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아프게 죽기
2화 특별한 토요일
어렸을 적 나는 용사가 되고 싶었다
모험을 떠나 세계를 구하고 결국은 자신마저 구하는 용사가 되어 모두에게 존경받아
마당 딸린 커다란 집에서 아름다운 아내. 커다란 개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사는 삶을 동경했다
물론 어릴때하던 망상이고 성인이 되어 취업준비를 하는 내게 꿈은
토요일 밤 8시45분에 하는 복권에 당첨되는것이다
뭐 지금 생각해보니 어릴때나 지금이나 세속적이고 한심한건 변하지 않은것 같다
하지만 세속적인게 뭐가 잘못된걸까?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칭찬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래서 난 지금 복권방에서 줄을 기다리고 있다
히죽 히죽 웃음이 나온다
토요일이니 되니 많은 사람들이 복권을 사려고 온 것 같은데 오늘의 주인공은 내가 될 것이다
미안합니다. 오늘은 제가 될 거 같네요
비밀인데 어제 돼지를 잡는 꿈을 꾸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계시가 아닌가 싶다
오늘로 나는 새 사람이 되는거다!
일확천금!
복권 만세다!
판매하시는분이 히죽거리는 나를보며 의아해 하지만 상관없다. 난 이 순간을 즐길것이다
"자동 한장이요"
그렇게 5천원과 복권을 맞교환한 집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기분이 굉장히 좋고 거리가 이뻐보인다
비가 와 좀 축축하고 쌀쌀하지만 마치 봄날의 햇빛같다
만약 당첨되지 않는다면 이 기분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도 되지만 한순간뿐이었다
오랜만에 치킨도 시켜먹고 맥주도 한캔 마신다
이게 산다는거 아닐까? 행복하다
시계를 보니 이제 복권 발표까지는 2시간정도 남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에 곤두서있던 신경이 안정되며 스르륵 잠이 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가 깨어난건 발표로 부터 1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당황한 나는 폰을 잡고 복권을 검색했다
이번회차 당첨 번호는 1 11 17 27 35 39
번호를 보는 순간 허탈함만이 내 안을 가득채웠다
뭘 기대한걸까 그렇게 쉬울리가 없지않나
당첨이 될리가 없는데 왜 허탈해 하며 왜 기대한걸까
"식탁위 김빠진 맥주같구나"
난 오늘도 인터넷 서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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