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8년동안 이 집에 살면서 온갖 싸움을 다 본 사람이야 몸에 드는 멍자국들은 이제 신경도 안쓰여 예전에는 엄마 몸에 난 멍들이나 흉터만 봐도 울었는데 이젠 집에 구급차 경찰차 오는 것도 뭐... 살다가 부부싸움 때문에 경찰차도 직접 타 봄 밤만 되면 술취한채로 엄마가 들어와 가끔씩 나를 혼내기도 하지만 주 표적은 우리 아빠야 아빠는 우리 언니가 태어나기 전부터 도박하러 다녔대 물론 지금도 다니지 엄마는 모르겠지만 아빠 핸드폰에는 항상 경마 기록이 남아있거든 집에 들어온 엄마는 아빠한테 뭔 소린지도 모를 말들을 늘어놓아 아빠는 한 두번 화내다가 말이 안통하니까 엄마를 때려 쿵쿵 소리가 몇번 나면서 엄마가 소리를 지르면서 울어 이 때가 제일 힘들긴 한데 전보다는 많이 짧아진 편이야 몇번 큰 소리가 난 후에 갑자기 고요해져 아빠는 때리다가 힘드니까 마지막까지 욕을 하면서 잠든거고 엄마는 그런 잠든 아빠를 붙잡고 몇번이고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해 나는 그 목소리가 듣기 싫어서 항상 집에서도 이어폰을 끼고 누워 사실 아무한테도 얘기 안한건데 우리 엄마랑 아빠 둘 다 흡연자야 근데 싸우면 그렇게 담배를 피우더라 덕분에 내 방은 밤만 되면 담배냄새로 찌들어 그 방에서 겨우 잠들어도 새벽 4-5시쯤 되면 다시 큰소리가 들리고 하루에 2-3시간 잔 채로 다시 학교로 가 일주일 7일 중 이런 날이 4일 이상이야 일주일에 엄마가 술약속으로 나가는 날이 3번 이상이고... 아빠가 엄마보다 먼저 들어오면 그 날은 밤샘한다고 봐야지 집에 나 말고도 자식이 세명인데 동생은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방 들어가서 이미 자고 있고 언니는 혼자 산 지 오래야 집에 와도 싸움 시작되면 다시 자기 집 가면 되니까 험한 꼴 안보고 좋겠지 예전에는 집 안에서 칼이 날아다니고 접시가 일주일에 두세개씩은 꼭 깨졌었어 안그래도 없는 살림에 남아나는게 없어 그냥 있는 거라곤 몸뚱아리랑 빚뿐인 우리 가족인데 그 몸 마저도 겨우 집에 들어와서 험하게 쓰는 이 사람들이 나는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 안했었어 다음날 되면 멀쩡하게 아침밥 차려주는 우리 엄마, 일 나가는 우리 아빠인데 밤만 되면 그냥 다른 자아가 튀어나오는 것 같았거든 근데 요즘은 잘모르겠어 일주일에 우리 엄마 아빠보다 그 사람들을 만날때가 더 많아 내 목표는 경제적인 독립이야 어떻게든 악착같이 벌어서 혼자 살거야 우리 엄마 아빠 보고 결혼도 다 접었어 나 애기 진짜 좋아하는데 자신이 없어 우리 엄마같은 사람, 우리 아빠같은 사람 만날까봐 차라리 외로워도 혼자 살다가 죽을거야 근데 제일 짜증나고 제일 슬픈건 엄마랑 아빠가 싫은건 아니라는거야 그냥... 어른들의 사정인 것도 알고 싸움의 근본적인 원인도 알고 내가 울어봤자 바뀌는게 없다는 것도 다 알아 근데 엄마 아빠만 생각하면 화나다가도 눈물나고 슬퍼 항상 마지막은 내가 태어나서 엄마 아빠를 이렇게 만들었나 싶어 둘 다 혼자 살지 그랬어 왜 결혼한거야 왜 만난거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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