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팝나무입니다!
이번 편은 우현이 시점입니다. 흐흐흐흐흐흐흐.
우현이가 좀 보기와는 다르게 변..태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현이 번외는 아마 A,B 이런 식으로 나누어져 진행 될 것 같구요.
생리하는 김성규 6편을 키고 둘의 생각을 비교하면서 보시면 뭔가 더 느껴지는게 많을거에요 ㅎㅎ.. 귀찮으시더라두 추천추천!
BGM은 소녀시대 - beginni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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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이 형, 제가 지켜보면서 느낀건데요. 제 아주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말이죠..." "응" "형, 혹시.... 아니에요. 그냥 무시하세요. 그냥 스쳐가는 바람이겠죠."
요즘에는 별로 만날만한 접점도 없었던지라 얼굴 본지 넉잡고 한달은 넘은 것 같은 성종이에게 뜬금없이 카톡이 왔었다. 내가 미칠듯이 보고 싶어서 입 안에 가시가 돋을 것 같으니 쉬는 시간에 얼른 자기네 반으로 오라나 뭐라나. 그러더니 뜬금 없이 소설 가시고기를 읽었냐고 묻는다. 좀 병신 같지만 나와는 정말 다른 차원의 생각을 하는 아이인 것 같다. 그게 더 저차원적인건지 고차원적인건지는 딱히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1학년 3반에 들어서니 나와는 다른 명찰을 달고 있는 놈팽이들 천지였다. 이건 뭐 당연한건가? 괜히 머쓱해진 기분에 머리를 긁적이고 서있자 그제서야 날 발견한 이성종이 달려나왔다. 참, 저 새끼는 같은거 달린 놈인데 보면 분위기가 참 묘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성종이 하늘하늘거리는 모양새를 몰래 훔쳐보는 놈들이 몇몇 눈에 띄였다. 이성열한테 무시무시한 언어폭력 (feat. 전혀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미소)을 당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쟤는 뭔 말을 하려고 저렇게 뜸 들이는거지? 그냥 말을 머뭇거릴 뿐인데도 진득하게 느껴지는 오글거림에 뒷골에 긴장이 쫙 잡히는걸 느꼈다. 존나.. 어쨌든 평범하지 않은 새끼다. 항상 거침없이 말을 던지던 녀석인데 무슨 말인데 저러지? 지가 비운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아련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성종이의 눈빛과 정면으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 나는 그 시선을 겨우 외면하고는 입을 열었다.
"뭐, 임마." "아, 그게... 아니에요. 그냥 기억 속에 잔재도 남기지 않도록 잊어주세요."
그니까 뭐 임마! 빨리빨리! 현기증 날 것 같아! 뜸을 들이면 역시 더 듣고 싶고 파고 들고 싶은게 일반적인 사람 심리가 아닌가? 하, 말을 이으려니 눈 앞이 뿌얘지네요 따위를 중얼거리는 성종이 자식에게 난 그 순간만큼은 열 일진도 부럽지 않을 듯한 강렬한 눈빛을 보내주었다. 그런 내 시선에도 눈 하나 껌뻑하지 않은 이성종이 조곤조곤 야무진 입술을 열심히 움직여댔다. 형 혹시.. 성규 형 좋아해요? 이건 무슨 개소리인가? 지가 무슨 추억의 만화 은하철도 999의 철수도 아니고 별들만 찾아다닐 때 부터 알아봤다. 뜬금 없이 성규를 좋아하냐니? 그럼, 당연히 좋아하지. 우리가 괜히 15년 불알친구인가?
"응, 좋아하지. 괜히 15년 친구 해먹었겠냐. 너도 참. 질문 하고는. 참 영양가가 음슴이다." "그게 아니고,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냐구요. 저스트 프렌즈가 아니고. 이해 되세요?"
이건 무슨 또 이호원이 수중분만해서 모유수유하는 것과 비등비등한 개드립인가? 유갓잇? 따위를 얄미운 표정으로 지껄이는 이성종을 뒤로 하고 나는 눈을 느리게 두번 깜빡였다. 친구 이상의 감정이면 사,사,사랑 아니야? 뇌에 주름이 한 개 밖에 없나봐.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당당하게 내뱉다니. 내가 김성규를 사랑한다고? 남자가 남자를 사랑한다는게 가능한가? 아니 물론 내가 성규를 대상으로 몽..정을 한거는 그냥 욕구불만이었던 것 같고.. 라고 자기 위안을 해봤지만 에이씨, 뭔가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 게다가 상대는 내 반쪽과도 같은 소꿉친구.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저 새끼는? 내가 걔를 사랑하면 당장 10년 전에 죽은 우리 집 강아지 메리와 영혼 결혼식을 올리고 만다.
