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네게
w.백소
: 6 :
형들이 괴롭히면 말해, 내가 다 이겨
01
" 여보세요? "
[ 어, 여주야? 나 매니저 오빠인데. ]
" 아, 네 오빠! 안녕하세요. "
[ 응, 밤늦게 연락해서 미안해. 다름이 아니라 전해줄 말이 있어서. 아까 전해준다는 거 깜빡했네. ]
" 네, 말씀하세요. "
[ 응. 내일은 늦게 출근해도 돼. 1시까지 회의실로. 알겠지? ]
" 네! "
그럼, 쉬어. 라고 이어 말하던 매니저의 말에 순간 머릿속에 전기가 지나가면서 무언가 번뜩 떠올라 서둘러 매니저를 잡았다.
생각해보니, 매니저가 내 번호를 알고 있다면 다른 멤버들이 내 번호를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 아닌가?
아니면 벌써 알 수도 있고.. 만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정국이가 내 번호를 아는 순간 난 망한다.
[ 왜 그래? ]
" 아니… 저, 제 번호 아는 사람… 매니저 오빠밖에 없는 거죠? "
[ 어? 아니? ]
쿵
매니저의 아니란 말에 심장이 진짜 바닥 저 끝까지 내려간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설마설마하면서 물어봤다. 누가 알고 있냐고.
[ 지민이는 알고 있더라. ]
" 지, 지민이오빠요? 다른 오빠들은요? "
[ 글쎄? 다른 사람은 모르겠네. 지민이가 알려줬을 수도 있고? ]
" 지, 진짜요? "
멍청한 김여주! 왜 진작에 연락처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못하고 있었던 거였지?
아무래도 이것저것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까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 못 했던듯싶었다.
그런데 그걸 일주일씩이나 지난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니. 그리고 하필이면 지민이 내 연락처를 알고 있다니…
설마 다른 사람들한테 연락처를 뿌렸겠어? 그랬다면 정국이한테서 진작에 연락 왔겠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밀려오는 불안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자 무슨 일이냐며 물어오는 매니저였다.
" 아! 그게요… 저 이번에 번호 바뀌어서요! 조만간 번호 바꿀 건데 혹시 모르고 지금 번호로 연락하시는 사람이 있을까 봐요… 하하… "
[ 어, 그래? 연락처 알려줘 그럼. 내가 지민이에게 말해줘야지. ]
" 그…! 번호가 아직 안 정해져서요…! 바뀐 번호가 제대로 나오면 그때… 알려드릴게요! 그러니 다른 사람들한테는 지금 이 번호 절대로 알려주시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요! "
[ 뭐… 그래, 알겠어. 대신 애들 중에서는 나한테 제일 먼저 알려줘야 해? ]
" 네, 네! 당연하죠! "
[ 그래, 그럼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보자. ]
" 네, 오빠도 쉬세요… "
그렇게 전화가 끊기고 나는 긴 한숨만을 내쉬었다.
대체 그동안 왜 연락처에 대해 생각을 못하고 있었지? 아직 정국이가 눈치채지 못 해서 다행이다…
아니, 아니면 설마 알고 있는데 모른척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안되겠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핸드폰 하나를 더 개통해야겠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지민이 아무에게도 번호를 알려줬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음, 믿어도 되겠지? 다음에 보면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다시 현재 시점.
" 원래 오늘도 일찍 일어나서 일 나간다고 하지 않았어? "
" 아, 스케줄이 취소되었다고 1시까지 나와서 다른 일하면 된다고 연락 왔었어. "
" 아, 스케줄이 취소되었구나. "
식탁 앞에 앉아서 소현이는 밥, 바나나 두 개와 우유 한 잔을 놓고 먹었다.
9시까지 잤다고 했지만 밀려오는 졸음과 하품은 막을 수가 없었다.
" 많이 피곤한 거 같네. 아침 먹고 한숨 자. "
" 아냐… 나가서 운동하고 와야지… "
" 우리 여주 열심히네~ 전정국이 그렇게 좋긴 좋은가 보네? "
" 정국이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야. 건강을 위해 서지, 건강! "
" 그래그래~ 알았어. 건강! "
꺄르르 웃으며 내 말을 따라 하는 소현이. 그런 소현이를 보다가 따라 웃었다.
" 그나저나, 전정국은 너 알아보지 못해? "
" 응. 그런 거 같아. "
" 네 모습을 숨기긴 철저하게 숨겼나 보다. 걔가 한눈에 딱 알아보지 못하고. "
" 빼도 못 알아볼 것 같은데 뭐. "
" 전정국이 못 알아본다고 해도 세상 사람들은 널 알아보겠지. 와, 김여주는 원래 이렇게 예뻤구나~ 하고. "
" 그건 빼고 나서 알게 될 일이지. 지금이야 뭐… "
말끝을 흐리며 어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날 보았던 아니꼬웠던 코디들의 시선과, 애들 곁에 붙어있으며 내게 시키기만 했던 코디들. 그리고 포장마차 아주머니의 시선과 말투.
모두 어느 한 명도 내게 잘 대해주지는 않았다. 아, 그때 회사에서 처음 봤던 직원분과 방탄 애들은 잘 대해줬던 것 같지만.
그렇게 아침 식사를 끝내고 헬스장에 가기 위해 가방을 챙겼다. 헬스장을 가기 위해 신발을 신고 있다가 문득 어젯밤 일이 불현듯 생각났다.
아, 맞다. 핸드폰.
그 생각에 신고 있던 신발을 벗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온 집 안을 뒤집어서 비상금을 찾아헤맸다.
그 결과,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홀로 자취하기 전 부모님이 주신 돈을 찾게 되었다.
비상금인 만큼 정말 힘들 때 쓰려고 썩혀뒀던 돈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하니 먼저 쓰기로 했다.
