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여덟.
고등학교 물리교사가 꿈이었고, 그 꿈을 위해서 물리교육과에 입학했다.
스물하나에 군대를 가서 스물셋에 복학했고, 스물다섯에 차석으로 졸업할 예정이었다.
" 올, 역시 김민석. 수석 아닌게 아깝다, 야. "
" 민석이 너는 바로 임용 붙겠다. 지금 준비 중이지? "
" 아. 네. "
" 아휴, 나도 복학 좀 빨리 할 걸 그랬다. 휴학을 3년이나 해가지고... "
임용을 한 번에 붙어서 발령을 기다리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 민석아, 너 경험도 쌓고 돈도 벌겸 내 대타 한 번만 해주면 안되냐? "
" 어, 선배님. 대타요...? "
" 응. 나 이번에 결혼하잖아. 그래서 1년만 대타 할 사람 찾고 있는데... 마땅한 사람이 너밖에 없다. 대신 월급도 빵빵하고, 괜찮아. 실습 나간다고 생각하고 한 번만 해주라. "
" 아... "
졸업을 코 앞에 두고 임용을 준비하던 와중에 친한 선배의 부탁으로 하는 수 없이 시작했던 학원 강사일이
" 김쌤. 1년만 더 해요. 1년만! 아직 젊으니까. 응? "
" 아.. 저, 제가 원래 1년만 하고 임용 준비를 하려고 했어서... "
" 김쌤. 우리 학생들도 김쌤 때문에 덕 본 것 많다고 안 갔음 좋겠다 그러는데~ 응? "
어쩌다보니 3년이나 되었다.
재수학원 강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시작이 항상 기쁘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
" 쌤 보고 싶어서 또 왔어요! "
한 번의 패배감. 어쩌면 인생에서 느끼는 첫 실패. 실패라고 말하고 싶지 않지만, 실패라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재수 학원이란게 생겼겠지.
이런 좌절감을 그 때만 느끼고 다음 해엔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늘 그렇지가 않다.
" 쌤 보고 싶어서 올 거면 대학 가서 수업 다 듣고 학원을 와야지. 왜 지금 와 있어? "
그래서 두 번도 모자라 한 번 더 도전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측은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아이들의 역량을 최대한 높여주는 것 뿐.
대학을 다닐 때는 학생들에게 친근한 교사가 되자는게 나의 가치관이었는데, 가끔 이 곳에서 흔들릴 때가 있다.
바로 이런 순간. 학생들이 장난이라도 날 보러 다시 왔다는 소리를 들을 때 마다 괜히 내가 미안해진다.
시작이 늘 설레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 곳에서 뼈저리게 느낀다.
" 야, 저 쌤 몇살로 보이냐? "
" 어려보이는데? 군대는 갔다왔겠냐? "
" 저런 사람이 우리 잘 가르치겠냐? "
게다가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표정 관리가 되질 않는다.
학원에서 스물여덟 정도면 아주 젊고 파릇파릇한 강사이긴하다.
만만하게 보는 학생들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저렇게 노골적으로 뒤에서 수근댈 때마다 씁쓸해지는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아직 어리니까 내가 이해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내 자신을 위로하기는 하지만.
" 쌤!!!! "
아. 놀래라.
갑자기 내 옷소매를 잡는 손길에 놀라 돌아보니 처음 보는 여학생이다.
뭐가 그리 다급한지 내 옷까지 잡고...
" 어.. 저기 저! 사실 문과생인데 아까 착각해서 쌤 수업 잘못 들었어요! 죄송합니다! "
풉.
개강 초기에 가끔 이런 일이 있다고 들은 적은 있지만 나한테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을뿐더러, 보통은 중간에 나가는데.
나도 모르게 웃어버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당황한 듯 놀란 토끼눈을 해서 말하는데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아, 그래? 아까 내 수업 듣던 애구나. "
" ...어. 아, 네. 죄송해요. "
" 뭐 죄송할 것까지야. 다음부터는 제대로 들어가고. "
" 네...? 네....저, 쌤 근데요! "
" 응? "
" 저... 사회문화 듣는데 사회문화 반이 어딘지 잘 모르겠어요. "
" 그래? 그러면 잠깐 쌤 따라올래? 확인해 줄게. "
잘 모르는구나. 문과생이라 아까 내 수업 들었을 때 얼마나 당황했을까.
