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hustler

많은 사람들이 <추격자> 이후에 하정우가 진짜 많이 바빠졌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대학생 때부터 지금처럼 항상 바빴다면서요?
사실 <추격자> 때문에 바빠진 건 없죠. 그냥 그렇게 생각해요. <추격자>라는 영화가 잘 된 거고, 그거와 상관 없이 저는 그간 계속 쉬지 않고 열심히 작품을 선택해서 일을 해왔어요. 지금은 <비스티 보이즈> 개봉 날짜가 잡혀서 이렇게 계속 사람들 만나고 다니고 있고요. 그런 게 똑같은 패턴 같아요. 대학교 때도 연극 하면서 쭉 해왔던 일들이거든요.
대학교 때 되게 ‘유명한 오빠’ 였다고 들었어요.
학생회장이었어요. 저 졸업 할 때 졸업생들한테 선배로서, 동기로서 한 마디 한 게 있었거든요. 내가 배우로서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다른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일 때, 그 때 다시 돌아오겠다고. 요즘 부쩍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는 데 너무 부끄러워요. 아직은 시기가 아닌 거 같아요.
가끔 영화 속에선 완벽한 남자들이 나오기도 하잖아요. 그런 역할도 은근히 제의 많이 받았을 거 같은 데, 단순히 흥미가 없는 건가요?
(골똘히 생각하다) 네. 단순히 흥미를 못 느끼는 거 같아요.
대체적으로 ‘뭐 이런 놈이 다 있나’싶은 캐릭터에는 흥미를 느끼는 듯 해요. ‘하정우는 비주류적 취향이다’라는 말에 동의하나요?
네. 그냥 좀 궁금한 캐릭터가 재미있어요. 근데 어떻게 보면 그런 캐릭터들이 식상할 수도 있어요. 연쇄 살인범이라 치면, 영화 속에 연쇄 살인범들이 얼마나 많아요. 호스트 바의 마담 같은 역할도 그거 비슷한 캐릭터들을 찾아보려면 참 많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그 안으로 들어가서, 내 색깔을 입혀 뭔가를 더하기 보다 자꾸 가지를 쳐서 단순화 시키는 작업이 재미있어요.
<비스티 보이즈>에서 ‘재현’이라는 인물 역시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던데요. 어쩜 그렇게 뻔뻔하고 이기적이고 능글 맞은 지. 이 인물, 맘에 들었어요?
어떤 사람을 봤을 때 자꾸 관심이 가고 ‘이 사람 뭐지?’라고 느낀다는 건 이미 그 사람이 파악이 안 됐다는 얘기거든요. 지루하지 않은 사람, 뭔가 불안한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 그래서 자꾸만 알고 싶은 사람. ‘재현’이도 마찬가지였어요. 과연 이 남자는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 진 거죠.
근데 이 남자, 야비하다 싶을 정도로 얄밉긴 한데 왠지 모를 매력이 있어요.
뭔가 재미있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생각은 있었어요. 유머 감각도 있고,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사람, 공기를 바꿀 수 있는 인물이면 되게 매력있겠다 싶었죠. 실제로 여자들은 아무리 못 생겼다 그래도 유머 감각 있는 남자를 되게 좋아하잖아요.
‘재현’에게 내일은 별로 중요한 거 같지 않아요. 오늘만 어떻게든 대충 넘겨보자는 남자 같은데, 실제의 하정우에게 그런 건 용납 못 할 태도 아닌가요?
맞아요. 실제 삶에서는 좀 주도면밀하게 살려고 노력해요. 촬영 안 할 때는 뭔가를 준비하고 경험하고 공부하려고 하죠.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에요.

얼마 전에 <프리미어> 회의 때 <비스티 보이즈> 개봉에 맞춰 여기자들의 호스트 바 체험 기사 한 번 써보라는 얘기가 나왔어요. 근데 진짜 여자들이 죽기 전에 한 번 가볼 만한 곳인가요? 재밌고 새로운 세계가 막 펼쳐져요?
