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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t, too Much 01











"석진아, 쉬는 시간 끝났어."





꿈을 꿨다.눈을 뜨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쉬는 시간이 끝났다는 종이 울렸다. 해가 지는지 노란 빛이 창을 타고 들어오고 있었고, 칠판에는 음악실을 깨끗이 하자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텅 빈 교실, 교복을 입은 우리. 잠이 깬 남자아이는 내게 말했다. 조금만 더 이따 내려가자.


고등학생이었던 우리는 3층 음악실을 자주 이용했다. 3학년밖에 쓰지 않는 음악실이었는데, 고3이라고 입시에 빠듯했던 3학년들에게 음악을 감상할 여유는 많이 없다고 했다. 결국은 음악시간도 자습시간, 체육시간도 자습시간이 되어 텅 빈 예체능 교실이 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그걸 좋아했다. 딱히 음악을 좋아했던 것도, 자습을 하는 교실이 싫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입시가 다가올수록 우리에게 일탈은 반 필수가 됐다. 어쩌면 10대의 로망을 이룬답시고 피아노 앞에 앉아 크기가 다른 손가락을 들어 띵띵 소리를 내보는 게 좋아했던 그림이 됐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지루해지면 잠이 들고, 엎드려 눈을 감은 남자아이를 보다 종이 울리면 함께 교실로 돌아가는 게 습관이 되었다. 늘 붙어있던 한 쌍. 그것이 커플이냐 물으면, 우리는 늘 아니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항상 붙어다니며, 서로가 없으면 찾고 불안해하는 게 영락없는 소년 소녀의 커플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두 사람의 머릿 속 어느 곳에도 좋아한다거나, 사귀자는 말을 나눈 기억은 남아있지 않았다는 거다. 학교에서는 항상 음악실에 함께 있었고, 그러다 마음이 동하면 뽀뽀도 하고, 키스도 했다. 교복을 벗고 하교한 뒤에는 서로의 집에 놀러가 같이 책을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 부모님 한 쪽이 집을 비우는 날엔, 밤새도록 맛있는 걸 해먹고 영화를 보며 함께 있는 시간을 계속해서 늘렸다. 그 순간이 좋았더라고. 그렇게 느낀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그래서 같은 대학을 썼고, 같은 곳에 독립해 함께 사는 집을 꾸렸다.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적도 없으니, 연인이란 타이틀조차 서로에게 없었던 우리는 그렇게 사는 동안 서로의 애인이 생겼던 적도 있었다.기분은 이상했지만, 각자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니 우리는 온 마음을 다해 잘 되기를 응원했었다. 그러나 응원만큼 일이 잘 풀리진 않았던 것 같다.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서로의 연애는 그다지 오래 가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왜 그랬을까. 고등학생 때부터 이어온 잘못된 유대감의 결과라면 멋쩍게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분명 서로를 아끼긴 했지만 애인이 있을 때 탐을 낸 건 아니었는데. 헤어진 날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앉아 술 한잔을 기울였다. 연애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그래서 그 남녀는 어찌 되었느냐고. 변하는 건 없었다. 여전히 두 사람, 그러니까 우린 같은 집에 살았고, 가끔씩은 싸우기도 하고, 가끔씩은 서로를 술에 취해 끌어안기도 하며 '우리다운' 나날들을 보냈다. 피아노를 치며 자습시간이 끝나길 바랐던 그 때와 달라진 거라고는 귀찮음이 늘어나 남들의 사귀냐는 질문에 구태여 부정하지 않는 것과, 헛으로 먹어버린 나이밖에 없었다. 서로를 바라고 집착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연애의 시작은 마다했고, 그저 서로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이성이 되는 채로 자랐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대학의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과연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우리는 그때처럼 함께있길 소망할까.





"일어나."





그건 잘 모르겠다.





  





 [방탄소년단/민윤기/김석진] Tat, too Much 01~02 | 인스티즈


"오늘 약속 있다며, 지금 한 시야."


"…아아, 꿈이구나."


"꿈? 무슨 꿈 꿨어?"



