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쌤 이거 드세요. "
두준이가 갑자기 찾아와 뭔가를 내밀길래 보니...
웬 카페라떼 ?
" 뭐야, 이게. "
" 보면 몰라요? 카페라떼잖아요. "
" ...넌 날 2년이나 봤으면서 아직도 내가 무슨 커피 마시는지 몰라? "
이왕 줄거면 좀 내가 좋아하는 커피로 줄 것이지.
투덜대며 두준이에게 다시 커피를 건네 바꿔오라고 하자 두준이 표정이 일그러진다.
" 뭐. 불만있어? 할 거면 제대로 해. "
" 와. 진짜... 아니 그냥 쌤 생각나서 사왔는데 이게 뭐에요! "
" 할 거면 제대로 하라니까. 그럼 칭찬해 줄게. "
두준이가 투덜대며 밖으로 나가자마자 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2년이나 봤으면서 웬 카페라떼래. 제대로 바꿔오나 확인해야겠다.
" 반품했어? "
" 쌤 그냥 제자가 주는대로 드시지 뭘 그렇게 따져요? "
" 난 단 거 별로 안 좋아해.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가 좋아. 여튼 반품은? "
" 반품은 안하고, 저 분이 이거 마시고 싶대서 돈으로 교환했어요. "
두준이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내 옆을 가리키길래 보니...
" 여주네? "
" 안, 안녕하세요. "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게 인사를 건네는 여주가 보였다.
잠시만. 그러고보니까 여주랑 두준이랑 동갑 아닌가...? 둘이 안면도 있고 나랑도 잘 아는 사인데 왜 저렇게 말을 불편하게 한데?
" 잘 됐네. "
두준이를 쿡쿡 찔러 여주에게 두준이를 가리키며 소개를 하자 둘 다 뜬금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니, 뭘. 둘이 알고 지내면 좋잖아. 나랑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나랑 친한.. 사이... 아닌가?
" 쌤. 이 갑작스러움은 뭐에요? "
" 아니, 그냥. 둘이 말을 너무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아서. 한두번 보는 사이도 아닌데. "
내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둘 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왜 그러지?
두준이가 사준 아메리카노를 들고 교무실에 가니 박쌤이 나를 잡고 어딜 갔다 왔냐며 물으신다.
" 아, 저 아메리카노 때문에 잠깐 매점에요. "
" 아까 어떤 학생이 커피 주더만. "
" 전 원래 단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 여주라는 애랑 바꿨어요. "
박쌤도 여주를 알아서 여주 얘기를 하자 박쌤이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내 쪽으로 의자를 끌고오셨다.
또 무슨 학생들 가십거리라도 들으셨나.
" 여주? 서여주 말이지? "
" 네. 서여주요. "
" 걔 저번에 보니까 남자친구 있던데... 학원 앞에도 오고. 내가 주차장 앞에서 봤어. "
" 남자친구가 있다구요? "
처음 듣는 얘기네. 그 때 물어볼걸 그랬나...
" 여주 걔는 강력하게 아니라고 부인하는데 내가 보기엔 맞아. 옷도 둘 다 후드티 입고. 수상해... "
" 후드티 입었다고 커플티면 저랑 커플인 애들도 많게요? "
장난스럽게 말하자 박쌤이 그런가, 하는 표정을 짓는다.
박쌤이 말하는 학생들 얘기 중에 사실이었던게 있었던가...
" 여주 공부 열심히 하던데요, 뭘. 남자친구 사귈 시간 있겠어요? "
" 아닌데... 수상한데... "
그냥 다음에 내가 물어보는게 빠르겠다.
" 여튼 전 수업 자료 뽑아야해서 먼저 가볼게요. "
" 응? 아아, 그래. "
학원 일을 하면서 좋은 점은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밤까지는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그 시간에도 가끔 학원에 가서 자료를 복사하긴 하지만, 그게 딱히 귀찮다거나 그렇진 않다.
가끔 옷을 대충 입고 가면 마주치는 원생들 때문에 골치긴 했지만.
" ...어? "
여느 때처럼 편한 복장으로 아메리카노를 들고 학원 앞에 도착하니 익숙한 모습이 눈에 보였다.
휴대폰을 뚫어져라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 여주야, 여기서 뭐해? "
갑자기 불러 놀랐는지 움찔하며 나를 본다.
" 아, 저기 친구 기다리는데요. 쌤은...? "
" 나는 학원에 잠깐 자료 좀 복사하러 왔지. "
친구를 기다린다고?
시계를 흘긋 보니 6시 15분이다. 15분이나 밖에 있었나보네. 안에서 기다리지.