" 어디보자... 어, 여기 있다. 501호. 바로 옆 교실이네. "
" 네? 아. 네. 감사합니다. "
" 아니야. 매년 이런 애들 있더라. "
난 한 번도 겪은 적 없지만... 3년차가 되니까 별 일도 다 생기네.
" 이거 드세요. "
갑자기 주머니에서 뭘 꺼내길래 뭔가 싶어 봤더니, 아. 청포도 캔디다.
이런 거 안 줘도 되는데. 잘 먹을게. 라고 말하자 꾸벅 고개를 숙이고 후다닥 나가버린다.
귀엽네.
청포도 캔디라.
" 쌤~ 저 커피 한 잔만 사주세요. "
" 쌤. 제가 사 드릴까요? "
북적북적. 언제부터 이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쩌다보니 이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학원에만 있다보니 나한테 이렇게 관심 가지는 거겠지.
그래도 학생들을 차마 내칠 수는 없다. 말 그대로 학생들이니까.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얼마나 힘이 들까.
학생들을 보면 여자로서 느껴진다기 보다는 안타까운 제자들로 느껴지니까.
" 쌤, 안녕하세요! "
이렇게 둘러싸여 있는 와중에 인사를 건넬 때면 고역일 때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학생들한테 인사를 해주고 싶어도 둘러싸여 있어서 인사를 해주기가 곤란할 때.
" 어어, 그래. 안녕. "
대충이라도 인사해주면 다행인데, 보통은...
" 아, 안녕하세요. "
인사하는 소리를 들을 틈이 없다. 그래서 종종 미안할 때가 많다.
흘금 뒤를 돌아 보니 그 때 그 학생이다.
청포도 캔디를 줬던 문과생.
" 쌤쌤, 저 사주세요. 네? "
" 다음에. 다음에 사줄테니까, 곧 종친다. 빨리 올라가. "
시계를 보니 곧 종이 칠 것 같아 애들을 돌려보내고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음료수 사기도 이렇게 힘이 드니...
" 얼마에요? "
" 천원이요. "
" 네, 고맙습니다. "
매점에서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아까 인사를 건넸던 학생이 매점 앞을 지나갔다.
엘레베이터를 타려고 그러는지 이 쪽을 안 보네.
" 어, 안녕? "
먼저 인사를 건네자 화들짝 놀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저번이랑 같은 표정.
" 어.. 아... 안녕하세요. "
갑자기 인사를 해서 놀랐는지 어버버 하는 모습이 처음 만났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
" 그럼 문과생, 오늘은 내 수업 말고 사문 수업 꼭 들으러 가. "
걱정 반, 농담 반으로 말하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표정을 보니 또 놀란 표정이다. 내가 기억 못 할 거라 생각 했나 보네.
그렇게 강렬하게 처음 만났는데, 잊을래야 잊을 수가.
" 아.. "
오랜만에 프린트 할 일이 생기지 않아서 자리에 앉아 쉬고 있는데 옆에서 잔소리를 하는 박쌤 목소리가 들렸다.
옆을 흘금 보니 평소보다 두 배는 더 큰 목소리로 잔소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누군지 몰라도 박쌤 잔소리 들으려면 힘들겠네...
지난 3년간 계속 옆자리에 앉아서 지켜 본 결과, 박쌤은 한 번 잔소리를 풀어 놓으면 점점 더 심하게 잔소리를 하신다.
그런 학생들을 보면 늘 측은하던데 오늘은 누가...
" 진짜 모르겠으면 다시 들고와. 알았어? "
" 네... "
어, 그 문과생.
" 아... "
문과생이 고개를 돌려 수학책을 들고 가려고 하자 책에서 종이가 우수수 떨어졌다.
시험지네. 좀 많아 보여 같이 주워주는데 성적이 언뜻언뜻 보였다.
96점... 100점...