 


이마에 닿는 게 입술이라는 건 진작에 알았고, 눈 앞에 보이는 남자가 꿈 속인지 현실인지를 구분하는 데에는 좀 오래 걸렸다. 마지막 학기를 앞에 두고 받은 마지막 방학을 너무 즐긴다고 한 탓인지 요즘은 오후를 지나 눈을 뜨는 게 익숙해져 버렸다. 한 시라는 말을 들으니 일어나긴 해야 될 것 같고. 한참을 마른 세수만 하다 겨우겨우 무거운 몸을 일으키니 뺨에 차가운 게 닿았다. 물인가. 아예 안 일어나면 뿌릴 생각으로 담아 왔다며 씩 웃는 게 진심이 담긴 듯 보였다.다행이다. 얼굴에 뿌려지기 전에 내 입으로 들어가서. 물컵을 받아들고 깨끗하게 비우니 더운 여름날인게 한 번 더 느껴졌다. 분명 에어컨이 켜져 있는데도 자고 일어나면 이렇게 덥구나. 침대 옆에 걸터앉은 석진이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 주자 달라붙은 머리들이 목 뒤로 넘어갔다. 샴푸 냄새. 막 씻고 나온 듯한 이 남자의 향기가 코를 감싸고 돌았다. 뭐야, 결국은 자기도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거네.





"씻었어?"


"더워서."


"근데 왜 달라붙어."


"안고 싶어서."






향기가 잔뜩 묻어나는 게 제법 포근한 품이기는 했다. 꿈 속에서도 얘를 보고 일어난 참인데, 일어나서는 안겨 있는 꼴이라니. 같이 지낸 세월이 길기는 길었나 보다.





"석진아, 쉬는 시간 끝났어."


"…."

 

"나도 씻으러 가야 돼."

 

"조금만 더 이따 가자."



 


변한 게 없다. 목소리나, 하는 행동이나. 이런 것들 하나까지도.





"키스할래."





어쩌면 이것도 꿈인가.

몽롱하다.





 


-






"무서워서 떠는 거 아니야?"


"왜 떨어, 내가 받는 것도 아닌데."


"원래 뾰족한 거라면 다 싫어하잖아."

 

"그래서 나는 구경만 하러 가는 거라니까."




방학 전 학교 동아리에서 친해진 동기가 관심있는 게 생겼다며 연락을 해 왔던 게 있었다. 계속 해야지, 해야지 하고 미루고 있던 게 있었는데,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타투로 새겨놓고 싶다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컬러가 들어간 타투들이 요즘에 유행이라면서, 각종 도안들과 사진을 들고 와서는 어떤 게 예뻐 보이냐며 묻는 게 천진난만해 보여 정성스레 골라준 기억이 난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각종 sns까지 뒤져가며 유명한 타투이스트에게 오늘 타투를 받게 되었다는데, 혼자 하기에는 너무 겁이 나니 같이 가 달라고 했던 게 오늘 잡힌 약속이 된 것이다. 물론 타투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터라, 그 정도에는 기꺼이 따라가 줄 수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는데, 일주일 전부터는 나도 타투에 대한 관심이 꽤 생긴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대도 그렇지 않은가. 일주일 전 만난 전신 타투의 남자 말이다.


사실 타투하면 부정적인 그림들이 먼저 떠올랐던지라 무서워하던 게 반 이상이었는데, 그게 사람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하지도 않았는데, 취한 듯이 홀려서는 한참을 남자를 보고 서 있던 내가 스스로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웃어 넘긴 게 며칠이었다. 우습기도 하지, 외출하고 돌아오면서 늘 마주치는 집 앞 편의점만 보면 그렇게 그 남자가 떠오르더란다. 그 타투들은 다 어떻게 만든 걸까, 하고. 피우지도 않는 담배를 태우면 나도 좀 같은 분위기가 날까 하는 생각까지 곁들여 가니 일주일 동안을 타투 생각만 하며 보내본 것 같다.



 

"사진 찍어 보내줘. 친구 응원도 잘 해주고. 저녁은 같이 먹자."

 

"알겠어, 어떻게 하는지 보고 올게."




