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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년간의 길고도 짧은 휴학을 끝내고 다시 학교로 복학했다.
학교로 가는 이 순간에도 온갖 감정들이 교차했다.
내가 1년간 휴학할 수 밖에 없던 이유
작년에 있었던 끔찍한 그 일을 생각하면 할 수록 내 골치만 아파질 뿐이었다.
또 학교에 가서 그 망할 얼굴들을 또다시 마주해야된다는 생각해 머리가 아파왔다.
이런저런 생각해도 어차피 피할 수도 없다는 생각에 결국 올해에 복학을 결심했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 오랜만이다. 너도 올해 복학한 거야?"




오늘 첫 강의에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으로 몇 번이나 강의실을 확인하며 걸어가다 바로 옆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다.
작년에 군대 문제로 나와 같은 시기에 휴학했던 2학년 요한선배였다.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얼마 자라지 않은 감자머리가 꽤나 인상깊어 빤히 바라보니 선배도 그런 자기 머리가 부끄러운지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기며 내게 어색하게 미소지었다. 그래도 군대가기 전엔 과 여자애들한테 인기 꽤나 많았던 선배였는데 이렇게 보니 군대라는 존재가 남자들에게 얼마나 악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네. 선배도 오랜만이네요."

"강의 어떤 거 들어?"

"권재승 교수님 인간사회론인데 선배도 이거 들어요?"

"응, 같이 가자. 어차피 같은 수업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휴학하기 전 이 선배랑 그다지 친한 것도 아니었다. 
굳이 학교 안에서 내 위치를 따지자면 난 인싸도 아닌 아싸도 아닌 그저 적당히 분위기 맞추며 들어갈 땐 들어가고 빠질 땐 빠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것도 작년 일 때문에 다 헛수고였고 지금은 뭐 아싸나 다름없는 상태였지만 말이다.
선배도 휴학하기 전에 그 소문을 들었을테니까 그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알진 못해도 사정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난 지금 요한 선배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요즘은 어때?"

"뭐가요?"

"좀 괜찮아?"




강의실로 걸어가던 중 요한선배가 뜬금없이 내게 물어왔다.
갑자기 훅 들어오는 질문에 난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괜찮냐고?

괜찮을리가 없잖아.

지금 복학한 것도 꽤나 긴 고민 끝에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결정한 건데.
사실 또 다시 그 얼굴들을 맞볼 용기는 없었다.
그저 복학한 후로는 조용하게 살아가자가 내 남은 학교생활의 결심이었다.

선배는 굳어진 내 표정을 보고는 아, 외마디의 탄식을 내뱉었다.




"아, 미안. 내가 잘못 말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

"어차피 다 거짓말인데요 뭐."




선배에게 싱긋 웃으며 어느새 다다른 강의실 문고리를 잡았다.
이 문을 보니 작년의 기억이 생각나 지금이라도 도망치고 싶지만 요한 선배에게도 괜찮다고 거짓말도 치고 이미 복학 과정을 다 마친 지금에서야 도망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결심하고 문고리를 움직여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반대쪽에서 문을 열린 탓에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과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부딪힌 이마가 아파 한 손으로 부여잡고 부딪힌 사람을 올려다보자 후드티를 뒤집어 쓰고 나온 남자가 날 빤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남자는 빤히 내려다보다 아무런 사과도 않은 채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하도 어이없는 이 상황에 멍하니 그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지만 그 남자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 처음보는 얼굴에 신입생인가 싶었지만 같은 동기가 아닌 게 어딘야. 그 생각에 그저 혀를 차고 강의실에 들어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나를 따라 내 옆자리에 앉은 요한선배는 걱정스런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많이 아파? 좀 세게 박은 것 같던데."

"코피 안 난게 다행이죠 뭐."

"요즘 신입생들은 저렇게 싸가지가 없냐."

"그러게요."




아직도 얼얼한 이마를 부여잡고 선배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가방에서 천천히 노트북과 노트, 책을 꺼내들었다. 
오랜만에 듣는 강의에 준비할 것도 많았고 특히나 권재승 교수님의 강의는 외워야할 게 많았기 때문에 단단히 준비하고 들어야 학점 B는 겨우 맞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옆에서 재잘재잘 떠드는 요한 선배의 말을 듣고 있었을까 강의실에는 하나 둘씩 아는 얼굴들이 늘어나 점점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강의실에 들어오는 동기들마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흠칫 놀라거나 자기들끼리 수군수군대는 것이 너무나도 수치스러웠다.
나에 대해 뭐라고 했을까 나에 대한 험담을 하진 않았을까.
또다시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난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어머, 너 여주 아니니?"




불안한 예감은 왜 언제나 적중할까 좀 지나쳐 갔으면 좋을텐데
익숙하면서도 절대로 듣기 싫은 소름끼치는 그 목소리가 내 귀에 타고 들어오는 순간 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역시나.

내 앞에는 작년 동기들 중에서도 가장 친했던 친구 이혜주가 내게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년보다 더 예뻐진 얼굴과 더 좋아진 피부에 사람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내가 어둠 속에서 발악하며 고통스런 시간을 지내는 순간에도 넌 행복했구나.

