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교복을 입은 아이들로 가득한 강당 안은 꽤나 소란스러웠다. 하나같이 들뜬 목소리의 아이들은 제 옆에 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다. 재잘거리는 목소리들 사이로 삐-익, 하는 날카로운 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단상 위로 올라서서 나를 마주보고 서있는 아이들을 좌에서 우로 쭉 한 번 훑어보다가 앞에 놓인 마이크 위를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스피커를 통해 톡톡, 하는 소리가 울리자 소란스러운 강당 안이 조금씩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 안녕, 여러분. "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큰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단상 앞에 서있는 내게로 향했다. 닿아오는 시선을 느끼곤 그들을 향해 살짝 웃었다. 어느새 강당 안은 떠드는 소리가 사라지고 몸을 움직여 옷이 바스락거리는 그런 조용한 소리로만 채워졌다.
" 저는 이 학교의 학생회장입니다. 제 이름과 능력은 아침에 교문에서 모두에게 나눠준 학교 안내문에 적혀있을 거예요. "
내 말에 신입생 몇 명이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안내문을 꺼냈다. 작은 책자를 몇 장 넘겨 나에 대한 정보를 찾는 듯 한 그들을 잠깐 바라보다가, 마이크를 다시 한 번 톡톡 쳤다. 잠깐 내게서 시선을 떨어트린 아이들의 시선이 금방 나에게로 다시 닿아왔다. 그들을 향해 씩 웃곤 단상 위에 놓여진 종이로 시선을 옮겼다. 하얀 종이에는 입학식을 맞아 신입생들에게 전해야 할 말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종이를 손으로 들곤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 음…. 부회장과 학생회에 대한 설명도 안내문에 있으니 생략. 교실의 위치나 학교 구조 파악은 각자 알아서. 학교의 규칙 또한 안내문에 나와 있으니 생략. "
" ……. "
" 이렇게 보니까 설명할 게 더 이상 없네요. 모든 내용은 오늘 나눠준 안내문에 적혀 있습니다. 우리 예쁜 신입생들은 알아서 안내문을 잘 활용할 거라고 믿어요. "
종이를 다시 단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을 멈추자, 내 말에 다림질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빳빳한 교복을 입은 신입생들이 작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정말 끝이야? 입학식은 이게 다야? 술렁이는 그 소리가 메아리치듯 귓가에 들려오고, 내 뒤쪽에 앉아서 내 말을 듣고 있던 송윤형이 하, 하고 짧게 한숨을 쉬는 소리 또한 들려왔다. 저 성격 어디 안 가지. 그 말에 옆에 앉은 제인이 킥킥 웃었다.
" 기숙사는 각 라인 별로 앞에 빨간 뱃지를 달고 있는 선배들이 안내해 줄 겁니다. 꽤나 무서운 선배들이니까 말 잘 듣도록 하고…. "
" ……. "
" 그럼 입학식은 이걸로 끝. 환영해요, 신입생들! "
말을 마치고 내게로 닿아있는 시선들을 향해 웃음을 한 번 지어준 뒤, 조금 전 보았던 종이를 들고 단상을 내려왔다. 계단을 내려오자 구준회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내게 파일을 내밀었다. 고마워. 작게 속삭이며 준회의 파일을 받아들자, 준회가 내 머리를 살짝 헝클어뜨렸다.
그에게 살짝 웃어주곤 A라고 적힌 라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A라인의 앞에 서자, 작년보다도 제법 많은 아이들의 시선이 내게로 닿아왔다.
" 안녕. 축복받은 A라인! "
내 인사에 A라인 아이들이 일제히 몸을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니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든든한 학생회장인 제가 여러분을 안내할 겁니다, 하는 내 말에 몇몇 아이들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손에 든 파일을 열어 안에 적힌 내용을 쭉 훑으며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확인했다. 공간 이동, 텔레파시…. 각자의 능력을 확인하며 이름과 얼굴을 익혀보던 중, 목록의 가운데에 저절로 시선이 멈췄다.
김한빈, 힐러.
세상에, 힐러? 놀란 것도 잠시, 그 옆에 붙은 자그마한 사진을 잠깐 바라보다가 앞의 아이들을 향해 물었다.
