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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OUND : [ 굿나잇, 굿바이! ]
살 것이 있다며 나간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다. 경수가 제가 사오겠다며 희수를 말려보려 했지만 희수는 기어코 본인이 가야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결국 30여분 뒤, 집으로 돌아온 희수의 두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술?"
경수는 어질해져 오는 머리를 붙잡고 쇼파에 앉았다. 대체, 대체 왜 형까지!
"형, 희수형 지금 제 정신이야…?"
최대한 화를 가라앉히고 처음 내뱉는 말엔 약간의 살기가 서려있었다. 희수는 그런 경수의 싸늘한 반응을 지레 짐작 했었기 때문에 조금은 태연해 보였다.
"뭐가."
"이거 김종인이랑 마시려고 사온거잖아, 맞아 아니야."
희수가 사 온 양은 분명 혼자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양이 아니었다. 경수는 원래 술을 잘 못 마시니 열외한다면 남은 것은 종인이었다.
"맞아. 그게 뭐 어때서?"
"형 지금 너무 유치해. 종인이 미성년자야. 모범을 보여야 하는 어른이 먼저 술 마시자고 꼬드기는 게 어디있어?"
"경수야. 자고로 술은 어른이 가르치는거야. 나도 그 나이 때 다 마신 거 너도 잘 알잖아. 내가 보기엔 쟤 친구들이랑은 술 다 마셔."
"희수 형!"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희수에 경수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희수가 사온 술을 빼앗으려 들었다.
"얼른 내놔! 술은 절대 안 돼! 차라리 치고 박고 싸워!"
"경수야, 딱 한 번만! 응?"
"형까지 진짜 나 힘들게 할거야? 안 그래도 나 요즘 너무 힘들어! 준면이 형 얼굴 어떻게 보라고 그래, 진짜!"
그러나 거의 190에 달하는 거구의 희수에게 경수는 당해낼 수 없었다. 봉지를 빼앗으려 아무리 까치발을 해도 손 끝도 닿지 않을 정도였다.
"남자들은 원래 술로 푸는거야. 술이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약이 될 수도 있는 거야."
"누가 형더러 걔랑 싸우랬어? 혼 좀 내달랬지, 누가 유치하게 게임하고 술이나 먹으랬어!"
도저히 끝날 기미가 없는 싸움에 희수는 실실 웃으며 그런 경수를 꼭 안아버렸다.
"나 이제 다시 캐나다 가면 우리 오랫동안 못 보는데…."
경수는 희수가 저를 마음 약하게 만드려는 수작인 줄 알았기 때문에 그런 희수를 떼어내려 밀었지만 이미 두 손을 경수의 허리에 꼭 감아 풀 생각이 없는 희수였다.
"경수야아, 내가 요즘 너무 외로워서 그래. 오랫만에 한국 냄새 짙게 나는 놈 만나니까…. 알잖아, 나 중고등학교 때 애들하고 연락 잘 안되는거."
"……."
"오랜만에 그 때로 돌아가서 친구 만난 것 같은 기분이라 그래…."
경수의 허리에서 손을 뗀 희수가 보란듯이 축 쳐진 어깨를 해 보였다. 단연 그 표정만큼은, 어느 누가 보았어도 거절하지 못했을 그런 표정이었을 거라고. 경수는 그대로 고개를 떨궈버렸다.
* * *
"씨발, 너 미쳤어?"
찬열이 하루종일 싱글벙글 웃어대는 종인을 보며 질린다는 표정을 해 보였다. 그런데도 종인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푸스스대며 제 머리를 마구 헤집어댔다.
"찬열아."
"아 씨발, 찬열이래. 그냥 평소대로 욕으로 불러, 미친놈아."
찬열은 어제와는 180도 달라진 종인의 모습에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분명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들면 당장에 칼을 들고와서 오장육부를 쑤셔놀 st였는데 지금의 모습은 마치 like….
"너 혹시 누구랑 사귀냐?"
"그런 거 아니다."
그 와중에 부정은 하는 종인이었다. 지금 종인의 광대는 말 그대로 승천할 것만 같았다. 수업 시간에도 자지도 않고 심지어는 문학 시간에는 필기도 했다(문학 선생이 이게 무슨 일이냐며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점심 시간 종이 치자마자 종인은 찬열을 붙잡고 매점으로 달려가 콘소메 팝콘 하나를 건졌다.