그녀의 미소는 그걸 증명하듯 매끄럽게 곡선을 지으며 내게 말을 건넸다.




"휴학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올해 복학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

"응. 그러게."




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그녀는 내 대답에 날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웃음을 흘리고는 다른 사람들 다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의도는 뻔했다.

그저 날 아는 동기들에게는 비웃음을 날 모르는 새내기들에게는 쪽팔림을 날리고 싶었던 그녀의 욕심이었다.




"왜 휴학했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아니 어떻게 대답하든 내 말을 믿어주기라도 할까.
이미 그 소문으로 인해 내 이미지는 바닥이고 아무도 내 말을 들을 리 만무했다.




"응? 왜 휴학했는데?"

"혜주야, 그만하자. 신입생 애들도 있는데."




내 옆에 앉아있던 요한 선배가 한참의 침묵을 끊고는 더는 못참겠다는 듯 이혜주에게 한 마디를 날렸다.





"왜요 선배? 선배도 참 착하다. 나같으면 그 소문 듣고도 억지로 미소지으면서 착한 척은 못할 것 같은데."

"..."




선배는 오히려 당당하다는 듯이 나서는 이혜주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녀의 눈이 내게 향했다.
또다시 맛있는 먹잇감을 찾은 듯한 눈.
요한 선배도 더이상 할 말이 없었는지 아무런 말도 잇지 않았다.

강의실 안에 들어선 날 선 긴장감.
차가운 침묵.

난 그 속에서 몇십 명의 냉혹한 눈빛을 받으며 눈을 감았다.

이 학교에 돌아온 게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아무도 날 지켜주지 않았다.
믿어주지 않았다.

내가 거짓말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그들은 그저 귀를 막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로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렇게 다시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저기."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내 자린데."







이 강의실 안에서 맴돌았던 차가운 침묵을 뚫고 입을 연 그 남자는 아까 나와 부딪혔던 후드티의 신입생이었다.

그의 말에 이혜주는 자기가 앉은 자리에 놓여져 있는 가방과 노트, 책들을 보고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미안."

"..."

"오랜만에 본 동기랑 얘기 좀 나누느라 네 자리인지 모르고 앉았나봐."

"그럼 이제 알았으니까 좀 비켜주실래요."




싹바가지 없는 걸로 유명한 이혜주의 기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신입생은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신입생이고 자기에게 있어선 선배인데 그런 태도로 대해도 괜찮나 싶었던 참에 그런 신입생의 말투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이혜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너 선배한테 그게 무슨 태도야?"

"...적어도 미안하면 미안한 기색이라도 보이면서 미안해하는 게 기본아닌가. 지금 선.배.님이 깔고 앉으신 가방 안에 제 빵있는데 다 뭉개졌겠네요"




그는 전혀 주눅들지 않은 채로 이혜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얼굴이 빨개진 채로 벌떡 그의 자리에서 일어난 이혜주는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섰다.




"너 이름이 뭐야?"

"김민규요."




김민규란 이름에 한참동안 그를 노려보다 결국엔 아무말도 없이 지나쳤다.
혹시라도 큰 일이라도 번지게 될까 긴장하면서 봤던 난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 한숨을 쉬었다.
나 때문에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애가 말려들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민규라는 애한테 좀 고마움이 생겼다.
이혜주가 떠나고 자기 자리로 돌아온 민규는 갑자기 뒤돌아 내게 음료수 한 캔을 건넸다.
자판기에서 갓 뽑아온 시원한 홍차캔이었다.
얼떨떨하게 음료수를 받아든 나는 당황한 얼굴로 민규라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까 일 사과 좀 하려고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뒤돌아 그는 쓰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그 때마침 교수님이 들어와 출석체크를 해 얼떨결에 음료수를 바라보다 결국엔 오늘 첫 강의를 듣게 된 난 수업 시간 내내 내 앞에 앉아있는 민규라는 아이의 뒷통수를 빤히 보았다. 그는 그런 내 시선을 못느꼈는지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질 않았다.
어느 순간 수업이 끝나 모두들 뒷정리를 하고 있을 때쯤 나도 옆자리에 앉은 요한 선배의 제안으로 점심을 먹으려 짐을 싸들고 있자 앞에서 벌써 짐을 다 쌌는지 가방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민규가 보였다. 순간 호기심으로 후드를 벗은 그의 완전한 얼굴이 보고싶어 일어나는 그의 얼굴을 흘깃 쳐다봤다.
후드를 벗은 그의 얼굴은 아까 봤던 것보다 훨씬 잘생기고 훈훈한 얼굴에 괜히 내 얼굴이 더 빨개지는 듯했다.




"선배."



재빨리 가방을 챙기고 일어나려는데 그의 목소리가 내 발걸음을 잡았다.




"수업에 집중하세요. 나만 쳐다보지 말고."




아, 들켰다.


그는 웃음기 멎은 미소로 나를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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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미쳤다...민규픽 아니어도 하게 만들 글이네요ㅠㅠㅜㅠ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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