하… 돈도 두 배로 깨지게 생겼다. 내가 전정국이라는 한 사람 때문에 이런 일까지 하다니… 그래도 몇 개월만 버티면 끝나겠지…라는 심정으로 바로 핸드폰 가게로 달려가 폰 하나를 장만했다. 정말 울며 겨자 먹기 식이였지… 돈 봉투를 주는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었으니…
어찌 되었든 간에, 핸드폰은 두 개가 되었다. 하나는 정국이와 연락하는 핸드폰, 하나는 지금의 나를 숨기기 위한 또 다른 나의 핸드폰.
이제 오늘 회사 가서 매니저와 다음에 만날 지민에게 새로 개통한 번호를 알려주고 은근슬쩍 지민에게 내 번호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줬냐고 물어봐야겠다.
후하후하, 긴장된다. 이게 뭐라고 긴장되는 걸까…
그렇게 조금 멀어졌지만 내가 꾸준히 다니고 있는 헬스장으로 직행했다.
" 야, 전정국! 오늘 운동 안가? "
" 어, 가야죠 형. 잠시만 기다려요! "
한참 시끄러운 방탄 숙소. 그중 숙소 주변에 있는 헬스장에 운동하러 가기 위해 태형이 정국을 불러냈다.
그러자 얼른 옷 갈아입고 가방을 챙긴 뒤 태형과 함께 숙소를 나서는 정국이다.
" 아침부터 핸드폰만 그렇게 붙잡고 있어. 왜, 누구 연락 올 사람 있어? "
" 아뇨, 그냥 연락해볼까… 싶은 사람이 있어서 고민 좀 했죠. "
" 왜? 연락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웬 고민을 하고 있어? "
" 아니… 너무 아침인데 혹시나 자고 있는데 깨운 건 아닐지 생각이 들어서요. "
" 음… 여자? "
" 네. "
" 좋아하는? "
" 어… 음… 네. "
귀여운 강아지 웃음을 보이며 대답하는 정국을 보며 따라웃는 태형이다.
" 그 김여주라는 여자? "
" 네, 맞아요. 여주요. "
" 너도 참 한결같다. 연습생 때부터 지금까지 딱 한 명만 바라보고. "
" 그 애만큼 예쁜 사람은 본 적도 없어요. "
" 오, 남자 여러 울렸겠다. 걔만큼 예쁜 여자 못 봤다니. "
" 아니, 그게 아니라… 음… 맞아요. 얼굴도 예뻐서 항상 주변에 남자애들이 많았죠. "
" 도대체 어떻게 생겼기에 우리 정국이가 이렇게 충성을 표하나. "
" 되게 예뻐요. 근데 저는 얼굴만 보고 좋아한 게 아니었어요. "
" 와, 몸매도 좋은가 봐? "
" 형. 초등학생이 몸매가 어떻게 좋은데요? "
" 어… 말이 좀 지나쳤나? 어렸을 때 이후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 "
태형을 향해 살짝 째려보던 정국은 다시 피식 웃어 보였다.
" 여주는 얼굴도 예뻤지만 마음도 진짜 예쁘고 착했어요. 저 어렸을 때 되게 뚱뚱해서 왕따도 당했다고 했잖아요. "
" 아, 맞다. 그랬지. "
" 그런데 그런 제게 여주는 늘 한결같았어요. 뚱뚱한 제 모습을 보고도 단 한 번도 피한 적도 없고, 거짓 웃음을 보여준 적도 없었어요.
항상 진심이었죠. 그래서 제가 여주를 잊을 수 없었던 이유가 그거예요. "
"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라더니. 진짜 무덤까지 갖고 갈 기세네. "
" 여주가 절 싫다고 할 때까지 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
정국의 말에 박수를 짝짝 치는 태형. 그런 태형이 정국에게 어깨동무를 해왔다.
" 좋아. 아주 보기 좋아. 역시 우리 쿠키! "
태형의 말에 히히 웃으며 어느새 도착한 헬스장에 들어가는 정국과 태형이었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으로 들어가는 그들이었다.
웃으며 들어오던 태형은 누군가를 발견하며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런 태형을 왜 그러냐고 물으며 태형의 시선을 따라가니 그곳에는 다름 아닌 여주가 러닝머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정국은 반갑다는 듯이 미소를 건 채로 여주에게 가려는데 그런 정국의 팔을 잡는 태형이다. 그러자 태형은 고개를 돌려 왜 그러냐고 물었다.
" 운동에 집중한 거 같은데 방해하지 말자. "
" 왜요? 그냥 인사만 하려는 건데… "
" 원래 사람이 운동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는 인사도 안 하는 거야. 운동을 끝내고 마지막에 하는 거지. "
"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인사 먼저 하고 같이 운동하고 그러면 좋은 거지. "
" 딱 봐라. 귀에 이어폰 꽂고 운동 중이잖아. 그냥 방해하지 말고 다음에 인사하자. "
태형의 말에 그런가… 싶던 정국은 그저 먼발치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여주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다 싱긋 웃었다.
열심히 운동하는구나. 혹시나 다치면 안 될 텐데.
하지만 그런 정국의 걱정과는 반대로 홀로 너무나도 잘 해내는 그녀였다.
약속한 1시까지 회의실에 오자, 몇몇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 중 어느 한 명도 내게 인사를 건네지도 않았다. 그런 그들을 훑어본 다음 비어있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자리에 앉아 두 손을 모아 책상만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사이드 방향에 앉아있던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내가 들으라는 듯이.
" 몸이 무거우면 무슨 느낌일까요. "
" 무슨 느낌이긴, 무거운 느낌이지. "
" 어우, 저는 제 허릿살이 잡히면 진짜 못 견딜 것 같아요. "
" 경아씨는 지금 날씬하잖아. 평생을 그런 몸으로 살아왔는데 허릿살이 잡힐 리가 있겠어? "
" 아무튼 제가 저런 몸매면 전 벌써 인생을 포기하고 있었을 거예요~ "
" 에이, 그럴리가. 경아씨는 부지런해서 금방 살 뺄 수 있을걸? "
아주 대놓고 나를 저격하는 사이드에 앉은 두 여자를 쳐다봤다. 그러자 꺄르르 웃던 여자가 눈이 마주치자 표정을 굳혔다.
