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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구가 태양을 네번 감싸 안는 동안



"……."

"……."


테이블은 적막에 휩싸였고 나와 우현 사이의 뚝배기에서 오뎅탕만 짜게 식어가고 있었다. 하아- 한숨을 푹 내쉬자 앞에 앉은 우현도 따라 한숨을 내쉰다.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 따라 고개를 들던 우현과 눈이 마주쳤다. 가만히 눈을 마주치고 있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요가란다…. 앞에 앉은 이 똥강아지 같은 후배랑 다음 주 부터 요가를 해야한단다…. 아직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도 못해봤고 서로를 제대로 알지도 못 하고 있는 상태에서 왠 쫄쫄이같은 요가복을 입고 요가를 해야한단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자꾸 한숨과 헛웃음만 자꾸 나왔다.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 이 순간도 그렇게 편안하지 않은데... 왠걸 요가라니.


"형…."

"…어."

"…일단 한 잔 받으세요."


옆에 다소곳하게 놓여있던 초록색 병을 든 우현이 내 잔을 채워준다. 투명하게 차오르는 작은 잔을 보다가 한숨을 푸욱 쉬었다. 머리속에서는 생활과 건강인지 뭔지 하는 교양을 추천해 준 이호원을 열댓번이고 찢어발겨버렸지만 현실은 그냥 소주잔이나 채우며 앞에서 짜게 식어가는 오뎅탕이나 바라보고있다. 자작을 하려는 우현에게서 병을 빼앗아 와서는 친절하게 잔을 채워줬다. 누구 3년 재수없게 할 일있나…. 짠- 이런 상황에서도 짠 하는 소리를 해대는 우현에 없던 진마저 쭉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잔을 깔끔히 비우고 탁 소리나게 내려놓고는 다시 둘 다 한숨을 쉬었다.


"…대체 뭐가 꿀강의라는 건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꿀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바뀐건가…."

"그러게요…. 완전 멘붕이다 멘붕."


주변에서는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귀를 아프게 때리는데 나와 남우현이 앉아있는 테이블에는 적막만이 맴돌고있다. 아… 진짜 이건 어디다가 하소연을 해야하는거지…? 입에서 나오는 건 한숨이요 들어가는 건 술 뿐이었다.

"형…."

"또 왜."

"…우리 이제 어쩌죠?"

길 잃은 똥강아지 표정으로 눈가에 눈물을 매단 우현이 내 쪽을 쳐다보자 살짝 움찔하고는 손에 들고있던 젓가락을 내려놨다. 그러게. 어쩌냐…. 입맛을 쩝하니 다시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탓에 겉에 걸쳐입은 얇은 야상주머니에 푹 꽂아넣은 손에는 휴대폰과 지갑이 만져졌다. 으허엉! 앞에서 우현이 삽질을 하든 말든 소주를 입에 털어넣고는 인상을 썼다. 오늘따라 소주가 쓰네.


"어? 남우현!"


포차 입구의 비닐이 걷히더니 커다란 사람이 휘적휘적 들어왔다. 이쪽을 보더니 나와 눈이 딱 마주치고 표정이 굳고는 남우현의 뒷통수를 본 건지 활짝 웃으며 휘적휘적 걸어온다. 이름이 뭐랬더라…. 이성…. 이성……."

"어엉? 어! 이성열? 니가 왜 여깄냐?"

아 그래 이성열.

"이 앞에서 동아리 사람들 만나서. 술 마시러 온거지."

근데 이새끼야. 니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냐. 나를 쏙 무시하고는 남우현에게만 말을 거는 이성열을 좀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 그래봤자 얼마 못가 시선을 돌렸지만. 더이상 신경쓰는건 귀찮으니까. 입구 비닐이 다시 걷히더니 복작복작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근데 어째…. 다들 익숙한데?

"안녕하세요."

"어…. 성규형도 있었어?"

김명수와 이성종이 들어와서는 의자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는다. 원래 마주보고 있던 나와 남우현이 자리를 만드느라 피해주면서 어쩌다보니 옆에 나란히 앉게 되었다. 작은 테이블에 여럿이 앉으려니 조금 복잡하긴 했지만 다른 넓은 테이블에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앉아있었다. 이모 여기 소주 다섯병 더 주세요. 김명수가 손을 들고 말하자 내가 인상을 팍 쓰고는 김명수를 노려봤다.

"무슨 다섯병이나 마시게. 적당히 마셔."

