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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나재민] 습관은 사랑(1) | 인스티즈 

 

 

 

 

 

 

 

 

 

 

 

MOONDAL 

 

 

 

 

 

 

 

 

 제가 사랑이 좀, 많습니다.





벽 한 면을 통째로 쓰는 역사 내 전광판 연예인 생일 광고였다.

유명한 얼굴부터 모르지만 보기에 좋은 얼굴들까지 지하철 광고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돌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는 대세 배우 나재민의 어록 중 하나가 이번 연도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걸려있을 예정이다.

깔끔하고 예쁘장한 나재민이 손가락 하트를 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종아리 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던 나무가 나재민 생일 광고 앞에서 속도를 늦췄다. 전광판의 환한 빛이 나무의 얼굴에 잔뜩 묻었다. 무표정의 나무가 돌연 혀를 차며 한마디 툴툴거렸다. 





"사랑이 존~나게 많으셔서 탈이지."





상대를 분명히 겨냥하고 쏜 말이었다. 얼마나 소중한지 나재민 주변으로만 모양 선을 따라 붙인 색색의 메모지들이 불쌍했다. 이 자식한테 이런 애정도 주지 마요. 절레절레 머리를 젓던 나무가 눈을 번뜩 뜨고 안내 표시를 보며 두리번거리다가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 습관은 사랑 ::

























어제의 여자친구와 오늘의 여자친구

이번 주 여자친구와 다음 주 여자친구

저번 달 여자친구와 지지난번 달 여자친구는 다 다르다.

여자친구가 쉴 새 없이 불규칙적으로 바뀐다. 뷰티 인사이드는 아니다. 아웃사이드인가. 재민은 속으로 생각한 재미없는 농담에 자기 혼자 터져서 피식 새는 웃음을 내었다. 재민이 움직이는 바람에 립을 칠하고 있던 손이 주춤거렸다. 재민이 뭐하냐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니, 그의 기세에 눌려 작게 떠는 손을 다시 도톰한 입술에 갖다 댔다. 





"얘는 이십 분이면 갔다 올 수 있는 곳을 사십 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안 와. 형, 강나무 자르고 새로운 매니저 하나 구해."





"네가 내 몫까지 해서 둘 구해라. 나도 나가련다."





"아 형~ 섭섭하게 왜 구랭~ 농담이라도 그딴 식으로 하면 호온나?"



웃으며 말하고 있지만 살기가 느껴졌다. 인간의 직감으로 느끼는 바다.

만약 엿볼 수 있다면 대기실 안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마음들이 공통으로 그리고 있는 건 이렇게 생겼을 거다. `할 수 있다면 관두고 싶다.`

하지만 나재민인데. 이름하여 "슈스" 라는 대배우 나재민인데 나가는 게 가능하냐. 눈 가리고 귀 막고 그렇게 한 명만 재끼면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쏠쏠하다. 그래서 헤어 메이크업이고 의상이고 매니저고 뭐고 쉽게 나재민을 떠나지 않는다. 

나재민을 섭섭하게 만든 목우 매니저가 씩 웃으며 곰 발 같은 손을 허공에 내저었다.





"미안해~ 농담인데 기분 상했다면 절대 안 할게. 나무한테는 내가 빨리 오라고 전화할게~"





"그래 그래~오자마자 무릎부터 바닥에 대라고 해~"





재민은 한 손에 건성으로 들고 있던 핸드폰을 고쳐 잡고 화면에 시선을 내리꽂았다. 채팅창에선 상대가 연속해서 종알종알 말풍선을 늘리는 중이었다. 재민은 한쪽 눈썹을 살짝 내리며 고개를 비스듬히 틀었다.





"지겹다."





이번 건 재민 기준으로도 짧다. 매스컴에서 예쁘다, 예쁘다. 방방 뛰어주는 걸그룹 애라 만나봤더니 알맹이가 평범했다. 재미없다는 말이었다. 





"강나무 진짜. 커피 다 식어서 오겠네."





