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는 무슨 생각인지 말이 계속 없더라고. 내가 너무 애를 진지하게 만들었나 싶어서 사실대로 말하려고 하는데 내가 마크, 하고 불러도 좀처럼 집중하는 것 같지가 않았어. 머릿속이 많이 어지러웠나봐. 그리고는 점심을 먹고 또 조퇴를, 아니 아니지 조퇴는 허락 받고 하는 거잖아. 땡땡이를 치더라. 매너남 마크, 사실은 진짜 양아치인 걸로 알려져.. 이런 식으로 가볍게 생각하면서도 또 현실을 생각하면 진지해지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어. 여기 있는 시간 동안 마크랑 진짜 좋은 인연-윽, 이렇게 얘기하니까 좀 옛날 사람 같다-을 맺었다고 생각했는데 캠프 이틀이 지나면 그것도 다 끝인가? 아니 캠프가 끝나고도 계속 만날 수 있다고 해도 남은 일주일이 전부 아니야? 내가 마크한테 두근 거리고, 설렜던 순간들은 그냥 짧은 여름방학 꿈처럼 지나가 버리고 말겠지. 그런 생각이 자꾸 드는데 그러면 정말 밝은 표정이라고는 지을 수가 없으니까. 이 곳에 대한 미련이 너무 크게 남아버리니까 애써 마음을 다잡았어.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남은 시간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쓸거야. 집에 돌아가니까, 엄마가 식탁에 좀 앉아보라고 나를 불러. “왜?” “다음 주 한 주동안 뭐 할지 정해야지.” 그러면서 우스갯소리로, 우리 여주 캠프 일주일 환불 받았으니까 그 돈으로 놀고 먹어야지~! 하는 게 약간은 속상하더라. 내가 더 잘 적응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아니? 난 잘못 없어, 말 많고 가치관에 문제도 많은 애들이 문제야. 응, 그렇지. “어디 놀러가고 싶은 곳 있어?” “어.. 나는 학교 친구들 기념품 살만한 곳?” “그리고 또? 아 맞아 그 친구랑 밥도 한 번 먹어야 하잖아.” “아.. 마크.” “이름이 마크야?” “응. 근데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계획부터 짜자.” 마크에 대한 일은, 어쩐지 지금 상황에서 못 결정할 것 같았거든. 사실 마음 한 편에 불안함도 있었어. 오늘 그렇게 가 버린 마크가 나를 ‘어차피 이틀 뒤에는 가버릴 애’ 라고 생각하고 마음의 정리를 해버리면 어떡하지 하고. 나한테는 꿈 같은데, 아니 그 꿈이 아직 깨지도 않았는데 마크는 그냥 헤프닝 정도로 생각해버릴까봐. 머릿 속에서 치고박고 싸우는 기분이 그런건가봐. 야, 이주동안 본 마크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 마크 그럴 애 아니잖아. 겨우 이주 가지고 뭘 안다고 그래? 그리고, 그러면 뭐 어쩔 건데 너 어차피 다시 한국 가잖아! .. 그렇지.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마크랑 내 사이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관계는 아마 데이트를 해 본 적 있는 펜팔 친구 정도겠지. 최악은 언젠가 만나 본 적이 있는 가물가물한 외국인. 오늘따라 마크한테서 메시지조차 오지 않아서 더 우울해지더라. *** 비어있는 신호등 앞을 보니까, 아 그냥 캠프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너 왜 이래. 왜 멋대로 굴어 이마크. 있다가 없다가 그러면 내 기분이 롤러코스터 타잖아. 일부러 신나는 노래를 큰소리로 틀어서 들으며 걸음을 재촉했어.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자. 정리 당하는 것보다는 같이 정리하는 게 나아. 하루만에 왜 이렇게 겁쟁이가 되어버렸는지 몰라 난. 열일곱은 다 이래? 자리에 앉아서도 이어폰을 빼지 않고 있었어. 기분이 안 좋아서 나도 모르게 표정을 굳힌 채로 핸드폰만 보고 있었지. 근데 짝이 나를 툭툭 치는 거야.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한 쪽 이어폰을 뺀 채로 어디 말해보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어. “I heard that tomorrow is your last day.” 어쩌라고. 너네 때문에 그런거잖아. 한 마디 쏘아 붙이고 싶은 걸 참고 계속 빤히 바라보니까 걔도 할 말이 없는지 어색해 하는거야. 한참을 고민하더니 하는 말이, 우리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여서,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은 전혀 없어서 놀랍지도 않더라. 대충 끄덕이고 다시 이어폰을 꼈어. 아니다, 그냥 엎드렸어. 마크가 왔는지 안 왔는지 일부러 신경을 안 쓰고, 그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수업을 들었어. 쉬는 시간이면 또 엎드려서 시간을 보내고. 사실 마크가 온 것 같기는 했는데, 내가 먼저 건드려 놓고 그 애가 무슨 말을 할 지가 너무 겁나더라고. 점심시간에도, 그냥 엎드려서 잠이나 잘까 고민하고 있는데 마크가 나를 부르더라. 내 짝처럼 어깨를 툭툭 친 게 아니라 내 책상을 똑똑 두드렸어. “할 말 있는데, 같이 점심 먹을래?” 할 말. 그게 왜 그렇게 무섭지? 나는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어. 그러니까 마크도 별 말 없이 나가자는 제스처를 하더라. “내가 생각을 많이 해 봤는데..” 그 소리에 가슴이 쿵. “내일 말할까 고민하기도 했어. 근데 그러면 너랑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아예 남지를 않으니까.” “...” “지금 내가 좀 오바 하는 걸 수도 있어. 그래도 ..” 마크가 나를 살짝 쳐다보길래 계속 말하라는 의미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어 얘가 무슨 말을 할지 감이 안 오더라고. “내가 그.. 고백 다시 하겠다고 했잖아. 진짜 멋있게 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안 되더라고. 사실 나 한국 가려고 준비 중이야. 언제가 될지 몰라서, 그리고 여주 네가 나랑 같은 마음이 아닐 지도 몰라서 망설였는데 이렇게 된 거 그냥 말하려고. 내가 한국 가려면 아직 한참 남아서, 데이트 하자고 만나자고는 얘기 못하겠어. 기다려 달라고 .. 하는 것도 내 욕심인 것 같아. 근데 만약 내가 한국에 갔을 때, 네가 괜찮다면 나 만나줄래?” 마크가 분명 한국어로 말해줬는데, 저 말들에 영어라고는 하나도 안 섞여 있는데 왜 이렇게 이해가 안 되는 기분이지. 머리가 하나도 돌아가지가 않아. 눈에 들어오는 거라고는 내 얼굴을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손끝만 만지작 거리고 있는 마크. 그리고 새빨갛게 익어버린 마크의 귀. 나는 뭘.. 해야 하지? 입을 열어서 말을 하려는데 내 가슴 밑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와서 소리를 낼 수가 없었어. 아니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I mean I like you.” Maybe.. love. ———————— 현생이 갑자기 제 양 뺨을 후려치고 있어서 늦었습니다ㅠㅠㅠ 에로스도, 캐내디언 맠 완결편도 후다닥 데려오겠습니다 암호닉 : 동쓰 베리 딸랑이 하라하라 혀긔 메리 슈비두바 작결단1호 찬네 쪼코 코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