수학 잘하는데, 박쌤이 왜 저러실까.
잔뜩 기가 죽어보이는 문과생에게 다가가 시험지를 건네주자 문과생이 얼떨떨하게 날 쳐다봤다.
아, 맞다.
갑자기 뭔가가 생각나 서랍을 열어 저번에 내가 사놨던 봉지에서 사탕을 꺼냈다.
" 문과생 이거 먹고 힘내. "
잘하면서 괜히 기 죽을 필요 없는데.
밝게 잘 지내면 좋을텐데.
선생님 잔소리에 시무룩해서 다니는 모습보다는 청포도 캔디라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이 더 보기가 좋은데.
그 때 네가 건넸던 청포도 캔디를 받고 내가 웃었던 것처럼 너도 받고 웃어주면 좋을텐데.
" 어, 문과생? "
진짜 자주 만나네.
아까부터 보건실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이 있더니 너였구나.
그런데...
" 어디 아파? "
" 그게 금요일날 다리를 삐었는데 아직도 안 나은 것 같아서 파스를 뿌리려고 왔는데... "
아. 발목을 얼핏 보니 발갛게 부어있는 듯했다. 저렇게 아픈데 어떻게 공부를 하려고...
문과생의 표정을 보니 울상이다. 어쩔 줄 몰라하면서 금방이라도 울 듯한.
" 발목 한 번만 봐도 될까. "
쪼그리고 앉아 바지를 살짝 걷으니 역시 퉁퉁 부어있다.
이 상태로 어떻게 학원까지 왔을까.
" 좀 부었네. 심하게 삐끗했나보다. 병원 가서 간단하게 치료라도 받고 오지. 아프면 공부도 제대로 안 되잖아. "
어떻게 참았지. 많이 아프겠다.
보건실 담당하시는 분은 어딜 계시는지 보이질 않아 그냥 내가 들어가 약품통을 뒤적였다.
학생이 아픈데, 담당자는 어딜 간거야...
" 여기 앉아. 슬리퍼 잠깐 벗고. "
" 아..네. "
다리를 살짝 잡고 파스를 뿌리자 약간 움찔거린다.
조금만... 조금만 참아.
" 쌤이 붕대 자르게 가위 가져 올테니까 여기 잠깐만 앉아 있어. "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리에 달려가 가위를 가지고 돌아오자 언제부터 있었는지 두준이가 문과생 앞에 서있다.
" ...두준이? "
두준이가 어떻게 문과생을 알지? 둘이 계열도 달라서 아예 만날 일이 없을텐데?
" 아, 그게.. "
두준이가 내 표정을 읽었는지 얘기를 하는데... 잠시만. 두준이한테 내가 책 가져가라고 시킨 날에 부딪혔다고...?
아파하는 표정을 봤던터라 더 미안해졌다.
" ...미안해. "
" ...네? "
뜬금없이 말했나. 속으로 미안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확 튀어나왔다.
" 두준이 말 들어보면 맨 처음 원인 제공자가 나네. "
"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제가 화장실 간다고 뛰어가다가 부딪힌거에요. "
괜찮다며 손까지 휘휘 저어가며 내 탓이 아니라고 하는 모습을 보니 미안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화장실 간다고 뛰어갔다니... 왠지 그 모습이 상상이 간다.
문과생도 자신이 한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는 듯 살짝 웃었다.
신기하지. 이렇게 자주 만나서 별별 일을 다 겪고...
모의고사.
그것도 학원에서 처음으로 외부 모의고사를 치는 날. 이런 날에 학생들의 표정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한 달 동안 그렇게 노력했는데, 성적이 제자리 걸음이라니.
다들 이런 표정으로 지나가니까. 그런 학생들에게 늘 아직 공부한 날이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거라며 위로를 건네고는 하지만... 학생들에겐 들리지 않는 것 같다.
" 저 커피 한 잔 마시고 올게요. "
" 응? 어어, 그래. "
같이 물리를 담당하는 옆자리 선생님께 얘기를 하고 밖으로 나가자 싸늘한 밤공기가 느껴졌다.