"아 형…. 어차피 내일 토요일이잖아. 좀 오랜만에 마셔보자."

"안돼. 조금만 마셔."

쳇. 단호한 내 말에 결국 투덜대며 세 병만 주세요. 라고 말한 명수가 젓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치기 시작한다. 이게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 인상을 쓰며 손을 탁 치자 젓가락을 슬그머니 내려놓는다. 확실히 어렸을 때 부터 교육을 잘 시켜놔서 그런지 가끔 엇나갈 때도 몇 마디 해주면 금방 말을 잘 듣는다. 잘했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소주를 가져다 주시는 걸 받아들었다.

"사람도 더 왔는데 안주 더 시켜야 되는거 아니예요?"

새초롬한 표정으로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던 성종이가 말한다. 내심 같은 생각을 했던 건지 여기저기서 메뉴를 얘기하기 시작한다. 나 닭발 닭발! 우현이 신이 난 듯 말하자 옆에서 성열도 거든다. 껍데기 껍데기! …이 놈들은 왜 입맛이 죄다 저따구야.

"노가리 시켜도 되요?"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명수의 말에 맘대로 하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아싸아! 방금 까지 다 죽어가던 남우현이 화드득 살아나며 이모! 이모! 하는 소리를 질러대며 손을 번쩍 든다. 안주를 하나하나 말하던 우현이 어. 하며 성종이를 바라본다. 이성종. 너는 뭐 안먹어?

"저는 그냥 시키시는거 먹을래요."

생긋 웃으며 말한 성종이 앞에 놓인 소주병을 능숙하게 깐다. 분명 1학년일텐데…. 고등학생 때 좀 노셨나봐.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앞에 놓인 잔을 한번에 비웠다. 크으…. 오늘은 영 날이 아닌가보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주가 영 씁쓸해서 고개를 갸웃했다. 내 눈치를 보며 소주를 마시려 드는 명수의 허벅지를 찰지게 때리며 얌전히 있으라는 듯 눈을 흘겼다. 저 형은 나만 뭐라그래. 투덜대는 목소리를 막 나온 껍데기와 함께 씹어 삼켰다. 니 술버릇 내가 모를 줄 알고? 얌전히 있어라잉?

"근데 명수형에 대해서 엄청 잘 아시네요. 성규형."

"그야. 내가 얘 친형이니까."

무심하게 내뱉은 말이 일으킨 파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에엑?!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키운 남우현과 이성열이 이쪽을 바라본다. 말도안돼…. 도대체 뭐가 그렇게 말도안되는데…. 반응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내 말투에 오히려 더 경악하는 건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안닮았나? 머리를 긁적이며 명수를 빤히 보다가 이해가 간다는 듯 끄덕였다. 하긴 좀…. 안 닮긴 했지.

"아아…. 그래서 비슷한 느낌이었구나."

이제야 이해하겠다는 듯 끄덕이는 성종이의 말을 흘려듣다가 순간 손을 우뚝 멈췄다. 비슷하다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인데…? 뭐가 비슷하다는 거냐고 물으려고 입을 여는 순간 와하하하하학!! 하고 숨 넘어갈 듯 웃는 소리에 묻혀버렸다. 아 저새끼….

"요가? 요가아? 와하하학!!"

"아 시끄러 웃지마 이성열!!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성규형이랑 이러구 있었던 거란 말이야!!"

우리를 멘붕에 빠트렸던 교양 수업에 대해 이성열에게 말 한 건지 얼굴이 벌개지도록 웃는 성열과 창피한건지 억울한건지 따라 얼굴이 벌개져서 이성열의 가슴팍을 정말 말 그대로 퍽퍽 쳐대는 남우현이 눈에 들어왔다. 아앜! 아파앜! 몇 대는 그냥 맞아주던 성열도 아프긴 아픈지 파다닥 거리며 손을 밀어낸다. 거참 시끄럽네. 어휴 한숨을 쉬고는 눈썹 근처를 긁적였다. 

"뭐야. 요가? 형 그때 막 자랑하던 그 교양수업 요가한대요?"

처음으로 생기있는 표정을 지은 성종이 노골적으로 우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한다. 엉? 어엉. 이성열의 팔뚝을 주먹으로 퍽퍽 내려치던 우현이 성종의 시선에 잠깐 움찔하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갑자기 얌전하게 팔을 내려놓은 우현이 큼큼 헛기침을 하고는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계속 얻어맞은 팔을 슥슥 문지르는 성열의 미간에는 잔뜩 주름이 져있다. 그 모습을 하나하나 바라보다가 눈썹만 한번 으쓱 할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굳이 이성종의 한 마디에 왜 남우현이 얌전해 졌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으니까. 

