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샤이니 - 닫아줘
"감사합니다."
"정말 병원에 가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는 게 환자 분에게도 보호자 분에게도 좋을 듯 싶은데..."
"괜찮습니다."
침대 위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너를 보며 나는 다시금 말을 내뱉었다.
너를 병원에 입원 시키라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아닌 다른 간호사들이 네 몸을 만지고 네 팔에 주사를 놓으며 너와 눈을 마주치고 그런 모습을 내가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고?
그건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17171771
四
w. 복숭아 향기
너는 아직 곤하게 잠들어있었다.
나는 그런 네 모습을 바라보며 느릿하게 두 눈을 깜박였다.
네 손목에 감겨있는 붕대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 너의 손목에도 깊은 흉터 하나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나는 손을 내밀어 네 붕대 위를 쓸어내렸다. 까슬한 붕대의 느낌이 마냥 낯설지만은 않았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내 손목과 발목에 감겨있던 것이었다.
그 때 너는 잠들어있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때의 나도 과다 출혈 때문에 며칠 동안은 침대 위에서 내리 잠만 자고 그랬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내 손을 잡고 있던 네 손이었었다.
그제야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네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는 게 확실해지는 순간이었으니까.
감겨있던 네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왔다.
나는 네 손위로 손을 올리고는 그대로 깍지를 껴잡았다.
조금은 싸늘했던 네 손이 천천히 따듯해지고 있었다. 손발이 찬 나에 비해 네 손은 항상 따듯했었다.
나는 그런 네 손을 잡는 걸 꽤나 좋아했다.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 마네킹 손마냥 차가운 내 손에 비하면 네 손은 뭔가 사람의 것 같았으니까.
네 손가락이 달싹였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너의 얼굴을 마주했다.
파르르 떨려오던 네 눈꺼풀이 떠졌다. 굳게 닫혀있던 네 검은색 눈동자가 내 눈과 마주쳤다.
너는 말없이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몇 번 두 눈을 깜박였다.
허공을 보고있는 듯했던 네 눈동자에 조금씩 초점이 잡혀왔다. 나는 손가락으로 네 손등을 쓸어내렸다.
네가 손에 힘을 줘 내 손을 조심스레 그러쥐었다.
"일어났어?"
"...네."
"너 되게 오래잤어."
"그랬어요?"
"응."
미안해요.
네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미안해해야지.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내가 입고 있던 옷은 피범벅이 되었고 아직도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내 품 안에서 쓰러진 네 모습이 생생한데 당연히 미안해해야지.
너는 이런 내 생각을 알아챘는지 작게 웃어보였다.
웃지마. 정들어.
톡 쏘아붙이는 내 말투에도 너는 그저 웃어보일 뿐이었다.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러지 않으면 나도 너와 마주보면서 실없이 웃어댈 것만 같았다.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어?"
"그냥요."
"병신."
"눈 뜨자마자 선배 보이니까 좋아서요."
"..."
나는 작게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다지 좋은 기분도 나쁜 기분도 아니었지만 왠지 너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았다.
나 두고 어디 가지마요.
네가 쓰러지기 전에 나에게 했던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나는 힐끗 너를 바라보았다. 너는 여전히 두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나를 네 시선에 담아내고 있었다.
사...
네가 쓰러지기 직전에 내 품 안에서 속삭여왔던 말이 떠올랐다.
사... 사... 사로 시작하는 말이겠지. 무슨 말일까. 내가 듣고 싶던 그 말이 과연 맞는 걸까.
나는 다시금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너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너에게 질문을 하려면 고개를 돌려 너와 눈을 마주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너와 눈을 마주하기에는 내 얼굴이 너무나도 발갛게 달아올라있었다.
-
"선배."
"응?"
"배고파요."
"어?"
"나 사과 깎아줘요."
"..."
오늘은 또 무슨 날인걸까.
하지도 않던 어리광을 부리는 걸 보면 확실히 네가 아프긴 아프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서 깎아가지고 들어와야하는 건가. 오늘은 울퉁불퉁한 사과를 먹지는 않겠군.
탁.
네가 내 손목을 잡아왔다.
응?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너를 바라보았다.
너는 내 손목을 꼭 그러쥔 채로 나와 눈을 마주했다. 네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조금씩 손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
"여기서 깎아줘요. 부엌에서 말고."
"..."
"선배."
"알았어. 손목에 멍들 거 같아. 나 아파."
