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나라한 대답 나오자 여고생 1400명 “꺄악”
임신·피임 위주의 판박이 성교육 틀 벗으니
대규모 성교육도 아이돌그룹 공연 못지않아
“여고생은 성욕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여자인데 색욕이 넘쳐요.”
구씨가 이날 오전 학생들에게 받은 질문들을 읽자, 강당 여기저기서 “와~” 하는 함성부터 “대단하다”는 감탄사와 야유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구씨는 최근 상담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에 고3 여학생이 상담을 해왔어요. ‘야동’을 보다가 실제 해보고 싶었던 거죠. 남동생에게 해보자고 해서 정말 성관계를 하고 바로 정신이 들면서 제게 상담을 요청했어요. 저는 누나의 잘못이라고 정확히 밝히라고 조언했고, 일은 잘 매듭지었어요. 이 여고생이 변태나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호기심과 잘못된 성문화, 성에너지가 빚어낸 사건인 거죠. 이론상으로는 17세 때부터 성에너지가 차올라요. 이 에너지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위행위로 푸세요.”
10대의 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현실적인 조언이 이어지자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곧 이어 “왜 남자는 키스를 하다가 여자 가슴을 만지나요”라는 질문에도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구씨는 “남자는 흥분하면 음경에 피가 몰리고 정액이 만들어져요. 키스를 하면 흥분 상태가 되고 흥분 상태가 계속되면 가슴도 만지고 싶은 거죠. 애무가 진해지면 흥분 상태는 임계점에 달하는데, 이때 더 이상의 스킨십을 원하지 않는다면 ‘싫다’는 의사표현을 확실히 하세요”라고 조언했다.
이날 학생들이 직접 쓴 질문은 신혼 첫날밤과 일본 야동의 차이를 묻는 질문부터 성에 대한 남녀의 인식, 스킨십 진도와 성 건강까지 다양했다. “섹스는 몇 살 때부터 할 수 있냐” “혼전 순결을 꼭 지켜야 하냐”는 질문이 가장 많았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이사라 이화여대 산부인과 교수와 개그우먼 김숙씨, 아나운서 김보민씨가 함께해 참석한 학생들이 직접 문자로 보낸 성 건강 관련 질문에 답하는 방식의 교육도 이어졌다.
1학년 장희선(16)양은 “친구들의 솔직한 질문에 깜짝 놀랐다”면서도 “이때까지 성교육은 다 알던 것들을 확인하는 수준이었지만 이번에는 몰랐던 것, 궁금했던 것을 알게 되니까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윤경(16)양은 “청소년 때 섹스해도 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인상 깊었다”며 “우리 몸은 섹스를 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지만 내 몸을 소중히 여기고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던 것만큼 이를 지켜본 선생님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돈희 숙명여고 교장은 “어린 아이들인 줄만 알았는데 오늘 아이들의 솔직한 질문에 ‘멘붕’이 될 정도로 깜짝 놀랐다”며 “그동안 진행된 성교육은 전문가들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했는데 이번 교육은 소통하는 방식이라 아이들의 집중력도 놓았고, 참여도가 높아 현실적인 교육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행사를 총괄한 김수연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청소년들의 성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순결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박관념을 학교나 가정 어디에서도 풀지 못하고 있어 콘서트 형식의 성교육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재단은 22일 예일여고, 예일디자인고 등 총 4500여 명의 여고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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