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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인은 청순하다 上 

 

 

 

 

 

 

 

 

 

 

[ 작업 끝나구 밥 사 줄게~~ 기다리구 이써용 ] 

 

 

 작업하는 내내 이민혁 보고싶다를 외치던 지호가 결국 민혁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을 보고 경이 혀를 쯧쯧 찼다. 왠지 지호가 오늘도 차이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렇게 시도 때도 없이 수작 부리고 그러니까 자꾸 형이 쟤를 싫어하지. 오히려 민혁에겐 나쁜 남자 스타일이 먹힐 거라 생각한 모 군이 작업에 실패하고 연락까지 끊긴 예를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만. 

 

 

"야 나 형이랑 밥 먹기로 했다?" 

"먹어 준대? 대단하다 형도." 

"이 형 뭐 사 주면 다 돼, 저번에도 밥 사 주고 커피까지 사 주니까 엄청 텐션업 돼 가지고 입도 잘 털고." 

"무슨 꽃뱀 같은데? 너 나중에 명품 뜯기고 막 그러는 거 아냐?" 

 

 

 그럴 돈도 없어, 야 나 먼저 간다? 급히 지갑을 챙겨든 지호가 먼저 문을 나서는 것을 보고 경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아니 지 사무실인데 왜 나 혼자 내버려두고 가는 거야? 이해 못하는 경을 뒤로 한 채 먼저 나온 지호는 민혁의 집 앞으로 찾아갈까 민혁에게 나오라고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찾아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아 택시를 잡았다. 

 

 지호가 꽤 익숙해진 민혁의 동네를 부르고 나서는 민혁이 뭘 입고 나올지에 대해 깊은 고찰을 했다. 저번에 사 준 티는 어제 입었으니 제외고, 가끔 입고 나오던 파란 티도 잘 어울리던데. 정작 민혁은 지호의 상상과는 달리 대충 져지를 걸쳤지만. 민혁의 집 앞에 도착한 지호가 대문에 몸을 기대고 섰다. 

 

 

[ 형 언제 나와여 나 집 앞인데?? ] 

 

 

 지호의 텍스트만으로도 시끄러움이 느껴지는 문자에 민혁이 대충 모자를 눌러쓰고 지갑을 주머니에 챙겼다. 늦었다간 또 형이 보고 싶었다느니 하는 망발을 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서두르진 않았지만 조금은 조급한 발걸음으로 나온 민혁이 지호를 발견하고 얼굴을 들이댔다. 

 

 

"어! 아 형, 뭐야. 심쿵했잖아." 

"왜? 그냥 온 건데." 

"아니에요. 근데 향수 바꿨네, 완전 좋다." 

 

 

 그치? 이거 되게 비싼 거야. 향수를 사러 간 날 있었던 일을 보조개까지 쏙 들어간 채로 조곤조곤 말하는 민혁에 지호의 입꼬리가 주체하지 못하고 씰룩거렸다. 아, 귀여워. 낮에 밖에 나갔다 온 건지 단정히 정리된 앞머리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민혁이 향수를 사러 갔는데 재효가 재채기를 너무 해대서 민망했다는 일화를 풀어놓는 동안에도 지호의 눈동자는 바쁘게 민혁의 얼굴을 훑고 있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매력있지? 속으론 민혁이 싫어할 만한 생각을 하면서. 

 

 

"다음에 향수 살 때는 안재효랑 가면 안 되겠더라." 

"그럼 나랑 가요." 

"고려해 볼게." 

 

 

 그러지 말고 그냥 나랑 가자, 응? 그러면서 은근슬쩍 어깨에 팔을 걸치는 지호에게서 민혁이 기겁을 하며 떨어져 나왔다. 야, 내가 팔 올리지 말라고 했지! 차라리 허리에 해, 기분 나쁘단 말이야. 까칠한 민혁의 말에 굴하지 않고 방긋 웃은 지호가 민혁의 옆으로 다가가 허리에 팔을 둘러 껴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샤워하고 나왔어요? 오늘따라 되게 좋다." 