아프다는 네 말을 듣고 나서야 너는 내 손목을 놓아주었다.
손목이 시큰거리며 아파왔다. 조금 있으면 붉게 멍이 들어있을게 뻔했다.
밖으로 나가 냉장고에 있던 사과 하나를 꺼내고는 접시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서랍장 안에는 네가 놓아두었던 과도가 아직 그대로 있었다. 내가 손목을 그었던 그날 이후에도 너는 과도를 다른 곳으로 치우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냥 네가 그랬을 뿐이니까.
사각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칼날이 지나갈 때마다 사과 껍질이 부드럽게 깎여나갔다.
늘 과육이 잔뜩 떨어져나가게 울퉁불퉁 깎아내는 너와 달리 동글동글한 모양이 나름 보기 좋았다.
너는 눈도 깜박이지 않으며 그런 내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보았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빤히 보고 있는 걸까. 자기랑 다르게 사과를 잘 깎는 내 모습이 신기한건가?
"왜 그렇게 봐?"
"신기해서요."
"사과 잘 깎는 게?"
"선배가 사과 깎는 게."
"네가 깎아달라며."
"만날 내가 하던 거 선배가 하니까 신기해요."
"..."
그러네.
생각해보니 지금 이 모습은 만날 네가 보여줬던 모습이었다.
아. 물론 너는 부엌에 가서 과일을 깎았었지만. 어쨌든 그 모습이 이 모습은 맞으니까.
늘 침대 위에 누워있던 모습은 내 모습이었었지.
나는 사과를 반으로 갈랐다.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물어볼 수 있을 거 같았다.
얼굴이 너무 빨갛지도 않고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준아."
"네."
"너 쓰러지기 전에 나한테 무슨 말 하려하지 않았어?"
"무슨 말이요?"
"너 말하다가 쓰러졌잖아."
"그래요?"
"응."
"그랬나... 기억이 안나서요."
탁 소리와 함께 사과 반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선배. 사과 떨어졌어요. 너무나도 담담하게 말을 걸어오는 너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했던 말이라면 나는 아마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달랐다. 나는 다시 한 번 사과를 반으로 갈랐다. 이번에는 사과가 침대 위로 툭 하고 떨어졌다.
너는 푸스스 웃으며 침대 위에 떨어진 사과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아삭 사과를 한 입 베어물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아니. 굳이 나 뿐만 아니라 너를 아는 사람들은 간단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너는 망각이라는 게 무엇인지 잊은 사람이었다.
고로 네 입에서 나오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라는 말이었다.
너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지금 내 앞에서. 처음으로.
-
괜히 물어본건가. 너는 나에게 거짓말을 왜 한걸까.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나에게 거짓말을 한 적은 없던 너였다.
거짓말을 하나 하게 되면 그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서 10가지 거짓말을 더 해야한다고 하지.
앞으로 너는 그럼 얼마나 더 많은 거짓말을 하게 되는 걸까. 이제 네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을 믿어도 되는 걸까.
사실 이것들 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럼 네 입에서 나오려 했던 그 사... 로 시작하는 말은 과연 무슨 말이었을까.
사랑해. 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맞는 걸까.
"선배."
너는 손을 내밀어 내 머리칼을 쓸어넘겨주었다. 그리고는 네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손짓을 해왔다.
침대 위로 올라오라는 말이었다. 나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네 옆자리에 나란히 누웠다.
네 모습이 아니라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너는 그대로 손을 뻗어 내 등을 끌어안아왔다. 순식간에 내 시선은 천장에서 네 가슴팍으로 옮겨졌다.
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심스럽게 규칙적으로 두근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머릿속이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네 옷자락을 그러쥐었다. 조금 말려올라간 옷자락 사이로 네 맨살이 드러났다.
나는 손가락으로 네 옆구리를 간질였다. 너는 푸스스 웃으며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간지러워요."
"간지럼 안타면서."
"예의상."
"그런 예의는 안지켜도 되거든."
조용했다.
늘 내 발목에서 달그락 거리던 족쇄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너와 나의 목소리만이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족쇄 소리가 그렇게 시끄러웠었나. 딱히 그런 거 같지는 않았는데.
그저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고 있던 단 하나의 물건이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까지 조용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네 가슴팍에 이마를 기댔다. 역시나 너는 나보다 체온이 조금 높은 것 같았다.
