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에디킴 - Darling)
로빈과 얼굴을 마주보고 있을 때면 모든 것이 귀찮다고. 이대로 얼굴을 마주보는 것만이 세상의 전부인 것 같다고 줄리안은 생각했다. 할 일이 없어서 너무 심심하다며 무작정 줄리안의 집을 찾아온 로빈은 결국 줄리안의 집에서도 뒹굴거리다가 잠이 들었었다. 옅은 미소를 띄고 잠든 로빈의 코를 괜히 톡 건드린 줄리안은 이대로 로빈을 껴안고 뒹굴거리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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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잠이 들었던 것일까. 줄리안은 볼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줄리안의 시야에 가득 찬 것은 얼음이 든 레모네이드를 들고 생긋 웃고 있는 로빈이었고, 때맞춰 열려진 창문으로 새어들어온 바람에 로빈의 머릿칼이 살랑거려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예쁘다.. 순간 멍해져 계속 로빈을 쳐다보기만 하던 줄리안은 로빈이 한 번 더 줄리안의 볼에 주스잔을 갖다대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찬 거 마시고 잠 좀 깨. 나 심심해서 왔는데 잠만 자면 어떡해."
"먼저 잔 건 너잖아."
"어쨌든. 이거 마시고 우리 놀러 나가자."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돼? 다 귀찮은데."
"싫은데."
개구진 표정으로 혀를 쏙 내미는 로빈을 무작정 껴안은 줄리안은 야, 야! 하며 자신을 퍽퍽 쳐대는 로빈을 무시한 채 방바닥에 누웠다. 네가 안 놀아줄 거면 그냥 집 갈거야. 놔! 라며 발버둥을 치는 로빈의 얼굴을 꼭 잡고 마주한 줄리안은 미니, 마니, 모. 라는 말에 맞춰 로빈의 눈, 코, 입에 차례로 입을 맞추었다.
"뭐, 뭐 하는 거야?"
"네 얼굴 중에 어디가 제일 예쁜지 고민 좀 해보려고."
"으, 느끼해. 그리고 더우니까 좀 떨어져. 나 집 갈 거거든?"
"누구 맘대로. 그리고 나도 더워."
"그니까 놓으라고!"
"싫어. 더운데도 그냥 안고 있고 싶은데?"
줄리안의 말에 로빈은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친 거지. 줄리안 미친 거야. 응, 맞아. 나 너한테 미쳤는데. 툭 던진 말에 또 버터 발린 말로 대꾸하는 줄리안에 경악한 로빈이 줄리안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더욱 발버둥을 쳤다. 놔, 안 놔?
"안 놓는다니까.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래."
"알아들을 생각 없거든? 네 말 계속 듣다간 버터구이 되겠어. 빨리 집에 가야 할 것 같아."
"알겠어. 느끼한 말 안 할게. 그러니까 그냥 나랑 집에서 놀자. 응?"
일단 놔. 놓고 얘기해. 결국 로빈을 놓은 줄리안은 로빈이 벗어날 틈도 없이 잽싸게 일어나 다시 로빈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 뭐야. 라는 표정으로 로빈이 줄리안을 올려다보자 테라스 가서 바깥 보면서 얘기하자. 라며 로빈을 이끌고 테라스로 향했다.
"오늘 하늘 되게 예쁘다. 그치."
"응."
유난히 파랗고 높은 하늘을 보고 감탄하는 로빈을 보며 줄리안은 괜히 또 비죽 웃었다. 왜 웃어. 그런 줄리안을 알아채고 로빈이 묻자 줄리안은 그냥, 너도 예뻐서. 라고 대꾸했다. 이젠 일일이 상대하기도 질린다는 표정을 지은 로빈이 레모네이드 먹고 속이나 차리라며 줄리안의 코앞에 레모네이드 잔을 들이댔다. 그런 모습마저 귀엽게 느껴진 줄리안은 얼굴에 띄운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그 잔을 받아 들었고, 결국엔 로빈도 그런 줄리안의 얼굴을 마주하며 피식 웃었다.
"로빈. 그런데 그건 알아둬야 해."
"뭐?"
"내가 하는 말 중에, 너한테 진심이 아닌 말은 없어."
순간적으로 진지하게 눈을 맞추고 이야기해 오는 줄리안에 로빈은 살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히 살랑거리며 부는 바람과 테라스 쪽으로 비치는 한 줄기 햇살은 따뜻한 그들의 분위기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고, 오늘따라 유난히 더 높고 푸른 하늘도 그들과 잘 어울렸다. 항상 사랑스러운 나의 달링. 로빈을 바라보며 줄리안은 그렇게 생각했고, 오늘도 그들의 사랑은 더 깊어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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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나니 내가 무슨 똥을 싸지른 건지 모르겠다..(오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