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바람이 불어오는 밖이었다.
재환이의 겉옷을 걸쳐입은 너가 동네 근처 평상에 앉아있었다.
따뜻한 커피를 들고 있는 너 옆으로 시계를 확인하는 이재환이 앉아있었다.
"아직 5시네."
아직 다 뜨지도 않은 해를 바라보며 말하는 모습이었다.
동네 근처의 평상에 나란히 앉아있다 새어나오는 웃음에 참지 못하고 배시시 웃어댔다.
그런 너를 재환이 빤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좋아?"
"또 뭐가, 그냥 웃었어!"
그냥 웃었다는 너 말에 이재환이 크게 웃더니 평상에 벌러덩 누웠다.
바람이 시원하다며 자기 옆에 눕게 만드는 이재환을 쳐다보고 조심스럽게 누웠다.
이재환이 눈을 감으며 피곤한 듯 입을 열었다.
"별빛아. 지금 너 집에 경찰 분들 하고 또 친구 분 계시나?"
"아, 응. 자기가 해결한다고 했으니까 그냥 믿어봐야지.
내 불쌍한 핸드폰, 그렇게 던져졌으니까 산산조각 나있겠지?"
"그냥 종이비행기로 연락하는 건 어때. 진짜 좋은데?"
동시에 이재환과 너가 몸을 돌려 마주보았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는 모르지만 여고생같이 꺄르르 웃어대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상혁이는 내가 아직도 병원에 있는 줄 알거야."
"답답해서 남친이랑 벌써 집 근처 왔다고 하면 어떡해?"
"남친? 하긴. 걔는 남친보단 치료도 대충 하고 집 온 거에 화내겠다."
재환이의 뻗은 팔에 머리를 기댄 너가 환히 웃음을 지었다.
새벽바람은 시원했고 이재환과 같이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래,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이재환과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
너가 병원에 있을 동안 상혁이는 너의 집으로 가 경찰분들과 얘기 하느라 힘든 밤을 보냈다.
밤 늦게까지 달려온 상혁이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너였지만
차마 옆에 이재환을 끼고 집으로 향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집으로 가면 아까의 기억이 날까봐 괜시리 무서워지기도 했고.
"그래서."
집으로 향하던 길 중 너가 멈춰서 이재환을 바라보았다.
이재환이 동그란 눈으로 너를 쳐다보았다.
"집 들어가긴 싫은데."
너가 말끝을 얼버무리면서 재환이의 시선을 피했다.
"집 들어가기도 싫고, 병원에 있기도 싫고?"
너가 흠흠, 헛기침을 하다 화제를 돌렸다.
약은 먹었냐는 말에 이재환이 어딜 말을 돌리냐고 한 소리 듣긴 했지만,
"그러면, 자."
이재환이 웃으며 너에게 손을 건넸다.
너가 그런 이재환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재환이는 웃어보이더니 조용히 너에게 모자를 씌웠다.
"따라와."
너는 이재환의 손을 꽉 잡은 채로 따라 걸어갔다.
어느새 익숙해진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너의 집 건물이 보였다.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취재진도 와 있는 모습에다가 시끌벅적하게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이재환과 너는 고개를 푹 숙이고 사람들 사이로 파고 들어갔다.
이재환과 사람들 틈새를 비집고 빠져나와 재환이네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들 많네. 친구 분 고생 좀 하고 계시겠다."
"미안해서 어떡하지. 가야겠어."
환히 불이 켜진 너의 집 창문을 바라보다 말을 뱉었다.
너의 말을 들은 이재환이 너의 팔을 잡아챘다.
"아침에 가도 돼."
거의 끌려가듯이 집 문 앞까지 도착했다.
문을 여는 이재환의 뒤태를 한 번, 바깥 상황을 한 번 보다 결국
재환이네 집에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곤함이 쏟아지는 듯 했다.
힘 없이 걷다 거실에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가는 너였다.
"뭐야, 별빛아! 너 보여 줄려고 나 옛날 사진도 들고 왔는데!"
바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너가 미웠나보다.
너가 사진 어여 들고 오라고 손으로 휘휘 이재환을 불러댔다.
터덜터덜 걸어와 풀썩 앉는 이재환이었다.
누워서 재환이의 어릴 적 사진도 보고 중학교 때 사진도 보고,
잠깐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잠이 솔솔 오는 기분이 들었다.
".....재환아, 노래 불러줄 수 있어? 자장가!"
"노래? 나 진짜 못 부르는데."
못 부른단 말에 너가 아쉬움을 느끼며 이불 속으로 더 몸을 집어넣었다.
