인 불명의 오류입니다."
이런 지랄맞은. 총장의 입에서 욕이 나오자 옆에서 세벌식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던 여자가 움찔한다. 하지만 총장이 욕을 하는 걸 마냥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이런 종류의 오류는 일어난 적이 없으니까. 있었을지라도 최근 10년 내엔 없었다. 그저 간단한 오류들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식의 오류가 일어난 이유는 뭘까. 움직이지 않는 전자 시계. 그 뒤로 수없이 이어진 시간들. 그 붉은 규칙적인 배열에 홀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눈을 비볐다. 아, 졸리다.
"비슷한 오류는?"
"17년 전 한 번입니다. 그 때도 시간이 멈췄습니다."
"어떻게 대처했나."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모든 비상 수단을 사용하였으나 12시간동안 시간은 끝내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포기하던 때에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왜 하필 이런 시기에 오류가 났을까. 영 찜찜하다. 왜 하필 지금? 이제 겨우 복구 작업에 들어간 지 8시간이다. 벌써부터 이런 일이? 그저 내가 예민하게 구는 것일 가능성이 높지만, 어쩐지 남은 한 달이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 같단 생각에 가볍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박경이 소리를 지른 것은 그 때였다.
"움직임이 있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오류 때문에 시간이 멈췄다며?"
자리에 앉지 못하고 일어서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박경 쪽으로 모여들었다. 나 역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박경의 얼굴 바로 옆에 내 얼굴을 들이대며 소리를 질러댔다. 뭐? 뭐? 사방에서 똑같은 질문이 열댓 개가 쏟아지니 놈도 신경질이 난 듯 짜증스럽게 팔을 휘저었다. 아, 비켜 봐요들! 좀 떨어져!
"이것도 오류인 것 같습니다. 방금 오류로 인해 누군가 원래 시간 밖으로 낙오된 것 같아요.'
"뭐? 낙오?"
그래.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에 잠시 지나가듯 배운 기억이 있다. 시간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하자면, 그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진 사람은 롤러코스터가 어느 방향으로 몇 번 회전하고 얼마나 느린 속도로 도는지 볼 수 있다(물론 죽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 사람은 일반인들은 느끼지 못하는 시간을 체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굉장히 졸리게 생긴 교수가 했던 말인데 이제야 떠올랐다. 그럼 어쨌거나, 그 낙오자가 있는 위치는? 다급히 묻자 박경도 덩달아 다급하게 대답했다.
"대한민국!"
때마침 기계실에서 복구가 올라왔다. 오류 원인 알 수 없음. 종류 A로 분류. 복구 적어도 반나절은 걸릴 것 같음. 짧게 날아온 보고에 박경이 보고 있는 반응 감지 모니터를 보고 있던 총장이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영상 빨리 복구하도록 해. 그리고 낙오자 빨리 찾아서 구출한다!"
예! 저마다 다른 목소리의 대답이 사령실 안에 하나로 울렸고, 영상이 복구된 것은 약 십분이 지나서였다. 몇 세기의 차이를 뚫은 영상이 떠오르고 그와 동시에 사령관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도 잠시, 오류가 아직 고쳐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곤 입을 꾹. 화면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지 상태였다. 마치 누군가 비디오를 보다가 일시 정지를 누른 것 같이. 웃고 있거나 달리고 있거나. 책장을 넘기려던 상태로 굳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딱히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영상이 시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모습은, 꼭 사진을 평면 3D로 만든 것 같았다. 그리고 한참을 여러 모니터의 영상들이 바뀌는 것을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박경의 외침으로 인해 모두 움직임을 멈췄다.
"찾았다!"
그와 동시에 아홉 개 정도의 모니터가 모두 한 남자의 모습을 비추었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이. 갑자기 일어난 사건에 당황한 듯한 얼굴이다. 아까 박경과 보고 있던 움직임 감지 모니터와는 다른 장소. 처음에 있던 장소에서 이리저리 돌아 다니며 상황을 파악하다가 다시 처음 자리로 온 모양이었다. 녀석이 있는 곳은 공원. 이른 아침이지만 벌써부터 나와 공을 가지고 축구를 하는 어린 아이들 등 적지 않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멈춘 상태로.
"포탈 열어."
그 목소리와 동시에 잠시 굳어 있던 사령실의 공기가 풀렸다. 화면의 남자 아이에게 집중하던 눈들은 다시 자신들의 할 일을 찾아가며 바삐 움직이고 여기저기서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 따위로 시끄러워졌다. 총장과 나는 그저 말없이 화면 속 아이를 바라보았다. 당황한 듯 몇 번이고 입 안으로 말아 넣었다가 빼내는 아랫입술. 초조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눈. 두리번두리번 정신없는 모습이다. 꼭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몇 세기 전의 사람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건 현실감이 떨어졌다. 시간에서 낙오되었다, 라. 대체 어떤 기분일까. 갑자기 원래 있던 세계와 동떨어진 세계로 온 것인데. 대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잔뜩 튼 아랫입술을 툭 뜯고 있는데 놈과 눈이 마주쳤다.
아.
짧게 마주치고 놈은 다시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물론 애초부터 날 본 것도 아니겠지만. 분명 나를 보는 것은 아닐 테다. 그저, 그저 지나가는 눈이었을 뿐이다. 뭣보다도 지금 녀석의 모습을 보내고 있는 물체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삼차원 공간 여기저기에 흩뿌려진 시간의 잔재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건 일반인의 눈으로 절대 볼 수 없는 것이다. 뭣보다도 녀석이 그 잔재를 볼 수 있다 해도 화면 건너편에 있는 나를 보았을 리가 없다. 그런데 지금 뭐지. 대체 왜…. 순간 마주쳤던 그 매서운 눈빛. 이미 다른 쪽으로 돌아간 눈빛에서 아직도 나는 벗어나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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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토할 것 같아요 근데 글 쓰니까 더 토할 것 같아...어쩌다 실수로 징그러운 걸 보게 됐는데 계속 생각나네요ㅠㅠㅠㅠ 무튼 이게 아니거 그거 아세여? 저 그리고 마침내 팔월이 다시 시작되엇따 여기까지 쓰는데 세 시간 넘게 걸렸음...ㅋ...검색하다가 멘붕 와서 그냥 아무거나 막 집어넣고 배고 난리쳤더니 글이 남사스럽네여 이해 바람...쓰는 사람도 이해 못하고 써요ㅑ... 맞다 전편말이에여 제가 대충 써서 아마 이해 힘드실텐데 맨 처음에 나와서 시간은 흐른다 이러는 애는 지훈이구요 그 다음에 연구소 비스무리한데 있는 애가 지호에여!^^! 무튼 이제 연구소 이딴 거 나오는 글 안 쓸 줄 알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심지어 지금 쓰고 싶은 글 중에 이미 연구소 같은 거 나오는 글이 두 개나 더 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 머리의 한곈가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방금 쓴 거 다시 읽었는데 글은 그렇다치고 사담 레알 미친 것 같다... 걍 무시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