" 서~~여~~주~~ "
여주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뒤에서 중저음의 여주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 보니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 남자친구? "
불현듯 저번에 박쌤이 말한 얘기가 떠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묻자
" 아니요, 아니요!! 절대 아닌데요!! "
아주 강하게 부정한다.
갑자기 확 바뀐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날 뻔했다. 방금까지는 조근조근 잘만 말하더니.
" 대신 오늘은 내가 쏜다. 미안하다, 서여주! "
내가 앞에 있는 걸 보지도 못했는지 오자마자 헉헉 거리며 여주에게 말을 늘어놓는다.
여주도 웃으며 얘기를 들어주는데... 뭐지, 진짜 남자친구인가?
" 여주 남자친구? "
" 쌤.. 아니라니까요. 진짜, 전혀, 아니에요! "
여주가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목소리를 높였다. 그제서야 옆의 친구도 날 보고 누구냐며 물었다.
여주가 학원 선생님이라고 말하자 동안이라며 놀라는 친구를 보고 다시 한 번 물었다.
" 그 쪽은, 남자친구에요? "
" 예...? 아, 아니요. 여주랑 같은 과 과대인데요. "
아. 여주 대학 다닐 때 동기구나. 머쓱한 듯 말하는 남학생의 말에 박쌤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런데... 계속 아니라며 부정하는 여주 반응이 조금은...
...재밌다.
" 잘 어울리는데, 지금 여주 공부해야 될 시기니까 둘이 적당히 만나고. 알았죠? "
웃으며 말하고 휙 지나가자 여주가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다.
여주는 알려나. 자기 반응이 되게 재밌다는 걸.
월요일 아침에 여주를 만나 다시 장난을 치니 여주가 또 당황해서는 부정을 했다.
사실 안다고, 반응이 재밌어서 장난친거라니까 벙찐 표정을 짓는데... 그 모습이 계속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노트북을 보다가 풉, 하고 웃어버렸다.
" 쌤... 뭐에요? 갑자기 혼자 웃고. "
언제 온건지 두준이가 미쳤냐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 갑자기 재밌는 일이 생각나서. "
" 오... 쌤이 재밌다고 한 건 진짜 재밌는건데. "
두준이가 궁금하다는 듯이 묻길래 여주한테 장난 쳤는데 반응이 재밌었다고 말하자 두준이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 둘이... 그 정도로 친했어요? "
" 응? 응. 난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
내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두준이가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여주랑 많이 친해진 것 같은데, 여주는 그렇게 생각 안하려나...?
3월 26일.
1교시 수업을 마치고 가니 내 자리에 선물이 가득 올려져있다. 매년 느끼는거지만 대체 내 생일은 다들 어떻게 아는건지.
" 역시 김쌤 인기 많네. 생일이라고 빵빵하게 받았구만. "
지나가던 생물 선생님이 내 자리를 보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멋쩍은 마음에 웃으며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자 다들 흘끔 내 자리를 쳐다본다.
아. 얘들아, 이 정도로 축하 안해줘도 되는데.
" 쌤. 과자 드세요. "
" 고맙다. 두준아. "
" ...근데 뭔 선물을 이렇게 받았어요? 선물의 집 차려도 되겠네. "
" 애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격하게 축하해주네. "
" 저같은 삼수생들이 알려주겠죠. 저도 방금 여주한테 알려줬는데. "
여주? 두준이가 준 과자 봉투를 정리하다 흠칫해서 두준이를 보자 두준이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 여주도 알아? "
" 네. 되게 놀라던데. "
괜히 나 때문에 부담 가질 필요 없는데... 그냥 축하한다고 한 마디만 해주면 되는데.
" 왜 말했어. 괜히 애 귀찮게. "
" 여주가 쌤 생일 선물 줄까봐 기대하는거에요, 지금? "
" ...아니... 그냥. "
두준이가 당황한 나를 보고는 김칫국 좀 작작 마시라며 타박했다.
아니, 난 진짜 그냥... 여주가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내 생일 선물 챙길까봐 그런거지.
진짜 나 혼자 친하다고 착각한거였나.
마칠 시간이 다 됐는데 여주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그렇지, 내 생일이란거 들었으면 축하한다고 한 마디만 해주면 될걸.
왠지 모르게 드는 섭섭함을 떨쳐버리려 애썼다. 내가 유치하게 뭐하는 짓이야. 스물여덟이나 먹었으면서 학생 한 명이 축하 안해줬다고 섭섭해하냐, 김민석?
