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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향로 전체글ll조회 1113l 1
W. 행운의 향로 

 

 

.00 

어, 그러니까. 분명 그 날은 비가 왔었어. 점심도 맛이 없었고, 찌는 듯이 더운 날씨였는데 내릴 듯 말 듯 했던 비 때문에 숨도 못 쉴 지경이었거든. 그날은 야자가 없었던 날이어서 그냥 바로 집에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빨아야지 했었어. 근데 그러다 진짜 소나기가 쏟아지는거야. 난 우산이 없어서 책으로 머리를 가리고 갔지. 횡단보도는 저만치 있었는데 갑자기 초록불이 켜졌고 난 마음이 급해져서 바로 차도로 내려갔어. 그게 다야. 그 뒤로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01 

유권이 겨우 정신을 차린 것은 칠흙같이 어두운 방 안에서였다. 푹신한 매트리스에서 포근한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상황이 왠지 모르게 어색한데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던 탓에 눈을 몇 번 깜빡여야만 했다. 앵앵 시끄럽게 귓가를 울리던 사이렌 소리가 희미해지고 어둠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그제야 비로소 어렴풋한 방의 형태를 눈으로 더듬을 수 있었다. 누군가가 누워 있는 맞은편의 이층침대와 벽면에 놓여진 책꽂이, 그리고 동그란 문고리가 달린 문 등등을. 

 

왜 이런 곳에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보다 유권의 호기심이 컸던 탓일까. 침대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온 유권이 발뒤꿈치를 세워 문 쪽으로 걸어갔다. 차가운 쇠 손잡이를 조심스레 잡고 철컥 소리가 날 때 까지 오른쪽으로 돌리자 문은 잠금장치 같은 것이 없었는지 힘없이 열렸다. 유권은 어린 시절 명절을 지내곤 했던 시골 할머니 댁에서 새벽에 뒷간으로 가기 위해 문을 열었던 생각을 했다.  

 

별빛이 깔린 하늘은 아름다웠다. 해가 지면 볼품없이 어두워지는 서울의 하늘과는 생판 다른 느낌이었다. 선명한 은하수가 보이고 분홍빛 구름이 깔린 진한 남색의 밤하늘 한가운데 빛나는 상현달은 유권이 제 눈 앞에 펼쳐진 숲을 알아보기에 충분히 밝았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고동색 줄기를 뽐내는 탄탄한 나무들이 무리를 지어 심어진 깊은 숲은 밤이어서인지 제 속을 어둠으로 감추었고 때때로 들리는 중후한 부엉이의 울음소리는 소름이 다 돋을 정도로 섬뜩했다. 

 

유권의 마지막 기억이 남아있는 곳은 해가 쨍쨍하던 도로 한복판이었지 꿈같은 낯선 방이나 오싹한 숲들이 아니었다. 그저 악몽이요 지나갈 잠깐의 몽상이려니 여기며 유권은 떨리는 팔로 문을 닫고 뒤를 돌아섰다. 그래. 침대로 돌아가 누우면 모두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의 재촉을 들으며 학교로 향하고, 더운 교실 안에서 학교가 파하기만을 기다리며 별 거 아니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반드시. 

 

ㅡ뭐 하는 짓이야. 

 

잔뜩 겁을 먹은 유권의 앞을 어느샌가 소리없이 서 있던 남자가 도끼눈을 뜨고 가로막았다. 방 안은 커튼을 쳐 그다지 밝지 않아 얼굴을 똑바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피부는 마치 시체처럼 차가워 보였고, 그는 당황한 듯한 숨만 내뱉으며 묵직한 손으로 유권의 어꺠를 지긋이 눌렀다.  

 

ㅡ누가 너더러 마음대로 문 열으랬어? 

 

그는 유권을 문 쪽으로 밀어붙였다. 헉 숨을 멈춘 채로 밀려나던 유권이 문에 등을 기댔고, 이내 귀를 파고드는 거친 목소리의 나즈막한 다그침에 살려주세요, 하는 외마디 비명만을 남긴 채 눈을 까뒤집고 졸도해 버렸다. 