" 어머, 별 꼴이야. 여주씨 지금 나 째려보는 거예요? "
" … "
" 저기요, 쳐다보지 말아주실래요? 그렇게 저희 쳐다보고 있는 거 지금 되게 기분 나쁘거든요. "
속으로 애써 화를 삭이며 시선을 내리자 다시 들으라는 듯이 나를 깎아내리는 여자다.
" 깜짝 놀랐네. 전 또 무슨 소 눈깔이 쳐다본 줄 알았어요. "
" 나도 봤어. 아주 째려보다 못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니까? "
후… 참자 참아. 그래서 사람이 세 번을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잖아? 참는 거야… 참고, 살을 쫙 빼서 당당하게 서는 거야. 하…
주먹을 꽉 쥐는데 문이 열리며 매니저와 윤기와 호석이 들어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자, 따라 인사를 하는 그들이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사람을 확인하는 매니저다.
" 사람들이 많이 안 왔네요? 뭐, 코디와 감독님만 계시면 되니까요. 뮤비 감독님과 안무 선생님은 10분 후에 도착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될 것 같네요. "
매니저의 말에 대답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내 옆에 비어있던 두 자리에 앉는 호석과 윤기다. 자리에 앉은 호석은 내게 밝은 웃음을 보이며 손인사를 건넸다.
" 여주씨 안녕. "
" 안녕하세요. "
" 왜 혼자 떨어져 앉아있어요? "
" 아… 그냥 여기 자리가 편해서요… "
왜 혼자 앉아있냐는 윤기의 질문에 대충 얼버무리는데 한쪽에서 날 아니꼽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는 두 명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지가 뭔데 애들 옆에 앉냐는 듯이.
그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 먼저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러다 호석이를 보게 되었는데, 턱을 괸 채 자신의 옆을 흘겨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시선은 날 보고 있던 여자 둘에게 꽂혔고, 호석은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는 호석이다.
그리고 옆에서 뭔가 눈치챘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윤기다.
" 대강 알겠네. "
" 네? "
" 아니에요. 그나저나 이따 할 얘기 있는데 그냥 가지 말고 기다려야 해, 알았지? "
할 얘기?
알았지?라고 물어오는 윤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노크해오는 소리와 함께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웃음을 보이는 두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둘의 등장에 모두 자리에서 기립하며 깍듯하게 인사를 해 보였다.
02
다시 만난 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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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이 괴롭히면 말해, 내가 다 이겨
01
" 여보세요? "
[ 어, 여주야? 나 매니저 오빠인데. ]
" 아, 네 오빠! 안녕하세요. "
[ 응, 밤늦게 연락해서 미안해. 다름이 아니라 전해줄 말이 있어서. 아까 전해준다는 거 깜빡했네. ]
" 네, 말씀하세요. "
[ 응. 내일은 늦게 출근해도 돼. 1시까지 회의실로. 알겠지? ]
" 네! "
그럼, 쉬어. 라고 이어 말하던 매니저의 말에 순간 머릿속에 전기가 지나가면서 무언가 번뜩 떠올라 서둘러 매니저를 잡았다.
생각해보니, 매니저가 내 번호를 알고 있다면 다른 멤버들이 내 번호를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 아닌가?
아니면 벌써 알 수도 있고.. 만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정국이가 내 번호를 아는 순간 난 망한다.
[ 왜 그래? ]
" 아니… 저, 제 번호 아는 사람… 매니저 오빠밖에 없는 거죠? "
[ 어? 아니? ]
쿵
매니저의 아니란 말에 심장이 진짜 바닥 저 끝까지 내려간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설마설마하면서 물어봤다. 누가 알고 있냐고.
[ 지민이는 알고 있더라. ]
" 지, 지민이오빠요? 다른 오빠들은요? "
[ 글쎄? 다른 사람은 모르겠네. 지민이가 알려줬을 수도 있고? ]
" 지, 진짜요? "
멍청한 김여주! 왜 진작에 연락처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못하고 있었던 거였지?
아무래도 이것저것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까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 못 했던듯싶었다.
그런데 그걸 일주일씩이나 지난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니. 그리고 하필이면 지민이 내 연락처를 알고 있다니…
설마 다른 사람들한테 연락처를 뿌렸겠어? 그랬다면 정국이한테서 진작에 연락 왔겠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밀려오는 불안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자 무슨 일이냐며 물어오는 매니저였다.
" 아! 그게요… 저 이번에 번호 바뀌어서요! 조만간 번호 바꿀 건데 혹시 모르고 지금 번호로 연락하시는 사람이 있을까 봐요… 하하… "
[ 어, 그래? 연락처 알려줘 그럼. 내가 지민이에게 말해줘야지. ]
" 그…! 번호가 아직 안 정해져서요…! 바뀐 번호가 제대로 나오면 그때… 알려드릴게요! 그러니 다른 사람들한테는 지금 이 번호 절대로 알려주시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요! "
[ 뭐… 그래, 알겠어. 대신 애들 중에서는 나한테 제일 먼저 알려줘야 해? ]
" 네, 네! 당연하죠! "
[ 그래, 그럼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보자. ]
" 네, 오빠도 쉬세요… "
그렇게 전화가 끊기고 나는 긴 한숨만을 내쉬었다.
대체 그동안 왜 연락처에 대해 생각을 못하고 있었지? 아직 정국이가 눈치채지 못 해서 다행이다…
아니, 아니면 설마 알고 있는데 모른척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안되겠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핸드폰 하나를 더 개통해야겠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지민이 아무에게도 번호를 알려줬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음, 믿어도 되겠지? 다음에 보면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다시 현재 시점.
