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산소
"ㅇㅇㅇ 벌점 3점"
"아 선생님 한번만 봐주세요 네? 제발요"
"빨리 교실로 들어가"
어제 밤새 인티를 하는게 아니였는데.. 새벽까지 독방에서 달리다보니 늦잠을 자버려서 지각을 해버렸어. 나말고도 지각을한 다른아이들사이에 묻혀 선도부에게 학번을말하려는데 학생주임 선생님이 나를 보자마자 큰소리로 또박또박 벌점을 주셨어. 담임이자 학생주임인 크리스선생님. 외국에서 살다가 왔다는데 처음엔 엄청난 스펙을가진 젊은 수석교사라길래 대단하다 하며 존경심을 가졌지만 담임이 된후로 상당히 깐깐한 성격을보고 질색을했다는건 비밀. 그나저나 나 또 벌점받으면 안돼는데.. 교내봉사인데...
"ㅇㅇㅇ 이제왔냐 왜이렇게 늦었어"
"아.. 어제 인티달리느라.."
"또? 저런 인스티즈 빠순이"
"야 나 어떡해 이제 교내봉사야"
"헐 그럼 나 오늘 혼자가야돼?"
"응.. 아니면 봉사 도와주던가"
"놉 힘내라 ㅇㅇㅇ"
친구에게 칭얼거리며 은근슬쩍 봉사하는것좀 도와달라그랬더니 바로 거절해버리더라. 그럴줄알았어. 아침부터 침울한 상태로 수업준비를 하려는데 어디보자..1교시는 문학? 아.. 크리스선생님이다. 외국에서 살았다면서 왜 문학을 가르치는거야?
"고전문학의 종류는…"
이러면 안돼는데.. 난 고3인데.. 아.. 점점 눈이 감겨와 나도모르게 꾸벅꾸벅 졸고있었어. 그러다 책상에 머리를 쿵 박고 깜짝놀라 앞을보니 선생님은 여전히 수업중이셨고 나 말고도 여러아이들이 졸고있는걸보니 조금 안심이됐어. 잠이 자꾸 쏟아져 몽롱한 기분으로 멍하니 칠판을 보다가 선생님이랑 눈이마주쳤어. 졸고있던게 티가났나? 계속 나만 보면서 수업하시는거야. 민망해서 애꿎은 책만 계속쳐다보고있는데 마침 수업이 끝났다는 종이울렸어.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말도안돼게 잠이 확 깨더라.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섰는데 크리스선생님이 잠깐 나좀보자며 교무실로 따라오라고하셨어. 교내봉사때문에 그런가? 한숨을 쉬며 졸졸따라갔지.
"요즘 왜그렇게 정신을 놓고다니는거야?"
"죄송합니다.."
"너 지금 고3이야 열심히해도 모자를판에 맨날 지각이나 하고 수업시간엔 졸고"
"이제 안그럴게요.."
"오늘 교내봉사해야돼 이따 종례하자마자 교무실로 바로올라와"
"네에.."
으.. 아무리 생각해도 크리스선생님은 잔소리가 너무심해. 잘생기고 키크면 뭐해 잔소리대마왕인데! 교무실에서 빠져나와 혼자 투덜투덜대는데 누가 뒤에서 머리를 콩! 도 아니고 쿵! 하고 쥐어박았어. 눈물이 핑 돌정도로 너무 아파서 뒤돌아 째려보니 크리스선생님인거있지? 깜짝놀라서 죄송합니다하고 교실로 도망갔어. 나 찍힌거야?
.
.