놀리는 데에는 도가 텄지. 저녁을 같이 먹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 앞에 섰다. 방학이라고 어디 크게 나갈 데도 없어 심심하던 차였는데, 관심 있던 게 생겼으니 오랜만의 외출이 반가운 시점이었다.


동기를 만나고 타투를 하는 장소까지 가는 데에도 이야기는 계속 같은 주제로 흘러갔다. 고양이를 새긴다는 게 설렌다는 이야기도 오고 갔고, 타투이스트가 되게 세련된 센스가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도 오고 갔었다. 그러고 보니까 되게 유명한 타투이스트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런 사람들도 몸에는 타투가 잔뜩 있는 걸까. 새삼 그들의 몸에는 누가 타투를 새겨주는 것인지도 많이 궁금해졌다. 보통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작품이 아니면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고통을 참아가며 본인이 새기지는 못할 테고.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지. 찔 듯이 더운 날씨에도 우리는 제법 많은 이야기를 하느라 더위를 잘 느끼지 못했다.


도착한 장소는 한 골목에 들어선 건물 지하에 자리하고 있었다. 원래 타투를 하는 곳이 골목골목 찾기 어렵게 되어 있다는 말이 맞구나 싶어 이상하게 긴장이 되었다. 감시 카메라가 구석에 설치되어 있는 게 보여 괜히 행동에도 조심성을 더했다. 열고 들어가도 되는 건가. 동아리방에 들어올 때도하지 않는 노크를 동기가 하는 걸 보곤 새삼 웃음이 새어나왔다. 곧 문이 열리고, 화려하게 꾸민 타투이스트가 문을 열어주었다. 아, 이 사람도 온몸에 타투가 있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기도 잠시 자리를 안내하는 그에 우리는 말없이 뒤를 따랐다. 어둡지만 곳곳에 칸으로 나누어진 방들이 눈에 띄었고, 벽에는 각종 타투 그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동기는 아까 문을 열어준 타투이스트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크기라든가, 좌우반대에 대한 이야기, 좀 더 섬세한 작업 등에 대한 추가 질문이 이어졌고 나는 대신으로 근처 소파에 앉아 장식품들을 구경했다.


조용하면서도 화려하구나. 저런 것들을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꽤 아프겠지. 비용은 얼만큼 할까. 타투이스트들의 취향대로 꾸며진 각종 방들과 도안들의 개성이 보이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몇 분을 더 눈으로 구경만 했을까, 곧 준비를 끝내고 서명까지 끝낸 동기가 타투를 할 거라며 옆에 와 달라는 말이 들려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이걸 드디어 생으로 구경하는구나. 나는 혹시라도 뒤늦게 들어가면 안 될까 발걸음을 서둘렀다.그러지 않아도 됐는데. 처음 온 티를 팍팍 내던 나는 보이지 않는 동기의 목소리리만을 쫒아가다 그만 커피를 타 가던 다른 타투이스트와 부딪히고 말았다.





"아, 뜨거."





 



[방탄소년단/민윤기/김석진] Tat, too Much 01~02 | 인스티즈

"…아, 또 떨어트렸어."


 



어라.



 

"죄송합니다. 많이 튀셨나요? 바로 휴지 드릴게요."


"…."


"제가 요즘 잠을 못 자서, 자꾸 뭘 놓치는 바람에."



 


그 남자다.








-





Tat, too Much 02







남자는 피곤한 눈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그대로였던 흰 피부에 비례하는 검은 다크서클이 신경에 쓰이더랬다.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급하게 물티슈를 건네주는 손에도 힘이 없어 보여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근처에 있던 대걸레가 바닥을 쓸고 지나가고, 손에 올랐던 커피냄새를 다 지울 때쯤엔 젖어버린 옷이 신경쓰였다. 아, 그래도 나들이라고 좀 꾸민 옷이었는데. 갈색으로 변한 옷자락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니 덩달아 남자도 제 앞에 서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면 나는 대답했다. 아니, 아니에요.


