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나윤권 - 나였으면)
늘 제 앞자리에 앉던 타쿠야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던 건 언제부터였을까. 이젠 타쿠야의 숨소리 하나, 웃음소리 하나에도 미세하게 반응하는 자신을 보며 위안은 한숨을 쉬었다. 곯는 제 속도 모르고 가끔 여자친구와 환하게 웃으며 장난 치는 것을 보며 몰래 눈물을 흘리는 건 예삿일이 되었고, 뒤돌아서 부질없음을 감당하는 것도 오롯이 제 몫으로 돌아왔다. 한 번쯤 타쿠야가 자신을 돌아봐 줬으면 하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바람들은 그에게 절대 닿지 않으리란 것을 위안은 잘 알고 있었다. 타쿠야의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자리가 나였으면. 오늘도 위안은 그 말을 조용히 뇌까리는 것으로 하루를 마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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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위안은 타쿠야를 그렇게 정의내렸다. 반짝거리며 빛나서 볼 때는 행복하지만,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이루 말 할 수 없이 비참해져 버리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은 타쿠야를 바라보는 것을 그만 둘 수 없었다. 의미없던 대학 생활에 가끔이나마 행복을 불어넣어 주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중독되어 가는 마약처럼, 저 끝엔 비참한 나락만이 그를 기다린다는 것을 알아도 위안은 타쿠야라는 존재에 종속되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타쿠야, 좋ㅇ'
무의식적으로 손을 움직여 문장을 만들어내던 위안은 황급이 종이를 찢어 구겼다. 혹시나 타쿠야가 봤을까, 앞자리의 타쿠야를 살짝 살핀 위안은 그가 강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좋아한다는 이 말 한마디를 얼마나 수없이 되뇌이고 홀로 연습해왔는지 타쿠야는 알까, 당연히 알 리가 없지. 아니, 애초에 장위안이란 사람이 있다는 것이나 알고 있을까.. 울음이 나올 것만 같은 기분에 위안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나도 타쿠야에게 하나의 '존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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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야에게 고백을 한다거나, 그와 사귀는 상상을 하는 것을 그만 둔 지는 오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위안은 그를 좋아하는 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타쿠야는 그가 잊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잊혀져야 할 존재라는 것을 알았기에. 또 그런 잊혀짐이 기다림보다 힘들다는 것을 슬프게도 너무 잘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타쿠야의 행동 패턴에 맞춰 그가 다니는 길을 스쳐 지나가고, 그와 마주할 일이 생기는 날에는 괜히 얼굴도 한 번 더 매만지고 옷도 신경쓰는 자신이 점점 한심해져 가기 시작할 때 즈음 위안은 타쿠야가 그의 여자친구과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그가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해서 위안에게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명실상부 타쿠야는 과 내 최고의 인기인이었기에. 자신이 특출나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동성애자가 아닌 타쿠야가 자신을 볼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위안은 꼭 건네고 싶었다. 언젠가 한 번쯤은, 그에게 슬픔 없이 말간 고백을 건네보고 싶었다.
"..좋아해."
자신의 앞을 스쳐지나가는 타쿠야에게 조용히 그 말을 뱉었을 때, 타쿠야는 그저 자신의 가던 길을 계속 이어가기만 했다. 아마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몰랐겠지. 상대를 두고 하는 말이라기엔 너무 나직하고 혼잣말같은 말이었으니. 위안은 그래도 마음이 후련했다. 어딘가 마음 한 구석에 쌓여있던 고백을 내뱉었다는 기분에. 그냥, 혼자 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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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의 독백..은 쓰니 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