수업이 끝나고 종례까지 마친 후 교무실에 선생님을 찾아가 어디 청소해요? 하고 묻자 크리스선생님이 아무 반응도없어. 아까 뒷담까다 걸린게 생각나 눈치를 보고있는데 바쁘신지 무슨 서류를 정리하시다가 나를 쳐다보고 조금 생각하시더니 화장실 청소를하래. 세상에 나 혼자서? 말도안됀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얼른안가고 뭐하냐며 교무실에서 쫓아내셨어. 정말 너무한거아니야? 어쩔수없이 혼자 끙끙대며 화장실청소를 했지. 깨끗해진 화장실을보고 내심 뿌듯해하며 시계를보니 2시간이나 지나있었어. 밖은 벌써 어두워지고 쌀쌀해졌지. 한숨을 쉬며 교무실로가서 청소다했으니 가보겠습니다. 하고 인사를했는데 늦었으니 자기차로 태워다주겠대. 부담스러워서 그냥 버스타고가겠다고 했는데 죽어도 날 집까지 바래다주셔야 속이 풀리시나봐. 결국 얻어탔지 뭐.
"내일부터는 지각하지마"
"넵! 절대 안할게요!"
지각하지 말라는 말 이후로 대화가 끊긴 조용한 차안이 어색해 미쳐버릴거같았어. 라디오라도 틀어볼까해서 선생님을 부르자 동시에 선생님도 나를 불렀어. 둘다 놀라서 서로 먼저말하라고 미뤘지만 계속 나 먼저 말하라고 부추기셔서 라디오 틀어도되냐고 물었어. 어? 그래 틀어줄게 하면서 라디오를 틀자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나왔어.
"어 내가 좋아하는 가수다"
"이거 누구노랜데?"
"엑소요! 요즘 완전 인기있는 아이돌인데, 엑소모르세요?"
"너 고3인거 잊었어? 아이돌가수 좋아할시간에 공부를 더해"
"..네에.."
또 또!! 그놈의 잔소리! 내가 시무룩해져서 창밖만 보며 가만히 있으니 선생님이 내가 신경쓰였나봐. 자꾸 힐끔힐끔 쳐다보길래 왜자꾸 쳐다보냐고 조금 신경질적이게 말했더니 안쳐다봤다고 시치미를 뚝 떼더라. 다 보였는데 웃겨진짜. 그 후에도 자꾸 날 힐끔힐끔 쳐다보시는 선생님이 부담스러워서 라디오에만 집중하고있는데 벌써 우리집앞에 도착했어. 태워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내리려는데 아까 선생님이랑 동시에 불렀을때 나만 말하고 선생님은 말 안했잖아. 그게 생각나서 아까 무슨말하려던거였냐고 물었는데 갑자기 귀가 새빨개지시더니 아..아무것도아니야 빨리내려 하면서 날 억지로 내보내더라. 정말 착하신건지 나쁘신건지 알다가도 모르겠어.
다음날 더 이상 찍히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알람을 10개나 맞춰놓았더니 정말 오랜만에 제 시간에 등교를했어. 크리스선생님이 당당하게 교문을 들어오는 날 보시더니 조금 놀란표정으로 날 보더라. 기분좋게 지나가는데 선생님이 내가 건물로 들어가기전까지 눈한번 안깜빡이고 나만 쳐다보시는거야. 왜저래 내가 일찍온게 그렇게 신기한가.
"나눠준 가정통신문은 부모님 꼭 보여드리고 수능이 얼마 안남았어. 다들 공부 하고있는거지?"
"네~"
"그래. 참, ㅇㅇㅇ은 종례끝나고 나 따라와. 자 반장 인사"
"차렷! 경례!"
"안녕히계세요~"
뭐야? 나 잘못한거 아무것도없는데? 친구는 나를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봐주곤 먼저간다며 다른 친구들과 가버렸어. 나한테 왜그러시는거야 도대체! 울듯한 표정을 짓고 교무실로 들어가 크리스선생님자리로 힘없이 걸어갔어. 그랬더니 차키를 주면서 먼저가서 기다리라네? 엥? 또 태워다주신다는거야? 둘이 있으면 엄청 어색한데.. 어쩌지 하다 버스비도 아낄겸 그냥 먼저 차에가서 선생님을 기다렸어. 얼마 안지나서 뛰어오신 선생님이 차에 타셨고 나를 빤히 보시는거야. 민망해서 출발안하세요? 라고 묻자 점점 나한테 다가와. 왜..왜그러시지? 나도 모르게 눈을 꼬옥 감았는데 안전벨트를 메주시더라. 괜히 창피해서 아 덥다- 하고 손부채질을 하며 빨리 가죠 하하하하 하고 기계적인 웃음만 내뱉었어. 선생님이 빨개진 내 얼굴을 보더니 뭘 상상한거냐며 푸하하 웃으시더라. 사람 민망하게 정말!!