"그래, 알았어.. 나 조금은 자야 할 것 같으니까 7시에 깨워줄래...?"
"아니야, 알았어! 알았어! 불러줄 테니까 못 부른다고 욕하면 안 돼!"
너가 그제서야 미소를 짓고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재환은 머리를 긁적이다 너도 모르는 팝송을 나즈막이 불러주었다.
욕은 무슨,
이 인간 노래도 잘 불러.
*
"별빛아!"
환한 빛 사이로 너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별빛아~?"
자꾸 너를 부르는 소리에 몸을 뒤척이다 눈을 번쩍 떴다.
"일어났어?"
띵한 머리를 부여잡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 곳은 이재환 집이었고,
바깥은 어느새 화창한 아침이었다.
눈 앞에는 머리를 말리고 있는 이재환이 웃으며 너를 보고 있었다.
"너무 잘 자길래 한 시간 더 자게 냅뒀어. 밥 먹어."
비몽사몽 한 상태로 대충 창문에 비치는 얼굴을 보며 머리를 정리했다.
영혼 없이 식탁으로 쪼르르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 의자로 졸졸 따라 앉는 이재환 모습에 아침부터 웃음이 나왔다.
흰 반팔에 방금 머리를 감고 나왔는지 물기 있는 이재환 모습이 잘생겨보이기도 했지만
추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너를 마냥 웃으며 쳐다보고 있는 것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식탁에 올려 있는 토스트를 한 입 크게 입에 물었다.
"잘 먹네, 우리 별빛이."
입에 물은 토스트가 하마터면 튀어나올 뻔 했다.
너가 가슴을 치며 말했다.
"재환아, 체할 뻔 했어."
이재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식탁 위에 있는 물을 마셨다.
"바로 집 갈거지?"
"응, 상혁이가 우리 집에서 자고 있을테니까."
너무 재환이 앞에서 상혁이 얘기만 하나 싶어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도 이재환은 상혁이의 토스트까지 챙겨주며 빨리 들어가 보라고 했다.
"그럼 오늘 데이트 할까?"
"환자 데리고 데이트 하시게요? 이재환 씨?"
"아, 머리 많이 아프면,"
"농담이야. 종이비행기 꼭 날려."
신발을 신고 있는 너에게 이재환이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지어보였다.
너도 맞장구치듯 눈웃음을 지으며 집 밖을 나섰다.
계속 문을 연 채로 손을 흔들며 나와있는 이재환과 눈을 마주치느라 계속 뒤를 신경쓰고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상혁아..?"
비밀번호를 열고 집 안에 들어가니 집이 여전히 난장판인 모습이었다.
불쌍하게도 더러운 바닥 위인 소파에서 잠을 자고 있는 상혁이를 볼 수 있었다.
너가 온 것을 느꼈는지 하품을 하며 일어나는 한상혁이었다.
"드디어 왔냐. 병원에선 아까 나왔다고 그러더니."
"... 그 이재환... 씨 랑,"
"알아. 같이 있었겠지. 그 사람이 도둑도 잡았다면서."
생각보다 덤덤한 말투에 너가 한상혁을 빤히 바라보았다.
역시나, 꽤 표정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애쓰며 표정을 피하려고 시선을 돌렸다.
바닥에 나뒹구는 빵 봉지나 옷자락을 치우며 상혁이를 못본 척 한 채 방으로 향했다.
*
"으아!! 뭐야!!!!!"
너의 호통에 상혁이가 다급하게 방으로 들어왔다.
"왜, 왜 그래!"
너는 눈 앞에 펼쳐진 끔찍한 장면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원망스런 눈으로 상혁이를 바라보았다.
상혁이는 영문도 모르는 표정으로 너를 바라볼 뿐이었다.
"누, 누가 창문에 쇠창살 진짜로 달아놓으래?!"
"뭐?"
아프던 머리가 더 심하게 울려대는 듯 했다.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하루를 시작할 줄이야.
-
으아ㅠㅠㅠㅠ안녕하세요ㅠㅠ 모래알입니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제가 다음주까지 눈코뜰새없이 바빠서 자주 글을 못올리는 점을 이해해주세요ㅠㅠㅠ 정말 바쁩니다! 진짜로..ㅠㅠㅠ흐엉엉헣ㅇ
댓글도 잘 못달아 드리지만 저 열심히 읽고 있는데ㅠㅠㅠㅠ 제가 여유나면 바로 긴 댓글들 써드릴게요ㅠㅠ유유 이해해주세요..♡
브금 정리글 부탁하셧죠?ㅠㅠㅠㅠ 들고 오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금방 다음편 들고 올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