"뭐야. 매점에서 뭐 하나 지 돈으로 사 본 적도 없는 새끼가."
"닥쳐. 줄 사람 있음. 넌 여기서 기다려라."
복도에 동그라니 찬열을 내버려 두고 종인은 빠른 속도로 계단을 내려가 버렸다.
"개새끼, 저 배신자 새끼. 아무리 그래도 여친이 생겼으면 말은 해 줘야지…."
그런 찬열의 예상을 뒤엎고 종인이 도착한 곳은 세훈의 반 앞이었다. 화장실을 갔다가 제 반으로 오는 길에 문 앞에서 기웃대고 있는 종인의 뒷 모습을 목격한 세훈이 그 길로 다시 복도를 역주행 하기 시작했다. 씨발, 왜 맨날 오냐고!
"야, 오세훈!"
오, 지져스…. 세훈은 가던 걸음을 멈춰 울상을 하며 천천히 다시 뒤를 돌았다. 아, 씨발. 좀 조용히 갈껄. 종인이 웃으며 세훈에게 한 발짝 한 발짝씩 다가오고 있었다. 아아, 안 돼…. 무서워…! 무섭다고! 저 웃음의 의미는 대체 뭐지! 드디어 김종인이 미친건가! 웃는 거 처음 봐…. 세훈의 손바닥이 당혹감에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네?"
그런데 종인이 제게 내민 것은….
"먹어."
팝콘이었다. 응? 이, 이걸 왜? 아, 혹시 이 안에 뭐 쥐 대가리 같은 게 들어있으려나? 뭐, 그게 아니면. 누구한테 전해달라는 그런 거라던가…. 당최 무슨 상황인지 몰라 당황해 하는 세훈의 표정을 본 종인이 턱으로 세훈을 가르키며 다시 한 번 씨익 웃었다.
"너. 먹으라고."
"그, 그치만… 왜, 왜 갑자…기."
이걸 나한테 주냐고오! 종인은 세훈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얼떨떨해 하는 세훈의 품에 팝콘을 안겨버리고 유유히 그 옆을 지나가버렸다.
"에, 에이…. 서, 설마……. 마, 말도 안 되잖아…?"
세훈은 제게 안겨있는 팝콘을 한 번 보고 종인의 뒷 모습을 한 번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사과의 의미로 세훈에게 팝콘도 전달해주고(물론 세훈은 조금 이상한 부분으로 오해한 것 같지만), 하루종일 수업도 열심히 들어 뿌듯함에 사로잡힌 종인은 매일 착하게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집으로 오는 길 내내 골목길에 도둑 고양이와도 인사를 하고 동네 꼬마들에게 동전들도 쥐어 주는 종인의 모습에 찬열은 기겁을 하며 먼저 집에 가 보겠다며 급히 곁을 떠 버렸다.
도어락을 열고 집에 들어선 종인은 신발을 벗었다. 경수와 희수가 나란히 쇼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어, 종인이 왔어?"
조금 피곤해 보이는 모습의 경수와는 상반되게 희수는 뭔가 잔뜩 들떠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종인이 방에서 가방을 내려놓고 교복을 갈아 입고 나오자마자 종인은 희수가 들떠있던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희수의 예상은 정확했다. 종인은 술을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랑했으므로 희수의 제안에 종인은 단번에 콜을 외쳤다. 물론 옆에 있는 경수의 눈치도 살짝 보았지만 이미 체념한 경수는 그저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제가 오기 전에 분명 약간의 말싸움이 있었던 듯 했다.
이미 안주까지 완벽하게 풀 셋팅된 모습에 종인은 감격했다. 애들이랑 마실 땐 거의 깡소주였는데 언제 준비한 건지 닭발에 곱창, 과자, 과일들에 두부김치까지.
솔직히 종인은 이 대결은 자신이 이길 거라고 반 확신을 했다. 친구들 중에서도 제일 오래까지 남아 있는 애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소주를 한 병 제게 건낸 희수는 먼저 병째로 들이켜 버렸다.
"형!"