멀리 방에서는 이미 타투가 시작된 건지 기계 소리가 들렸다. 얼른 가 봐야 하는데. 에어컨 바람에 뜨거웠던 커피가 식어 젖은 옷이 축축하게 변했다. 잠시 멍하게옷을 내려다보니남자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티슈, 주시면 버려 드릴게요. 아. 커피색으로 물든 티슈를 건네주니 남자의 흰 손이 꽉 차게 되었다. 동시에 보이는 손목 위까지의 선명한 타투. 반팔에 검은 가디건을 걸친 남자였지만 팔꿈치까지 걷어올린 탓에 내 눈은 그 위까지 함께 올라가 있었다. 시선이 떼어지지가 않더란다. 화려하지만 남자의 분위기 그 이상은 넘보지 못하는 묘한 타투의 빛깔에.




 

"…되게 아팠겠다."


"예?"


 


티슈를 넘겨주며 한 말이 고작 이것이었다. 온 몸을 뒤덮었지만 무섭지도 조잡하지도 않은 타투들에 시선이 끌려버려 이상한 소리를 뱉은 것이다. 아무래도 남자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다른 누군가의 고객일 테니, 어떻게 서비스 차원에서 웃고는 있으나, 분명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까부터 노골적으로 바라본 것도 그렇고. 젖은 옷에 대해서나 커피를 쏟은 것에 대해서도 아무 말 않으니 돌아가야 하나, 아님 말아야 하나. 갈피를 못 잡은 남자의 눈빛이 그제서 내게 들어왔다. 아, 그렇지. 이 얘길 할 때가 아니지, 난.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되게 아팠어요."


"네?"


"이게 처음했던 건데. 꽤 아프더라고요."


"아…"





이런 어처구니 없는 대화에도 대답을 해 주는 사람이라니. 나는 그만 내 자신에게 민망함을 느껴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렇구나. 하긴 그렇겠지. 바늘이 살을 파고드는건데 어떻게 안 아플 수가 있겠어.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무안함에 혼자 말을 않고 있으니 남자는 죄송하다는 말을 한번 더 남기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쏟은 커피 대신 다시 하나를 더 타 마시려는 모양이었다. 잠을 얼마나 많이 못 잔 걸까. 걷다가 커피도 쏟을 지경이라니. 나는 속으로 내가 남자의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기를 바라며 똑같이 몸을 옮겼다.


작업실 안으로 가까워질수록 기계 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뜨거워 보이는 조명 하나가 동기의 팔을 내리쬐고 있었고, 멀리 서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타투이스트의 손에는 잉크가 있는 바늘이 동기의 피부로 파고들고 있었다. 아, 부위를 팔로 정했구나. 이미 하고 있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겁에 질린 채 두 눈을 질끈 감은 동기의 표정에 작게 웃음이 나왔다. 뭐야, 그래도 잘 버티고 있네. 같이 있어 달라더니. 혹시라도 방해가 될까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던 나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을 직감해 밖 소파에 앉아있을 걸 얘기하며 작업실의 밖으로 나왔다. 그도 그럴 게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던지라, 기다리는 입장으로서는 생각보다 꽤 지루했기 때문이었다. 기계 소리는 다시 작아지기 시작했고, 이전에 앉았던 소파를 찾으니 그제야 앞에 세워져 있는 거울에 제 옷차림이 비춰 보였다. 어두운 계열이라 잘 안 보일 줄 알았는데. 아까 남자가 흘린 커피 자국이 너무 눈에 띄게 옷자락을 뒤덮고 있었다. 아. 어쩌면 세탁을 맡겨도 안 지워질 지 모르겠다.


반 체념하며 소파에 걸터 앉은 채 눈으로 옷을 살피는데 가방 쪽에서 진동이 울렸다. 전화인가. 아무래도 이 시간에 전화가 온 걸 보니 석진이 심심해서 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가방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자 보이는 이름 석 자에 그만 웃음이 나왔다. 아무래도 진행 상황이 궁금하기는 한가 보다.



 

"여보세요?"


[타투 하고 있어?]


"그러니까, 내가 안 하는 거라고 했잖아."


[궁금하잖아, 저녁 뭐 먹고 싶은지 미리 물어보려고.]