항상 처음은 그래도 설레서 좋은데, 오래 못 가고 식어버린다. 

혼잣말치고 큰 목소리에 목우 매니저가 재민에게서 등을 돌려 손을 바쁘게 놀렸다. 





-나무야 너 어디냐 빨리 와라



-오빠 저 지하철 반대로 탔나봐여….



-...야... 눈물 난다.





거기까지 보낸 목우 매니저가 슬쩍 돌아 재민을 살폈다. 지하철 역사 내에 유명한 카페가 있다고 나무를 시켜 보냈는데 늦는 탓인지, 아니면 금사빠식의 연애놀음이 잘 안 풀리는 건지 모를 심통이 나 있었다. 목우 매니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



















스물일곱 강나무의 출발은 나재민 뒤에서였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광고 쪽에서 기웃, 드라마 쪽에서 기웃, 영화 쪽에서 기웃, 그리고 틈나는 대로 방송국 단기 알바. 그렇게 연예계 짬밥을 어필하며 문 엔터에 배우 매니저 채용으로 입사했다. 문 엔터는 중소 기획사지만 사람 둘 잘 키워서 논현동 상가 건물 3층에서 벗어나 삼성동에 삐까번쩍한 사옥 하나 세웠다.

둘 중 한 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 양해이고, 다른 한 명이 바로 나재민이다. 나재민의 이 바닥 첫 번째 여자친구가 해이였다. 

데뷔작부터 높이 뜬 나재민의 이름은 대세 신인 배우리는 타이틀과 함께 양해이의 연하남 이라는 기사 제목까지 날아갔다. 문 대표는 그때부터 뒷목을 잡았다. 네가 내 고혈압의 주된 원인이니 나 쓰러져서 실려 가면 무조건 너다.

삿대질하는 문 대표의 손가락을 다정히 잡아주며 재민은 대답했다.

여친 생길 때마다 기자보다 더 일찍 연락 드릴게요. 거기에 문 대표는 더 붙일 잔소리도 없었다. 다 튕겨 나가니까. 그저, 으응 그래. 티는 제발 내지 말고 어쩔 수 없는 기레기 근성에 걸리길 바란다. 라고 밖에는 못했다.



다 셀 수는 없으니 실검에 사이좋게 오른 인물들만 나열해 보자면

예능 같이 한 아이돌 A , 광고 같이 찍은 신인 배우 C , 지인 소개로 만난 모델 E, 음악 방송 스페셜 엠씨 때 만난 아이돌 J , 웹드라마 상대역 아이돌 M , 친하게 지냈던 선배 배우 B , 지인 소개로 만난 작곡가 P , 심야 라디오 디제이였던 아이돌 S , 드라마 작가 D , 같이 영화 찍은 중국 배우 R 정도 되겠다. 



스캔들 메이커 배우 나재민의 여자 취향을 알아보자며 그동안 엮였던 연예인들을 모아 분석한 발칙한 기사도 있었지만 억지로 끼워맞춘 기승전결이라 - 그 기자도 쓰다가 멘탈 여러 번 고쳤을 거야, 라고 재민은 말했다. - 별 타격감은 없었다. 그가 그동안 만난 여자들은 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개 상 고양이 상 여우상 토끼 상 독특하고 신선한 페이스를 두루 만나고 다녔고, 나이도 동갑에서 나이 차 많이 나는 연상 연하 혹은 비슷한 연상 연하까지 다양했으며, 유명하기도 했고 무명이었는데 재민과의 스캔들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애정 결핍이냐, 하면 또 그건 긴가민가하기도 한 게 하는 짓을 보면 사랑 많이 받고 다녀서 남들에게도 그 사랑 퍼다 줄 줄 아는 사람으로 평가되곤 했다.

