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은 그랬다. 죽음을 쉽게 말하는 편이었다. 종현은 그 누구보다 주변인의 죽음을 많이 겪었고, 쓰라리고 아프도록 겪었다. 단 한 번도 아프지 않은 죽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어쩌면 그랬기에 종현은 그 누구보다 죽음을 가볍게 여겼다. 언제든 자신을 스칠 수 있는 것이 죽음. 그리고, 언제든 자신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죽음. 그러나 지훈은 그런 종현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이해해줄 생각이 없었다. 세상 어느 사람을 붙잡아도 애인이 삶에 미련이 없는 사람인 양 굴면 싫어할 테지만. 지훈은 종현이 무거운 사람임을 알았다. 그런 사람이 풍선보다 가볍게 모든 것을 놓아버릴 듯이 굴면, 잘 쌓아온 젠가가 무너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민현이랑 잠깐 나간 사이에,"
저리도 밝다. 그리고 속은 색을 반전시킨 마냥 어두울 것을 알아 지훈은 수다떠는 종현이 보고싶지 않았다. 괜히 의자에 털썩 앉고 바닥 긁는 소리가 시끄럽게 나도록 몸을 책상 쪽으로 당겼다. 종현은 지훈을 잠깐 보고 웃었다. 지훈은 속이 탔다. 종현이 기분이 좋은 건 좋은 일이다. 당연한 말. 그러나 지훈은 속이 탔다. 지훈은 그런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어서 짜증이 났다. 등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훈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리고 곧 다시 뱉었다. 이번엔 딱히 대화를 방해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박 대리, 어디 아파?"
"아니요."
"숨을 왜 그렇게 쉬어. 감기 걸렸어?"
저 다정함. 회사고 뭐고 어디든 뿌리는 저 다정함. 저 다정함이 문제다. 낮에 좋은 기분과 기운이라곤 다 뱉어버리니 밤에 제 정신을 못 차리지. 지훈은 정색하고 종현과 눈을 마주한 뒤 웃었다.
"아니요, 과장님. 멀쩡합니다."
종현은 그럼 다행이라며 얘기하고 탕비실로 향했다. 지훈은 그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소리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김종현 기분 탐지기가 되어가는 기분은 불쾌하기도, 웃기기도, 또 서럽기도 했다. 왜냐하면 단 한번도,
"커피 마실래?"
솔직하게 기쁜 모습을 보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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