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에휴."
나는 그 날 결국 조퇴를 했다. 눈물을 흘린 탓에 온 몸에 기운이 없었다. 실은 그 애와 같은 교실에서,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수업을 들을 용기가 없었다. 물론 그 애는 나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겠지만. 지금 이렇게 내가 조퇴를 해버려도 반장이라던 그 애는 내가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젠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카톡! 하는 소리에 휴대폰을 바라보니 조심히 가, 라는 지은의 메세지가 보였다. 번호를 주고받아 처음 나눈 메세지가 겨우 이런 내용이란것에 미안함이 앞섰다. 그나저나 아깐 내가 조퇴맞는것도 옆에서 도와주더니. 좋은 친구를 사귀었다는 생각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엄마."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니 어느 새 나는 집 앞까지 와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약간은 조용한 집안이 나를 맞이했다. 힘없는 목소리로 엄마, 부르니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집에 아무도 없다, 라고 인식이 된 순간에야 나는 집 안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내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교복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가방을 팽기치고 침대에 엎어졌다. 기대는 안했지만 나름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첫 발걸음을 내딛었던 학교였다. 이렇게 둘째 날부터 안좋은 추억을 만들고 조퇴 따위 하고싶었던게 아니었는데.
"...하."
입을 열면 나오는건 한숨밖엔 없었다. 나른나른 감겨오는 두 눈을 꼭 감으니 잠이 몰려왔다. 완전히 깊이 잠이 들려는 순간 휴대폰에서 많은 메세지 소리가 들려왔지만 굳이 자리에서 일어나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급한 연락은 아니겠지, 이 시간에.
***
"야."
"...ㅇ,어?"
"○○○, 어디갔어?"
"..아, 어. 조퇴했는데..."
"아, 그래."
점심 시간이 끝나가고 수업 종이 칠 시간이 다 되가는데 ○○이 자리로 돌아오지 않자 그제서야 자리에 ○○의 가방이 없다는걸 눈치챈 경수였다. 이상함을 느낀 경수가 ○○과 친해진 것 같던 지은에게 다가가 물었다. 원체 여자애에게 먼저 말이 거는 일이 없는 경수였기에, 지은은 특히나 놀랐다. 경수는 자리로 돌아와 휴대폰을 꺼냈다. 아, 씨발. 경수는 작게 욕을 내뱉었다. 나 얘 번호 없구나.
[○○○번호좀]
[우리 ○○이 번호를 니새끼가 왜 - 변백현]
[우리 ○○이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빨리 안내놔?]
[싫은데~ - 변백현]
[아 개새끼..○○○ 조퇴했대]
[무ㅝㅅㅣ발??어디아파? - 변백현]
[모르니까 번호 달라는거아니야 병신아]
[아시발내가연락할거임ㅇ - 변백현]
[내놔 퇴학시켜버리기전에]
[권력남용새끼..시발..010-xxxx-0408 - 변백현]
[ㄳ]
달라면 좀 곱게 줄 것이지 존나 뜸들이고 지랄이야, 이 새끼는.
경수는 백현에게 받은 번호를 우선 저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름 처음 사귄 여자인 친군데, 저장 정도는 예의지 않을까싶어서.
"...큼."
아무도 자신에게 신경을 쓰고있지 않았고, 아무도 자신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지 않았지만 경수는 누가 볼새라 괜히 눈치를 살피며 저장, 버튼에 손을 가져갔다. 그런 뒤에 카톡을 누르니 벌써 친구목록엔 ○○이 떠있었다. 프로필 사진에 올려놓은 ○○의 셀카를 잠시 바라보다 역시나 아무도 모르게 캡쳐를 하는 경수였다.
[야]
[아파?]
[조퇴를 할거면 좀 말이나 해주던가]
[아프지마]
[병신..]
아픈 애한테 병신이라고 하는건 좀 너무했나, 말투를 조금 더 상냥하게 할걸 그랬나? 1이 사라지지않는 자신의 메세지를 한참 바라보며 별 생각을 다한다. 어느 새 수업종이 울리고 경수는 자신의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었다. 이거 왠지 모르게 이번 수업은 제대로 듣지 못할 것 같다.
***
"아, 아. 머리야. 아오."
분명 자고나면 어디든 멀쩡해야하는게 정상인데 오히려 머리가 더 아팠다. 너무 많이 자서 그런가. 아직까지 몽롱한 정신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면 길쭉한 시침은 9를 가리키고 있었다. 무려 옷도 안갈아입고 씻지도않고 엎어진 그 상태로 8시간을 쳐잤다. 참 한심하여라. 목이 텁텁해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가니 어느 샌가 엄마가 집에 와있었다. 나를 뭔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엄마가 왜 집에 있어, 하길래 아파서 조퇴했어. 짧게 대답했다. 그런 엄마를 지나쳐 부엌으로 가 물을 들이켰다. 그제서야 조금씩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친구는, 많이 사겼어?"