흔한 표현으로 밥 먹듯이 열애설이 터지는 데도 그의 팬덤이 굳건한 이유는 적어도 기만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매번 `어쩔 수 없이` , `감추려고 노력했는데` 남의 사생활 캐고 다니는 기자들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팬들한테 그렇게 잘한다. 애정표현이든 역조공이든. 무엇보다 배우이면서 나오는 미친 아이돌력과 타고난 게 틀림없는 센스에 얼굴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니까. 예능 나가면 하드캐리라는 평평한 수식어가 내내 따라다녔다. 그러니 나재민이라는 사람이 계속 쓰일 수밖에.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제품이나 브랜드에도 광고주들은 나재민이면 괜찮다, 는 유한 반응을 보였다.



통신사, 주류, 항공, 패션 등등 온갖 광고와 드라마 영화 주연을 꿰차고 있는 대스타 나재민의 매니저란.

남들은 부럽다며 사인 한 장만 받아달라 뭐 해달라 간혹 귀찮게도 굴었다. 원래는 해이의 오랜 팬으로서 그녀의 매니저가 되고 싶었던 나무는 제 앞의 나재민이 그리 빛나 보이진 않았다. 재민 역시 나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첫 만남, 첫인상이 그랬다. 서로를 별로라고 여겼다.





"나 물."





"네?"





"목마르다고."





"아...어...네, 잠시,"





"목우 형, 얘 뭐야? 야, 넋 놓고 있지 마."





초반에 반말을 때리는 어린 슈퍼스타에게 뚜껑을 따고 빨대 꽂은 물을 갖다 바친 게 첫 출근의 기억이다. 나무가 자기보다 네 살 많다는 걸 알고 난 뒤에도 여전히 짧은 말을 뭉텅이로 던지는 건 여전했다. 돈 주니까 참는 거다.



나무가 대기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을 때는 이미 재민이 촬영에 들어가고 난 후였다. 휑하고 정돈 되지 않은 대기실을 둘러보며 나무는 숨을 크게 한번 골랐다. 원래는 뜨거웠던 여섯 번 샷 추가 검은 물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나와 스튜디오를 향해 가볍게 뛰듯이 걸어갔다.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가자마자 팔짱을 끼고 재민을 보고 있는 목우가 보였다. 살금살금 다가가 슬쩍 옆에 서서 팔꿈치로 툭 치니 작게 놀라며 왔느냐고 반겼다.





"나재민 많이 빡쳤어요?"





"응. 오늘 기분 안 좋으니까 되도록 비위 맞춰줘."





"이게 말이 되느냐고. 내가 쟤 비위를 왜 맞춰줘?"





"나무야, 돈 많이 벌어서 반려견이랑 행복하게 살아야지."





"내가 또 손 잘 비비지. 쉬는 시간에 존나 굽신거려야겠네."





라고 말은 했으나, 보여주기 식 미소를 띠며 촬영 중인 재민을 보고 있자니 이대로 영영 쉬는 시간이 안 왔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나 감독은 재민에게 십 분만 가서 쉬고 계시라고 친절히도 대기실을 가리켰다.

카메라와 조명 장비들 사이를 가르고 걸어오는 재민에 나무가 살짝 고개 숙여 인사했다. 부리나케 대기실로 달려갔다 온 나무가 목우에게 사온 커피를 전달했다. 목우에게서 테이크 아웃 용기에 담긴 커피를 받아든 재민이 한 모금 마시고는 나무를 지나쳐갔다.





"야, 식물. 네가 커피 만들어서 와?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식었잖아, 다시 사와."





"네?"





"내가 네? 아? 이런 거 하지 말랬잖아. 학습이 안 돼? 네는 무슨 네야."





"네. 죄송합니다."





진심 없이 갖다 붙인 죄송하다는 말을 끝으로 뒤 돈 나무가 작은 목소리로 재민을 씹었다. 불꽃놀이 왜 해, 나재민 인성이 시도 때도 없이 팡팡 터지는데. 

재민이 메이크업 수정을 받느라고 둘러싸여 안보일 때 나무가 목우에게 입만 뻐끔거리며 물었다. 그래서 나 진짜 다시 가? 응 다시 가. 미친 거 아니야? 얼른 가 





"강나무 아직 안 갔어?"