 

"아 장 보러 간 거야?"


[응. 막상 사려니까 뭐 살 지 모르겠어서.]




낯선 곳에 있다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니 그래도 기분이 좋아져 긴장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뭘 먹는 게 좋을까.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주로 사 먹는 게 일상이 된 우리였지만, 가끔씩 서로가 해주는 요리를 먹기도 했던 룸메이트였기에 나는 장을 보러 간 석진이를 고려해 곰곰히 저녁 메뉴를 생각했다. 최근에 안 먹었던 게 뭐였지. 별 거 아닌 주제였지만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며 머리를 긁적이는데, 그대로 머리를 쓸어내리던 차에 손이 엉켜버려 말이 끊기고 말았다. 아, 하고 짧게 낸 고통섞인 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넘어갔는지 왜 그러냐는 말이 건너 돌아왔다. 머리 엉켜서 걸렸어.




[불편하면 자르라니까.]


"그래야 되나, 관리가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시간 날 때 한 번 가. 거슬려.]

 

"거슬린다니, 너랑 있을 때는 머리 묶으면 되잖아."



 

며칠 전부터 더위에 달라붙는 머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더니 자꾸만 자르라고 하는 게 습관이 들었나 보다. 쓰다듬거나 끌어안을 때, 혹은 스킨쉽을 하거나 할 때 많이 거슬린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사실은 긴 생머리가 학생 때부터 로망이자 익숙한 내 모습이었다 보니 아직까지는 쉽사리 자르기를 망설이는 게 반 이상의 이유였다. 어떤 모습이든 예쁘다고 말할 땐 언제고. 입술 부빌 때 거슬리니 머리를 자르란다. 남자들이란.




"고민해볼게."




결국 저녁식사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끊고 나서야 아차 싶었지만 뭐,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니 어련히 알아서 준비해 줄까. 나는 그리 생각하며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다시 눈에 들어오는 주변. 한참을 멍 때리고 있으니, 뒤쪽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방탄소년단/민윤기/김석진] Tat, too Much 01~02 | 인스티즈

"어… 아직 작업 안 들어가셨나 봐요."






아까 본 그 사람이다. 문이 닫히자 에어컨 바람에 휩쓸린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 담배 피우고 왔나 보다. 처음 봤을 때 묘한 표정으로 하얀 담배 연기를 내뿜던 남자의 모습이 떠올라 침을 꿀꺽 삼켰다.


 


"아, 아뇨. 저는 타투 안 해요. 친구가 하러 온 거라."


"그럼 기다리시는 중이에요?"


"그쵸, 뭐… 도안이 커서 오래 걸린대요."


"뭘 하길래. 뭐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아, 주시면 감사합니다. 고양이 한다던데."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까 자신이 커피를 탔던 곳으로 향했다. 뭐 좋아하세요? 아이스 커피, 녹차, 오렌지 주스 있는데. 나는 가만히 있다 또 서둘러 답했다. 오렌지 주스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곤 유리컵에 주스를 담아 건네주었다. 흘리지 않게 조심스레 받고 나니 다른 손에는 커피가 또 들려있다. 하루에 몇 잔을 마시는 걸까, 저 사람.




 

"고양이라. 직접 키우시는 고양이요?"


"네, 며칠 전에 병으로 죽어서."

 

"아… 마음 아프시겠네."

 

"기억하려고 새기는 거라 하더라고요."




 

남자는 타투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듯 반대편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테이블에는 아까 남자가 가져온 주스와 커피가 올려져 있었고, 짧은 대화는 금방 마무리 돼 어색함을 불러 모았다. 여기에 계속 앉아 있을 생각일까. 무슨 대화를 더 해야하지. 이러다 날 기억하면 어떡하나. 괜한 걱정에 눈만 도르륵 굴리고 있는데, 테이블 위에 놓여진 담배 케이스와 커피에 시선이 멈췄다.





 

"그, 커피는 자주 마시세요?"


"아, 새 도안 작업했더니 요즘에 잠을 좀 못 자서요."


"직접 도안도 그리고 하시는 거예요?"