그렇게 한 바가지 피를 흘리고 난 이후에도 나를 이렇게 따듯하게 안을 수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선배."
"응."
"얼마 전에 영화 개봉했대요."
"영화는 늘 개봉하잖아."
"미녀와 야수 개봉했다는데."
"응."
"보러 갈래요?"
"언제?"
"나 다 나으면 바로."
"영화관으로?"
"오랜만에 둘이 팝콘 먹으면서."
"나 팝콘 안먹는데."
"그럼 그냥 영화만 봐요."
"..."
"선배랑 영화 보고싶다."
나는 네 말을 들으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지금 이 말은 거짓말인걸까 아니면 너의 진심인걸까.
나는 다시금 네 옷자락을 세게 그러쥐었다. 네 옷에 펴지지 않는 주름이 생길 정도로 세게.
옷에 생긴 주름때문에 불편했는지 네가 몸을 바르작거리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손을 놓지 않았다.
이 손을 놓으면 네가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고 말을 할 것만 같았다.
네가 진심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면 나는 그 진심에 응하면 되는 것이었다.
네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나는 그 거짓말에 적당히 놀아나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 사실 답은 정해져있었다.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애초에 많지 않았다.
그리고 너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제길스럽게도 너는 교묘하게 이 사실을 이용하곤 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나는 네가 원하는 답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셈이니까.
진심에 응하는 것, 거짓말에 적당히 놀아나는 것 말고도 선택지는 하나 더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선택지는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렸을 때 마지막에서야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이기 때문이었다.
"가자."
"예쁘게 기다리고 있어요."
"싫어."
"그러면 내가 선배 찾아갈게요."
"네가 와."
"네."
"무슨 일이 있어도 네가 먼저 와."
"그럼요."
"나는 너 안기다릴거야."
"알아요."
네가 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왔다.
나는 고개를 조금 들어 손가락으로 네 아랫입술을 어루만졌다.
늘 촉촉하게 부드러웠던 네 입술이 조금은 까슬했다. 나는 그대로 네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혀를 내밀어 네 입술을 할짝였다. 네가 부드럽게 내 입술을 감쳐물었다.
까슬했던 두 입술이 서로 맞물려왔다. 까슬했던 네 입술이 다시금 촉촉하게 부드러워졌다.
"그러니까 나 두고 어디 가지마요."
"..."
"내가 항상 찾을 수 있는 곳에만 있어요."
"..."
"대답."
"싫어."
"그럴 줄 알았어요."
그 선택지는 내가 네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
[암호닉]
두유망개 뱐드 현 꾸룩 방칠이방방 달 뜌 윤기와산체 열렬 토끼 다이아몬 뷔스티에 슬픔이 기쁨에게 대추차 땅위 보보 숭니 녹차맛콜라 뉸뉴냔냐냔 헤융
별 초코아이스크림2 마솨 무네큥 호빵이 꾸꾸낸내 단아한사과 찡 쩨이호옵 슈비 밤툰 그때쯤이면 인디핑크 짐꾸 자도 남준이성애자 봉석김 코코링 새우
침구 쵸코두부 레몽자몽 바다코끼리 밝게 저장소666 꾸꾸 소보로크림빵 삐삐걸즈 청보리청 오잉 몽이 워더 감자 한울제 스티치 꿀떡맛탕 란 쥬니이 아린
우헤헤 북극성 통증 이꾹 봄봄 채린 국산비누 영이 달슈가 빈반 비비빅 이상해씨 온기 나니쓰 pp_qq 가온 민스님 똑띠 흑설탕윤기 몬슈가 해피니스
꾹코리타 너만볼래♡ 핫초코
암호닉은 5화에서 다시 받겠습니다.
지금까지 신청해주셨던 분들 다음 화에서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남준이도 그렇고 여주도 그렇고 참 서로 솔직하지 못한 거 같아요. 제가 쓰면서도... 뭐 저렇게 생각이 많아야 하나 싶을 때가 가끔 있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극단적으로 달리는 폭주 기관차인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의 마음이 어떤지 몰라 누구 먼저 건너지 못하는 그런 외나무 다리 같은 관계에요.
그렇기에 서로의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더욱 불안해하고 그러는 거겠죠.
오늘의 bgm은 남준이와 여주가 서로에게 부르는 노래라고 생각하면 좋을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노래랍니다.
오늘도 제 글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월요일이네요. 다들 행복한 일주일 보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