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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 회사에 왜가느냐 물어도 대답 하나 없다. 아깐 좋은 기분으로 나왔는데 자꾸 섭섭해진다. 무표정하게 앞만 보고 운전하는 아저씨 때문에 조금 위축되는 느낌이라 힐끔 눈치를 보려는데 그마저도 그만 보라며 차단하는 아저씨 때문에 고개만 푹 숙여버렸다. 밉다 진짜. 잘해주다가도 또 이렇게 무심해 지곤 하는게. 난 밀당엔 흥미 없는 통에 당기기만 하는데 아저씨는 밀줄 밖에 모르나보다. 괜히 뚱해져 모든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차창밖만 바라보다 이내 눈앞이 어질어질해져 눈을 꼭 감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도 관심조차 안주네. 나쁜 아저씨. 




***




..음. 지금 몇시지? 콧속으로 스며드는 기분나쁜 냄새에 몽롱한 상태로 눈 감은 채 가만히 생각해보다 이상한 느낌에 번쩍 눈을 떴다. 어, 뭐야..



"...아저씨."

"..일어났네."

"뭐에요? 왜.. 안깨웠어요?"



아까 잠들었던 그 자세 그대로 차안에 있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다. 회사 간다면서요.. 말끝을 흐리는 날 잠깐 마주봤다가 아저씨가 그저 말없이 창밖으로 담배 연기를 후우 내뱉는다.



"..콜록, 아저씨.. 담배.."

"아, 미안. 습관 들어서.."



입을 막고 콜록거리니 아저씨가 빠르게 문을 열어 바닥에다 담배꽁초를 떨어트리고는 발로 잘근 밟고 다시 문을 닫는다. 깨우지도 않고 무릎에 자켓 덮어주기까지 하고.. 여긴 또 어디야. 멍하니 담비 한개피를 입에 문채 밖을 바라보던 아저씨를 보면 이상태로 주차된지 꽤 된 것 같다. 배려랍시고 내 무릎에 얹어놓은 듯한 수트 자켓을 황당한 기분으로 아저씨 무릎위에 던지듯 주었더니 느리게 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왜 안깨웠는데요? 나 선잠 자서 깊게 잠든것도 아니었던거 알잖아요."

"...괜찮아."

"뭐가 괜찮아요. 회사는? 회사 데리고 온 이유가 있을거 아니에요. 여긴 어딘데요? 주차장?"

"회사 주차장. 됐어, 별로 중요한거 아니었으니까."

"어어? 뭐하는거야, 갈거에요?"



무릎에 올려놓은 자켓을 대충 걸쳐입더니 금세 차에 시동을 건다. 진짜 이 아저씨가 뭐하자는건지. 점점 어이가 없어진다. 미안함과 황당함이 섞인 목소리로 캐물어도 다시 또 입을 다문다. 어휴, 답답해.



"회사 안 올라가봐요? 어?"

"나중에 오면 돼."

"아니.. 내가 자서 그래요? 지금이라도 가요."

"..집에 가자, 오늘은."



..진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라 할 말이 없어 어버버 거렸더니 또 조용히 하라며 클래식 씨디를 꺼내 재생시켜 버린다. 이내 차안 가득 울려 퍼지는 왈츠 도입부에 긴 한숨을 내쉬고 차창에 머리를 기댔다. 알 수가 없는 사람이다 진짜. 그렇게 어두운 표정을 하고서 회사로 향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선 그냥 가자니. 깊게 생각해봤자 내 머리만 아파져 핸드폰을 꺼냈다. 액정에 문자 모양 아이콘이 반짝인다. 문자 할 사람이 없는데.. 그것도 세통이나. 누군지 궁금해져 잠금을 풀고 확인하니.. 최준홍? 얘가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뭐야 너 미쳤냐]

[그렇게 가면 어떡해]

[아 맞다 나 최준홍인데 나한테 연락좀 해]



...웃긴 놈이다 진짜. 친구행세도 정도껏이지. 내 번호는 또 어디서 알아낸건지. 귀찮아서 대충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더니 아저씨가 힐끔 날 쳐다본다.



"누구야?"

"아저씨가 모르는 사람."

"..니 인맥중에 내가 모르는 사람도 있어? 누군데."



와, 갑자기 울컥하네. 내가 무슨 아저씨밖에 모르고 사는 바보인줄 아나봐.



"최준홍. 이름 말하면 알아요? 모르잖아."

"이제부터 알면 돼."

"...참나."

"내려."



헐, 반항 좀 했다고 내리라니. 당황스러워 밖을 보니.. 집이네. 음. 조금 뻘쭘해져 헛기침 하고는 가방을 챙겨 내리려는데 아저씨가 손목을 붙잡는다.



"왜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만 보는 바람에 민망해져 손목을 빼내려는데 갑자기 다른 한손으로 내 뒷목을 잡고 빠르게 다가와 키스한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당황해 어깨를 퍽퍽 쳐내는데 꿈쩍도 않고 혀까지 집어넣어 빠르게 훑으며 진하게 키스한다. 의도치 않게 자꾸만 입에선 부끄러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진짜 갑자기 이러면.. 부끄럽잖아.



"흐,읏.. 아저씨.. 누나가 보면.."



누나라는 말에 천천히 입을 떼어낸다. 살짝 눈을 내리깔자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아저씨의 입술이 보여 볼이 확 붉어진다. 고개만 푹 숙이자 아저씨가 작게 웃더니 내 머리를 헝클어트린다.



"들어가봐."

"..응. 빨리 와요."



우리 주위를 감싸는 적막이 어색하게 느껴져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가방만 손에 꼭 쥔채 내리니 주머니에서 징징 울려대는 핸드폰이 그제야 피부로 느껴진다. 그래봤자 누나겠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순간 멈춰서서 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액정으로 얼굴을 비춰보니 역시나 아저씨때문에 입술이 번들거린다. 소매로 박박 문질러 닦고 문을 여니 부엌에서 누나가 요리하던 참이었는지 노란 앞치마를 두른채 나온다.



"누나, 나 왔어."

"어, 우리 대현이 왔어? 전화 왜 안받았어. 걱정했네."

"미안, 무음 모드였어."

"그래, 용국씨는? 오늘 너 데리러 간다고 갔는데."

"아, 오고 있어."

"그래,알았어. 누나가 맛있는거 해줄게-"



내 대답에 누나가 환히 웃어 보이고는 앞치마에 기름진 손을 아무렇게나 닦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버린다. 누나 미안. 무음 모드 아니고 진동이었는데, 그냥 안받았어. 그리고 또 미안해. 누나 남편이랑 키스까지 하고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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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끄아아앙 ㅜㅠㅜㅜㅜㅠ 뜌근뜌근 용국이는 왜 회사로 갔으까잉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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