내가 얼른 가랬지

목우가 이마를 살짝 짚으며 바깥으로 손짓했다. 가요, 가요 하며 문을 열고 나갔다.





"내가 퇴사하는 날에 저 상판에 침 뱉고 나온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짧게 위로받은 나무는 벌써 지겨워진 루트대로 같은 가게를 또 갔다. 



촬영은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저녁 8시에 끝났다. 지면 촬영까지 끝내고 대기실로 들어온 재민이 몹시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나무에게 내 핸드폰, 하고 말을 던졌다.





"네."





나무가 옷과 가방들이 마구 쌓여있는 곳을 뒤적거렸다. 한쪽 발로 바닥을 탁탁 때리던 재민이 그새를 못 참고 짜증을 냈다.





"빨리, 빨리, 빨리."





"네! 여기요."





나무가 유선 이어폰이 칭칭 감긴 핸드폰을 째로 내밀었다. 재민이 그 손을 거부하며 밀었다. 풀어. 약간은 짜증이 묻어난 동작으로 이어폰으로부터 핸드폰을 꺼내주니까 홱 채갔다. 나무는 손안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어폰을 꾹 쥐고 두리번거리다가 재민의 롱패딩 주머니 안에 대충 구겨 넣었다.





"재민아, 이따 11시 비행기 타고 넘어갈 거야. 새벽부터 촬영 들어간대서."





빵빵하게 튼 히터로 나른해져서 축 처진 재민이 쓰고 있던 안대를 이마로 올렸다. 운전하고 있던 목우가 백미러로 재민과 잠깐 눈을 맞췄다.





"내일 뭔데? 아~ 삿포로~"





"삿..포로?" 보조석에 앉아있던 나무가 작게 물음표를 띄우고 목우에게 물었다. 목우가 나무를 쳐다보지 않고 답했다. 





"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학철이랑 나무가 같이 갈 거야. 로케 하나라 이동도 없고 여섯 시에 끝나는 간단한 거라니까 가볍게 찍고 와. 나무 너한테 어제 순수 우유 타임 테이블 보내주지 않았나?"





"순...저 가요? 삿포로?"





"어휴. 쟤랑 삿포로 어떻게 가."





재민이 뒤에서 혀 차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나무는 눈을 똥그라니 뜨고 목우를 바라봤다. 오빠 이게 무슨 소리야... 





"윤이 과장님도 가시죠?"





"아니. 진짜 별거 없는 촬영이라 윤이 과장님이 갈 필요는 없어. 나무 너희 집까지 태워 줄 테니까 짐 간단히 챙겨서 바로 인천 공항으로 와. 도착하면 전화하고. 콜벤 지금 불러놓고 타고 와."





갑자기 여유 부릴 시간이 줄어든 나무가 창에 머리를 기댔다. 냉기가 훅 다가왔다.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천공의 흰 구름을 지나쳐 새하얗게 덮인 지상의 눈구름 밭으로 떨어져 있을 거다. 

























::::































2월의 삿포로에는 설렘이 있었지만, 나무는 누릴 수 없었다. 나재민의 스케줄은 촉박했고, 그 스케줄 관리를 맡은 나무는 시간에 매여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고 벌써 나재민을 보려고 몰려든 팬들로 공항은 인산인해였다. 관심을 즐기는 나재민은 여유롭게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줬다. 인파에 쓸려나가지 않게 나무는 재민도 붙잡고 제정신도 붙잡았다. 이미 예약된 호텔 체크인을 하고 나서야 나무는 `천천히`라는 걸 할 수 있게 됐다. 오느라고 저녁도 넘겼는데 밥 챙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학철이 카톡을 보내왔다. 그렇게 챙기고 싶으면 오빠가 챙겨주지. 툴툴대면서 나재민과의 대화창을 열었다.



`짐 정리 다 하셨어요?` `어 왜` `배 안 고프세요? 저녁 안 먹었잖아요` `난 편의점` `편의점 가게요?` `아니 편의점에서 사 오라고.` `아 예.`





무거운 발을 이끌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었다. 덕션이 돈 좀 많은가 보지, 좋은 호텔 잡아주고. 무게감 있고 깔끔한 디자인의 로비를 둘러보다가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 깜짝야. 왜 여기 있어요?"