" 원래 오늘도 일찍 일어나서 일 나간다고 하지 않았어? "
" 아, 스케줄이 취소되었다고 1시까지 나와서 다른 일하면 된다고 연락 왔었어. "
" 아, 스케줄이 취소되었구나. "
식탁 앞에 앉아서 소현이는 밥, 바나나 두 개와 우유 한 잔을 놓고 먹었다.
9시까지 잤다고 했지만 밀려오는 졸음과 하품은 막을 수가 없었다.
" 많이 피곤한 거 같네. 아침 먹고 한숨 자. "
" 아냐… 나가서 운동하고 와야지… "
" 우리 여주 열심히네~ 전정국이 그렇게 좋긴 좋은가 보네? "
" 정국이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야. 건강을 위해 서지, 건강! "
" 그래그래~ 알았어. 건강! "
꺄르르 웃으며 내 말을 따라 하는 소현이. 그런 소현이를 보다가 따라 웃었다.
" 그나저나, 전정국은 너 알아보지 못해? "
" 응. 그런 거 같아. "
" 네 모습을 숨기긴 철저하게 숨겼나 보다. 걔가 한눈에 딱 알아보지 못하고. "
" 빼도 못 알아볼 것 같은데 뭐. "
" 전정국이 못 알아본다고 해도 세상 사람들은 널 알아보겠지. 와, 김여주는 원래 이렇게 예뻤구나~ 하고. "
" 그건 빼고 나서 알게 될 일이지. 지금이야 뭐… "
말끝을 흐리며 어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날 보았던 아니꼬웠던 코디들의 시선과, 애들 곁에 붙어있으며 내게 시키기만 했던 코디들. 그리고 포장마차 아주머니의 시선과 말투.
모두 어느 한 명도 내게 잘 대해주지는 않았다. 아, 그때 회사에서 처음 봤던 직원분과 방탄 애들은 잘 대해줬던 것 같지만.
그렇게 아침 식사를 끝내고 헬스장에 가기 위해 가방을 챙겼다. 헬스장을 가기 위해 신발을 신고 있다가 문득 어젯밤 일이 불현듯 생각났다.
아, 맞다. 핸드폰.
그 생각에 신고 있던 신발을 벗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온 집 안을 뒤집어서 비상금을 찾아헤맸다.
그 결과,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홀로 자취하기 전 부모님이 주신 돈을 찾게 되었다.
비상금인 만큼 정말 힘들 때 쓰려고 썩혀뒀던 돈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하니 먼저 쓰기로 했다.
하… 돈도 두 배로 깨지게 생겼다. 내가 전정국이라는 한 사람 때문에 이런 일까지 하다니… 그래도 몇 개월만 버티면 끝나겠지…라는 심정으로 바로 핸드폰 가게로 달려가 폰 하나를 장만했다. 정말 울며 겨자 먹기 식이였지… 돈 봉투를 주는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었으니…
어찌 되었든 간에, 핸드폰은 두 개가 되었다. 하나는 정국이와 연락하는 핸드폰, 하나는 지금의 나를 숨기기 위한 또 다른 나의 핸드폰.
이제 오늘 회사 가서 매니저와 다음에 만날 지민에게 새로 개통한 번호를 알려주고 은근슬쩍 지민에게 내 번호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줬냐고 물어봐야겠다.
후하후하, 긴장된다. 이게 뭐라고 긴장되는 걸까…
그렇게 조금 멀어졌지만 내가 꾸준히 다니고 있는 헬스장으로 직행했다.
" 야, 전정국! 오늘 운동 안가? "
" 어, 가야죠 형. 잠시만 기다려요! "
한참 시끄러운 방탄 숙소. 그중 숙소 주변에 있는 헬스장에 운동하러 가기 위해 태형이 정국을 불러냈다.
그러자 얼른 옷 갈아입고 가방을 챙긴 뒤 태형과 함께 숙소를 나서는 정국이다.
" 아침부터 핸드폰만 그렇게 붙잡고 있어. 왜, 누구 연락 올 사람 있어? "
" 아뇨, 그냥 연락해볼까… 싶은 사람이 있어서 고민 좀 했죠. "
" 왜? 연락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웬 고민을 하고 있어? "
" 아니… 너무 아침인데 혹시나 자고 있는데 깨운 건 아닐지 생각이 들어서요. "
" 음… 여자? "
" 네. "
" 좋아하는? "
" 어… 음… 네. "
귀여운 강아지 웃음을 보이며 대답하는 정국을 보며 따라웃는 태형이다.
" 그 김여주라는 여자? "
" 네, 맞아요. 여주요. "
" 너도 참 한결같다. 연습생 때부터 지금까지 딱 한 명만 바라보고. "
" 그 애만큼 예쁜 사람은 본 적도 없어요. "
" 오, 남자 여러 울렸겠다. 걔만큼 예쁜 여자 못 봤다니. "
" 아니, 그게 아니라… 음… 맞아요. 얼굴도 예뻐서 항상 주변에 남자애들이 많았죠. "
" 도대체 어떻게 생겼기에 우리 정국이가 이렇게 충성을 표하나. "
" 되게 예뻐요. 근데 저는 얼굴만 보고 좋아한 게 아니었어요. "
" 와, 몸매도 좋은가 봐? "
" 형. 초등학생이 몸매가 어떻게 좋은데요? "
" 어… 말이 좀 지나쳤나? 어렸을 때 이후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 "
태형을 향해 살짝 째려보던 정국은 다시 피식 웃어 보였다.
" 여주는 얼굴도 예뻤지만 마음도 진짜 예쁘고 착했어요. 저 어렸을 때 되게 뚱뚱해서 왕따도 당했다고 했잖아요. "
" 아, 맞다. 그랬지. "
" 그런데 그런 제게 여주는 늘 한결같았어요. 뚱뚱한 제 모습을 보고도 단 한 번도 피한 적도 없고, 거짓 웃음을 보여준 적도 없었어요.
