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가장 최선의 방법이란 그것 뿐이었을까. 그들은 너무도 쉽게 흩뿌려지고 말았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 방법을 깨닫는 데엔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모든 것이 다 너를 위하는 것이라고 현실을 외면해 버렸지만, 그 이야기의 결말은 비참했다.
정말 후회하지 않겠어…?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에 비해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도 확고하여 누구도 소년의 결심을 깨버리지는 못할 것만 같았다. 소년이 메고 있던 가방을 열어 날카롭게 번쩍이는 것을 아이에게 건넸다. 조금 망설이는 듯한 손에 억지로 그것을 쥐어 주었다. 눈을 감았다. 소년의 머릿속으로 몇 명의 얼굴이 느리게 스쳐 지나갔다.
더 이상 방 밖으로는 나오질 않아 소년을 쳐다 보지 않는 엄마…. 무척이나 수척해져 있었다. 모두 다 소년의 탓인 것만 같았다. 그리고 차갑게 얼어 붙어 더 이상 소년과 눈을 마주하지 않는 어린 아이의 얼굴….
- 그 자살한 그 아이. 글쎄 강간을 당했었대.
- 세상이 말세지, 말세야…. 한 학년 선배들이 집단으로 폭행하고 성폭행했다네.
- 누가 그랬는지 말하지를 않는다네. 부모도 일 벌리기 싫다고 쉬쉬하는 모양이고.
- 뭐? 세상에 그런 부모가 어디 있어?
- 친부모가 아니잖아…. 친부모는 교통사고로 죽고, 여동생이….
온 동네에서 들려오는 소문들에 소년이 귀를 틀어 막았다. 땅에 주저 앉아 악에 바친 비명을 질러댔다. 그런 소년의 등을 소년이 어루만졌다. '울지 마…. 네 탓이 아니야….' 하지만 그들은 너무도 쉽게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 아이가 누구인지조차, 어떤 사람인지조차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지껄여댔다. 이 모든 것이 거짓이기를 빌고 또 빌었지만 하늘은 소년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짧게 스쳐 지나간 얼굴이 있었다. 갑자기 그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한 번이라도 그 얼굴을 제대로 쳐다 봤던 기억이 없었다. 소년의 감은 두 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기억해낼 수 없었다. 머릿 속이 새하얘져 아무 것도 기억 나지 않았다. 그 눈물을 조금은 투박한 손이 어루만졌다.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된 걸까…? 아이의 질문에 소년은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소년의 입술로 따듯한 것이 닿아왔다.
넌 내가 꾼 백일몽이라는 꿈 속의 주인공이었다. 너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 꿈에서 깨어나 버리면 언제나 넌 내 눈 앞에서 영영 사라져 버렸다. 그렇기에 난 이제 영원한 꿈을 꾸려고 한다. 그 꿈속에서만은 너가 환하게 웃고 있길 바란다…. 아프게 해서, 미안해….
날카로운 칼날이 배에 꽂히는 동시에 새빨간 선혈이 옷에 스며 들었다.
넌 날 끝까지 지옥으로 밀어낸다…. 넌 나를 지독히도 미워하고 증오스러워 하나 보다. 나에게 그 부탁은 죽어 달라고 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비참한 부탁이었다. 그러므로, 난 너의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다.
"크, 크허…억!"
대신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주고 떠나려고 한다. 어쩌면…. 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는 너의 생일 선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소년이 눈을 뜨자 제 앞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아이에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어, 어째서…? 너, 너는…. 대체 왜…?"
아이가 쿨럭대며 피를 토해 온 몸이 피범벅이 되어 버렸다. 소년이 그 피를 제 손에 묻혔다. 그 손을 들어 자신의 심장에 가져다 댔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댔다.
"끝까지 나를 나쁜 새끼로 만들어…?"
소년이 오열하기 시작했다. 죽지마…! 죽지마! 내가 바란 건 이게 아니야…! 소년이 아이의 몸을 흔들어대자 피범벅이 돼 버린 아이가 발작을 일으켰다. 두 손과 발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휩싸인 소년이 아이를 끌어안았다. 주, 주, 죽지마…. 으흐흐흑, 주, 죽지, 마…! 소년의 눈 앞에 누워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아이는 한 없이 여리고 작은 아이였다. 그 아이의 손을 잡아 볼에 가져다 댔다. '미…안.' 아이의 입이 작게 움직였다. 그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눈을 감았다.
"도경수…!"
쾅하고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그 얼굴이 눈 앞에 나타났다. 소년은 정신이 아득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얼굴에 아이의 피를 잔뜩 묻힌 채, 광기 어린 두려움에 가득 차 울부짖던 소년이 아이의 몸 위로 쓰러져 버렸다.