"아씨, 놀래라. 넌 어디 가는데?"





"저보고 편의점 갔다 오라고 했잖아요. 편의점 가는데요."





"맞다, 내가 시켰지. 나는 알 거 없어."





"아, 예."





전혀 예상 못 한 재민이 엘리베이터 안에 이미 타고 있었다. 그새 씻었는지 뽀송뽀송한 향도 났다. 그래 어련히 알아서 쏘다니시겠지. 자기도 대충 사서 와서 얼른 씻고 잘 생각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별안간 멈추지 않았더라면. 좌우로 기우뚱하더니 덜컹, 소리를 짧게 내며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채로 멈췄다. 재민이 침착하게 벨을 눌렀다. 그리고선 얼빠져 있는 나무에게 눈짓했다.





"뭐 해. 일본어 해. 나 일본말 못 해."





"저, 제가요? 저도 잘 못 하는데."





"왜 못 해? 어떻게 입사했어?"





"저…. 좋은 기회로…?"





"웃기지도 않네. 얘네는 벨을 누르는데도 답이 없어."





재민이 몇 번 거칠게 주먹으로 때리다가 작게 욕을 읊조리며 벽에 기댔다.







"너 폰 들고 왔어?"





"네, 여기……! 키…. 를 들고 왔네."





"진짜 쓸데없네. 보조 배터리는 당연히 없겠지?"





"네."





"당당하다."





"그럼 뭐 미안해야 해요?"





"말을 왜 그렇, 됐다."







재민은 이내 기댄 채로 털썩 주저앉았다. 통신이 잘 터지지도 않는지 핸드폰을 만지다가 바닥에 내려놨다. 계속 서 있는 게 뻘쭘했던 나무도 멀찍이 떨어진 구석에 박혀 앉았다.





"왜 나랑 거리 둬? 상처받게."





"저랑 가까이 있고 싶어요?"





"아니. 그건 아닌데."





"네."





"응."





나무가 자세를 바꿔 무릎을 안고 사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런 나무를 가만 보던 재민이 괜히 슬리퍼 끝을 만지다가, 바짓가랑이를 구겼다가, 손톱을 물어뜯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강나무. 자?"





"그럴 리가요."





"나 약간 공황장애 있어."





"네?"





"약간. 살짝 어지러워."





어지럽단 말에 벌떡 일어난 나무가 벨을 쑤시듯이 눌렀다.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앉아있는 채로 재민이 손을 내저었다.









"됐어. 그냥 앉아서 아무 말이나 해봐."





"왜 나한테 반말해."





"...어? 뭐라고?"





"아무 말이나 하라면서요."





"방금 거는…. 막말 아니야?"





"에이, 막말은 전공자가 있죠, 아무튼."





"아까부터 되게 막 나간다?"





"그냥, 뭐, 좋은 기회다 싶어서..."





나무가 재민의 눈을 피하며 말끝을 흐렸다. 기가 찼는지 재민이 헛웃음을 쳤다.





"그래. 계속해. 네 마음대로 해."





재민이 다리를 쭉 폈다. 아까보다 편한 표정을 하고서 어디 해보라는 듯 나무를 쳐다봤다.





"내가 너보다 누난데 왜 나는 너한테 존댓말 쓰고 넌 말 까?"





"내가 누나 취급해줬음 좋겠어?"





"취급 아니고 대우."





"그래, 누나 해. 누-나. 됐지?"





재민의 기분이 생각보다 괜찮아 보여서 나무는 안심했다. 그러다가 곧 또 재민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자신을 깨달아서 분해했다. 씩씩거리며 아까보다 더 굳센 말투로 이젠 나도 너한테 반말할 거라고 하려던 순간이었다. 소리 없이 불이 나갔다. 갑자기 사라진 재민의 얼굴에 나무가 어깨에 힘을 풀고 두리번거렸다. 그래 봤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재민이 허공을 더듬거리다가 손을 뻗어 나무의 팔을 잡았다.