" 거, 김쌤 오늘 생일인데 야자감독 시켜서 미안해. "
" 아니에요. 학원에 있으니까 축하받고 더 좋네요. "
" 집에 가서 남은 시간이라도 즐겁게 보내. "
" 네. 들어가세요. "
학생들에게 받은 선물을 한아름 들고 주차장으로 가는데 불안하게 자꾸 뭐라도 하나가 떨어질 것 같았다.
아, 떨어지면 어떡하지. 줍기도 힘들텐데.
이 생각을 미처 마무리하기도 전에... 무섭게 선물 하나가 떨어졌다.
" 쌤. 여기요. "
" 아, 고맙다. "
아. 자주 보던 여주 친구네. 고맙다고 고개를 꾸벅 숙이고 가려는데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자 다급하게 내 쪽으로 오고 있는 여주가 보였다. 왜 그러지. 하며 여주를 쳐다보고 있자 여주 친구가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내게 건넸다.
" 이거 여주가 선생님 생일 선물이라고 드리래요! "
아. 여주가...?
" 여주가 주는거야? "
여주가 고개를 들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여주 친구는 빨리 가봐야 한다며 내게 선물을 주고 가버렸고, 여주와 나는 그렇게 말 없이 서있었다.
근데, 여주 손에 든 커피 캐리어...
" 커피 캐리어에 있는 거... 아메리카노 아니야? "
여주가 대답하기 전에 캐리어를 들자 아메리카노 향이 훅 풍겼다.
" 다 식었네. "
여주는 쓴 거 안 마시는데 설마 나 주려고 산건가. 흘금 캐리어 사이를 보자 ' to. 민석쌤 ' 이라고 되어있는 카드가 보였다.
역시, 내 선물이구나. 순간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오래 식은 걸 보면 낮에 샀었나본데...
" 아, 그게... 아까 수업 다 마치고 낮에 샀었는데 쌤이 안 계시길래... "
여주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작게 말했다. 고마워, 정말로.
식은 아메리카노였지만 왠지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지, 여주야.
" 카드는 집에 가서 읽어볼게. "
" 아...네네... 저도 버스 놓칠 것 같아서 먼저 가볼게요. "
여주가 인사를 하고 후다닥 뛰어갔다. 조금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두 손 가득 든 선물을 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조수석에 선물을 놓고 다시 운전석으로 가서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갔을까. 갑자기 빨간불로 바껴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선물 몇개가 앞으로 쏟아졌다.
" 어... "
마지막 선물까지 다시 자리에 올려놓으려는데 여주의 카드가 우연히 눈에 띄었다.
뭐라고 썼으려나. 궁금한 마음에 카드를 꺼내 펴서 읽었는데...
" 풉. "
여주가 또박또박 쓴 글씨와 그렇게 길지 않은 두 줄의 내용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조금 더 편하게, 친하게 느껴져서 그런걸까.
여주에게 장난을 걸었을 때 여주가 지었던 표정이 갑자기 상상이 됐다. 물론 그 상상은 초록불로 바뀌면서 끝나버렸지만.
그 땐 어쩌면 몰랐을 지도 모른다.
감정이란게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단박에 깨칠 수 있는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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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자여... 다음편이 마지막 번외입ㄴ니다!!!!!!!!!!!!!!!!! 민석이 마음을 해킹해킹...★ 쿡...★☆ 너란 남자의 마음을 get해버리겠어ㅋㅋㅋㅋㅋㅋ 제가 뭐라는건지... 무시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연애하나 했떠니 번외로 발목잡힌 기분이 드신다면... 데둉합니다 ㅠㅜ
와 번외편 초록글 감쟈해여 ㅠㅠ 저의 똥글을 정주행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니... 여러분 혹시.. angel..? 갯벌 속의 black pearl...?
하 갑자기 어제 MAMA가 생각나네여 ; Ha...그래서 오늘 찬열이가 나온거에요 (단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멋있다....♡
암호닉
시우밍 / 문돌이 / 델리만쥬 / @고3 / 매력 / 됴랑 / 뽀리 / 간장 / 핑쿠핑쿠 / 찝적이 / 시우슈 / 뜨뚜 / 유레베 / 체리 / 암행어사
님들 !!!!!!!!!!!!!!!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저는 맘편히 사랑하thㅔ여 전 love가 필요함다 데헷-☆ 그리고 답글 ㅠㅠㅠㅠㅠㅠ2분만 달아드려서 너무너무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곧 조만간 다 달아드리겠습니다 (의미심장)
암호닉 신청 언제나 받습니다. 읽어주시고 댓달아주시는 분들 ...님들 세상으로 여린 바람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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