"네. 요새 아이디어가 몇 개 떠올라서."

 

"그렇구나."


 



또 끊겨버린 대화.

알게된 건 이 남자도 타투이스트라는 점인가. 왠지 모를 남자의 분위기에 눌린 나는 어색함을 이겨내기 위해 별 노력을 다 했던 것 같다.




"피곤하시겠어요."


"괜찮아요. 빈 시간 채우려면 이런 거라도 하면서 보내야 해서."


"뭐, 여가 시간 같은 건가요?"


"여자 친구가 밤에 작업하고 이러는 거 싫어했거든요. 그래서 일찍 자고 그랬는데 패턴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어…"


"대판 싸운 뒤에 일하다 보니까 멍도 좀 때리고 그래서. 아까 실수도 저지르고 그랬네요."

 

"아, 이거요. 괜찮아요, 세탁하면 되죠."




 

자신의 실수를 설명하기 위한 이야기였을까. 본의 아니게 그가 애인이 있단 이야기까지 듣게 되자 어찌 반응해야 할 지를 몰라 주스만 홀짝이며 들이키고 있었다. 이 남자를 자세히 보고, 타투를 원하는대로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건 좋은데, 나누려는 대화의 주제가 딱히 생각나질 않으니 있던 사교성도 바닥이 날 지경이었다. 감정에 잘 휘둘리는 사람이려나. 이전에 편의점 앞에서도 운 것처럼 보였고. 그럼 그 때 여자친구와 심하게 싸웠던 걸지도 모르겠다.


별로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는지 무안해진 남자의 손이 또 한번 커피로 향했다. 손등에 새겨진 화려한 나비 문양. 그를 따라 위로 올라가니 스치듯 지나간 티셔츠 위의 쇄골에 그려진 타투가 또 눈에 들어왔다. 진짜 예쁘게 그려져 있구나. 빤히 멈춰 바라보는 시선에 이번에도 남자는 내 눈빛을 느낀 모양인지 커피를 내려놓으며 작게 웃었다.




 

"그럼 뭐, 나중에라도 타투하실 생각 있으세요?"


"타투요?"

 

"아까 제 타투 열심히 보시던데. 관심 있으신 거 같아서."


"…."


"지금도 그렇고."


"아, 그. 불편하셨으면 죄송해요."


"익숙해요. 전신에 붙어있는 게 좀 신기하죠."



 


다음에 타투 하고 싶으실 때 저한테 받으러 오세요. 여기 보이는 예쁜 타투만큼 섬세하게 해 드릴게요. 남자는 장난기 많은 웃음을 띄며 아예 대놓고 제 팔을 들이밀어 타투를 보여주었다. 내가 남자의 타투에 홀려서 보고 있었다는 걸 이전부터 알고 있던 모양이다. 이건 뭐 편하게 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야할 지. 멋쩍임에 머리를 긁적이다 허리를 숙여 남자의 타투를 더 가까이서 보려는데, 그만 길게 늘어진 머리가 테이블 위의 주스로 몇 가닥 빠지게 되고 말았다. 젖어든 머리카락.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눈만 굴리고 있으니 남자는 보여주던 팔을 뻗어 머리를 가볍게 위로 들어주었다.



 



 

[방탄소년단/민윤기/김석진] Tat, too Much 01~02 | 인스티즈

"머리."


"…."


"다 젖겠네."



 


아. 뒤늦게 고개를 숙이자 이미 끝자락이 다 젖어든 게 보여 급하게 머리를 뒤로 넘겼다. 숙였던 허리도 펴니 달라붙은 머리카락들이 하나 둘씩 젖어가며 뚝뚝 주스가 떨어지기에, 남자는 웃으며 일어나 티슈를 몇 장 뽑아 또 건네주었다. 원래도 머리로 뭐 마시고 그래요? 놀리듯 장난섞인 말이 민망함까지 섞여 들어오자 얼굴이 빨개질 게 다 느껴져 휴지를 받아들고는 마냥 웃기만을 반복했다. 커피로도 모자라서 주스라니. 오늘 일진이 영 좋지 않은가 보다. 민망함에 웃고만 있으니 그게 재밌는 그림이 되었는지 남자도 따라 웃으며 도로 자리에 앉았다.아, 진짜 머리를 잘라야 할까 봐. 급하게 뒤로 넘긴 머리를 보던 남자가 내 말에 의아해하며 입을 열었다.