"뭐? 야, 너는 이런 이상한 소리 하려고 불렀냐? 존나 맞고 싶구나. 가뜩이나 성규 놈이랑 사이 꽁기꽁기 한데 너까지 이러고 있고. 아오." "알고 있어요. 사실 성규 형이 저에게 고민 상담을 했었어요. 둘이 싸웠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성규 형에게 믿음직한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기 때문에 상담까지 받는 위치라구요. 이건 절대 제 자랑이 아닙니다. 그나저나 성규 형에게 모든 것을 들은 제 소견으로는 말이죠.. 음.. 솔직히 제 3자가 보기에는 형들... 그냥 단순한 애인 사이의 사랑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구요. 게다가 지금 형 태도"
김성규가 고민 상담을 했다고? 걔도 어제 그런 식으로 집에 들어가서 좀 마음이 안좋았나 보다. 아니 그건 이해 하는데 왜 하필 상담 대상이 저 새끼? 김성규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선택 장애라도 생겼나 보다. 제 자랑이 아니라면서 자신이 신뢰 받고 있다는 것을 정말로 자랑하고 싶어 안달난 것 처럼 보이는 이성종이 지가 비밀결사대의 행동대장이라도 된 것 마냥 비장한 표정으로 한쪽 손을 딱 들더니 날 가리킨다. 뭐야, 저 오버액션은...
"형이 하는 행동은 남자친구가 토라진 여자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구요!"
정말 어이없다. 니 귀는 장식이니. 우리는 15년 파이어 에그 친구라니까 그러네. 앞의 내 말은 통째로 씹어먹어버린 듯한 성종에게 헛웃음을 날려주었으나 녀석은 굉장히 진지한 얼굴이었다. 누가 봐도 여성스러운 이목구비가 눈에 띄게 굳혀져있었다. 이 새끼.. 입을 열 때 마다 일반인 코스프레를 해제하긴 하지만 그래도 올바른 소리도 많이 하는 편이고 제 형인 성열이보다는 배는 생각이 성숙한 녀석이라 아예 개무시를 때릴 수는 없었다. 쟤가 저런 표정을 지으니까 그냥 뭐라고 해야 되지. 그냥 닥치고 믿어야 할 것 같기도.. 이상하게 신뢰감이 가는 것 같기도... 이래서 별명이 마성의 이성종인가? 존나 신기한 새끼. 헝헝 거리며 웃던 내가 그제서야 자신과 함께 진지진지 열매를 먹는 자들에 합류를 하자 나를 흔들림 없이 응시하던 녀석이 입을 열었다. 그럼 형, 질문 하나 할게요.
"그래서 그 한지민 닮은 누나랑은 그때 이후로 계속 연락했어요?" "아.....니? "정말 솔직히 성규 형이랑 싸운게 더 마음에 걸려요? 아니면 그 누나랑 그런 식으로 끝장난게 더 마음에 걸려요?" ".....헐" "그리고 형은 그동안 여자 사귈 때 마다 성규 형 눈치는 왜 봤어요?" "...........헐?"
존나 충격과 공포다! 쓰나미처럼 휩쓸려오는 충격의 물결에 나는 어버버 거리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유지애랑은 김성규가 밥맛 없는 카톡 메세지를 선물한 이후로 그대로 끝이었고 지금까지 유지애의 유 자 조차도 생각한 적도 없었다. 머릿 속이 온통 축! 김성규를 반찬으로 몽정이요!라던가 김성규는 생리하나?던가 그지발싸개 같아진 불알친구와의 사이 따위로 그득해서 말이지. 게다가 성종의 말이 옳았다. 이상하게 여자친구를 만들게 되면 성규의 눈치를 봤던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빨리 빨리 정리하게 됐었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진득한 연애를 못해본 걸 김성규 탓으로 돌린 적도 없는데 말이지? 갑자기 내 눈 앞에 있는 이성종이 쪽집게 도사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건 이상하다는거 형도 알아요? 겉으로는 내 의사를 묻지만 속뜻은 내가 안다는 것을 확실시하는 듯한 말투였다. 솔직히 듣다보니 일리가 있었다. 어쩜 저렇게 하나하나 콕콕 찝을 수가 있지? 쟤는 내 머릿 속에 cctv라도 달아놨나 보다.
"솔직히 니 말에 틀린거 하나도 없는데... 대체 왜일까?"