 



"아. 전화…."

빈 술병이 하나하나 늘어갈 쯤 이성열이 휴대폰을 꺼내 보더니 표정이 확 굳었다. 잠시 다녀오겠다는 듯 고개를 까딱인 성열이 포차 비닐을 손으로 밀어내고는 밖으로 나간다. 그 뒷모습이 조금 비틀거리는 게 아주 멀쩡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실 마신 양으로 따지면 걱정할 정도는 아니여서 그냥 놔뒀다. 설마 전화받으러 갔다가 엎어져서 죽지는 않겠지. 뭐, 엎어졌다고 해도 아직 날이 좀 쌀쌀하긴 했지만 하루정도 밖에서 잔다고 해서 얼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자. 먹어."

낮은 듯 높은 듯 좀 묘한 목소리가 내뱉은 말이 꽤 이질적이어서 오뎅국물을 바쁘게 나르던 숟가락이 일순 멈췄다. 분명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성종인데, 이 자리에 이성종이 반말을 쓸 만한 사람은 없었다. 이상함을 느낀 표정이 자연스럽게 구겨지고 이성종 쪽을 바라보자 그 옆에는 어느정도 술이 들어가 얼굴이 벌개진 우현이 속없이 헤헤 웃으며 성종이 주는 닭발을 입에 넣고있는 중이었다. 허. 어이없는 웃음이 입에서 터져나오고 고개를 저었다. 하여튼 저거 저렇게 속 없어서 어쩌냐…. 쯔쯔. 

"우현이 형. 맛있어?"

"응응. 맛있어."

"아이구 잘 먹네."

이젠 머리까지 쓰다듬는 성종을 보다가 입이 떡 벌어졌다. 근데도 그냥 좋다고 헤헤 웃어대는 우현이 이제 좀 한심스러워 보일 정도다. 혀를 짧게 차고는 술도 못 먹고 옆에서 손가락이나 빠는 명수를 툭 쳤다.

"아 왜."

"이게 어디서 버릇없이 틱틱대? 형한테 혼나고싶냐?"

"…왜. 뭐어."

금새 꼬리를 내리고 순종적으로 변하는 명수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입에 걸렸다. 그래 그래야 착한 내 동생이지.

"심심하면 그냥 집에 가."

"에이씨. 술 준다는 줄 알고 존나 기대하고 있었더니."

"너 내가 당분간 금주하라는 거 까먹었냐? 이새끼가 어디서 술을 마시려고…."

"아아. 알았어. 알았다고. 얌전히 있을게."

손을 휙휙 흔든 명수가 바람이나 쐬겠다고 포차를 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다 몇 주 전에 술을 미친듯이 마시고 제 술버릇에 뺨을 어마어마하게 때린 탓에 볼이 띵띵 부어오른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던 일이 생각났다. 금이야 옥이야 키워왔던 자식에 볼이 부어서 들어오자 기함을 한 부모님이 대체 누가 이랬냐고 안달이 나셨었지만 명수의 술버릇을 아는 내가 적당히 얘기를 둘러댔었다. 겨우겨우 부모님을 진정시키고 볼이 벌겋게 부어오른 명수에게 얼음찜질이나 하라고 얼음주머니를 던져줬는데… 그런 일이 있었던 주제에 또 술을 먹겠다고 하다니. 한심해서 한숨을 쉬다가 탁자에 턱을 괴고는 성종과 우현을 빤히 바라봤다. 딱 봐도 남우현 쪽이 형인데 하는 짓은 영판 동생이란 말이지…. 흐음. 어느정도 알콜이 들어간 탓인지 눈을 깜빡이는 속도가 자꾸 느려진다. 좀 졸린 것 같기도 하고…. 멍하니 성종이 따라주는 술을 꼬박꼬박 받아마시는 우현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그 속도에 맞춰 술을 들이켰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라고는 술을 들이붓는 나랑 남우현, 그리고 남우현 옆에 앉아서 꼬박꼬박 반말을 하며 술을 부지런히 따라주는 이성종 뿐이라 그런건지…. 자연스럽게 속도를 맞춰 남우현과 술잔을 비우던 나는 점점 정신이 몽롱해 지는 것을 느꼈다. 아 근데 김명수 이새끼는 어디갔는데 안와.































