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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태양 - 나만 바라봐)




오늘 약속이 있어서 좀 늦게 들어올 것 같아. 먼저 자. ...최대한 일찍 올 거지? 불안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묻는 로빈을 보며 줄리안은 그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노력해 볼게. 이제 나가봐야 해. 몇 번 쓰다듬던 손을 떼고 자켓을 챙겨 입는 줄리안의 옷자락을 여전히 불안한 로빈이 붙잡았다.


"줄리안…"


"왜 이렇게 불안해 해. 내가 수백번은 더 말했지. 다시는 바람같은 거 안 펴. 그때는 내가 정말 미쳤었어."


"응… 믿긴 믿는데,"


"그럼 계속 믿어줘. 너까지 나 안 믿으면 난 이제 누구 믿음 받으면서 살아?"


갈게. 아무리 늦어도 2시 전까지는 들어올게, 약속. 로빈의 새끼손가락에 자기 손가락을 직접 걸고 엄지를 꾹 누른 줄리안이 문을 나섰다. 설마… 믿는 도끼에 두 번이나 발등 찍히겠어. 애써 불안한 마음을 지운 로빈은 TV를 틀었다.


-


'야, 줄리안! 너 임마 지금 어디야! 너 때문에 벌써 1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잖아. 빠딱 안 올래?'


"좀 기다려라. 로빈이 하도 의심하는 통에 달래느라 늦었어. 지금 택시 탔으니까 금방 가. 먼저 들어가 있든가."


네가 없으면 여자가 안 붙으니까 그러지. 빨리 와라. 툴툴거리며 친구가 전화를 끊자 줄리안도 곧 핸드폰에서 배터리를 분리시켰다. 설마 로빈이 전화 하겠어, 싶긴 했지만 만약 나중에 자신에게 추궁했다 해도 배터리가 나갔다고 하면 그만이다. 금새 클럽에 도착한 줄리안은 삐딱하게 서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과 마주했고, 이내 활짝 미소를 지으며 그들과 함께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고 줄리안이 한 번 찍어 안 넘어오는 여자 없었다. 그새 여자 한 명을 붙잡고 허리를 끈적하게 돌리던 줄리안이 그 여자를 품에 안고 룸으로 돌아왔다. 오빠, 술 한 잔 할래? 자신과 친구들이 주문해 놓고 먹지 않은 술병을 들며 여자가 꽤나 유혹적인 폼새로 물었고, 물론 줄리안이 그 말을 거절할 리 없었다.


"따라줘."


술잔을 내밀며 말하는 줄리안에 여자는 그의 품에 찰싹 엉겨붙어 술을 따르기 시작했고, 그렇게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를 반복하던 그들은 이내 눈이 서로 마주쳤다.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둘의 입이 부딪혔고, 쌉싸름한 술 맛이 두 입술 사이를 오갔다. 쿵쿵거리며 울리는 비트 속에 혀를 섞는 질척한 소리가 간간히 섞임과 동시에 어느새 여자는 소파 위에 누워 있었고 줄리안은 그 위에 올라타 있었다. 줄리안이 여자의 옷 속에 손을 넣고 허리를 매만지다가 문득 본 손목시계의 시간은 1시 45분. 집 갈 때까지 대충 2~30분은 걸리는데… 이왕 늦은 거 하던 거나 마저 하고 늦지 뭐. 잠시 생각에 잠겨 행동을 멈춘 줄리안의 팔을 여자가 휙 끌어당겼고 줄리안은 예의 그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여자의 후크를 풀어냈다.



-


그 여자와 집에 도착하니 어느새 새벽 3시 30분이었다. 먼저 자라고 했으니 자고 있겠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 줄리안은 별 조심성 없이 현관문을 들어섰고, 무심코 고개를 돌렸을 때 좀비처럼 앉아있는 로빈 때문에 흠칫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로빈? 안 잤어? 먼저 자라니까."


"2시까지 온다면서."


"친구가 여자친구랑 헤어졌대서. 위로하고 오느라 좀 늦었어. 미안, 빨리 들어가서 자자."


능청스럽게 웃으며 로빈의 어깨를 감싼 팔을 로빈은 탁 쳐냈다. 로빈? 당황하며 물어오는 줄리안에 곧 로빈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눈으로 그를 쳐다봤고, 이내 흐느끼기 시작했다. 다시는 바람 안 피겠다고 했잖아, 이게 몇 번째야? 너 오늘도 나한테 똑같은 수법 쓰고 나간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믿어줬는데 네가 어떻게 그래? 어떻게?


"로빈, 고개 좀 들어 봐."


"헤어져."


"뭐?"


"너 이러는 거 한 두번도 아니고. 지쳤어. 밖에 나갔다 들어올 때마다 나는 여자 향수 냄새가 얼마나 맡기 역겨운 지 알아? 지긋지긋해. 너랑 만나는 거 이제 지쳐."


"안 돼. 그건 안 돼, 로빈."


"너 나 말고도 만날 사람 많잖아! 그냥 걔네 만나면 되지 뭐하러 나 만나? 서로 피곤하게 할 일 만들지 말자, 제발. 헤어져 줘, 헤어져 줘…"


거의 애원하듯 매달리는 로빈이었지만 줄리안은 전혀 안타까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그저 안 돼, 라며 고개만 내저을 뿐. 대체 왜! 왜! 소리친 로빈이 못 견디겠다는 듯 줄리안을 지나쳐 집을 나서려 했다. 곧 손목을 붙잡은 줄리안에 의해 저지당했지만.


"나 이런 말 하는 거 되게 이기적인 거 알고 나쁜 놈 될 거란 것도 알아."


"그럼 하지마. 그냥 헤어져 주겠다는 말 한 마디만 해."


"나는 너랑 못 헤어져."


"대체 어째선데. 나랑 너, 어차피 사귄다는 느낌도 더 이상 안 들어. 이게 헤어진 거랑 뭐가 다른데 헤어지는 건 또 못 해주겠다는 거야?"


"…사랑해, 로빈."


몇 번이고 반복된 똑같은 패턴. 몇 번이고 반복된 정해진 마지막. 오늘도 로빈은 줄리안의 마지막 말에 주저앉아 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로빈을 끌어안아 토닥여주면서 줄리안은 생각했다. 내가 바람을 피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도, 로빈은 오롯이 자신만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줄리안은 이기적이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


준비중인 다른 장편에 힘을 너무 쏟아서 그런가 노래글이 망해가고 있어(오열) 읽어주는 정들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있다면 미아내(의기소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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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헝 댑악 이런 줄로..좋다..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나쁜..bird끼
9년 전
독자3
줄리안 진짜 나쁘네.. 자기는 바람펴도 로빈이 자기를 바라보는걸 원하고ㅠㅠ 로빈은 마음고생만 심하게 하고ㅜㅜ 우리 둥이..ㅠㅜㅠㅠㅠ 나중에 후회하는 줄리안으로 뒷얘기있으면 더 보고싶다ㅜㅠㅠㅠ
9년 전
독자4
헐좋다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나쁜 ㄴ 줄리안ㅜㅜㅜㅜㅠ 우리 사랑둥이 눈에서 눈물 마를 날이 없게 하고ㅜㅠㅜㅜㅠㅠㅠ
9년 전
독자6
헐 뒤에 더 쪄주면 좋겠다...... (하악)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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