대체 왜? 왜일까? 왜 그런 결론이 나온걸까? 응? 자신감 없이 기어들어가는 내 말투에 이성종이 아주 진한 미소를 지었다. 저 순진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사악한 표정이라니. 내가 잘못 본건가? 1초만에 본연의 얼굴로 돌아가긴 했지만 그 효과만은 대단했다. 그리고 이내 녀석은 내 귓가에 조곤조곤하게 하지만 내용만은 청천벽력과 같이 속삭였다.
"형은.. 무의식 중에 성규 형을 이성과 같은 존재로 인식한거죠. 우리 형한테 들었는데 성규 형이 생리하는 것 같다는 소리까지 했다면서요? 거기서 말 다한거죠. 형은 그냥.. 성규 형을 사랑하는거에요. 그 모든게 사랑이라는 거룩한 이름 아래에서 일어난 일이라구요. 혹시 모르죠.. 형이 밤에 성규 형을 생각하며 자위라도 했을ㅈ.."
미친 새끼! 중얼중얼 발칙한 말도 드럽게 잘하는 이성종 새끼의 미운 입을 빠르게 턱 막은 나는 누가 들었을까 무서워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들은 것 같지는 않은데.. 시발 깜짝이야 진짜.. 아오.. 자위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자위는 아니고 몽정은 했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거라고! 내가 들어도 설득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 말을 차마 곧이 곧대로 말할 수 없던 나는 벌렸던 입을 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말도 안된다. 내가 김성규를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는거야? 오, 신이시여. 제발 꿈이라고 해주세요. 아시발꿈이라고 외치며 침대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네요. 나는. 이성종 이 무한남고 최고의 또라이 새끼는 내 손을 앙칼지게 뿌리치고는 아까보다 더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내 입을 강제로 벌린 채 무언가를 넣어주었다. See pearl? 이게 뭐야? 빛의 속도와도 같은 그 빠른 손놀림에 당황도 하지 못한 채 우뚝 서 있는 내 입 속에 레몬 사탕 그 특유의 맛이 퍼져나갔다. 갑작스러운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내게 갑자기 녀석이 악마의 손길을 내밀며 속삭였다.
"생각이 많을 때는 레몬 사탕이 제일이죠. 일단 이거로 복잡한 머릿 속을 달래시구요. 형이 굉장히 혼란스러워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렇고 말구요. 소꿉친구를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있겠어요? 허나, 앞으로 걱정이라는 단어는 퀘퀘한 먼지나 묻은 오래된 국어사전 속에나 묻어 두시고, 저만 믿고 오시면 되요. 제가 형의 그 혼돈의 끝을 거짓말 처럼 정리해드리겠어요." ".......어..어떻게?"
내용은 굉장히 병신 같은데 이상하게 강한 설득력이 느껴지는 이성종의 말투에 나는 레몬 사탕을 우물거리며 더욱 귀를 기울였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던 나의 얼굴을 제 쪽으로 고정시키고는 나와 눈을 더욱 지긋이 맞춘 성종이 작게 낮은 웃음을 흘리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자세한 설명은 이하 생략하구요. 일단 제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귀를 기울이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하셔야겠네요. 지나가던 급우에게 샤프연필과 종이를 빌려 마하의 속도로 글씨를 써내려간 성종이 내 싸인을 거의 강제적으로 받아내고 말았다. 무서운 새끼. 그 모든 일을 정확히 1분 안에 해낸 성종의 태연자약한 표정을 바라보며 나는 결심했다. 이 새끼한테 금전적으로는 절대 엮이지 말아야지. 정 안되면 내 콩팥이라도 떼서 팔 새끼이다.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훑던 녀석이 갑자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솔직히 두렵기도 했지만, 지금의 나의 상태는 더이상 웃어넘길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제 친구를 보면서 아랫도리가 불끈해지는걸 느끼는 천하의 개썅놈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묘한 신뢰감을 지닌 이성종의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은 나는 그 때 마침 제 동생은 피라미드 회사에 들어가면 아마 하루에 수천명도 끌고 올거라며 웃던 성열의 목소리가 내 뇌를 강하게 강타하는 것 같은 기분에 갸웃거렸다. 존..나 사기꾼 같은데 나 이 새끼 믿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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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1日
[형도 알다시피 성규 형이 절 200% 정도 신뢰하는 마음으로 고민 상담을 하곤 했었잖아요. 아, 안그래도 한 떨기의 물망초처럼 가련한 성규 형이 마음 고생을 많이 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제가 오늘 성규 형에게 형과 더이상 서먹하지 않게 인사를 건네라고 했어요. 한 마리의 귀.여.운 아기 고양이처럼 바돌바돌 떨며 형이 화낼까봐 겁을 내던 그 큐.트.하.고 앙.증.맞.은 성규 형에게 말이에요. 형의 이상야릇한 감정을 깨닫고 처음으로 대화하는거니까 그 때 딱 꽂히는 그 퓔링이 굉장히 중요해요. 딱 그 순간에 형의 온몸을 집어삼키는 오감의 향연.. 그게 바로 형이 큐.트.발.랄.한 성규 형에게 느끼는 솔직한 마음.. 형이 더 솔직해지고 진중해질 수 있도록 제가 제 영원한 동반자, 별들에게 도움을 청할게요. 별들아, 더욱 반.짝.거.려.줘!]