"엉. 나 오늘 나갔다 와서 땀 흘렸거든." 

"뭐 먹고 싶은 건 있어요? 살 빠진 것 같아서 뭐라도 먹이고 싶은데." 

"어……, 나 고기 사 줘." 

 

 

 고기요? 고기가 먹고 싶어? 되묻는 지호에 고개를 끄덕여 준 민혁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안재효가 다이어트한다고 고기 안 먹은 지 꽤 돼서 나도 안 먹었거든. 요 며칠 전부터 동거를 시작한 둘을 떠올린 지호가 금세 수긍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동거 때문이 아니더라도 제일 자주 붙어 다니기도 했지만. 대신 민혁이 굶는 것에 대해선 민감한 지호가 인상을 잔뜩 굳히곤 민혁을 다그쳤다. 

 

 

"형, 그 형이 자기 살 쪘다고 안 먹는다고 해서 형도 안 먹으면 어떡해요. 몸 안 좋아지면 어쩌려고." 

"밥 몇 번 굶는다고 내가 죽냐? 왜 그렇게 예민해." 

"안 그래도 말랐는데 여기서 더 빠질 살이 어디 있어요? 해골 되겠다 진짜로." 

"그래서 너한테 고기 사 달라고 하잖아." 

 

 

 민혁의 말에 대꾸할 말이 없어진 지호가 괜히 한숨을 내쉬었다. 너 안 그래도 인상 안 좋은데 그러고 있으니까 무슨 조폭 같아. 인상 풀어. 그러고선 웃음을 터뜨리는 민혁에 지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굶는 게 걱정되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만큼 돈 좀 쓰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야, 오늘 삼겹살 먹어. 다음에는 내가 살게. 민혁의 말에 그제서야 표정이 풀린 지호가 민혁의 볼을 꼬집었다. 

 

 

"다음에 형이 안 사 줘도 되니까 좀 잘 먹고 다녀요." 

"알았어, 이 잔소리 대마왕아." 

"근데 지금 나한테 데이트 신청한 거 맞지. 다음을 기약했어." 

 

 

 미친 거 아냐? 그대로 지호의 정강이를 걷어찬 민혁이 지호에게서 한참 떨어졌다. 형, 제 마음을 무시하는 거에요? 저는 형이랑 데이트를 하고 싶단 말이에요! 바로 몇 발자국 떨어져 있으면서 고함 치는 지호의 정강이를 한 대 더 걷어찬 민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야, 나도 내 마음이란 게 있지!" 

"나도 내 마음 있거든?" 

"나도 있거든? 너 조용히 해." 

 

 

 무슨 초딩도 아니고, 니 마음 내 마음 가지고 싸운 것에 대해 후회스러움이 물 밀 듯 밀려온 민혁이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야, 너 세 발자국 떨어져서 걸어. 짜증을 내다시피 하는 민혁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성큼성큼 다가온 지호가 민혁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이미 체격 차이에서부터 힘으로는 발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 민혁은 지호의 다리 사이로 다리를 집어넣어 힘껏 뒤로 젖혔다. 

 

 

"아, 형! 이건 반칙……, 미친." 

"내가 말했잖아, 진짜 우지호 짜증나." 

 

 

 이젠 짜증보다는 역정을 내는 수준에 가까워진 민혁의 목소리에 지호가 머리를 매만졌다. 형, 삐졌어요? 조용히 묻자 민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아니거든? 에이, 삐졌구만. 이민혁 삐졌지? 야, 너 진짜……. 됐다, 말을 말자. 민혁의 말에 말을 어떻게 마냐고 반박하려던 지호는 여기서 뭔갈 더 했다가는 민혁에게 정강이 뼈가 부서질 때까지 차일 것을 예감하고 입을 다물었다. 