" 김한빈이 누구야? "
내 물음에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서있던 남자아이 하나가 손을 들었다. 저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는 그 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살짝 웃음을 지었다. 내 웃음에 김한빈이 움찔했다.
" 꽤 귀엽게 생겼네. "
말을 마치고도 김한빈을 조금 더 바라보다가, 금방 시선을 돌려 A라인 신입생들을 바라보며 꽤 낭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갈까요? A라인 기숙사는 이쪽. 먼저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가자, 머뭇거리던 아이들이 금방 뒤를 따라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기숙사 안내를 모두 끝낸 뒤 학생회 실로 돌아가는 내 어깨를 누군가가 툭 쳤다. 손길이 닿아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제인이 날 바라보며 웃었다. 끝났어? 하는 내 물음에 제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오른팔에 팔짱을 꼈다.
" 완전 힘들어. "
" 이번에 넌 C라인이지? "
" 응. "
" C라인 신입생들은 어때? "
" 말도 마. "
고개를 저은 제인이 울상을 쓰며 말했다.
" 난장판도 그런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니까. 어떤 애는 물을 만드는 능력을 아직 조절 못 해서 교복이 물에 쫄딱 젖어있지, 또 다른 애는 송윤형이랑 같은 블레이저인데 제 교복 마이를 태워먹는 걸로도 모자라서 다른 애들 교복 마이까지 재로 만들었지. 정말로 끔찍했어. "
말을 끝낸 제인이 살짝 인상을 쓰며 한 마디 덧붙였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니까. 그 말에 킥킥대자 제인이 네 라인은 어때? 하고 물었다. 이번 A라인 신입생 중에 힐러가 있어. 내 말에 제인이 놀란 듯 걸음을 멈췄다. 나보다 키가 큰 제인은 날 내려다보며 정말? 하고 되물었다. 그런 제인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대박이다. 진짜 신기해. "
" 나도 엄청 신기했어. 아, 네가 좋아할 만한 얘기도 하나 해줄까? "
" 뭔데? "
" 그 힐러, 귀엽게 생겼더라. "
제인을 향해 말하며 다시 학생회 실을 향해 멈춰선 걸음을 옮기자, 나와 함께 움직이던 제인이 조금 더 깊게 팔짱을 끼며 이런저런 질문을 퍼부었다. 세상에. 힐러에 귀엽기까지 해? 오, 그런 애가 있다니. 그래서 이름은 뭔데? 방은 A라인 몇 층? 날 재촉하듯 물어오는 제인의 질문에 킥킥 웃음을 흘렸다.
한참 제인과 수다를 떨다가 익숙한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학생회] 하고 적힌 팻말이 달린 방의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책상에 기대서 B라인 파일을 읽고 있던 구준회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발견하곤 웃었다. 왔어? 하고 묻는 구준회에게 곧장 걸음을 옮겨 그 앞에 서자, 구준회가 들고 있던 파일을 덮곤 내 입술에 제 입술을 짧게 붙였다.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구준회를 향해 흐, 하고 웃자 옆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제인이 타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보는 눈도 있는데 적당히 좀 하지? "
제인을 힐끔 쳐다보며 피실피실 웃자, 제인이 어이가 없다는 듯 우리에게서 떨어진 송윤형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창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던 윤형이 제인을 힐끔 바라보며 늦었네, 하고 말을 걸었다. 제인이 윤형의 맞은편에 엉덩이를 붙였다. C라인은 지옥이야. 그 말에 윤형이 킥킥 웃었다.
" 그러게 처음부터 그냥 D라인 맡았으면 됐잖아. "
" 그냥, 이번엔 왠지 C가 끌렸단 말야. "
" 나는 죄 없어. 네가 바꿔 달래서 바꿔준 것뿐이야. "
" D라인은 어땠어? "
거기도 C라인 못지않게 지옥이었지? 대답에서라도 위로를 얻으려는 듯 기대를 담은 제인의 질문에 윤형이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으며 웃었다. 전혀. D라인은 천국이었어. 윤형의 웃는 모습에 제인이 약이 오른 건지 씨이, 하고 칭얼거리는 소리를 뱉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앞에 선 구준회를 올려다보며 너희 애들은 어때? 하고 묻자 준회가 내게 손을 뻗어 내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 꽤나 쓸 만한 애가 있었어.
