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크리스탈X설리] 하고 싶다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a/7/9a786bbf9c57b933e59c7cb35691381b.gif)
" 또 뵙네요? "
내가 큼큼 기침을 하자 정수정이 오른쪽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괜히 시선을 옮기려 왼쪽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 안에 오빠 있죠? 할 말 있어서 잠깐 들른 건데. "
" 잠시 만요. 안에 손님이 계셔서. "
내가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리니 정수정은 인터폰을 들어 무어라 말을 한다. 꼬물거리는 입술에 나는 정신을 놓아버렸다. 그러고 보니 정수정은 동성애자라고 했던 것 같다. 저번에 오빠 따라 참석한 회식자리에서 술쳐먹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 이후로 찾아올 때마다 메이크업이 점점 세지는 느낌이다. 오빠를 꼬시려고 저렇게 화장한건 아닐 테고, 도대체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저 모양새를 하고 있는 건지.
" 응접실에서 기다려 주실 수 있으세요? 금방 끝나실 거래요. "
" 네, 그럴게요. "
" 이쪽으로 오세요. "
난 정수정의 뒤를 따랐다. 몸에 쫙 붙는 유니폼에 시선이 간다. 저 검은색 유니폼은 아마도 정수정을 위해 만들어진게 틀림없다. 잘록한 허리라인과 아찔한 골반에 그 밑에 있는 쭉 뻗은 흰 다리까지 아주 ' 이건 날 위한 옷입니다' 하고 쓰여 있는데 어쩌겠는가 봐줄 수밖에. 어째 저번보다 치마가 더 짧아진 것 같기도 하고.
" 여기 앉아계세요. "
나는 군말 않고 정수정이 가리킨 2인용 소파에 앉았다. 밑에서 보니 턱선이 더 잘 보였다. 얼마나 굶어야 저런 턱선을 갖는 걸까. 점심때도 고기를 먹고 온 내가 대단하다 생각했다. 시선을 곧장 올리니 바로 마주친 눈이 민망해져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똘추 최진리. 여자랑 눈을 마주보는 것도 못하고 앉아있네.
" 커피는 아메리카노? "
" 네, 그걸로 주세요. "
정수정이 힐을 또각또각 부딫혀가며 커피머신쪽으로 가는데 난 또 정수정의 뒤태를 아주 열심히 감상해주었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아마 그 진부한 소설속 얘기들처럼 천사가 벌을 받아 내려온 걸지도 모른다. 아니, 정수정이면 천사가 아니라 여신일거다. 저 몸매를 보아하니 미의 여신 뭐 그런 거?
" 여기요. "
" 네, 고마워요. "
건네받은 커피를 후후 불고 있는데 정수정이 내 옆에 와 앉았다. 깜짝 놀라 옆을 쳐다보니 또 싱긋 웃곤 다리를 꼬아 앉는다. 침을 꿀꺽 삼켰다. 잠시만 앉아 있을게요. 왜 하필 내 옆자리에 앉아가지고는 사람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앉아있는지. 난 커피 잔을 테이블 위에 놓고는 주섬주섬 내 핸드폰을 꺼냈다. 정수정이 갑자기 제 핸드폰을 꺼내더니 이것 좀 보란다. 뭐 회사의 새로운 홍보 영상이라던가. 근데 그 핸드폰을 지 허벅지 위에 올려두니 나보고 핸드폰을 보라는 건지 허벅지를 보라는 건지. 눈을 자꾸 굴리니까 어지러워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허벅지를 봤다. 미쳤어, 미쳤어. 얜 진짜 미쳤어.
" 어때요? "
" 어, 어. 좋은 것 같아요. "
" 다른 것도 보실래요? "
" 예예. "
미세하게 힘줄이 선손으로 핸드폰을 톡톡 치더니 영상을 하나 더 트는데 난 이때다 싶어서 다시 허벅지를 봤다. 저기에 한번만 손대봤음 좋겠네. 뽀얘서 손을 대면 스르륵 미끄러지는 건 아닌가 몰라.
" 진리씨? "
" 네? 아. 이것도 괜찮은 것 같네요. "
" 흐음- 그래요? "
제 다리를 쳐다본걸 들킨 건 아닐까 조마조마한 마음에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를 들이켰다. 앗 뜨거! 하고 소리치자 정수정이 날 바라보고 킥킥 웃는다. 그럼요, 뜨겁죠 아직. 아 쪽팔려. 커피 잔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시선을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아 오빠는 어떤 손님이랑 저렇게 길게도 얘기하는 건지.
" 이제 곧 진리씨 생일이라면서요? "
" 어떻게 알았어요? "
" 이사님이 말해주셨어요. "
" 아 그놈의 입방정. "
" 뭐 갖고 싶으신 거라도? "
하나 있긴 한데, 말하면 당장이라도 싸대기 맞을 것 같아서 그냥 어색하게 씩 웃었다. 내 트레이드마크인 눈웃음과 함께 손 사레도 치면서.
" 에이, 없어요 그런 거. "
" 뭐, 그럼 됐구요. "
" 생각만이라도 감사하네요. "
" 전 어때요? "
" 네? "
또 눈을 딱 마주쳤는데 이번엔 안 피했다. 내 동공이 심하게도 흔들리는 게 딱 느껴지는데도 그냥 정수정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와 속눈썹도 무지 기네. 저 눈꺼풀에 당장이라도 입술을 가져다 대고 싶었지만 내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욕망을 잠재웠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싶어서 고갤 돌려버렸다. 진정해라 심장아.
" 농담-. "
" 네, 네. "
지 혼자 좋다고 킥킥대고 웃는데 난 그냥 어색하게 웃어넘겼다. 전 어떠나니. 자기 혼자 말하고 자기 혼자 좋아해. 내 심장은 지금 큰일 났는데.
" 이거 봐요, 이 조화 어때요? "
정수정의 손끝을 따라가 보니 테이블 위에 꽃 한 병이 놓여 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있던 꽃이랑 다른 거네.
" 조화인줄 몰랐네. "
" 이사님이 생화는 관리하기 어렵다고 조화를 사놓으라고 하셔서요. "
" 아아. "
" 제가 골랐어요. 주황색. "
주황색 꽃이라니, 뭔가 저 다웠다. 흔해빠진 핑크색도 아니고 말이다. 갑자기 목이 타서 테이블위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도로 올려놓았다.
" 진리씨랑, 하고 싶다. "
" 뭘요? "
그리고는 웃음을 잔뜩 머금은 채로 내 귀로 입을 옮겨가기에 내가 조화를 계속 바라보며 귀를 기울였다. 뜨거운 숨결, 그리고.
" 음, 섹스? "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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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같은거 있으면 바로 잡아주세요, 얼른 고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