"주스 때문에 머리를 자르려고요?"

 

"아, 아뇨. 그건 아닌데, 긴 머리가 거슬린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해서요."


"누구, 남자친구?"

 

"…어,"

 

"어머니?"


"그냥 친구요, 볼 때마다 더워 보인다길래."



 


익숙하게 받던 질문이었지만 대답하기는 늘 애매한 게 이 질문이었던 것 같다. 정신없이 머리를 닦기도 잠시 남자 친구냐는 질문에 또 부정을 해버린 나는 속으로 황당함을 느꼈다. 뭐, 다른 사람들이 물어도 귀찮음에 그냥 그렇다고 하던 질문이었는데. 오랜만에 또 부정을 해보네.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주황색으로 물들 때가 되어서야 휴지를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지금은 내가 쓰레기통을 찾아 버리는 게 낫겠지. 남자도 나서서 먼저 버려주겠다 하지 않았다. 이따 물어보면 그냥 대답만 잘 해주면 좋겠는데. 주스 때문에 끈적해져 달라붙은 머리를 하나씩 떼어내고 있자니 왠지 모를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이 몰려와 얼굴을 붉혔다. 이거 뭐, 언제쯤 고개를 들 수 있을는지 모르겠네.




"근데, 머리 안 자르는 게 더 예쁠 것 같아요."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더우면 머리야 묶으면 되고."





무안해지지 말라고 하는 소리였는지, 아니면 이후 자신에게 작업을 받게 하기 위한 서비스 차원의 밑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뚫어져라 내 머리를 보던 남자는 머리를 자르지 않아도 예쁘다 말해주었다. 집에 있다 장 보러 나간 누구랑은 좀 다른 느낌이 들긴 하네. 물론 엉킨 머리를 푸느라 그리 와 닿지는 못 했지만, 이 다음에 했던 남자의말은 확실하게 머리에 남았던 것 같다.



 


"그 때도 그러지 않았나."

 

"네?"









[방탄소년단/민윤기/김석진] Tat, too Much 01~02 | 인스티즈

"나 보고 있었잖아요, 머리 묶고."






편의점 앞에서.






-




Tat, too Much 02

오류로 인한 재업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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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제가 말이에요.... 처음 이 글 보면서... 마지막 말 때문에 아주 아찔했었어요...ㅠㅠㅠㅠ 으헝 진짜 정말 오랜만입니다ㅠㅠ
5년 전
BAR
그때 그 시절인가요.
5년 전
독자2
헐 작가님 ㅠㅠㅠㅠㅠㅠ 네이버로 갔다가ㅠㅠㅠㅠㅠ 헐
5년 전
독자3
작가님 ㅜㅜㅜㅜ힝
5년 전
독자4
작가님 이제야 오다니요,
안되겠어 맴매파티를 아주 그냥.
대신 맴매는 쪽쪽이로 갑니다

5년 전
비회원166.252
헐......진짜 잘못 본 줄 알았어요ㅠㅠㅠ 그냥 재업로드라도 감사합니다 생존신고를 해주셔서...........아아아 너무 좋아요 으어어엉 제가 진짜 작가님 글 안 올라오는 동안 작가님 전 편을 얼마나 읽었는지 모르시죠..진짜 작가님 글만큼 몰입도 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못 찾아서 정말 작가님 글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구요ㅠㅠㅠ감사합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5년 전
BAR
세상에.
5년 전
독자5
아 진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ㅜㅜㅜㅜㅜㅜㅜ민윤기 진짜 제발 ,, 작가님 너무 좋아요 예전에도 진짜 너무 좋았는데 이렇게 다시 봬니 더 좋은 것 같아요
5년 전
독자6
작가님ㅜㅜ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당 ㅜㅜㅜ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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