"태워다 주셔서 감사해요 안녕히가세요"
"잠깐만 ㅇㅇㅇ"
"네?"
"저기..아, 아니야 조심해서 들어가라고"
"..에? 네.. 선생님도 조심해서 가세요~"
분명 할말이 있어보이는데 끝까지 말을 안해주셔. 답답했지만 중요한말이 아닌가 싶어서 그냥 넘어갔지. 근데 이상한점은 저 날 이후로도 자꾸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신다? 왜그러지? 내가 집안가고 딴데로 샐까봐그런가... 에이.
"선생님 왜 자꾸 저 바래다주세요?"
"너 집가다가 누가 사탕주면서 같이가자그러면 따라갈까봐"
"네? 그게무슨... 제가 애기에요?"
"애기지, 나한텐 애기야"
"으으.. 애기는 무슨 이렇게 큰 애기 봤어요?"
"응 내 옆에 있잖아 큰애기"
됐다 됐어.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래도 요즘엔 많이 친해져서 어색한 공기는 사라졌어. 떠들다 보니 집까지 금방오는거있지? 내일은 주말이니까 하루종일 인티에서 놀아야겠다 하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주말이라고 놀지만 말고 공부좀해. 라고 말하더라 내 속을 읽나..? 대충 알겠다고 대답한뒤 헤어졌어. 다음날 오후에 일어나 아침겸 점심을 먹고있는데 선생님한테 문자가왔어.
[1시간줄테니까 준비하고 집앞으로나와]
갑자기? 왜? 오늘 토요일인데? 영문도 모른채 일단 씻고 옷을 갈아입었어. 정확히 1시간후에 집앞으로 나가보니 익숙한 차 한대가 주차되어있었어. 문을열고 항상 앉던 조수석에 살포시 앉으니 선생님이 예쁘게 웃어주셨어.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말도안해주시고 갑자기 출발했어. 어디가는거냐고 자꾸 물어도 못들은척하더니 노래를 틀어. 어? 엑소노래다. 얼마나 지났는지 나도모르게 잠이 들었었나봐. 선생님이 나를 살살 흔들어 깨우셨어. 여기가어딘지 창밖을 확인해보니 바다...? 바다라고??
"선생님 뭐에요!!!"
"바다잖아"
"내말은, 여기 왜왔어요!"
"맨날 공부공부 잔소리지겨울까봐 스트레스 풀라고 데려왔는데?"
"주말이라고 놀지말고 공부하라면서요!"
"그래서 내가 문자했을때 공부하고있었어?"
"...그건...아니지만..."
"일단 좀 걷자"
너무 황당해서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선생님을 따라 졸졸 걸었어. 그렇게 말없이 걷기만 30분째. 스트레스푼다면서 걷기만 하는건가? 지겨워서 선생님을 쳐다봤더니 계속 날 쳐다보고 계셨던건지 눈이 마주쳤어. 선생님이 깜짝놀라 급히 앞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난 계속 선생님을 쳐다봤지. 선생님이 헛기침을 몇번 하더니 말을걸었어
"ㅇㅇㅇ"
"네?"
"내가 웬만하면 수능 끝날때까지 기다리려고했는데"
"뭐를요?"
"ㅇㅇ이는 날 어떻게 생각해?"
"좋지만 깐깐한 선생님이요"
"깐깐??"
"농담! 무척 좋은 선생님이죠"
"선생님말고 남자로서는?"
"..에?"
"선생님말고 남자로서 나 어때?"
♡암호닉♡ + 작가의말 |
♡ 핫뚜 알린 토리 별사탕 고2소녀 레몬 염소 됴됴 요리킹 나호 ♡ 고2소녀님이 말해주신 사제지간으로 써봤는데 이게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도안돼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쓰고 나서 생각난건데 학주는 담임을 안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