새로운 세계 아니에요. 음, 이거랑 좀 비슷한 거 같아요. 예를 들어 3대3 미팅을 했다 그러면 처음 만나서 다들 뻘쭘한 상태에서 남자들이 일단 리드를 하잖아요. 게임을 한다든지, 우스개 소리를 해서 분위기를 띄운다든지, 아니면 아예 술을 마신다든지. 딱 그 분위기예요. 일단 여자 손님 3명이 오면 선수들이 3,4명 들어가요. 가끔 마담이 낄 때가 있긴 한데, 한 테이블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30분씩 로테이션으로 여러 테이블을 돌아요. 전담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일단 다 도는 거예요. 새끼 마담 같은 애들이 들어가서 빈 자리 채워주면서 계속 노는데, 보통 한 번 놀면 이 세 명에게 각자의 역할이 있어요. 한 명은 굉장히 웃기는 사람, 분위기 띄워주는 역할이죠. 한 명은 완전 꽃미남 스타일, 매너 있게 행동해요. 또 한 명은 이 꽃미남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약간 교회 오빠 같은 느낌으로 챙겨주는 사람이에요. 어떻게 보면 3명이서 하는 퍼포먼스 같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이끄는 거예요. 그냥 단체 미팅 나가서 노는 거랑 비슷해요, 진짜.
한 번 가려면 기본적으로 20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면서요? 저 아무래도 못 갈 거 같아요.
그렇죠. 그리고 호스트 바 갔다 오면 허무할 거 같아요. 남자들도 룸 살롱 같은 데 다니잖아요. 그런 데 다녀오면 좀 허무한 기분 들어요.
<비스티 보이즈>를 보고 돌아가는 관객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여자 등쳐 먹는 남자는 상종도 하지 말자? <추격자> 보고 나서는 동네에 얼쩡거리는 수상한 총각이랑은 말도 섞지 말아야겠다고 느꼈거든요.
사람의 감정 가지고 장난 치지 말자? 아니면 호빠는 생각보다 재미없다? (웃음) 그냥 제가 이번 영화를 통해서 느낀 거는 그 쪽 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됐다는 점이에요. 거리감이 더 생겼다고 해야하나. 예를 들어서 룸 살롱에 가서 아름다운 아가씨들과 술을 마셨는데, 꽃을 그냥 꽃 자체로 보게 되는 게 아니라 가시도 보이고 뭐 그런 거 있잖아요.
근데 이 영화는 사실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인 거죠? 업소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너무나도 절실한 사랑 이야기인 거 같아요. 진짜 절실하게 정을 필요로 하고, 그걸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장 인물들이 처한 상황들도 그렇고, 감정들도 되게 극단적이어야 했을 거 같은 데, 어땠나요?
다큐멘터리적인 느낌들이 있죠. 관객들이 봤을 때 감정이 굉장히 가깝게 느껴질 거 같아요. 걱정 되는 건 여성 관객들이 봤을 때 불편한 느낌을 분명히 받을 거란 거예요. 물론 감정이입이 되긴 하겠죠.
아, 근데 이번 인터뷰가 시사회 전에 잡혀서. 서로 영화도 안 보고 계속 영화 얘기하려니 좀 재미 없지 않아요?
아쉽긴 하지만 재미 없지는 않아요. 그리고 저 <추격자> 때 인터뷰를 거의 안 해서요.
다른 영화 촬영 때문에 바빠서요?
그런 것도 있지만 제일 중요했던 건 ‘지영민’이라는 인물이 인터뷰에 나와서 뭔가를 이야기 한다는 거 자체가 영화의 극적 재미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자제했죠.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대단한데요. 연기 할 때도 이쯤에서는 관객들의 감정이 이럴 테니까 내 감정의 수위를 이 정도로 조절하자 이런 식?
예. 그거는 배우가 알고 있어야 될 거 같아요. 자기 연기에 취하는 순간 배우의 본질을 잃는다는 말이 있어요. 절대로 배우 자신의 주관적인 마음과 감정에 취해서 연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그냥 자기 자신 밖에 안 되는 거니까요. 영화는 철저하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이기 때문에 그 생리를 철저하게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내 철학을 심오하게 담아야겠다 그런 거는 좀 철이 없는 생각 같아요. 그리고 영화는 재미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야 돈도 안 아깝고 저 배우가 다음에 다른 영화에 나왔을 때 또 보러 가고 싶은 생각도 들고. 그런 마음을 관객에게 줘야 할 거 같아요.
영화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들과 대화 많이 나눈다고 들었어요. 그건 배우로서 내가 맡은 역할 뿐 아니라 작품 전체의 흐름을 같이 읽고 싶어서?