경수는 그런 희수를 보고 놀라 입에서 병을 떼 버렸다.
"잔으로 마셔, 왜 그래!"
"그래서 밤 새겠다. 이거 다 마시려면 이렇게 마셔야 돼."
종인도 그런 희수를 보고 웃으며 따라 마셨다. 한 입 마시고 희수 한 번, 한 입 마시고 경수 한 번. 그렇게 둘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아무리 봐도 닮은 구석 하나 없는데…. 성격도 정반대고. 종인은 외동이었기 때문에 투닥거리면서도 서로를 챙기는 둘의 모습이 약간은 부러워졌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고 술이 조금씩 들어가자 종인과 희수는 얼굴이 조금 뜨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 소주병은 몇 병이고 남아 있었다. 경수는 옆에서 과자를 집어 먹으며 둘을 예의주시했다.
"넌, 뭐가 되고 싶냐."
뜬금없는 희수의 질문에 종인은 고개를 들어 희수를 빤히 쳐다봤다.
"그냥 궁금해서."
"그런 거 없어요."
돌아오는 대답에 희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희미하게 웃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러는 형은 뭐 되고 싶었는데요."
"그런 거 없었어."
그래서, 너 볼 때마다 나 어렸을 때 생각난다고. 많이 닮았어. 술이 조금 들어가자 둘 다 감성에 젖어버리는 듯 했다. 결국 오글거림의 몫은 경수였지만….
그렇게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하며 쌓인 소주 병의 수가 조금씩 늘어갈 때 즈음이었다. 후끈해진 공기에 희수는 걸치고 있던 가디건은 벗자 종인이 그걸 보고 자신도 따라 후드집업을 벗어 던졌다.
"뭐야. 왜 따라해."
"더운데 제 맘대로 벗지도 못해요?"
"뭐? 이 싸가지 없는 새끼가."
손이 올라가려는 희수에 경수는 그런 희수의 손을 붙잡고 말렸다. 아아, 형 왜 그래. 벌써 취했어?
"야, 나 안 취했어. 죽을래? 나 고딩 땐 나 혼자 열 병도 더 마셨어."
괜히 표적이 경수에게로 바뀌었다. 희수는 제 손을 붙잡은 경수의 팔을 세게 쳐내고 갑자기 경수의 멱살을 잡았다.
"혀, 형! 형! 나 경수야. 형 왜 그래!"
"너가 무슨 도경수야. 김종인, 방금 너가 나 무시했지?"
"나 경수라고, 형!"
경수는 당장이라도 저를 때릴 듯 째려보는 희수에게 잔뜩 쫄아 그런 희수에게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형 술버릇이 이런 류였다니!
"야, 야. 김종인, 형 좀 떼 봐! 야! 야!"
급해진 마음에 경수가 종인을 보며 SOS를 보내자 종인이 자리에서 휘청이며 일어났다. 그리고 희수에게로 가서 뒤에서 희수를 잡아 당겼다. 그러자 희수가 뒤로 쉽게 넘어가버렸다. 종인은 경수에게로 다가가서 어깨를 흔들었다.
"괜찮아?"
"어, 어, 응. 근데 형 쓰러졌는데…."
사실 종인도 많이 취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제 눈앞에서 아른아른 거리는 경수도 뭔가 꿈 같고….
"괜찮아, 자는 거야…."
종인이 그런 경수를 갑자기 품에 안고 다독였다. 걱정 하지마. 자신의 어깨를 토닥토닥해 오는 종인의 손길에 경수는 그만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 뭐야. 야. 왜 그래…."
종인의 품 속에 갇힌 경수는 당황스러워 눈을 도르륵 굴렸다. 종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어서인지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술에 취해서 열이 오른 탓에 종인의 품이 따듯하게 느껴졌다. 품에서 희미하게 종인이의 향이 났다. 종인이 방에 들어가면 나는 특유의 짙은 향이었다. 살짝 눈을 감았다. 경수 저는 술도 마시지 않았건만 분위기에 취한 건지 아님 이렇게 안겨있는 자세가 편해서 좋은 건지 손을 들어올려 조심스럽게 종인의 허리께에 손을 얹었다. 잠 들 것 같애…. 경수의 어깨를 토닥이던 종인의 손길도 어느 순간 멈추고, 경수도 그 자세 그대로 잠에 빠져버렸다.