"우어어어엉. 겨스님! 겨스니임!! 겨스님 미워!!"

"그래그래. 겨스님 미워!"


아이고. 난리났다. 집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나갔다가 꽤 통화가 길어져서 오래 자리를 비웠더니 아주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좀 얘기가 길어져 거의 1시간을 비우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아. 눈쌀이 자동으로 찌푸려지고 어느새 내 자리를 꿰차고 앉아있는 이성종을 노려보고는 빈 자리에 대충 걸터앉았다. 내가 나갔을 시점보다 2배 정도로 늘어난 빈 술병을 보다가 입을 떡 벌리고는 뭐가 그리 서러운지 둘이 엉엉 소리를 내며 부둥켜 안고 있는 김성규와 남우현을 봤다. 아니 근데 저 인간이 누굴 끌어안고 있는거지?

"형아야. 우효니 요가하기 시러여…."


"아이구. 우효니 요가하기 시러여? 형아도 시러요…."


"형아도 시러요? 우아아아!!"


"그러엄. 형아도 시러. 우하하하하!!"


쿵짝도 이런 쿵짝이 없다. 아주 쿵짝이 잘맞아 미칠 지경이네.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오질 않는다. 꽤나 쿨하고 시크해보이던 김성규도 술이 들어가면 어쩔 수 없는건지 안면이 붕괴되고 난리도 아니다. 속없이 웃는건 남우현 뿐인 줄 알았더니…. 저 양반도 술 거하게 걸치고 나시니 아주 난리도 아니다. 자꾸 구겨지려는 미간을 의식적으로 펴대며 아직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는 이성종을 툭 쳤다.

"야. 걔 어디갔냐. 김명수."

"아…. 바람 쐰다나? 몰라요. 형 나가고 좀 안되서 바로 나갔는데? 밖에서 못 봤어요?"

"……."

아무런 말이 없자 대충 알아들은 건지 다시 내게서 시선을 돌리더니 아직도 으헝헝 거리는 우현을 빤히 바라본다. 아니 근데…. 이 인간들이 왜 자꾸 남우현을 빤히 보고 난리지? 저거 저거. 이대로는 안되겠는데.

"야 남우현. 일어나. 집에 가자."

좀 위압적인 페로몬을 뿜어내며 우현에게 치근덕거리려는 둘을 떼어내려 했다. 그런데 왠 걸. 둘은 꿈쩍도 않고 오히려 남우현만 움츠러들어서는 낑낑댄다. 뭐야. 잔뜩 당황해서 눈을 끔뻑이자 허리를 곧게 펴고 있던 성종이 이쪽을 보더니 피식 웃는다. 비…비웃어?!

"그렇게 쉽게 페로몬 드러내지 마요. 그것도 중종이라면. 같은 중종으로서 너무 창피하니까요."

입꼬리를 비틀어 웃는 이성종을 보던 속이 확 뒤집어지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새끼가 지금 나 비웃는거냐?! 도도하게 고개를 돌려 아직도 부둥켜 안고 있는 남우현과 김성규를 바라본다. 아 근데 저 놈들은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건데!!

"야. 남우현. 너 뭐해. 얼른 안 일어나? 집에 가자고!"

저러다가 혼현이라도 튀어나오면 큰일인데 이새끼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야! 인상을 확 쓰며 겨우겨우 이성을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우현의 어깨를 잡아챘다. 아 뭐야. 품안에 꼭 맞게 들어차있던 사람이 사라진게 기분이 나쁜건지 인상을 잔뜩 쓰고는 이쪽을 확 노려보는 성규형을 따라 쏘아봐줬다. 뭐 뭐! 뭐!! 씩씩댄 성열이 우현에게 다가갔다. 야 정신차려!

"우어엉….느그냐! 성여리냐?!"

"어. 그래 성열이다."

투덜대며 말하고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꼬물딱대는 우현을 일으켜 세웠다. 이 놈의 자식. 누구 속 태우려고 술을 이렇게 처마셨대? 등에서 자꾸 흐느적대는 우현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아프게 때렸다. 아야. 히잉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싹 무시하고는 휴대폰이나 지갑같은걸 챙겼다. 엉덩이를 맞은 남우현은 지 못생긴 손으로 엉덩이를 문지르느라 정신이 없다.

"계산은 제가 할ㅌ…."

"아 뭐야. 그냥 가는거냐?"