뭐여 시벌. 이 새끼는 뭘 잘못 먹었나. 별들아 더욱 반짝거려줘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다. 티없이 맑은 얼굴로 웃으며 매점을 향해 달려가는 성열이 녀석의 뒷모습이 왠지 처량하게 보였다. 너는 이런 놈과 십 몇년 동안 같이 살아온거니.. 그리고 뭔 놈의 카톡 메세지가 귀엽다는 말 투성이야? 자꾸 안으로 파고드는 손가락들을 겨우 피고 진정시킨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왠지 김성규가 귀엽다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건 나만의 착각인가? 그래도 성규 녀석도 걱정을 하긴 했었나 보다. 어렸을 때 부터 항상 자기 속마음에 대해 티를 잘 안냈었는데.. 나는 항상 그 녀석의 뾰루퉁한 표정, 뭔가 툴툴대는 태도로 성규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솔직하지 못한 자식 같으니라고. 뭐, 나름 귀엽기도 하네. 성규와의 추억들을 생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아. 그 때서야 나는 비로소 내가 얘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던 아니던간에 성규는 내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니 김성규가 쭈볏거리며 나를 바라보다가 다가왔다. 처음에 나를 보고는 잔뜩 티나게 몸을 굳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저 몸만은 솔직한 새끼. 내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성규가 어색했는지 팔자눈썹을 늘어트리고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음, 녀석이 내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고개를 돌려주었다. 역시 난 착한 것 같아. 올해의 착한 청소년상감인 남우현이라고 불러주길 바래. 그런데 슬쩍 성규 녀석의 눈치를 봤더니 뭐가 마음에 안들었는지는 몰라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라? 난 분명히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받을 만큼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행동을 했는데 뭐가 잘못이지? 하얀 미간에 미세하게 서려있는 주름을 멍하니 바라볼 뻔 하다가 내 자신을 겨우 다잡았다. 이런 제길? 옛날에는 수백 수천번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주름일 뿐인데! 왜! 그냥 살덩어리를 꾸깃꾸깃한 것일 뿐인데! 왜! 눈을 돌리지를 못하니 왜!
"우현아, 아,안녕?"
나의 행동의 잘못에 대한 찬반토론과 김성규의 더럽게 섹시한 미간 주름이 뒤죽박죽한 머릿 속을 겨우 진정시키고 있던 내게 독기가 쫙 빠진 성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도 긴장했었나보지? 말 더듬는거 봐. 정말 이성종의 말을 빌려서 큐.트.앙.증 김성규네.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겨우 참았다. 여기서 눈치없이 웃었다가는 다시 날이 선 고양이 모드의 김성규로 돌아가서 내 정강이를 발로 힘껏 깐다는 것에 영혼을 걸 수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고 돌아보니 맙소사, 이성종 거짓말 한거지? 성규가 두 눈가를 잔뜩 찌푸린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헐, 나 이 새끼한테 말 조차도 붙이기 싫어 시발이라고 누가 써붙여라도 놓은 것 같은 환상에 헉! 하고 정신이 아찔해진 나는 눈가와 입가에 미세하게 경련까지 일으키는 것까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찡그리는 것 조차 아깝다는 뜻인가. 난 그 때 이성종과 함께 하는 남우현 마음 확인하기 프로젝트가 삐딱선을 타기 시작함을 느낄 수 있었다. 헐, 성규의 입가의 경련이 더 심해지고 있었다. 맙소사. 실수했다. 성규를 냅두고 나 혼자 너무 많은 생각을 했어.
"어.... 김성규, 안녕."