항상 진심이었죠. 그래서 제가 여주를 잊을 수 없었던 이유가 그거예요. "
"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라더니. 진짜 무덤까지 갖고 갈 기세네. "
" 여주가 절 싫다고 할 때까지 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
정국의 말에 박수를 짝짝 치는 태형. 그런 태형이 정국에게 어깨동무를 해왔다.
" 좋아. 아주 보기 좋아. 역시 우리 쿠키! "
태형의 말에 히히 웃으며 어느새 도착한 헬스장에 들어가는 정국과 태형이었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으로 들어가는 그들이었다.
웃으며 들어오던 태형은 누군가를 발견하며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런 태형을 왜 그러냐고 물으며 태형의 시선을 따라가니 그곳에는 다름 아닌 여주가 러닝머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정국은 반갑다는 듯이 미소를 건 채로 여주에게 가려는데 그런 정국의 팔을 잡는 태형이다. 그러자 태형은 고개를 돌려 왜 그러냐고 물었다.
" 운동에 집중한 거 같은데 방해하지 말자. "
" 왜요? 그냥 인사만 하려는 건데… "
" 원래 사람이 운동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는 인사도 안 하는 거야. 운동을 끝내고 마지막에 하는 거지. "
"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인사 먼저 하고 같이 운동하고 그러면 좋은 거지. "
" 딱 봐라. 귀에 이어폰 꽂고 운동 중이잖아. 그냥 방해하지 말고 다음에 인사하자. "
태형의 말에 그런가… 싶던 정국은 그저 먼발치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여주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다 싱긋 웃었다.
열심히 운동하는구나. 혹시나 다치면 안 될 텐데.
하지만 그런 정국의 걱정과는 반대로 홀로 너무나도 잘 해내는 그녀였다.
약속한 1시까지 회의실에 오자, 몇몇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 중 어느 한 명도 내게 인사를 건네지도 않았다. 그런 그들을 훑어본 다음 비어있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자리에 앉아 두 손을 모아 책상만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사이드 방향에 앉아있던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내가 들으라는 듯이.
" 몸이 무거우면 무슨 느낌일까요. "
" 무슨 느낌이긴, 무거운 느낌이지. "
" 어우, 저는 제 허릿살이 잡히면 진짜 못 견딜 것 같아요. "
" 경아씨는 지금 날씬하잖아. 평생을 그런 몸으로 살아왔는데 허릿살이 잡힐 리가 있겠어? "
" 아무튼 제가 저런 몸매면 전 벌써 인생을 포기하고 있었을 거예요~ "
" 에이, 그럴리가. 경아씨는 부지런해서 금방 살 뺄 수 있을걸? "
아주 대놓고 나를 저격하는 사이드에 앉은 두 여자를 쳐다봤다. 그러자 꺄르르 웃던 여자가 눈이 마주치자 표정을 굳혔다.
" 어머, 별 꼴이야. 여주씨 지금 나 째려보는 거예요? "
" … "
" 저기요, 쳐다보지 말아주실래요? 그렇게 저희 쳐다보고 있는 거 지금 되게 기분 나쁘거든요. "
속으로 애써 화를 삭이며 시선을 내리자 다시 들으라는 듯이 나를 깎아내리는 여자다.
" 깜짝 놀랐네. 전 또 무슨 소 눈깔이 쳐다본 줄 알았어요. "
" 나도 봤어. 아주 째려보다 못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니까? "
후… 참자 참아. 그래서 사람이 세 번을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잖아? 참는 거야… 참고, 살을 쫙 빼서 당당하게 서는 거야. 하…
주먹을 꽉 쥐는데 문이 열리며 매니저와 윤기와 호석이 들어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자, 따라 인사를 하는 그들이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사람을 확인하는 매니저다.
" 사람들이 많이 안 왔네요? 뭐, 코디와 감독님만 계시면 되니까요. 뮤비 감독님과 안무 선생님은 10분 후에 도착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될 것 같네요. "
매니저의 말에 대답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내 옆에 비어있던 두 자리에 앉는 호석과 윤기다. 자리에 앉은 호석은 내게 밝은 웃음을 보이며 손인사를 건넸다.
" 여주씨 안녕. "
" 안녕하세요. "
" 왜 혼자 떨어져 앉아있어요? "
" 아… 그냥 여기 자리가 편해서요… "
왜 혼자 앉아있냐는 윤기의 질문에 대충 얼버무리는데 한쪽에서 날 아니꼽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는 두 명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지가 뭔데 애들 옆에 앉냐는 듯이.
그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 먼저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러다 호석이를 보게 되었는데, 턱을 괸 채 자신의 옆을 흘겨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시선은 날 보고 있던 여자 둘에게 꽂혔고, 호석은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는 호석이다.
그리고 옆에서 뭔가 눈치챘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윤기다.
" 대강 알겠네. "
" 네? "
" 아니에요. 그나저나 이따 할 얘기 있는데 그냥 가지 말고 기다려야 해, 알았지? "
할 얘기?
알았지?라고 물어오는 윤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노크해오는 소리와 함께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웃음을 보이는 두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둘의 등장에 모두 자리에서 기립하며 깍듯하게 인사를 해 보였다.
02
다시 만난 네게
w.백소
: 6 :
형들이 괴롭히면 말해, 내가 다 이겨
01
" 여보세요? "
[ 어, 여주야? 나 매니저 오빠인데. ]
" 아, 네 오빠! 안녕하세요. "
[ 응, 밤늦게 연락해서 미안해. 다름이 아니라 전해줄 말이 있어서. 아까 전해준다는 거 깜빡했네. ]
" 네, 말씀하세요. "
[ 응. 내일은 늦게 출근해도 돼. 1시까지 회의실로. 알겠지? ]
" 네! "
그럼, 쉬어. 라고 이어 말하던 매니저의 말에 순간 머릿속에 전기가 지나가면서 무언가 번뜩 떠올라 서둘러 매니저를 잡았다.
생각해보니, 매니저가 내 번호를 알고 있다면 다른 멤버들이 내 번호를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 아닌가?