 

 

"형, 삐지지 마요. 형은 웃을 때 제일 귀여워." 

"말고." 

"형은 웃을 때 제일 멋있어." 

"한 번만 봐 줄게." 

 

 

 생긴 것과는 달리 무척 단순한 민혁에 지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형 진짜 귀여운 거 알아요? 나도 아니까 닥쳐. 알았어요. 

 

 

 

 

 

 

 

 

 

 

"형, 나 쌈 싸 줘요.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쌈을 못 싸 먹겠어." 

"머리 아프면 팔도 못 움직이냐? 이 화상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상추에 고기를 무려 두 점이나 올려 정성껏 쌈을 싼 민혁이 지호의 입에 쌈을 밀어넣었다. 좀 과격하긴 했지만 그것까지도 저에 대한 민혁의 애정일 것이라 굳건히 믿은 지호가 팔을 뻗어 민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완전 맛있어요." 

"알아, 그거 내가 싸서 그런 거야." 

"그래요? 그런가." 

"뭐야, 너 지금 나 무시해?" 

 

 

 물론 그건 아니고. 제 말에 끙 하며 눈썹을 찌푸린 민혁의 입가로 지호가 젓가락을 디밀었다. 많이 먹어요, 내가 살 테니까. 민혁의 벌린 입 사이로 고기 한 점을 쏙 밀어넣어 준 지호가 씩 웃었다. 야 너 그거 같아, 원조교제하는 아저씨. 민혁의 말이 왠지 일리 있다고 느낀 것은 비단 지호만이 아닐 것이었다. 

 

 

"형, 우리 집 갈래요?" 

"왜? 뭐하게, 나 죽이게?" 

"뭐라는 거야, 그냥 같이 한 잔 하고 싶어서 그러죠. 콜?" 

"콜, 근데 너 이상하다. 술도 별로 안 좋아하는 애가 뭐야?" 

 

 

 그냥 오늘 기분이 좋아서 그래요. 중얼거리다시피 내뱉은 지호가 고기 한 점을 더 집어 민혁의 입에 쑤셔넣었다. 아! 미쳤냐? 죽을래? 짜증내는 민혁을 빤히 쳐다보던 지호가 민혁의 팔목을 붙잡은 것도 한순간이었다. 

 

 

"형, 나 지금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그러니까 집에 가요." 

"아, 뭐야. 좀 앉아 있다 가려고 했는데." 

"집에 가서 실컷 앉아요. 응? 아님 택시라도 타자." 

"왜 갑자기 급해, 이거 좀 놔." 

 

 

 제 팔을 붙들고 있던 지호의 손을 뿌리친 민혁이 자리에 다시 앉았다. 물론 아까부터 벌써 불판은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지만 느긋한 민혁이 지호는 불만스러웠다. 형, 좀 가요. 잠깐 앉아 있자더니 하루종일이야. 불퉁한 지호의 입술이 귀여워 결국 지호를 따라 일어선 민혁이 옷을 정돈하며 지호를 쳐다봤다. 

 

 

"뭘 봐, 계산 안 해?" 

"하지 말라 그래도 할 거거든요?" 

"옳은 자세이다." 

 

 

 저 형 또 뭐래……. 한심스레 중얼거린 지호가 지갑을 꺼내 계산하는 동안 민혁은 출구 앞에 놓인 어항에 찰싹 달라붙어 물고기를 구경했다. 형, 나가요. 뒤에서 들려오는 지호의 목소리에 괜히 들뜬 민혁이 통통거리며 밖으로 뛰어나왔다. 왠지 모르게 신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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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53.112
전편이랑 이어지는건가요? 어쨌든 직범 감사합니다.
9년 전
yahwa
넴 이어지는 겁니당~~ 댓글 감사해용
9년 전
독자1
헐ㅋㅋㅋㅋㅋ집에가서뭐할려구!!!!! 다음편빨리보고싶네옄ㅋㅋ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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