헐 see pearl. 나도 모르게 말을 묘하게 질질 끌고 말았다. 이런 남우현 등신 새끼! 목구멍에 성대가 있으면 뭐하니! 제대로 쓰지를 못하는데! 그랬더니, 성규가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을 훽 돌리더니 가버리는게 아닌가? 내 미적지근한 반응에 기분이 더욱 쓰레기화 되었나 보다. 천하의 도도한 김성규 님이 나한테 친히 인사를 하러 오셨으면 내가 삼보일배를 해서라도 맞이했어야 했는데! 내 꿈에서 등장하셔서 친히 내 몸 이곳저곳을 야무진 두 손으로 탐험해주셨던 그런 고맙고도 미안했던 분이신데! 내가 너무 경솔했던 것 같았다. 는 개뿔. 여기서 왜 꿈 얘기가 나오는거지? 시도 때도 모른 채 이런 짐승 같은 사고 밖에 하지 못하는 나는 천하의 개썅놈인게 틀림 없었다. 하, 그 때 마침 귀신 같은 타이밍으로 내 핸드폰 화면에 이성종의 카톡 메세지가 와있었다.
[성규 형의 상큼하고 샤방샤방한 눈웃음을 감상한 기분이 어떠세요? 산소 같은 너를 저절로 부르짖고 싶지 않으셨나요?] [아니... 날 인상을 찌푸리고 쳐다보던데.. 엄청 무서웠는데? 니가 잘못 안거 아니야? 시발, 니가 김성규가 말하기 싫다는거 억지로 시킨거 아니야? 형한테 먼지나게 두드려 맞아볼래?] [말도 안돼...] [뭐가 말도 안돼? 샤방샤방 눈웃음 같은 이호원이 재왕절개하는 소리 하고 앉아있네.]
카톡 대화창에 1이 없어진지 오래이지만 성종은 아무 말이 없었다. 건방지게 형아의 말을 씹다니. 머리가 많이 컸어. 우리 성종이가. 그리고 그게 성규의 눈웃음이라고? 아까 그 표정은 절!대! 아니었다. 뭐랄까. 성규의 진정한 눈웃음은 더 간드러지고 눈이 좀 야살스럽게 접히는게 그 휘어지는 곡선이 참 눈꼬리를 만지고 싶어지게 하는게.. 참 예쁜..데? 예쁘다고? 같은거 달린 놈의 눈웃음을 예쁘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이 이제는 별 거부감 조차 들지 않는 내 자신이 정말 어이 없었다. 헛웃음도 나오지도 않는 요상야릇한 기분에 허탈해진 나는 다시 불이 들어와있는 핸드폰을 무기력하게 집어올렸다. 이성종이었다.
[형이 잘못 본거겠죠. 아닐거에요. 그건 바로 성규 형의 찬란한 눈웃음이었을거에요.] [아니라니까 그러네.] [아니에요. 분명히 형이 눈웃음을 날렸을거라구요. 제 손목을 건다구요.]
지랄. 정말로 손목 걸지도 않을거면서 허세 부리기는. 내가 자신의 말을 인정하지 않자 이성종은 머리에 뿔이라도 났는지 다시 빡빡 우기기 시작했다. 이 새끼는 날 세뇌시키려고 작정이라도 했는지 10분에 한번씩 성규는 보기만 해도 눈이 멀을 것 같은 눈웃음을 선보였을게 분명하며, 내 눈이 잘못 된거 같은데 혹시 나에게 안면인식장애라도 있는지 걱정해주었다. 안과에 한번 가보라는 친절한 권유도 잊지 않았다. 형을 닮아서 아무렇지 않게 독설을 하는 이성종 새끼를 지켜보려니 기분이 나쁜건 둘째 치고 수업에 집중 조차 할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이성종은 개미 눈꼽만큼도 도움이 안되는 씹새끼였다. 아무래도 나.. 이 새끼 계속 믿어도 될까? 흘끔 아무도 눈치 못채게 누구보다 빠르게 비트 위의 나그네처럼 김성규 자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녀석은 난시가 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만큼은 꼭 안경을 쓰는데 오늘따라 또래 남자애들보다 배는 흰 것 같은 뽀얀 얼굴과 검고 큰 뿔테 안경이 더 잘어울려보였다. 시발, 저 안경은 그냥 김성규꺼다. 딱 김성규를 위해서 나왔네. 확연히 드러나는 흑백의 조화에 자칫 단조로워보일 수도 있는 이목구비가 더욱 금욕적이고 단정하게 보였다. 맙소사, 그거에 꼴릿하는 내 아랫배는 대체 뭔데... 내 머릿 속은 왜 김성규와 나를 주인공으로 한 편의 야동을 재생시키는건데... 전혀 필요하지 않은 내 뇌의 친절 따위를 거역할 힘도 없이 교실에서_두명의_남고생_뜨거운_한_판.avi와 같은 제목을 붙이고 있는 나를 보자니 아무래도 아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던 10년 전에 이미 바이바이한 메리와 영혼 결혼식을 올려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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