네. 그거 굉장히 중요해요. 어차피 저는 감독이 전달하는 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감독님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술 마시고 밥 먹으면서 은연중에 비춰지는 그런 모습들이 영화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감독이 저를 잘 컨트롤 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줘야 하거든요. 내가 어떤 부분에서는 성질을 부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잘하는지. 그런 것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거죠. 아직까지 우리 나라 영화 시스템 자체가 좀 감독이 우위에 있고 배우가 밑에 있다는 식의 수직 구조가 남아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배우들은 더 위축이 되고 자기 단점을 가리려고 하게 되죠. 그런데 그렇게 되면 그만큼 작품의 질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사실 배우들은 에고가 굉장히 강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는 말을 했던 적 있죠?
음,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라고도 하잖아요. 내가 한 프레임 안에서 화를 낼 때도 감정의 흐름이라는 게 있잖아요. 배우는 처음부터 발단, 전개, 위기, 절정의 단계를 다 보여주게 되는데 감독들은 그 중에서 앞 뒤 다 자르고 어떤 순간만을 똑 따서 쓰게 되거든요. 바로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편집을 많이 당하고 하면서 깨닫게 됐죠. (웃음) 전 항상 물어 봐요. 여기서 몇 초 쓰실 거냐고. 이제 대충 감이 오는 거예요. 분명 이건 편집에서 잘릴 장면이다. 대충 알고서 해야 앞 뒤 연기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거든요. 이런 것들은 제가 작품들을 경험하면서 충분히 이해를 하게 된 부분이죠.
<비스티 보이즈> 같은 경우에는 이미 윤종빈 감독과 시나리오 단계부터 서로 얘기 나누고 그래서 그런 구체적인 과정들은 생략할 수 있었겠지만, 반면에 더 어려운 점도 있었을 거 같아요.
정말 친하고 서로 너무 잘 아니까 아무래도 주위 시선을 많이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윤계상 씨나 윤진서 양도 같은 팀이고, 스태프들도 있으니까 감독님이랑 나랑 둘이서 귓속말로 어떻게 어떻게 하자 그래 버리면 안되잖아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상대적으로 어색함을 느낄 거 같아서 오히려 감독과 배우로서 선을 지키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노력의 크기와 상관 없이 흥행에 실패 하거나 혹은 흥행에 성공할 때, 그런 결과에 좌지우지 되지는 않나요?
그런 거 전혀 없어요. 제가 제일 기분이 좋고 보람을 느끼는 거는 <추격자>를 통해 저를 처음 알게 된 관객들이 저의 전작들 다 챙겨 보고 나서 ‘이런 영화가 있는 줄 몰랐네요’ 라는 얘기를 전해줄 때 에요. 그럴 때 마다 보람을 많이 느껴요. <시간> 같은 경우는 개봉관이 10개였고 <숨 >도 그 정도 수준이었거든요. 그 때 최선을 다해 혼을 실어서 작품 하면서 ‘언젠가는 이 작품이 빛을 볼 때가 있을 거다’ 생각했어요. 수치 상으로 당장 어떤 결과를 얻기 보다는 이런 것들이 하나 하나 쌓이다 보면 나중에 분명히 큰 힘이 될 거다, 기둥이 될 거다, 그런 믿음이 있었죠. <구미호 가족> 같은 경우에도 그 영화를 놓고 상업적으로 실패하고 작품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캐릭터를 연기해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새로운 거에 도전했다는 거 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을 느꼈어요.
자기 자신을 객관화 시키는 데 익숙해진 거 같아요. 내 능력의 크기를 정확히 바라보려고 노력하나요?
그런 식인 거 같아요. 아버지한테 피를 물려 받은 힘을 믿는 거죠. 믿는다기 보다는 신뢰한다고 표현해야 하나. 어쨌든 그래서 후회 없이 경험해오고 열심히 살아왔어요. 평상시에는 의심이 많고 감성적인 부분도 많이 있는데, 작품을 하고 일을 할 때는 많이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요. 배우로서 몇 십 년 동안 이 길을 가려면 이런 마음을 잃어서는 안될 거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추격자> 통해서 관객들에게 인기 보다는 신뢰를 얻은 거 같단 생각이 들어요. 하정우 나오는 영화라면 볼 만하겠는데, 혹은 하정우라면 한 번 볼까? 라는 거 있잖아요. 그런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여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거 같은 데. 부담은 확실히 아니고. 너무 좋고 기뻐요. 그러면서 책임감도 생기고. 이제 막 살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웃음) 근데 막 산다는 게 딴 뜻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두고 작품을 선택한다는 걸 말하는 거예요. ‘내가 지금 생각하고 고민하는 부분을 잃지 않고 쭉 작품 선택을 해나가고 그래야 겠다’ 라는 거죠. 저예산 영화나 아직은 힘이 없는 감독님들과 작업 하면서 내가 힘을 실어줄 수도 있는 거고. 그런 여러 가지 것들을 점점 생각하게 돼요.