3월인데도 아직 좀 춥네... 길거리도 날씨만큼 휑하다. 학생들도 처음 치는 모의고사라 거의 집으로 돌아간 것 같고.
곧 있으면 저녁시간 끝나는데, 이렇게 애들이 없어서야...
" 어서오세요~ "
카페에 들어가자 카운터 앞의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그 문과생. 쟤는 오늘 잘 쳤을까...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을 할 때까지 기다리는데, 주문하는 소리가 내 자리까지 들렸다.
" 화이트 초코 뜨거운 거 한 잔이요. 아, 근데 너무 달게 말고 연하게 해주세요. "
테이크 아웃을 하려는지 카운터 앞에 계속 서있길래 자리에 앉아있었다.
둘이 얘기하는데 괜히 가서 주문하면, 어색하겠지.
"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
또래처럼 얘기를 나누면서 밖으로 나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주문하는 동안 창 밖을 보니 그 두 명이 횡단보도를 건너 반대편으로 가고 있었다.
아, 쟤네는 자습하러 다시 가는구나. 열심히 하네, 문과생.
괜히 기특한 마음이 들어 흐뭇해졌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하고 나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반대편에서 혼자 박스를 줍고 있는 문과생의 모습이 보였다.
뭐하는거지? 계속 지켜보니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도와드리는 것 같았다.
아, 날도 추운데... 손 안 시려우려나.
문과생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냥 휙휙 지나가버리고, 혼자 할아버지를 챙겨드리며 자기 손에 들고 있던 음료까지 건넸다.
신호가 바뀌고 건너가면서도 계속 지켜봤지만 문과생은 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모르는 듯 했다.
볼과 손이 빨개져서는 한 눈에 보기에도 추워보이는데 내색도 내지 않고.
할아버지께 인사를 하고 친구의 아이스 음료를 드는데...
" 으, 차가워. "
그 친구도 좀 따뜻한 거 마시지. 왜 차가운 걸 시켜서.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 저기. "
" 으잉? 헐."
뭐냐는 듯 쳐다보다 바로 방긋 웃는 문과생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뭐가 그렇게 좋은건지. 춥지도 않은지 코가 빨개져서 웃는데... 조금은 묘했다.
" 왜? 나 아까부터 너 보고 있었는데. "
" 아..네... "
" 다른 애들 다 그냥 지나가는데 너만 멈춰서 도와주길래 기특해서 보고 있었지. "
그래. 기특하다고 해야하나. 딱히 내가 드는 기분을 정의할 수는 없었다.
그런 기분에 조금은 걱정 됐다고 해야하나. 안 그래도 추운데 손 끝은 빨갛게 얼어서...
" 따뜻한 것도 드리던데. 손 안 시려워? "
" 괜찮아요! "
또 뭐가 좋은 지 헤헤 웃는다. 기분이 묘해진다.
추우면서. 그냥 차갑다고 말하지.
" 괜찮긴, 아깐 차갑다며. "
프라푸치노를 보며 말하자 문과생이 순순히 인정한다.
그냥 문득 따뜻한 거라도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때 기분을 나도 잘 모르겠다.
스물여덟이나 먹어서 내 기분 하나도 모르다니.
" 학원 옆에 괜찮은 카페 있는데, 거기가서 따뜻한 거라도 마시자. 선생님이 사줄게. "
" 아... 네! "
또. 또 나도 모르게 웃었다.
이상하지. 계속 신경이 쓰이고 웃음이 나는게.
자기는 코가 빨간지, 손이 빨간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지만.
" 저 아메리카노 뜨거운 거 한 잔이랑 화이트 초코 뜨거운 거 한 잔이요. 아, 그리고 화이트 초코는 연하게 태워주세요. "
아까 할아버지께 드린다고 화이트 초코를 한 모금도 못 마신 것 같아 내 마음대로 주문하자 의아한 듯 나를 쳐다봤다.
그러고보니.. 아까 내가 카페에서 들은 거, 얘는 모르겠네.
계속 궁금한건지 물으려고 하다가 입을 다문다.
그냥 물어봐도 되는데.
