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그동안 너에게 말하지 못한게 있는데, 사실 내가..
널....
"좋아해"
꿈뻑. 영재의 길게 찢어진 눈이 느리게 꿈뻑였다.
다짜고짜 앞으로 다가와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좋아해, 라는 말을 내뱉은 사람은 다름아닌 같은 반 친구, 정대현이었다.
정대현, 이라 함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대, 대현아. 영재가 곤란한 얼굴을 하고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영재가 주먹을 세게 말아쥐었다.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손에 땀이 가득했다.
대현의 눈이 뒷걸음질치는 영재, 그리고 세게 쥐어 하얗다못해 노래진 영재의 두 주먹을 따라갔다. 제법 매서운 눈빛이었다.
대현의 눈빛을 차마 마주하지 못한채 땅을 향한 영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대현이 한발짝 앞으로 다가섰다. 영재가 몸을 움찔, 하고 떨었다. 허. 대현이 헛웃음을 지었다.
"누가 너 잡아먹는데?"
"..."
"손은 왜 그러고 있어, 씨발."
"..."
"야."
영재의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대현이 답답하다는듯 미간을 찌푸렸다.
"싫으면 싫다,"
"..."
"좋으면 좋다, 말을 하라고."
"그,"
"나 답답한거 존나 싫어하는거 알지?"
"대ㅎ,"
"참고로 거절하면 존나 쳐맞을거라는것도 잘 알고 있겠지"
"정대현"
영재가 고개를 들고 꽤나 단단해진 목소리로 대현을 불렀다. 대현이 말없이 영재를 쳐다보았다. 영재를 쳐다보는 눈동자가 불안한듯이 흔들렸다. 센척, 강한척 하며 패기있게 고백을 하더니 사실은 대현 자신도 아주 긴장한 모양이었다.
영재와 대현은 현재 같은 남고에 다니고 있다. 영재와 대현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있다. 영재와 대현의 부모님들은 서로 잘 아는사이이다. 게다가 영재와 대현은 사실 같은 초등학교, 그리고 같은 중학교를 나왔다.
그럼에도 친해질수 없었던건 소위 말하는 '노는 물'이 틀려서였다.
물론, 그런것들을 따지지 않았었던 초등학교때의 둘은 마치 쌍쌍바처럼 붙어다니던 절친이었다.
등교도 같이 했고, 하교도 같이 했고, 어느 한명의 집에 놀러가면 절대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을만큼 붙어다녔었다.
중학교때는 3년동안 다른반이 되어서 그런지 어울리는 무리들이 틀렸고, 그로 인해서 점점 사이가 멀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