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일이야
07
(순영 외전: 너에 관한 고찰)
기억을 되돌려 보면 너를 처음 본 건 학기초 교무실에서였다.
머리를 높게 올려 묶은채 단정하게 교복을 갖춰 입고 선생님 옆에 붙어서 집중하던 너.
길었는지 몇 번 접혀 있던 네 소매.
호기심에 옆에 있던 이석민에게 물었다.
쟤 누구야?
이석민이 답했다.
쟤 몰라? 피타고라스 짝녀 OOO. 유명함.
엄마가 교수고 아빠가 닥터래. 이과탑임.
수학과학 존나 잘한대. 좋아하기도 진짜 좋아한다던데.
사실 깊은 호기심은 아니었다.
그냥 복도에서 운동장에서 혹은 급식소에서 보이면 아 OOO구나.
딱 그 정도에 그친 관심이었다.
얼마 후 너를 다시 보게 된 건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였다.
얼마 전부터 계속 책상위에 딸기우유가 놓여있었다.
사실 이렇게 책상위에 뭘 놔두고 가는 애들은 많았는데
딸기우유는 처음이라 웃음이 난다.
첫날에는 부승관이나 이석민이 장난치는 줄 알았다.
그 다음날인가 다다음날부터 딸기우유에는 예쁜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었다.
어떡하냐 다시 생각해도 떨리네.
부승관은 호들갑을 떨며 너에게 딸기우유상 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나 역시 그렇게 불렀고. 지나고 나서 보니 부승관과 이석민은 다 알고 있더라.
그날은 이상하게 일찍 눈을 떴다. 평소같으면 좀 더 뒤척였겠지만 일찍 집을 나섰다.
그리고 너를 만났다. 내 책상에 딸기우유를 놔두던 너를.
한품이나 큰, 딸기우유 같은 분홍색 후드티를 입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데 아 너무 귀엽다.
그 날 아침 우리반 난리났지.
담담하게 말하고 있지만 부승관과 이석민이 오기 전까지 딸기우유는 마시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있었다.
물론 아직도 냉장고에 있다.
아까워서 어떻게 마셔 저걸.
어떻게 친해지지 밤낮을 고민했다. 한참을 고민했는데 하늘이 도왔나보다.
학생회에서 멘토링을 실시한다고 했다. 입학이래 내신과 모의고사 1등급을 한번도 놓친적이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너는 역시 이과탑답게 인기가 많더라. 유독 네 칸에만 신청자가 많았다. 한명한명 찾아가 다른 멘토를 찾으면 안되겠냐고 사정을 했다.
권순영 이런 모습 처음이라며 주변에선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첫 멘토링.
이미 3회독을 마친 내 개념원리는 너무 너덜너덜해 들고 올 수 없었고 새 책같은 이석민의 개념원리를 들고 왔다.
수학 문제를 푸는 네 모습이 좋다. 어렵진 않지만 일부러 계산이 복잡한 문제만 골라 질문했다.
계산식이 길어지자 미간이 좁혀지며 손이 분주해진다. 곰 같은 내 손과는 달리 네 손은 작고 하얗다.
우리 OO가 글씨도 귀엽다. 동글동글한게 꼭 저를 닮았다. 한참 집중하고 있는 너를 보고 있다 너를 불렀다.
"OO야"
입밖으로 나오는 네 이름도 예쁘다. 또 놀라 눈을 크게 뜬다.
"우리 조금만 쉬었다 하면 안될까?"
학교 앞 편의점에 들러 딸기우유를 샀다.
입에도 안대던 딸기우유였는데 네 덕에 나는 요즘 딸기우유에 푹 빠져 산다.
너는 나에게 딸기우유 좋아하냐고 물었다.
대답이 나오기까지 안절부절 못하는 네 모습이 또 귀엽다.
자꾸 니가 좋아진다.
수학문제 질문을 핑계로 번호를 물었다. 새로운 친구라며 뜨는 프로필.
친구들과 찍은 사진에서도 너만 보인다.
자꾸 연락하고 싶어질까봐, 그러면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쉽사리 카톡을 보내지 못했는데.
그러기엔 니가 너무 보고싶어서 숙제가 뭐였니 책은 뭘 들고가니 하는 쓸데없는 카톡만 보냈다.
누군가 그랬다 여자가 자기보다 작으면 요정, 같으면 공주, 크면 여왕이라고.
다 틀렸다.
나 보다 머리 두개는 더 작은 너지만
평소에는 요정같고 수학문제를 풀 때의 너는 공주같다.