" 근데 .. 우리 진짜 많이 마주친다. 그지? "
생각해보면 이상하리만큼 자주 마주치는 것 같다.
" 그러게요. 진짜 담임쌤보다 더 자주 만나는 것 같아요. "
그러고보니 이렇게 자주 마주치는데 이름 하나도 제대로 모르네.
" 자주 만났는데 아직 네 이름을 몰라서 문과생이라고만 부르네. 나는 물리시간에 김민석이라고 말했지만. "
" 아, 저는... 여주요. 서여주. "
아, 여주. 서여주구나.
이름 예쁘네.
" 여주는, 스무살? "
" 아뇨. 저는 스물한살이에요. "
아... 혹시 삼수생인가. 작년에 여주 얼굴 본 기억이 없는데. 뭐지...
아, 삼수라고 물어보면 실례일까.
" ...삼...수? "
또 나도 모르게 물어버렸다. 내 입에서 나오고 나서도 당황했지만 여주도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 아뇨아뇨. 저 대학 다니다가 자퇴하고 온거에요. "
그래도 여주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대답해준다.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에 계속 물어보자 여주가 웃으며 자신의 얘기를 해주는데...
그냥, 뭔가 속에서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 근데 쌤... 보기 보다 어려보이세요. "
" ...그래? 몇 살로 보이는데? "
솔직히 저런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기는 하다.
" 음.. 많아봤자 저보다 세네살 정도 많아보여요. "
" ...그래? "
웃음이 실실 새어나오는데... 그래... 나도 나이를 많이 먹긴 먹었나보다.
동안이라는 얘기에 기분이 좋아지는걸 보면.
" 그래서 애들이 나 만만하게 보나? "
" 아뇨!! 쌤이 만만해 보이긴요! "
장난식으로 말했는데 나보다 더 열을 내는 모습에 괜시리 고마워졌다. 갑자기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르네.
그 때 여주 덕에 수근거림 같은 건 무시할 수 있었는데.
" 제가 이과생이었으면 쌤 수업 열심히 들었을거에요. "
" 그래서 문과생인데 내 수업 계속 듣고 있었나보네. "
여주의 반응이 재밌어서 계속 장난을 걸자 여주가 바로 넘어온다.
얼굴이 빨개져서는 말까지 더듬으면서.
" 그, 그 때는 그냥 듣다가 나오면 다 웃을까봐 앉아 있었던거에요...! "
" 그래? 고맙네. 수업 흐름 안 끊기게 해줘서. "
여주는 알려나. 자기가 조금만 건드려도 크게 반응한다는걸.
" 그렇게 고마우면 다음에 여주도 한 번 쏴. 그럼 나는 가볼게. 다음에 또 보자. "
엘레베이터 문이 닫기고 나도 모르게 짧게 한숨을 쉬었다.
기분 나쁜 한숨이 아니라... 뭔가 긴장이 풀려서 나오는 한숨이라고 해야되나.
여주와 짧은 시간에 많은 대화를 편하게 나눈 것 같았다. 설마,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교무실로 걸어오면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어느새 차갑게 식어있었다.
그렇게 오래 밖에 있었던가...?
여주와의 대화를 곱씹는데 자꾸 웃음이 났다. 그냥... 그런 반응도 웃기고, 표정도 재밌고.
왜 자꾸 웃음이 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았다.
스물여덟이면
내 나이 정도 되면 내 감정 쯤은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알 수 없는 기분 좋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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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오랜만...이죠? 그래도 2일 밖에 안걸렸는데...
죄송해염... 사실 민석이 번외를 쓰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남자의 맘을 어떻게 알아!!!!!!!!!!! ㅇㅕ러분... 육오삼은 여자에요... ^^... 남자의 심리따위 알게 뭐에요... 그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13편 초록글. 여러분 격하게 사랑해여. 역시 진전이 있어야해. 남녀관계는!!!!!!!!!!!!!!!!!!!! 아.. 그리고 다음편도 민석이 번외에요... ㄸㄹㄹ... 여러분 사랑해여.... 민석이 심리 알고 싶자나여... 그러차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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