아니면 벌써 알 수도 있고.. 만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정국이가 내 번호를 아는 순간 난 망한다.
[ 왜 그래? ]
" 아니… 저, 제 번호 아는 사람… 매니저 오빠밖에 없는 거죠? "
[ 어? 아니? ]
쿵
매니저의 아니란 말에 심장이 진짜 바닥 저 끝까지 내려간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설마설마하면서 물어봤다. 누가 알고 있냐고.
[ 지민이는 알고 있더라. ]
" 지, 지민이오빠요? 다른 오빠들은요? "
[ 글쎄? 다른 사람은 모르겠네. 지민이가 알려줬을 수도 있고? ]
" 지, 진짜요? "
멍청한 김여주! 왜 진작에 연락처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못하고 있었던 거였지?
아무래도 이것저것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까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 못 했던듯싶었다.
그런데 그걸 일주일씩이나 지난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니. 그리고 하필이면 지민이 내 연락처를 알고 있다니…
설마 다른 사람들한테 연락처를 뿌렸겠어? 그랬다면 정국이한테서 진작에 연락 왔겠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밀려오는 불안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자 무슨 일이냐며 물어오는 매니저였다.
" 아! 그게요… 저 이번에 번호 바뀌어서요! 조만간 번호 바꿀 건데 혹시 모르고 지금 번호로 연락하시는 사람이 있을까 봐요… 하하… "
[ 어, 그래? 연락처 알려줘 그럼. 내가 지민이에게 말해줘야지. ]
" 그…! 번호가 아직 안 정해져서요…! 바뀐 번호가 제대로 나오면 그때… 알려드릴게요! 그러니 다른 사람들한테는 지금 이 번호 절대로 알려주시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요! "
[ 뭐… 그래, 알겠어. 대신 애들 중에서는 나한테 제일 먼저 알려줘야 해? ]
" 네, 네! 당연하죠! "
[ 그래, 그럼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보자. ]
" 네, 오빠도 쉬세요… "
그렇게 전화가 끊기고 나는 긴 한숨만을 내쉬었다.
대체 그동안 왜 연락처에 대해 생각을 못하고 있었지? 아직 정국이가 눈치채지 못 해서 다행이다…
아니, 아니면 설마 알고 있는데 모른척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안되겠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핸드폰 하나를 더 개통해야겠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지민이 아무에게도 번호를 알려줬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음, 믿어도 되겠지? 다음에 보면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다시 현재 시점.
" 원래 오늘도 일찍 일어나서 일 나간다고 하지 않았어? "
" 아, 스케줄이 취소되었다고 1시까지 나와서 다른 일하면 된다고 연락 왔었어. "
" 아, 스케줄이 취소되었구나. "
식탁 앞에 앉아서 소현이는 밥, 바나나 두 개와 우유 한 잔을 놓고 먹었다.
9시까지 잤다고 했지만 밀려오는 졸음과 하품은 막을 수가 없었다.
" 많이 피곤한 거 같네. 아침 먹고 한숨 자. "
" 아냐… 나가서 운동하고 와야지… "
" 우리 여주 열심히네~ 전정국이 그렇게 좋긴 좋은가 보네? "
" 정국이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야. 건강을 위해 서지, 건강! "
" 그래그래~ 알았어. 건강! "
꺄르르 웃으며 내 말을 따라 하는 소현이. 그런 소현이를 보다가 따라 웃었다.
" 그나저나, 전정국은 너 알아보지 못해? "
" 응. 그런 거 같아. "
" 네 모습을 숨기긴 철저하게 숨겼나 보다. 걔가 한눈에 딱 알아보지 못하고. "
" 빼도 못 알아볼 것 같은데 뭐. "
" 전정국이 못 알아본다고 해도 세상 사람들은 널 알아보겠지. 와, 김여주는 원래 이렇게 예뻤구나~ 하고. "
" 그건 빼고 나서 알게 될 일이지. 지금이야 뭐… "
말끝을 흐리며 어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날 보았던 아니꼬웠던 코디들의 시선과, 애들 곁에 붙어있으며 내게 시키기만 했던 코디들. 그리고 포장마차 아주머니의 시선과 말투.
모두 어느 한 명도 내게 잘 대해주지는 않았다. 아, 그때 회사에서 처음 봤던 직원분과 방탄 애들은 잘 대해줬던 것 같지만.
그렇게 아침 식사를 끝내고 헬스장에 가기 위해 가방을 챙겼다. 헬스장을 가기 위해 신발을 신고 있다가 문득 어젯밤 일이 불현듯 생각났다.
아, 맞다. 핸드폰.
그 생각에 신고 있던 신발을 벗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온 집 안을 뒤집어서 비상금을 찾아헤맸다.
그 결과,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홀로 자취하기 전 부모님이 주신 돈을 찾게 되었다.
비상금인 만큼 정말 힘들 때 쓰려고 썩혀뒀던 돈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하니 먼저 쓰기로 했다.
하… 돈도 두 배로 깨지게 생겼다. 내가 전정국이라는 한 사람 때문에 이런 일까지 하다니… 그래도 몇 개월만 버티면 끝나겠지…라는 심정으로 바로 핸드폰 가게로 달려가 폰 하나를 장만했다. 정말 울며 겨자 먹기 식이였지… 돈 봉투를 주는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었으니…
어찌 되었든 간에, 핸드폰은 두 개가 되었다. 하나는 정국이와 연락하는 핸드폰, 하나는 지금의 나를 숨기기 위한 또 다른 나의 핸드폰.
이제 오늘 회사 가서 매니저와 다음에 만날 지민에게 새로 개통한 번호를 알려주고 은근슬쩍 지민에게 내 번호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줬냐고 물어봐야겠다.
후하후하, 긴장된다. 이게 뭐라고 긴장되는 걸까…
그렇게 조금 멀어졌지만 내가 꾸준히 다니고 있는 헬스장으로 직행했다.