평소 동네에서 ‘츄리닝’ 입고 친구들이랑 담배 피우면서도 스타로 지내는 게 잘 어울린다 생각했는데, 어떤 기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림도 잘 그리고 굉장히 감성적인 남자라고도 하더군요. 대체 뭐가 진실인가요?
확실히 뭔가 다이내믹 한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고, 많은 부분에서 흥미를 느껴요. 쉽게 지나치거나 그러는 법이 없고, 어떤 걸 느꼈을 때 언급하고 얘기하고 그러는 거 좋아해요. 나쁘게 얘기하면 주의가 산만한 거고 좋게 말하면 호기심이 많은 거죠. 그런 것들이 한 단면씩 비춰졌을 때 저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고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고. 좀 건들 건들 해 보이기도 하고 감성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그렇죠.
얼마 전, 마흔 살 때 하고 싶은 일들을 잔뜩 나열한 거 봤어요. 그 중에 영화 연출도 들어있나요?
그럴 기회가 있다면 너무나 좋겠죠. 40대 하정우는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봤어요. 20대 때 사회에 처음 나와서 만든 영화가 <용서 받지 못 한 자>라면 30대 때는 <비스티 보이즈>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또 다른 작품이 될 수도 있겠죠. 어쨌든 지금까지는 운 좋게 좋은 작품들을 계속 만나고 있지만 내가 40대가 되었을 때 과연 그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15억 짜리 펀드를 들겠다고 얘기 했었는데 그건 일종의 보험 같은 거죠. 그 돈을 가지고 어떤 영화를 만들 되, 윤종빈 감독이 연출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이윤기 감독이 연출을 할 수도 있는 거고. 그렇죠, 뭐.
아, 그런데 캐릭터를 만들 때 헤어스타일과 걸음걸이부터 만들어 나간다면서요. 시나리오에 나와있는 인물을 시각화 시키는 것도 배우로서 중요한 감 같아요.
일단은 관심이 많아야 겠죠. 제가 다른 배우들에 비해서 패션지 인터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사진 촬영 하면서 새로운 스타일들을 많이 시도해 보는데.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 보면서 고민하기도 하고. 제가 직접 인물 사진들을 찍으면서 어떤 느낌이 오는구나. 제 주위 사람이나 영화 속 캐릭터를 관찰하면서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일상 생활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접해보려고 하는 편인가요?
그렇죠. 헤어 하는 사람들은 사람 처음 봤을 때 머리부터 본대요. 저 사람은 미용실을 언제쯤 갔겠구나 하는 거. 그리고 피부과 의사는 피부만 본다고 하고. 그런 것처럼 배우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관찰하게 되는 거 같아요. 이 사람은 혈액형이 뭐겠다, 별자리가 뭐겠다, 성격이 어떻구나 하는 것들. 형제가 몇 명이겠다, 장녀 같네? 무슨 과 나왔겠다. 그런 걸 막 물어 봐요, 저는. 그런 걸 기억해 놓고 메모 하는 거죠. ‘재현’이란 인물은 어떤 배우의 이런 모습, 내 주변에서의 어떤 사람, 책 읽었을 때의 어떤 사람, 사진으로 봤을 때의 어떤 이미지겠다. 이런 걸 다 복합적으로 녹여서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거죠. 김진아 감독님과 <두 번째 사랑>을 하면서 영화 의상을 사러 같이 뉴욕을 돌아 다녔어요. ‘지하’라는 인물은 색깔이 약간 옐로 계열의 느낌일 거 같다. 그린이 좀 있을 거 같다. 그러면서 며칠 동안 옷 고르면서 쇼핑을 다녔어요. 색깔이 주는 이미지, 느낌을 배운 거 같아요.