" 누군데? "
" 제인과 같은 컨트롤러야. "
" 세상에. 남자? 여자? "
" 남자. "
남자 컨트롤러라니. 입가에 절로 웃음이 걸리며 진짜? 하고 묻자 구준회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뭐야? 그 말에 구준회가 김지원, 하고 짧게 답했다. 이름은 여자애 같아.
" 그래서, 어떻게 생겼어? 성격은 어때 보여? 학생회에는 어울려? "
쏟아지듯 내뱉는 내 질문을 가만히 듣고만 있던 구준회가 내게 닿아있던 손을 뗐다. 그리곤 검지로 내 이마를 툭 치듯 때렸다. 관심이 가득 담긴 질문들을 멈추고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왜 때려, 하고 묻자 구준회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답했다.
" 관심 가지지 마. "
뭐야, 혹시 질투? 준회를 향해 손을 들어 준회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자 구준회가 어깨를 으쓱였다. 시선이 마주쳤고, 가만히 준회의 눈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마, 내 눈에는 준회가 가득 담겨있겠지. 이런 생각을 잠깐동안 하는데, 별안간 둘이 함께 웃음이 터졌다. 피실 피실 웃자 준회가 내게 닿은 손이 아닌 다른쪽 손을 뻗어 넘겨지지 않은 그쪽 머리도 귀 뒤로 넘겨주었다.
* * *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교실 안을 울렸다. 익숙한 소리를 따라 흥얼거리며 앞을 바라보자, 앞에 선 송윤형이 종소리가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안녕, 여러분. 웃음이 담긴 윤형이의 목소리에 아이들이 함께 웃으며 송윤형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 안내문은 모두 확인했나요? "
" 네! "
" 그럼 모두 알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송윤형이고, 오늘부터 능력 발현의 이론을 담당할 거예요. "
특유의 선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마친 송윤형이 제 앞에 놓인 책을 살짝 펼쳤다. 모두 책 펼까요? 15쪽. 그런 송윤형을 잠깐 바라보다가 신입생들의 움직임을 뒤에서 관찰하는데, 앞에서 세번째 줄에 앉은 노란 머리의 남학생 두 명의 움직임으로 시선이 닿았다. 책을 펴라는 송윤형의 말을 못 들은 건지 두 녀석들은 작은 종이 한 장을 펴두고 뭐라고 서로에게 속닥이기 바빴다.
얼라리요. 쟤들 뭐 한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송윤형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크게 혼날 텐데.
그런 내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작스럽게 그 아이들이 보고 있던 그 종이를 향해 작은 불꽃이 하나 날아왔다. 놀란 두 녀석들은 종이에서 몸을 떨어트렸고, 순식간에 종이는 검은 재가 된 채로 책상 위에 사뿐히 앉았다. 저럴 줄 알았어. 피식 웃으며 송윤형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어금니를 꾹 깨물곤 억지 웃음을 지은 듯한 송윤형이 두 녀석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책 펴세요. "
" ……. "
" 한 번만 더 떠들면 너희도 저렇게 태워버릴 줄 알아. "
그 말에 녀석들은 겁을 먹은 건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두었던 책을 급하게 펼쳤다. 잠깐 그 둘을 바라보던 송윤형은 이내 다시 선한 웃음을 지으며 수업을 시작했다. 모든 책의 서론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로 오늘은 서론부터….
송윤형은 블레이저였다. 불을 다룰 수 있는 블레이저는 손을 이용해서 불꽃을 만들어냈다. 손가락에서는 작은 불꽃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손바닥에서는 꽤나 큰 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능력을 키운 블레이저는 불을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불을 사라지게 하는 것까지 조절할 수 있었다. 송윤형은 꽤나 능력이 좋은 블레이저였고, 불을 끄는 것은 송윤형에겐 불꽃을 만드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겨우 삼키는데, 제인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건지 킥킥 웃음을 흘렸다. 송윤형이 늘 착하게 웃으니까 매년 저렇게 겁 없는 애들이 생기나 봐. 그 말에 맞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를 태운 이후로 수업은 막힘없이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꽤나 열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송윤형과 그걸 열심히 받아 적는 신입생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절로 하품이 새어나왔다. 입을 크게 벌렸다 닫자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벌써 몇 번은 반복해서 들은 이야기라 그런지 너무나도 지루했다. 오른쪽에 앉은 준회의 어깨에 살짝 고개를 기대자, 준회가 피식 웃었다. 나를 아주 잠깐 바라본 준회는 금방 내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송윤형을 바라보았다. 수업을 제법 열심히 듣고 있는 듯 한 준회를 힐끔 바라보곤 넌 이게 질리지도 않아? 하고 묻자 준회가 내게 시선을 주지도 않은 채로 답했다.