로션 |
안녕하세요, 로션입니다! 드디어 백일몽이 18편으로 끝이 나 버렸네요. 아쉽기도 하지만 후련하네요!!!!!!!!!!!!시원 섭섭.. 먼저 짧으면 짧다고도 할 수 있는 연재 기간 동안 백일몽을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오늘 18편은 조금 내용이 짧은 대신 제가 드릴 말씀이 조금 많습니다. 일단 메일링에 대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직 텍스트 파일을 완전히 마무리 하지 못했어요. 맞춤법도 틀린 부분이 많고 이 곳 저 곳 다시 손 봐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ㅠ ㅠ. 외전은 암호닉 분들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외전에서는 이 이후의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 홈페이지에도 게시할 예정이니 암호닉을 신청할 기회가 없으셨던 분들은 오셔서 읽으셔도 됩니다. 백일몽 완결판 텍스트 본은 암호닉에 대한 제한 없이! 원하시는 모든 분들깨 드릴 예정입니다. 정리 1.백일몽 완결판 텍스트본 2.백일몽 외전 3.작가 개인홈페이지 주소 1. 백일몽 완결판 텍스트 본을 원하시는 분들! 댓글에 [1/하실말씀(암호닉 있으시면 암호닉 써주세요)/메일주소] 이렇게 남겨주시면 됩니다. 2. 백일몽 외전 텍스트 본 원하시는 분들 [2/암호닉(필수)/메일주소] 이렇게 남겨주세요. +)혹시라도 1번과 2번 모두 원하시는 분들은 [12/~] 이렇게 써주세요. 3. 외전은 보고 싶은데 암호닉은 없다! 하는 분들은 [3/하실말씀/메일주소] 이렇게 남겨주세요. 조금 복잡하죠ㅠ ㅠ 죄송해요............................ 그리고 지금까지 백일몽에 대한 내용들 중 해석이 필요할 것 같은 부분들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Q. 결국 마지막에 죽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 A. 종인입니다. 글에서 소년이라고 표현된 사람은 경수, 아이가 종인입니다. 경수가 이전에 종인이에게 자신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했었죠. 사실 종인이를 위한 완벽한 복수 방법을 생각해 오던 경수에게 자신의 죽음은 종인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죠. 그래서 그런 부탁을 했던 거고, 또 자신이 죽어야만 이 비극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종인이도 그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마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던 종인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습니다. (17편에서도 나와 있지만 종인은 평소에 자살시도를 해 왔었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시도에만 그쳤었습니다.) Q. 종인이는 경수를 사랑했던 건가요? 경수는 누굴 사랑했던 건가요? A. 네, 종인이는 경수를 사랑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조금 잘못되었죠. 어릴 적부터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커왔던 종인이었기 때문에, 가지고 싶은 것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던 종인이는 경수의 약점인 돈을 이용해 경수를 가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경수의 몸은 가질 수 있었어도 마음을 얻을 수는 없었죠. 경수는 종인과의 관계를 언제까지나 거래로만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경수가 사랑한 사람은 세훈이 뿐입니다. 종인을 향한 마음에는 동정심을 가지고 있었죠. 백현을 보면서는 세훈을 떠올리면서 자책감을 느끼고 의무감을 느꼈던 거고요.결론은 따지고 보면 백일몽에서 커플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Q.「온 동네에서 들려오는 소문들에 소년이 귀를 틀어막았다. 땅에 주저 앉아 악에 바친 비명을 질러댔다. 그런 소년의 등을 소년이 어루만졌다. '울지 마…. 네 탓이 아니야….'」 이 부분이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A. 경수의 회상 장면입니다. 세훈의 자살 후 들려오는 소문들에 경수가 울고 있습니다. 그런 과거의 경수를 현재의 경수가 다독이는 장면입니다. 죽기 전 과거에 힘들어 했던 자신에게 하는 마지막 위로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제목, 백일몽의 의미는? A. 백일몽이란 현실적으로 만족시킬 수 없는 욕구나 소원을 공상이나 상상의 세계에서 얻으려는 심리적 도피기제를 뜻합니다. 사전적 의미는 '한낮에 꾸는 꿈'인데,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욕망이나 불만족스런 상황을 상상 또는 공상 속에서 이루고자 하는 도피심리입니다. 백일몽의 대표적인 유형에는 크게 정복자형과 순교자형이 있습니다. 정복자형은 권력이나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만족을 얻는 것이고, 순교자형은 자신을 비극적 주인공과 동일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정복자형은 종인이, 순교자형은 경수라고 할 수 있겠죠. 이 둘은 모두 하나의 꿈을 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경수와 종인이는 이 백일몽에서 완전히 깨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더 질문하실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물어봐 주시면 됩니다!^_______________^ 지금껏 백일몽을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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