다음 날이 주말이었기에 망정이지, 평일이었다면 학교에 가지도 못할 뻔했다. 속이 쓰려 일찍 깬 종인은 제 안에서 꿈틀대는 작은 무언가에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씨발?"
어제 밤 꼭 안고 잤던 것이 큰 곰인형인줄 알았는데 도경수였다니. 놀란 종인은 금새 평정을 되찾고 경수를 깨워야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가 결국 경수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팔을 뺐다. 딱딱한 바닥에서 잘도 껴안고 잤네…. 종인은 한숨을 쉬며 어제 밤의 기억을 되살려보려 노력했지만 희수가 저보다 먼저 뻗은 것만 어렴풋이 기억이 났고 다른 것들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종인은 반대 쪽에 대자로 뻗어 자고 있는 희수를 발로 툭툭 찼다.
"……."
"일어나요. 10시예요."
그러자 희수가 살짝 실눈을 떠 종인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은 희수는 어제 밤 제가 먼저 잠들어버렸다는 것을 자각했는지 제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옛날엔 안 이랬는데, 늙었나 보다. 나도."
한껏 잠긴 목소리로 변명 아닌 변명을 해 오는 희수에 종인은 기지개를 한 번 키고 씨익 웃었다. 내가 이겼다.
경수는 점심 즈음이 다 되어서야 일어났고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한참동안 나오질 않았다. 왜인지는 희수와 종인 둘 다 알지 못했지만 둘 다 모르는 척 해주기로 했다.
오늘이 희수가 떠나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에 희수는 가지고 왔던 옷가지들을 다 챙겼다. 짐을 챙기면서도 희수는 살짝 아쉬워 하는 눈치였다.
"도경수, 그래도 한국엔 더 있다 갈거니까 연락 꼭 해. 재밌었어. 너도."
경수를 보며 말하던 희수가 마지막엔 종인을 삿대질하며 가르켰다. 종인도 멋쩍은 듯 살짝 웃어보였다.
"너 좀 싸가지 없긴 한데, 나쁜 애는 아닌 거 같애."
"형도요."
장난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는 둘이었지만 경수는 이 시간이 될 때까지 종인과 눈 한 번 마주치지를 못했다. 어제 왜 껴안고 자가지고서는! 사실 종인이 일어날 때 저도 같이 깨버렸지만 차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사내 놈 둘이 왜 껴안고 자고 지랄이냐고! 화장실에 들어가서도 거울을 보며 절규했다. 종인이 아침에 이 얼굴을 봤다는 생각에 경수는 자살하고 싶었다.
결국 밖까지 희수를 마중나가고 돌아 오는 길에 둘이 나란히 걷는데도 아무 대화도 오고 가지 않았다. 경수는 지금 제 걸음걸이가 무척 신경쓰였다. 왠지 왼쪽 발과 팔이 같이 나가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그저 몇 일동안 있던 희수가 가버린 것 뿐인데도 둘은 마치 처음 만난 사이처럼 어색해져 버렸다. 경수는 이 느낌을 자신만 느끼는 것이기를 빌었다.
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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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로션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또 한 달이라는 길고 긴 시간동안 돌아오질 못했네요. 연재가 조금 늦을 것 같다는 얘기는 드렸지만 이렇게 오랫동안이라니, 죄송합니다ㅠㅠ..
어제 드림콘서트 다녀오고 완전히 뻗어버려써요..ㅠ0ㅠ.. 어제 진심....대박....이었어요........흡.......완전 열심히 응원하고 왔어요 하하 면봉이었지만 재밌었어요 흐흐
그리고 이제부터 본격 카디의 꽁냥질을 볼 때가 드디어......! 드디어!!!!!!!!!!!!!!!! 12화가 넘어가서야 드디어 꽁냥대는군요 사실 희수가 큰 역할을 해 준듯 해요.....^.^ 희수 짱짱맨
오늘 아무 곳도 안 가고 집에만 있으니까 어서 다음 편까지 써 놓으려구요 *_*
오랫동안 연재 기다려주신 분들 죄송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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