"..응."
"다행이네, 적응 못할 줄 알았더니."
대답대신 얕은 웃음으로 응한 뒤 내 방으로 돌아왔다. 친구, 친구 많이 사귀긴 했지. 그 사람들은 나를 친구라고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침대에 철푸덕 걸터앉아 그제서야 휴대폰을 켰다. 불이 꺼진 방안에서 갑자기 밝은 액정을 바라보니 눈살이 찌푸려졌다. 3통의 전화, 그리고 떠있는 여러 개의 카톡메세지.
[야너아파?조퇴햇ㅅ다매 아ㅏ어디아파? - 똥백]
[자???답좀ㅜ - 똥백]
[진짜자..?ㅠㅠㅠ백현이 걱정돼ㅠㅠㅠㅠ - 똥백]
자신을 3인칭으로 칭하며 주먹을 부르는 메세지를 남긴 변백현이,
[○○아 집 조심히 들어갔어? - 지은]
[자나보네? - 지은]
[내일은 웃는 얼굴로 보자! - 지은]
[○○아ㅠㅠㅠㅠㅠㅠ아프다매ㅠㅠㅠㅠ조퇴했다매ㅠㅠㅠㅠㅠ - 수뎡]
[아프지마내새끼ㅠㅠㅠㅠㅠ - 수뎡]
[아파?!!!!!!!!!!! - 빵민아]
[○○아!!!!!!!!!!!!!!! - 빵민아]
나도 모르게 만들어진 단톡방에 남겨진 친구들의 메세지와,
[야]
[아파?]
[조퇴를 할거면 좀 말이나 해주던가]
[아프지마]
[병신..]
친구 목록에 없는지 추가 버튼이 생겨난 도경수도.
잠깐. 뭐? 도경수?
"...도경수?!"
난 도경수에게 번호를 준적이 없다. 걔가 물어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나는 아무 남자에게나 번호를 함부로 주는 그런 사람도 아니다. 그럼 얘가 내 번호를 어떻게 알지? 나는 얘 짝꿍이고, 얘는 변백현 친구고, 나도 변백현 친ㄱ..변백현 개새끼야.
"야."
'ㅇㅇ아!! 아프다매ㅠㅠㅠ왜 아파ㅠㅠㅠ아프지마ㅠㅠㅠ.'
"개새끼야."
'왜 전화하자마자 욕해ㅠㅠㅠ.'
"너 도경수한테 내 번호 팜?"
'...'
"디질래?"
'아니..그게..도경수가 니 번호 안주면 나 퇴학시킨다잖아! 나 퇴학당하면 너가 책임져 줄꺼야?'
뭐 이런 뻔뻔한 새끼가 다있어?
"..."
'그니까 내 말은..잘못했다고..'
"...하."
'그래도 뭐 친구되고 좋지않아?'
"싸워, 시발."
'아, 미안. 미안해. 화내지마.'
그냥 얘한테 전화를 할게 아니라 내일 학교에서 눈 마주치자마자 존나 때리는게 나을뻔했다. 지금 변백현과 나 사이에 물리적 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매우 분했다. 물론 나는 도경수가 내 번호를 알게되서 화가난게 아니었다. 차차 친해지고 먼저 번호를 물어본다던가, 어? 아니면 내가 용기내서 번호를 물어본다던가 하면 좋잖아. 근데 변백현이 그걸 다 흐지부지 시켜버린거잖아. 나 매우 화나.
앞 뒤 상황은 하나도 모르면서 무작정 화만 내는 누가봐도 변백현 친구 ○○이었다.
《 지랄견 List 》
NO. 1 도경수
특징 : 반 1등. 공부 방해하면 빡침. 첫 여자인 친구가 나.
NO. 2 변백현
특징 : 내 중딩친구. 내 소라빵 먹은 새끼. 개새끼. 여자 자주 갈아끼움. 너 개새끼 취소.
NO. 3 오세훈
특징 : 첫인상 겁나 쟈가웠던 애. 나한테 이쁘다고 헛소리함. 아직 잘 모름.
NO. 4 김종인
특징 : 첫인상 존나 무서웠던 애. 근데 인소 남주삘 대사드립으로 그 첫인상 다 깨버린 애. 나머진 잘 모름.
NO. 5 박찬열
특징 : 미미쨩인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철벽남. 여동생있음. 살짝 츤데레삘.
NO. 6 김종대
특징 : 해맑.
NO.7 김민석
특징 : 솔직히 난 아직 얘가 무섭다. 깜짝등장을 좋아함. 선도부
NO.8 김준면
특징 : 우리반 반장. 여행가기를 좋아한다함. 나를 싫어함.
♥ 디스 이즈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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