" 야, 전정국! 오늘 운동 안가? "
" 어, 가야죠 형. 잠시만 기다려요! "
한참 시끄러운 방탄 숙소. 그중 숙소 주변에 있는 헬스장에 운동하러 가기 위해 태형이 정국을 불러냈다.
그러자 얼른 옷 갈아입고 가방을 챙긴 뒤 태형과 함께 숙소를 나서는 정국이다.
" 아침부터 핸드폰만 그렇게 붙잡고 있어. 왜, 누구 연락 올 사람 있어? "
" 아뇨, 그냥 연락해볼까… 싶은 사람이 있어서 고민 좀 했죠. "
" 왜? 연락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웬 고민을 하고 있어? "
" 아니… 너무 아침인데 혹시나 자고 있는데 깨운 건 아닐지 생각이 들어서요. "
" 음… 여자? "
" 네. "
" 좋아하는? "
" 어… 음… 네. "
귀여운 강아지 웃음을 보이며 대답하는 정국을 보며 따라웃는 태형이다.
" 그 김여주라는 여자? "
" 네, 맞아요. 여주요. "
" 너도 참 한결같다. 연습생 때부터 지금까지 딱 한 명만 바라보고. "
" 그 애만큼 예쁜 사람은 본 적도 없어요. "
" 오, 남자 여러 울렸겠다. 걔만큼 예쁜 여자 못 봤다니. "
" 아니, 그게 아니라… 음… 맞아요. 얼굴도 예뻐서 항상 주변에 남자애들이 많았죠. "
" 도대체 어떻게 생겼기에 우리 정국이가 이렇게 충성을 표하나. "
" 되게 예뻐요. 근데 저는 얼굴만 보고 좋아한 게 아니었어요. "
" 와, 몸매도 좋은가 봐? "
" 형. 초등학생이 몸매가 어떻게 좋은데요? "
" 어… 말이 좀 지나쳤나? 어렸을 때 이후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 "
태형을 향해 살짝 째려보던 정국은 다시 피식 웃어 보였다.
" 여주는 얼굴도 예뻤지만 마음도 진짜 예쁘고 착했어요. 저 어렸을 때 되게 뚱뚱해서 왕따도 당했다고 했잖아요. "
" 아, 맞다. 그랬지. "
" 그런데 그런 제게 여주는 늘 한결같았어요. 뚱뚱한 제 모습을 보고도 단 한 번도 피한 적도 없고, 거짓 웃음을 보여준 적도 없었어요.
항상 진심이었죠. 그래서 제가 여주를 잊을 수 없었던 이유가 그거예요. "
"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라더니. 진짜 무덤까지 갖고 갈 기세네. "
" 여주가 절 싫다고 할 때까지 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
정국의 말에 박수를 짝짝 치는 태형. 그런 태형이 정국에게 어깨동무를 해왔다.
" 좋아. 아주 보기 좋아. 역시 우리 쿠키! "
태형의 말에 히히 웃으며 어느새 도착한 헬스장에 들어가는 정국과 태형이었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으로 들어가는 그들이었다.
웃으며 들어오던 태형은 누군가를 발견하며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런 태형을 왜 그러냐고 물으며 태형의 시선을 따라가니 그곳에는 다름 아닌 여주가 러닝머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정국은 반갑다는 듯이 미소를 건 채로 여주에게 가려는데 그런 정국의 팔을 잡는 태형이다. 그러자 태형은 고개를 돌려 왜 그러냐고 물었다.
" 운동에 집중한 거 같은데 방해하지 말자. "
" 왜요? 그냥 인사만 하려는 건데… "
" 원래 사람이 운동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는 인사도 안 하는 거야. 운동을 끝내고 마지막에 하는 거지. "
"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인사 먼저 하고 같이 운동하고 그러면 좋은 거지. "
" 딱 봐라. 귀에 이어폰 꽂고 운동 중이잖아. 그냥 방해하지 말고 다음에 인사하자. "
태형의 말에 그런가… 싶던 정국은 그저 먼발치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여주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다 싱긋 웃었다.
열심히 운동하는구나. 혹시나 다치면 안 될 텐데.
하지만 그런 정국의 걱정과는 반대로 홀로 너무나도 잘 해내는 그녀였다.
약속한 1시까지 회의실에 오자, 몇몇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 중 어느 한 명도 내게 인사를 건네지도 않았다. 그런 그들을 훑어본 다음 비어있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자리에 앉아 두 손을 모아 책상만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사이드 방향에 앉아있던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내가 들으라는 듯이.
" 몸이 무거우면 무슨 느낌일까요. "
" 무슨 느낌이긴, 무거운 느낌이지. "
" 어우, 저는 제 허릿살이 잡히면 진짜 못 견딜 것 같아요. "
" 경아씨는 지금 날씬하잖아. 평생을 그런 몸으로 살아왔는데 허릿살이 잡힐 리가 있겠어? "
" 아무튼 제가 저런 몸매면 전 벌써 인생을 포기하고 있었을 거예요~ "
" 에이, 그럴리가. 경아씨는 부지런해서 금방 살 뺄 수 있을걸? "
아주 대놓고 나를 저격하는 사이드에 앉은 두 여자를 쳐다봤다. 그러자 꺄르르 웃던 여자가 눈이 마주치자 표정을 굳혔다.
" 어머, 별 꼴이야. 여주씨 지금 나 째려보는 거예요? "
" … "
" 저기요, 쳐다보지 말아주실래요? 그렇게 저희 쳐다보고 있는 거 지금 되게 기분 나쁘거든요. "
속으로 애써 화를 삭이며 시선을 내리자 다시 들으라는 듯이 나를 깎아내리는 여자다.
" 깜짝 놀랐네. 전 또 무슨 소 눈깔이 쳐다본 줄 알았어요. "
" 나도 봤어. 아주 째려보다 못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니까? "
후… 참자 참아. 그래서 사람이 세 번을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잖아? 참는 거야… 참고, 살을 쫙 빼서 당당하게 서는 거야. 하…
주먹을 꽉 쥐는데 문이 열리며 매니저와 윤기와 호석이 들어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자, 따라 인사를 하는 그들이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사람을 확인하는 매니저다.