빈정상한 듯 비틀어진 입매로 말하는 김성규를 보다가 후우… 한숨을 쉬고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이 인간 진짜 한 대 때려도 되나…. 술 마신 모양새를 보아하니 왠지 때려도 모를 거 같은데. 첫 만남 부터 별로 맘에 안들더니 이게 자꾸 누굴 끌어안고 지랄이야. 나는 아까워서 손도 막 못 잡는구만….

"우현아 이리와. 형이랑 2차 가자."

"우아앙! 2차? 2차아?"

신이 나서는 또 비틀대며 다가가서 김성규에게 폭 안기는 남우현의 뒷덜미를 확 잡아채서 당겼다. 우억! 목이 졸린건지 켁켁대는 남우현을 무시하고는 씩씩대며 김성규를 노려봤다. 아 진짜 짜증나게!!

"2차 가고 싶으시면 동생분이랑 가시죠. 남우현은 집에 가야되니까."

"아니. 본인은 괜찮다는데 왜 자꾸 이성열 니가 난리냐?"

"왜냐고요? 내가 얘 친구니까요. 들어는 보셨나. 불.알.친.구."

일부러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얘기해주자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 표정이 더욱 구겨진다. 아 그건 모르겠고.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냥 뭔소린지 못알아 들은건가. 어이가 터지다 못해 아주 줄줄 흐르는 느낌에 후우. 바람을 불어 앞머리를 걷어냈다. 다시 우현이 손을 부여잡고는 2차가자. 따위의 소리를 지껄이는 김성규를 마침 포차 비닐을 걷어내며 들어오는 김명수에게 확 밀치듯 떠넘겼다.

"우악! 뭐…뭐야 시발놈아! 놀랐잖아!!"

"니 형 니가 챙겨."

진짜 놀란건지 목소리가 다 갈라지는 김명수를 무시하고는 2차아. 거리는 우현을 들쳐업고는 포차를 나섰다. 찬 밤공기가 피부에 닿자 춥다며 등뒤에서 꼼지락 거리는 우현이 미우면서도 미워할 수가 없어서 한숨을 푹 쉬었다. 아이고…. 내가 어쩌다가 너 같이 눈치도 없고 미련한 애를 좋아해가지고. 입에서는 쉴 새 없이 투덜거림이 튀어나오고 입술을 잔뜩 삐죽거렸다. 으우우. 뒤에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우현을 고쳐업고는 그래그래 알았어 하며 걸음을 조금 빨리했다. 

"춥냐?"

"……."

"…그새 잠들었냐."

존나 빠르네. 피식 웃고는 에휴 탄식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니가 뻗은게 내 앞이라서 다행이네. 나 없는데서 이렇게 뻗으면 너 진짜 나한테 죽는다? 그래도 내가 니… 약혼잔데. 혼자 중얼거리며 걷는 길거리가 마냥 춥지는 않아서 우현의 살집있는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손에 힘이 살짝 들어갔다. 아 달도 밝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고 외치고는 씨익 웃었다. 앞으로도 존나 계속 너랑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아! 아무도 없는 길거리에서 크게 외치며 혼자 활짝 웃었다. 괜스레 반지가 끼워진 손가락이 간질거렸다.



























"아 형 정신 좀…! 아악! 나한테 술 먹지말라고 지랄하더니 지는 존나 마셨네!!"

이성열과 남우현이 폭풍같이 휩쓸어놓고 나가자 덩그러니 김성규를 떠맡은 김명수는 잔뜩 짜증난 목소리로 제 형이라는 사람을 받치고 서있다. 꽤나 무거운지 끙끙거리는데 별로 도와주고 싶은 생각은 안들어 그냥 가만히 앉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야 계산은…."

"아 그냥 제가 할 게요. 그 선배나 좀 데리고 나가요."

"어어. 고맙다. 나중에 보자."

아 쫌! 굉장히 싼 억양을 남기고는 사라지는 김명수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조용해진 테이블을 가만히 봤다. 피식.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멈출 수 가 없었다. 21살이나 먹고서 페로몬 하나 제대로 조절 못하는 중종이라니…. 진짜 수치긴 수치네. 줄줄 새어나오던 페로몬을 생각하자 다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치타…. 노골적으로 느껴지던 혼현에 비웃음을 흘리며 빌지를 들고 가만히 보다가 탁 내려놨다. 많이도 마셨네. 쯧 혀를 차고는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하세요."