"으악!"





"아, 갑자기 소리는 왜 질러?"





"안 보이는데 막 잡으니까!"









"미안은 한데 나도 안 보여서 잡은 거야. 가까이 좀 와봐."





"야. 너, 존대 써."





"어휴. 그래요. 누나 이리 오세요. 누나 혹시 술 마신 건 아니죠? 너무 나가는 거 같아서 재민이가 걱정이 좀 되네요. 괜찮아요?"





"아...그 좀 너무 갑자기..."





분명 예의 바른 문장들의 나열인데 소름이 돋았다. 빠르게 넘긴 건 체한다. 나무가 목을 움츠리며 재민의 손에서 팔을 뺐다.





"누나가 이해해요. 내가 어두운 걸 싫어해서 그래요."





"그럼 안대는 왜 끼는데...요?"





"안대는 벗으면 그만이잖아. 난 집에서도 불 켜놓고 안대 끼고 자. 벗으면 무조건 밝으니까."





"그으래. 근데 우리 너무 가까운 거 같아, 요."







나무가 손으로 재민을 밀어내며 말했다. 동시에 바깥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어떻게든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재민은 다가왔다. 언뜻 그 형형하고 뚜렷한 이목구비가 시야에 잡혔다. 재민이 자신의 반응을 즐기고 있다는 걸 안 나무가 더는 내빼지 않고 말했다.





"하지 마. 다 보이거든?"





"나도 누나 보여."





"어. 장난 그만 쳐."





바람 빠진 웃음이 나무에게도 닿았다. 불이 나가서 망정이지 엄청나게 민망한 거리를 두고 있다. 나무가 고개를 옆으로 틀기 무섭게 재민이 말을 붙여왔다.





"왜 안 넘어오지. 강나무 이상해. 이 정도 거리에서 예쁜 날 보면 빠질 법도 한데."





이 세계 저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기 좀 해봤다고 실제 인생까지 드라마 상황인 줄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대본 지시문처럼 거짓말 같은 타이밍으로 불이 다시 들어왔다.





재민은 가깝고, 솔직히 예뻐서 나무는 움직이고 싶어하는 입꼬리를 최선을 다해 잡았다. 





드디어 신호가 닿았는지 불편하게 해서 죄송하다. 빠른 조치 취하겠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기다려라 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흐름만 대충 이해한 나무가 기다리면 될 것 같다고 재민에게 말해줬다.





"확실해? 알아들은 거 맞아?"





"어. 기다려."





"아 피곤해. 재린이 만나러 가긴 글렀네. 편의점도 그냥 가지 마. 배 안 고파."





"재린이? 내가 아는 그 재린인가?"





"응. 누나가 아는 그 재린이 맞아. 얘도 지금 삿포로래서 잠깐 보려고 했지."





2주는 갔나. 재민에게 먼저 좋아한다고 이상형이라고 연락처를 알아갔던 모델이었다. 먼저 헤어지자 한 것도 역시 재린이었다. 재민은 차이고 차는 것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서, 또 그렇게 막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서 쿨하게 갈아탔다. 갈아타기야 특기니까. 그런데 그 재린이를 만나려고 했단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자 재민이 웃으며 말했다.





"다시 사귀는 건 아니야. 그냥 말 그대로 얼굴 한번 보려고 했어."





"여기 근처래요?"





"택시 타고 좀 나가는?"





"일본어도 못한다면서 택시는 어떻게 타려고 했대."





"걔가 온댔어. 택시 타고."





"그거 참 감동적이네. 그러다가 사진 찍히고,"





"또 기사 터지고, 시끄러워지고, 뭐 또 사귀고."





"사귀고?"





"오늘 만났으면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방금 막 들었네."