" 회장, 수업 태도가 영 별론데. "
준회의 말에 입술을 작게 삐죽이며 치, 하고 소리를 뱉었다. 의자의 팔걸이 위에 올려진 준회의 왼손을 잠깐 바라보다가 그 손을 살짝 잡았다 뗐다. 주먹을 한 번 쥐었다 펴곤, 앞에 놓인 하얀 종이 위에 검지를 살짝 댔다. 잠깐 시간이 지난 후에 손가락을 떼자 종이가 타버린 건지 동그란 구멍이 생겼고, 그 가장자리가 검게 바뀌었다. 이건 언제 봐도 신기하네. 작게 중얼거리는 내 말에 내게로 시선을 옮긴 구준회는, 검게 탄 종이를 잠깐 바라보다가 인상을 썼다.
" 마음대로 흡수하지 마. "
" 뭐 어때. "
어깨를 으쓱하자 구준회가 하, 하고 짧은 한숨을 뱉으며 내 코를 살짝 잡았다가 뗐다.
구준회는 포이즈너였다. 포이즈너는 독을 다룰 수 있었고, 독을 마음대로 생성할 수도 있었다. 포이즈너가 만드는 독은 그 어떤 과학 기술로도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한 것이었다. 포이즈너끼리도 각기 다른 독을 만들어냈다. 이 독은 용량에 따라, 그리고 포이즈너의 조절에 따라 그 위험성이 달라졌다. 적은 양이나 약한 독은 단순한 마비를 일으켰고, 많은 양이나 강한 독은 그 자리에서 사람을 순식간에 죽게 만들 수도 있을 만큼 위험했다.
구준회와는 다르게 나는 업테이커였다. 업테이커의 주 능력은 '흡수'. 업테이커는 모두의 능력을 흡수할 수 있었다. 신체적 접촉에 의해 능력을 흡수하며, 흡수한 능력은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24시간까지 지속되었다. 지속이 되는 시간은 그 사람의 고유 능력 정도에 따라 달랐다. Home에 들어오기 전, 겨우 30분에 달하던 내 지속 시간은 현재 최고치에 가까운 22시간에 달해있었다.
다시 송윤형의 수업에 집중하는 구준회를 힐끔 바라보다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가 앉은 책상의 왼쪽 끝에는 투명한 비커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안에는 금붕어 한 마리가 좁은 비커 안을 열심히 헤엄치며 몸을 움직였다. 그 비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옆에 있는 제인의 팔을 살살 문질렀다. 졸고 있었던 건지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 제인이 왜? 하고 물어왔다.
" 저 비커 좀 가져다줘. "
내 말에 제인이 겨우 그런 걸로 깨웠냐는 듯 인상을 살짝 썼다. 그리고 손가락을 비커 쪽으로 향했다. 제인이 손가락을 내 앞쪽으로 까딱이자 비커가 자석에 이끌리듯 내 앞으로 움직여 왔다.
제인은 컨트롤러였다. 굳이 손을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의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는 컨트롤러는 단순한 물건 뿐만 아니라 식물과 사람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 무생물과 생물의 구분 없이 모든 것을 움직이고 조종할 수 있었지만, 컨트롤러가 사람을 조종하는 것은 금기에 속했다.
내 앞으로 도착한 비커의 물이 살짝 출렁였다. 물이 잠잠해지기만을 잠깐 기다렸다가 준회와 잡았던 내 오른손을 뻗어 손가락 하나를 비커 안으로 넣었다. 손끝으로 모인 독이 한 방울 비커 안으로 떨어졌고, 검은색의 독 한 방울은 금방 물 안으로 퍼졌다. 곧이어 활발하게 헤엄치던 물고기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마비가 온 건지 물고기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더니, 이내 물고기는 몸을 비스듬히 한 채로 물속을 느리게 헤엄쳤다.