계산을 마치곤 싱긋 웃어줬다. 타박타박 천천히 포차에서 나와 근처 벤치에 털썩 앉았다. 고장이 난건지 깜빡거리는 가로등을 올려다 보다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었다. 온 몸의 긴장을 풀고 노골적으로 페로몬을 흘렸다. 주변에 누군가 다가오는걸 별로 싫어해서 일부러 위협적인 페로몬을 내뿜었다. 등을 편하게 기대고는 담배 하나를 입에 물어 라이터를 켜 불을 붙였다. 느긋히 연기를 내뿜고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남우현. 담배를 물고 있는 입술 사이로 작게 발음한 이름에 비죽 웃음이 새어나왔다. 작고 귀여운게 딱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었다. 옆에서 친구라고 같이 다니는 이성열은 페로몬 조절도 제대로 못하는 중종인데 본인은 경종이나 중간종으로 보였다. 이성열이 제 페로몬을 푹푹 내뿜어댈 때 마다 자신에게 향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움찔거리는게 다 보일 정도였으니까. 참 나…. 

"…좀 재미있어 질 거 같기도 하고."

묘하게 서로에게 날이 서있던 김성규와 이성열이 떠오르자 다시 푸슬푸슬 웃음이 새어나왔다. 둘이 남우현 하나로 날이 서 있는 모양새가 영 시선이 가기도 했고 남우현이 귀여워서 눈이 계속 가기도 했고…. 필터 가까이 담배를 태운 후 담배를 꺼트렸다. 후우…. 마지막 남아있던 연기를 뱉어내고 페로몬을 갈무리하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늦어서죄송합니다퓨ㅠㅠㅠ 기말도 끝났는데 LT다녀오느라 또 정신을 쏙 빼놓은...

+호이호이님, 빙빙님, 엘여님, 에그님, 레이튼님, 빠삐코님 외 모든 익명 독자분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암호닉 신청 언제든지 받아요!

+교정은 계속 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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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성종이도 뭔가 되게 쎌것 같은느낌...!!!!
9년 전
독자2
으악 드디어 4편이 나왔네요ㅠㅠ성열이랑 우현이 사이 뭠가 미묘하다 했더니 약혼관계라니! 앞으로 성우 사이에 그게 걸림돌이 될지 어떻게 될지 기대되요. 그나저나 명수ㅋㅋㅋㅋㅋㅋㅋㅋ술버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실제 술버릇이 깨알같이 녹아있어서 보다가 한번 터졌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담편 기다릴게여~ 암호닉 크라운 신청하구가요!
9년 전
독자3
엉엉 쪽지오자마자 미소지으면서 후딱 달러왔어요! 저번에 한번읽고 그다음이너무너무너무궁금해서 하루에도몇번씩 글잡들렀어요ㅜㅜ 이런적처음이에요... 셤기간에 참...ㅋㅋㅋ ㅜㅜ 성규랑우현이가부둥켜안고쿵짝거리는것두귀엽고 명수투덜대는것두 귀엽고 ㅋㅋㅋㅋ 성열이랑 우현이가 약혼관계인건 지짜 생각도못했어요!! 거기에 성종이까지.. 더기대됩니다ㅜㅜㅜㅜㅜㅜ 담편 계속 기다릴게용!!
9년 전
독자4
아 그리구 이글 기다리느라 맨날 글잡오는데어제까지 상자3이 초록글 2페이지에 뙇!!!! 이유모를 자랑스러움(?)이...ㅋㅋㅋ 드뎌 상자의 재미가 알려지고있는거같아요!
9년 전
독자5
병뚜껑이에요!! 성열이와 우현이가 서로 약혼자였다니..성규랑 우현이 둘다 술 취해서 껴안고있는것도 귀엽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네요ㅠㅠㅠㅠ
9년 전
독자6
엘여에요!!!
9년 전
독자7
컁ㅋ얔얔ㅇㅋ 너무 귀여워서 증말 허허ㅓ허허.. 둘이서 술먹고 낑낑 거릴떄 입꼬리가 귀까지 올라가는줄 알았다는 ㅎ.. 와 너무 냐ㅑㅑ냐냐 귀엽고 귀엽고 귀여워욬ㅋㅋㅋㅋㅋ 성규는언제쯤 우현이 혼현 볼까요? 아 궁금해 사랑하빈다
9년 전
독자8
후아 4편이다! 이번편에서 애들이 많이 꼬이는 느낌이네여.. 그래도 성규 우현이는 많이 가까워진 것 같구요 ㅋㅋㅋㅋ 앞ㅇ으로 저ㅅ셋이 우현이한테 어떻게 행동할지 기대할게요ㅁㅁ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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