" 사람들이 많이 안 왔네요? 뭐, 코디와 감독님만 계시면 되니까요. 뮤비 감독님과 안무 선생님은 10분 후에 도착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될 것 같네요. "
매니저의 말에 대답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내 옆에 비어있던 두 자리에 앉는 호석과 윤기다. 자리에 앉은 호석은 내게 밝은 웃음을 보이며 손인사를 건넸다.
" 여주씨 안녕. "
" 안녕하세요. "
" 왜 혼자 떨어져 앉아있어요? "
" 아… 그냥 여기 자리가 편해서요… "
왜 혼자 앉아있냐는 윤기의 질문에 대충 얼버무리는데 한쪽에서 날 아니꼽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는 두 명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지가 뭔데 애들 옆에 앉냐는 듯이.
그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 먼저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러다 호석이를 보게 되었는데, 턱을 괸 채 자신의 옆을 흘겨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시선은 날 보고 있던 여자 둘에게 꽂혔고, 호석은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는 호석이다.
그리고 옆에서 뭔가 눈치챘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윤기다.
" 대강 알겠네. "
" 네? "
" 아니에요. 그나저나 이따 할 얘기 있는데 그냥 가지 말고 기다려야 해, 알았지? "
할 얘기?
알았지?라고 물어오는 윤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노크해오는 소리와 함께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웃음을 보이는 두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둘의 등장에 모두 자리에서 기립하며 깍듯하게 인사를 해 보였다.
02
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 여주야. 형들이 괴롭히면 말해, 힘으론 내가 다 이겨. "
히히. 하고 웃으며 말하는 정국을 향해 하나둘씩 발길질을 하는 그들이다.
이기기는 개뿔이나.
이 자식아, 넌 그래 봤자 막내야.
내가 빙다리핫바지로 보이더냐?
등등. 그런데 맞으면서도 즐거운 것인지 연신 웃어대며 장난이라고 말하는 정국이었다.
형들과 나이 차이가 나는데도 장난도 잘 치고 잘 지내는구나.
그런 생각에 정국이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지민에게 시선이 가서 지민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그러자 몸을 돌려 나를 보는 지민이다. 그런 지민의 귓가에 손으로 가리고 지민이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 저기, 지민오빠. "
" 응? "
" 오빠 제 번호 알고 있었다면서요… "
" 응. 매니저 형한테서 얻었지. "
" 그… 혹시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신 분 있어요…? "
" 응? 아니, 나만 알고 있을걸? 왜? "
" 아, 아니에요. 저 번호 바뀌어서요. 이제 그 번호 안 써요… "
" 아, 그래? 그럼 이따가 알려줘. "
" 네. "
지민의 말에 속으로 다행이다를 백 번이나 외치며 뒤로 빠졌다.
그리고 다시 정국을 밟기 시작하는 지민이. 그런 지민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러다 열심히 정국이를 밟고 있는 멤버들을 보며 윤기가 말했다.
" 체력 아껴놔. 모레부터 안무 연습 들어가신다고 아까 성득이형이 말했으니까. "
" 허으으… 뭐예요, 갑자기 이렇게… "
" 어쩔 수 있냐. 형이 정한 건데. "
" 그럼 파티는 언제 하는 거예요? "
" 파티는 이번 활동 끝나고 하래. "
" 아… 그럼 그때 해야겠네요… 어쩔 수 없네… 으으… "
도대체 그들이 무얼 얘기하는 건지 몰라 번갈아가며 쳐다보는데 그런 내 눈빛을 읽은 것인지 날 보며 말해주는 지민이다.
" 여주야, 우리 활동 끝나고 시간 있어? "
" 활동 끝나고요? "
" 응. 우리가 너 환영 파티나 하려고 그러는데 올 수 있어? "
" 그거 아까 내가 물어봤다. "
지민의 말에 윤기의 말이 들려왔고, 그랬냐며 윤기를 힐끔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날 보며 씩 웃었다.
" 어때? 올 거지? 응? 그럴 거지? "
" 어… 그게… "
" 사실 이번 파티의 주인공은 너인데, 주인공이 빠지면 되겠어? 올 거지, 여주야? "
아… 이거 원 부담스러워지네. 왜, 어떻게 하다 내가 그들의 파티 주인공이 된 것일까. 내가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파티까지 하는 건지…
" 그래, 와. 너도 오면 진짜 재밌을 것 같다. "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정국이 지민의 말을 거들어주었다.
아… 씁… 정국이가 부탁하는 거니 거절하기 좀 그렇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대충 얼버무렸다.
" 그건… 그때 가봐야 알겠네요. 지금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
" 에이, 안 돼 안 돼. 그때는 무조건 우리랑 함께 파티해야 해. "
" 무조건이요…? "
" 응. 활동 끝나면 바로 파티하기. 어때, 콜? "
" 어… 음… "
조금 뜸 들이는 날 보더니 다시 한번 콜? 이라고 묻는 지민이다.
그런 지민을 보다 얼떨결에 콜. 이라고 말해버렸다. 그러자 연신 생글생글 웃으며 날 보고 있는 지민이었다. 아주, 눈에서 꿀 떨어질 것 같다.
어젯밤 내가 자기 동생이라고 하더니, 진짜 동생이라도 된 것처럼 쳐다보고 있는 지민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 웃음이 그리 나쁘진 않아 그를 따라 히죽 웃었다.
그 순간 옆에서 날 보고 있던 정국이 살짝 커진 눈으로 봤다가 이내 고개를 살짝 저어 보였다.
♥♥♥
와... 요즘 엄청 추워요..
독감 뿐만 아니라 별별 바이러스가 많으니 꼭! 따뜻하게 입고 핫팩 꼭꼭 챙기고 다니세요!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