 

.00 

네 형을 봐. 너는 여태껏 뭐 하고 있었어? 잘 하는 것도, 할 줄 아는것도 없으면서. 그래, 아무리 말해봐야 뭐 해. 한 귀로 흘려들을 텐데. 

 

.02 

이불을 끌어내려 깨우며 일상으로 돌아왔다 알려 주었으면, 차라리 잔소리를 퍼부으며 등교를 재촉해 주었으면 했던 어머니는 유권의 손끝이 스치자 물에 물감이 풀어지듯 스르르 사라져 버렸다. 다급한 마음에 손을 허우적거리던 유권이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옆 침대 모서리에 이마를 박았다. 검은 목재의 송진 냄새, 유리창 밖의 희미한 새 소리,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아 부들부들 떠는 유권을 보고 내뱉는 호탕한 웃음소리. 

 

ㅡ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네. 박경은 사흘을 내리 잤었는데. 

 

유권은 한참 후에야 고개를 들 수 있었다. 목까지 마비된 듯 뻐근하게 당겨 온 탓에 잔뜩 죽상을 지으며 엉거주춤 일어선 유권이 웃음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들은 웃으며 저들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ㅡ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이리 오시게. 

 

일요일에 늦잠을 잔 어린아이처럼 천천히 걸어나가면서도 유권은 경계를 풀지 않은 채로 뒤통수를 긁적였고 약간 옆으로 물러나며 유권이 앉을 자리를 마련해 준 남자에게 유권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오가는 대화가 없자 유권은 잔뜩 기가 죽어서는 저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훑어보려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ㅡ좀 전에 명찰 봐서 너 이름은 아니까 불편하면 통성명은 안 해도 돼.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남자가 물 한 컵을 내밀었지만 원체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다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에 압도당한 유권은 차마 손을 들어 컵을 쥘 수가 없었다. 네 하는 짧은 대답조차도 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 아무리 힘을 주고 입술을 벙긋거려도 쇳소리 이상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그들이 답을 기다린다는 듯 입을 열지 않았던 탓에 길어진 정적이 불만스런 표정으로 앉아있던 누군가가 자리를 뜸으로서 깨졌다. 유독 세게 문을 닫고 나가버린 그 때문에 화들짝 놀라 어깨를 떤 유권은 아랫입술을 짓이기며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ㅡ괜찮아. 나중에 하고 싶을 때 얘기해.  

 

모두가 다닥다닥 붙어 앉았을 땐 좁게만 느껴졌던 테이블에서 사람이 하나 둘 일어나고 나니 꽤나 넓어져 있다. 이대로 혼자 테이블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일까 싶어 어쩔 줄 몰라 하며 엄지손가락을 꼼지락대던 유권을 맞은편에서 발랄한 목소리가 불러왔다.  

 

ㅡ있잖아, 권이라고 불러도 돼? 

   

   

   

   

   

---   

   

훠우! 제가 미쳤나봐요! 시험기간에...껄껄   

제목엔 다각이라고 썼지만 메인은 범권 직권 표권일거에요 아마   

   

다윗과 골리앗은 재정비가 필요할듯 해서 삭제했어요. 조금 더 잘 짜여지고 현실성 있는 글을 위해 재설정의 시간을 가진 후 다시 연재를 시작하고자...(변명)(머리를 박는다) 그래도 절대 날리진 않습니다.약속.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 편에는 분량 더 많이 들고 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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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 잘읽을게요!!
9년 전
독자2
오오...다음편 기다릴게요!신알신하고갑니당♥
9년 전
독자3
우와...다윗과 골리앗도 되게 오오..오...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ㄱ..권총ㅎㅎㅎ권총이닿ㅎㅎㅎㅎㅎ헤헤헿ㅎㅎㅎㅎㅎㅎㅎ좋아요.멋져요 작가님 사랑합니다 쬮쪾.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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