나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새끼의 연애관을 존중해줄 수 없었다. 왜 이렇게 가벼운지. 얘한테 사랑의 의미는 뭔지.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주기가 왜 그렇게 숨 가빠? 그냥 뭐, 사람 사귀고 사랑하고 그러는 게 너한테는 재밌는 놀이야? 핸드폰에 게임 어플 깔았다가 질리면 지우고 다른 거 깔듯이 하는 그런 거?"





"몰라. 그냥 나도 모르고 굳이 왜 그래? 라고 꼬리 물기 하고 싶지 않은 습관 같은 거야. 사랑하는 습관. 좀 로맨틱하지?"





로맨틱은 무슨 얼어 죽을. 콧방귀를 꼈다. 

사랑하는 습관이 몸에 밴 거라고, 무의식이 찾는다고.

나무는 나재민은 그낭 외로운 거로 생각했다.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성공해서 4년 차를 맞는 지금까지. 너는 무엇보다 사랑이 간절해서라고.





"너에게 안 좋은 습관은 고치도록 노력해."





"고쳐줘."





나무는 이번에도 재민을 똑바로 보지 않고 딴 데로 시선을 박아놓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고쳐 달라며 미소 짓고 있는 낯짝을 보자니 한숨이 나왔다. 



문이 열렸다. 늦어서 죄송하다고 어디 다치신 데는 없느냐고 직원분이 물으며 손을 내밀었다. 재민이 어서 나가라고 나무의 등을 앞으로 밀었다.

홀수층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났기 때문에 짝수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비상구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피곤함이 곱절로 쌓이는 한 계단 한 계단이었다. 나무가 입 밖으로 힘에 부치는 소리를 내자 재민이 자기가 더 많이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그니까 나랑 같이 내리지 말고 한 층 더 타고 올라가지 그랬어."





"그러면 누나 혼자잖아."





"아니 뭐 얼마나 된다고."





"그래, 뭐 얼마나 된다고 어구 어구 거려."





"너 혹시."





나무가 비상구 문을 열려다 말고 멈추었다. 재민이 눈을 잘게 깜빡였다.





"나 좋아하는 거 아니지?"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세상 사람 다 만나도 누나는 아니야."





"그래!"





"설레발 한번 엄청나네. 아까 반한 거 맞네."





"착각 한번 거창하네. 너 내 취향 아니야. 절대!"





쇠문 고리가 뜨끈해질 정도로 잡고 있는 나무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얹은 재민이 대신 문을 밀었다.





"피곤할 테니까 얼른 들어가 자요. 잘 자 누나."





"네? 어? 어어에...!"





너도 잘 자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문이 닫히고 난 뒤였다. 못 들어서 다행이라 여기며 방으로 돌아갔다. 길고 어두운 하루의 끄트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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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습관이면 나도 좀 좋아해 주겠니?? 재민이 얼굴 꿀 잼 문달님 글도 꿀 잼이라 다리 쭉 뻗고 잘 준비합니다 문달님 잘 읽었습니다 아아아!!!!
5년 전
비회원186.29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
5년 전
비회원241.30
작가님 혹시 제가 사랑하는거 아시나요....? 제 마음을 받아주세요 ....💚
5년 전
독자3
체리콕입니다:) 재민이 캐릭터 너무 좋네요ㅋㅋ문달님 글을읽을때면 유난히 멤버들 표정이 상상이 잘되는것같아요! 그만큼 표현력이 좋으신거겠죠? 오늘글도 감사합니다💚
5년 전
비회원10.77
미쳤다 .. 문달님 저는 문 달 이 두글자에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고 오전 알바면서 기어코 글을 읽었습니다. 세 번 정독했는데 아직도 모자라요ㅠㅜㅜㅠㅠ 문달님을 사랑하는 습관 저도 길러보겠습니다.. 알바 다녀와서 또 정독할게요ㅠㅠㅠ 사랑합니다아ㅠㅠㅠㅠ
5년 전
독자4
와 이거 미쳤다 미친게 분명하다 너무 잼써여ㅠㅠㅠㅠ저는 처돌이 당신만의 처돌이
5년 전
독자5
헐 오바 오바 글잡 올만에 들어왔는데 제일 위에 문달님 글 오바 달달쓰 심쿵 ㅜㅜㅜ 흐윽
.. 나나야...흐어흐어 역시 혐생에는 문달님 글이 직빵 갸악 텍스트로 설명할 수 없는 이 흥분!
나 20대 청년인데, 동년배들 다 작가 문달 좋아한다