아 참, 얼마 전에 <아이언 맨>시사회 보고 왔는데, 비중 있는 역할 제안 받았다고요? 그 때 당시 드라마 <히트> 때문에 거절 했다던 데?
아, 그 쪽에서 답을 빨리 안 해주더라 고요.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그 때 마침 <히트>라는 작품 제의가 들어왔는데 놓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일단 뭐 연락이 없으니까 꽝이 됐든 떨어졌든 기다릴 수 없어서 <히트>를 들어갔죠.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역할 자체가 없어졌다고 하더라 고요. 그래서 ‘속으로 다행이다, 모양은 안 빠지겠구나’ 싶었죠. 하하. 저 오디션 많이 봤어요. <스피드 레이서>도 오디션 봤어요.
근데 요즘 배우들 만나면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줄었다고 얘기 많이 하더라 고요. 앞으로 어떨 거 같나요?
아무래도 거품이 좀 빠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좀 더 준비를 철저히 해서 확실한 작품들만 들어가는 거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당장은 배우들이 봤을 때 힘든 시기인데 이게 지나면 안정적인 시기가 찾아올 거라고 봐요. 그랬을 때 영화가 제작되는 방식이나 환경이 중요해지겠죠. 미국이나 일본처럼 프로덕션이 정해지고 촬영 시간 같은 것도 철저하게 정착이 될 거 같아요. 이렇게 한 번 폭풍이 몰아치지 않으면 변화가 없을 거 같아요. 분명히 좋은 방향으로 정착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영화 산업의 흐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나요?
네. 사실 한국영화 보면 이렇게 적은 예산을 가지고 좋은 퀄리티를 만들어 내잖아요.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정으로, 인정으로 넘어가는 게 많아요. 앞으로는 밤을 새워 촬영하고 그런 것들이 없어지겠죠.
나홍진 감독이 ‘하정우는 매 테이크가 다른 배우다’ 얘기한 적 있는데, 항상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편인가요?
한 번 한 걸 똑같이 또 다시 한 다는 게 좀 그래요. 저에게는 ‘지영민’이라는 캐릭터가 그랬어요. 감독님이 맡겨준 부분이 있어서 대사 NG나 나지 않는 이상 그 테이크가 마무리가 되었으면, 감독에게 또 다른 선택의 여지를 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비스티 보이즈> 역시 그랬겠군요.
이 영화 같은 경우에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었던 게 아주 오래 전부터 윤종빈 감독과 이 인물에 대해서 연기를 많이 해왔었거든요. 그래서 감독이 뭘 원하는 지 알았죠.
영화적으로 이야기가 잘 통하면 개인적으로도 친해지게 되나요?
예. 어차피 사람들끼리 부딪쳐서 하는 일이고. 영화란 건 사람의 어떤 걸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너무나 운 좋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얼마 전에 촬영을 끝낸 이윤기 감독님하고도, 심지어 사람들이 둘이 연애하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촬영장에서 동성애 의혹도 있었어요. (웃음)
하하. 아니 대체 어땠기에?
도연 누나가 둘 사이에 끼기 힘들다고, 적응 안 된다고 그랬었거든요. 하하. 그러면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는 거 같아요. 앞으로도 한 작품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첫 번째 작품에서 서로 잘 알고 탐색전이 끝났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더 친밀하게 잘 할 수 있겠죠. 김기덕 감독님과도, 김진아 감독과도 그렇고요. 다 같이 영화를 만드는 친구들, 영화과 출신 친구들, 이런 느낌 같아요. <용서 받지 못한 자> 끝나고 나서는 윤종빈 감독과 1년 동안 같이 살았었어요. 둘이 따로 오피스텔 얻어서.
근데 피부가 많이 탄 거 같아요. 어디 여행이라도?
푸켓 갔다 왔어요. 나홍진 감독이랑 김윤석 선배랑, 최문수 피디랑. 넷이서 영화사에 손 벌리지 말고 우리끼리 돈 모아서 가자 해서. 4박 5일로 다녀왔어요.
뭐했어요? 술 먹고 놀고, 술 먹고 놀고의 반복?
예. 그렇죠.
푸켓은 누구의 아이디어였나요?
윤석이 형이요. 저는 코타키나발루 가자고 했는데. 그래서 5월에 다시 가기로 했어요, 열흘 정도. <비스티 보이즈> 홍보 끝내고 나서요. 그 땐 아마 윤종빈 감독도 합류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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