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의 실제모습을 똑같이 그린 초상화, 어진
500년의 역사속에서 27명의 조선왕들은
당대 최고의 화가들의 노력속에 수염 한가닥까지 세세하게 묘사되어졌습니다.
하지만 조선중기, 1592년 발생한 임진왜란으로 인하여
14대 임금 선조 이전에 조선을 다스렸던 13명의 왕들중
무려 11명의 어진이 전쟁통에 소실되고 말았습니다.
오직 태조와 세조 두 명의 어진만이 궁 밖에 보관하고 있던 관계로
살아 남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조선이 망한 후인 20세기에 들어서까지도 보존된 어진은
추존왕 2명을 포함하여 위 도표대로 총 12명의 어진이 존재했었습니다.
(왜란 이후 선조 ~ 현종대 까지의 어진의 행방은 알 수 없음)
그러나 수 백년의 세월동안 살아남은 이들의 어진들은 후손들의 허술한 관리로 인하여
다시 화마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당시 어진을 포함하여 각 궁궐에 있던 수 많은
왕실 유물들을 부산으로 이동시켰는데, 하필이면 창고에 짱박아 둔 것이었습니다.
휴전이 이루어진 시점에서도 무사했던 유물들은 창고가 있던 용두산 판자촌에
발생한 대형화재로 인해 모두 불타버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화마속에서도 몇점의 어진은 건져낼 수 있었습니다.
1. 조선을 세운 왕. 초대임금 태조
불에 타 반 쪽이 날라가버렸습니다. 용안은 아예 형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초대임금의 메리트였을까요. 이성계의 어진은 전국 방방곡곡에
분산되어 여러점이 모셔져 있는 관계로 3장 모두 불에 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그 얼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좌> 북한 함경남도 영흥에 보존 <우> 남한 전주 경기전에 보존
즉위 초 50대 후반의 이성계와 노년의 이성계의 모습입니다.
10여년의 세월동안 많이 늙은 티가 납니다.
사진과 다를 바 없는 퀄리티이므로 600여년전 바로 그 이성계의 실제 얼굴이라고 할 수 있죠.
2. 하늘이 선택한 임금, 영조
조선의 21번째 임금 영조입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가장 장수한 왕으로 83세까지 살았으며
위 살아남은 영조의 어진은 51세때 그려진 것이었습니다.
저 모습에서 30년은 더 사셨고, 10년에 한번 어진을 그렸던 영조이기 때문에
훨씬 노년의 어진도 있었겠지만, 불타버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영조하면 이순재를 떠올리지만,
사실 어진상의 메부리코를 봤을때 영화 사도의 송강호씨도 굿캐스팅이었다고 생각되네요.
그렇다면 왜, 하늘에게 선택받은 임금일까요?
영조는 왕위에 즉위 하기 이전인 왕자시절의 초상화도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오른쪽은 불에 그을렸지만 다행히 전신이 무사했죠.
<좌> 20세의 영조 <우> 51세의 영조
한 눈에 봐도 동일인물입니다.
어진의 퀄리티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얼굴이 좀 독특하죠? 실제로 영조는 부왕인 숙종과 전혀 닮지 않았다는 이유로
숙종의 씨가 아니라는 루머에 평생을 시달렸다고 합니다.
3. 가까스로 살아남은 왕, 철종
보이십니까? 정말 가까스로 화마로부터 살아남았습니다.
25대 임금인 철종의 모습입니다. 이때는 사진기가 아직 들어오기 이전이었으므로
이 1장이 없었더라면, 철종 역시도 다른 왕들과 함께 영원히 모습을 알 수 없게됐겠죠.
하관 부분이 불에 타서 온전하게 구해낸건 아니지만
저정도는 무리없이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복원 후 철종의 모습>
세도정치속에 꼭두각시로 지냈던 왕인데... 왠지 수긍이 가는건 기분탓일까요.
왕의 위엄보다는 뭔가 어리숙한 기운이 풍겨져나오네요.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세 명의 왕 이외에도
고종과 순종까지 살아남아 총 5명의 어진이 존재하지만
고종과 순종은 사진기가 들어선 시기의 인물들이라
수 많은 사진들이 존재하여 어진의 가치가 비교적 떨어지므로 생략하겠습니다.
이 흐릿흐릿한 흑백사진속의 어진은 바로
우리에게 수양대군으로 더 알려진 세조입니다.
1930년대에 김은호라는 인물이 세조의 어진을 복사하여 본 떠 그리는 장면입니다.
바로 이 사진이 실제 세조의 모습이지만, 워낙에 화질이 좋지 못해
그 실체를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왕으로 즉위할 당시 세조의 나이는 30대 후반이었으니
사진속의 어진이 즉위 당시의 모습이라 쳐도 마흔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수염의 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어쨋든, 임진왜란에서도 살아남은 세조의 어진도 당시 화재는 피해갈 수 없었고
우리는 드라마속에 카리스마 넘치는 수양대군의 모습을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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