5년 전
문달
아닠ㅋㅋㅋㅋㅋㅋ달달씈ㅋㅋㅋ댓글 몇 번을 반복해서 읽는데 너무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
5년 전
독자6
문달 님은 천재...
5년 전
독자7
와 이거 진짜 달달하고ㅠㅠㅠ 재민이는 사랑이고ㅠㅠㅠ
5년 전
독자8
스트로니에용!! 사랑이 습관인 나재민이라니 저 죽으라고 글 써주신게 확실합니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작가님의 글 소재나 캐릭터들은 참 매력적이고 좋아요:) 문달 is 뭔들 이지만~~ 글 항상 감사해요 문달님💚
5년 전
비회원34.132
오랜만에 읽는 작가님 글은 역시 변함없이 너무 좋아요(*´ー`*) 재민이가 나무한테 어떤 계기로 빠지게 될 지도 벌써 너무 궁금해지네용 히히
5년 전
독자9
세상에 사랑이 습관ㅜㅠㅜㅜㅜㅠㅠㅠ 이거는 제목부터 퍼펙트인 거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장담합니다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10
헐... 알림 보고도 바빠서 미루고 미루다 이제 두근두근하면서 보러왔는데 와... 최고에요 최고 진짜ㅜㅜㅜㅜㅜㅜ 캐릭터들 너무 매력있고 역시문달님의 필력 어디가지 않고 너무 재미있고 빨리 다음 편도 읽을게요!!
5년 전
독자11
8ㅅ8입니다 나재민 최고다... 와 훅훅 치이네..... 작가님 최고에여.... 좋아해여 작가님 ㅜㅜㅜ 보고 싶었어요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12
아니 잠깐만여 아 이거 진짜 오반데요...????? 저 진짜 너무 좋아서 심장 바운쓰 와 이거 로코 드라마 아닙니까요? 에스비에스 미니 드라마 습관은 사랑 핑크 뿅뿅 날리는 귀염아기자기 글씨체에 맨 처음 시작할 때 등장인물 뿅뿅 나오는네 재민이 나올 땐 왕관 그림 씌어지고 사람들 다 우르르 재민이 시중 ㅋㅋㅋ 들어주고 나무 나올 땐 나무 그림 그려지고 재민이가 식물! 하고 불러서 재빠르게 튀어가는 그런... 아 넘 좋아여 글에 꿀이랑 같이 금 발라 놓으셨네요... 두사람의 라부라부 스토리 하... 넘 떨려서 다음편들 아껴보고 싶을 지경이에요 ㅠㅠㅠ
5년 전
문달
아 독자님이 연출 해주세요 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읽으면서 상상해봤는데 드라마 작가 된 거 같구 좋네여 ㅎㅎㅎㅎ
5년 전
비회원71.163
하 자까님,,,, 고3에게 이런 시련을 ...... 1화 업로드 업로드 됐을 때 문달님!!!! 하고 광광 울면서 참았지만.... 하 결국 참지 못하고 읽기 시작.... 하 진짜 나 미쳐 나재민 진짜 ㅜㅜ 나무가 엘베에서 보여주는 당돌한 모습도 너무 귀여워 죽구요... 하 걱정해 주는 나재민 더더ㅓ더더욱 좋습니다 ㅜㅜ 나도 많이 좀 걱정해주라... 작가님 최고 진짜 최고ㅜㅜㅜㅜ💚💚💚
5년 전
독자13
호엥 대박이잖아용........................나 왜 이제봤어....
5년 전
독자14
티키타카하다가 연애하고 그러는 거지ㅎㅎ 글 너무 재밌어요 필력이ㅠㅠㅔ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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