또 반장이라 반을 통솔할때의 너는 누구보다 큰 여왕이다.
원래 잘하던 수학이었지만 성적이 더 올랐다. 이걸 핑계로 너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아침엔 모닝콜 필수던 내가 오늘은 번쩍번쩍 눈이 떠진다는 노래가사처럼 새벽같이 일어났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길도 꽃 길인가 보다. 발걸음이 가볍다. 영화를 보러 왔는데 영화는 안보고 나만 쳐다보고 있다.
계속되는 시선에 눈을 돌리니 너는 급하게 콜라를 들이킨다. 영화를 보고 나와 누나가 좋아하던 식당으로 갔다.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니가 입을 뗀다. 여긴 어떻게 아냐고 혹시 여자친구?
저가 말해놓고도 오히려 당황한 네 모습에 웃음이 난다.
여자친구가 있으면 너랑 이러고 있겠냐는 내말에 너는 또 안심한 모양이다.
밥만 먹고 헤어질순 없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며 너를 이끌었다.
아이스크림도 꼭 자기 같은걸 고른다.
파스텔톤의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이상하다 늘 먹던 아이스크림인데 너무 달다.
더 데리고 있고 싶은데 핑계가 없다. 머리를 한참 굴리는데 강아지 한마리가 달려온다.
강아지를 보곤 아이처럼 해맑게 웃더니 오구 애기 이름이 뭐에요? 하며 강아지를 안아든다.
애견카페에 초대받은걸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강아지와 놀면서도 시선이 자꾸 너에게 간다.
너를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우리 진짜 잘 어울린다.
니가 눈치가 없는건지 내가 잘 못하고 있는건지 더 티를 내라며 부승관이 보챈다.
수학여행. 진짜 얘랑 잘되라고 하늘이 돕는가보다. 근데 또 치마가 짧다.
다 쳐다보잖아 짜증나게.
입고 있던 남방을 벗어 허리에 둘러줬더니 울상이 된다.
안 돼. 어쩔 수 없어.
오설록에서도 더 마 파크에서도 에코랜드에서도 네 뒤만 따라 다녔다.
에코랜드에서 우정사진이라며 홍윤솔과 사진을 찍는다.
홍윤솔과 오랜시간 함께 한건 알지만 괜시리 질투가 나 더 예쁜 배경을 골라 사진을 찍었다.
이튿날 한라산 등반을 하는데 유독 힘들어하는 너였다. 친구들이 먼저 올라간건지 내가 옆에 있는데도 자꾸만 두리번 거린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는데 또 힘든지 걸음을 멈춘다. 준비해온 물을 건네자 다시 표정이 환해진다.
너는 항상 예쁘지만 웃을 때가 제일 예쁘다.
수학여행 마지막 날, 우린 진짜 운명인가보다. 이건 커플룩이라 해도 믿을 만큼 비슷한 옷차림의 우리였다.
우연이 인연되고 인연이 연인되는거라는 최한솔의 말이 자꾸 귓가를 스친다.
홍윤솔의 재촉에 바다를 배경으로 둘이 사진을 찍었다.
맑은 바다에 푸른 하늘 그리고 예쁜 커플룩.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진짜 잘어울린다.
잠겨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그 어느때보다 와닿는 한 구절이었다.
여러분
순영이 외전은 어떠신가요 헷
좋아해주시면 좋겠는데....☆★
또 월요일이네요... 으쌰으쌰합시다.
저는 금요일에 체육대회 에피소드 들고 올게요
앙영!
내 딸기우유상들 ♥♥
♥[자몽타르트] [수녕텅이] [thㅜ녕이]
[lovely] [껌딱지] [쀼밥이] [심장]
[신아] [쿱스단무지] [딸귀]
[고양이의보은] [나희] [빨주노초파남보라]
[요를레히] [밍구리밍구리] [스타일] [현지짱짱]
[늘부] [0105] [순영지원] [쏘요]
[누리달열닷새][토끼][빨간 당근]
[초록책상] [남양주] [귤뿌뿌]
[랖랖][반지][냐하][벨리움]
[밍뿌][ 아령 ] [허니허니][딸기우유상]
[지하] [0226] [마지] [녹차 마루] [벼랑위의 쑤뇨]
[이다][마음을 채우다] [우지소리]
[최허그] [다뿌셔] [비회원]♥
암호닉은 항상 받고 있습니다! 가장 최신화에서 신청해 주세요!
항상 예쁜 댓글 고마워요! 좋아해주시는 여러분 보면 힘이 납니다.
답댓은 시간날때 달게요 하트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