비커에 반쯤 넣은 내 손 위를 구준회가 잡았다. 하지 마. 그 목소리에 비커에서 손을 빼며 알았어,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제인의 아래로 연필이 하나 굴러왔다. 제인의 앞자리에 앉은 남학생은 펜을 떨어트린 건지 바닥을 잠깐 살피다가, 뒤를 돌아 제인을 바라보았다.
" 저기… 죄송한데 펜 좀 주워주실 수 있으세요? "
머뭇거리며 묻는 남자아이를 잠깐 바라보던 제인은 여전히 잠이 덜 깬 건지 졸음 가득한 얼굴로 손가락을 까딱였다. 땅에 떨어진 펜이 위로 붕 떠오르더니, 남학생의 손으로 향했다. 펜을 잡아든 그 아이는 제인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힐끔 옆을 바라보다가 남학생의 얼굴을 확인하자, 익숙한 얼굴에 반가움이 일었다.
" 어, 힐러! "
내 목소리에 제인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내게로 옮긴 한빈이가 날 바라보곤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하고 작게 말해오는 한빈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재미있는 것이 떠올랐다. 앞에 놓여진 비커를 한빈을 향해 살짝 내밀자 한빈이 뭐냐는 듯 비커와 나를 번갈아보았다.
" 힐러. 이 물고기도 치료할 수 있어? "
내 물음에 한빈이 당황한 듯 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 아, 저, 저는, 수업을…. "
" 괜찮아, 치료할 수 있어? "
내 물음에 잠깐 망설인 한빈이 작게 답했다. 잘 모르겠어요. 그 말에 한 번 해봐, 하고 비커를 조금 더 한빈을 향해 밀자 한빈이 머뭇거리던 손길로 조심스럽게 비커를 잡았다. 곧이어 하얀 빛이 비커 안을 가득 채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빈이 비커를 잡고 있던 손을 뗐다.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비커 안의 물고기가 비스듬하던 몸을 똑바로 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비커를 살짝 손가락으로 톡 두드리자, 놀란 금붕어가 처음과 같이 활발하게 비커 안을 헤엄쳤다.
" 와아! "
" ……. "
" 진짜 신기해! "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 내 목소리가 컸던 건지 한빈이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창 열을 올려 진행하던 수업을 잠깐 멈춘 송윤형이 조금 굳은 얼굴로 이쪽을 향해 시선을 옮겨왔다.
" 학생회장. 수업 방해할 거면 나가세요. "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윤형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수업 계속 하세요!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내 목소리에 송윤형이 하, 하고 길게 한숨을 쉬곤 하던 말을 이었다. 능력 발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이 다시 진행되고 아직 날 바라보던 한빈이를 향해 시선을 다시 옮겨 살짝 웃었다. 짱이다, 힐러. 내 말에 답을 하는 건지 한빈이가 날 바라보며 수줍게 웃곤 다시 수업에 집중하려는 듯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
안녀엉! uriel 입니다 ♡
아가씨로 오기로 약속을 했으나 그 전에 먼저 완성된 Minor 1화로 왔어요, 1화의 사진은 오늘 수업을 진행한 윤형이로!
내용이 이해가 되실까 모르겠어요, 각각에 대한 제 망상을 열심히 풀어는 냈는데 이게 여러분께 제대로 닿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ㅠ_ㅠ
어쩌면 그취 글이 될 수도 있었던 글인데 고민을 하다가 결국 빙의글이 되었네요 *_* 빙의가 잘 안 되지만 그래도 빙의해서 읽어줘요.. (또르르) ♡ 는 사실 저도 빙의 안 되는게 함정
몰라요.. 저는 판타지 더쿠니까.. BBB 보냈지만 판타지는 못 보내!! 판타지 쓸 거야!! (찡찡)
아가씨 완결을 고민하느라 걱정이 많아요 ㅠ_ㅠ 아가씨.. 아가씨.. 뭐 아가씨에 대한 얘기는 아가씨 가서 하고! 오늘은 어쨌든 마이너!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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