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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밤 하늘은 도심 속의 밤 하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도심 속 밤하늘, 반짝이는 별 대신 현란한 전광판이 어두운 밤길을 밝혀주는 것과는 달리,
이곳은 불이 깜박- 깜박- 꺼질 듯 말 듯한 가로등과 환한 별빛들이 밤길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혼자 걸어가는 이 밤길을 혹시나 내가 외로울 세라, 밤하늘의 별들이 나의 길동무가 되어주는 듯 하였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 앞으로 발을 내어 디뎌가는 신발 코를 보며 십 분쯤 걸었을까,
벌써 우리 집 대문 앞에 다다르게 되었다.
끼익- 하고 열리는 대문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사람냄새 한 점 없이 홀로 나를 반기고 있는 집이 눈에 들어왔다.
화장실로 곧장 들어가 대충 세수만 하고 나와, 방안으로 들어가 이불을 피고는 바로 누워버렸다.
오늘도 홀로, 반겨주는 사람 없이, 귀뚜라미 소리를 자장가 삼으며 그렇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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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거 누구 없소?"
이른 아침, 방문을 두드리며 들려오는 낯선이의 목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누구 없소?"
"없는거 같은디...."
목소리를 들어보니 동네 어르신의 목소리인 것 같아,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이불을 개고는 방문을 열어 제꼈다.
"어-. 안녕하세요.. 이른 아침에 어쩐 일로..."
"아이고, 해가 중천에 떴는데 이제야 일어나면 못 써~ 어여 나와, 감자 캐러 가야 되니까는 자네가 좀 도와줘-."
"...감자요?"
"고럼~ 감자. 오늘 저-기 철수네 감자 밭 수확해야 되니께 얼른 나와, 얼른-. "
철수..네 감자밭에 감자를 따러 마을 사람들이 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 도와주러 가시는 건가 보다.
나는 할머니께 머리만 묶고 나가겠다는 말을 전한 뒤 방으로 들어와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묶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밝은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 눈을 한번 찌푸리고 마당을 바라보자 그제야 바구니와 호미를 양 옆구리에 차고 계시는 할머니들이 보였다.
"아이고-, 저-짝 서울에서 온 아가 이 아가씨인감?"
"그렇다니까 그러네~, 아이고- 저 위에 아들은 다 요-로콤 예쁘당가?"
"하이구-. 내 며느리 하면 참- 좋겠는데 말이여, 어떤가 자네. 우리 집 며느리 한번 해볼텐가?"
할머니들 총 세 분이 우리 집 마당 평상 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는데, 이야기의 주제는 아무래도 나 인것 같았다.
누구 집 아들이 잘 생겼고, 감자도 잘 캐고, 오이도 잘 딴다면서. 내 남편감으로는 으뜸이겠다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시기 바쁘다.
나는 하하-.. 거리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드렸고, 할머니들은 몸을 일으켜 세우시고는 얼른 가자며 내 손을 잡아 이끈다.
할머니들과 손을 잡고 철수네 감자 밭으로 가는길.
철수네 감자밭과 이어진 여러 갈래의 길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길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호미를 하나씩 챙겨 나와 감자밭 쪽으로 걸어가고 계셨다.
곧이어 광활하게 펼쳐진 감자 밭이 내 눈에 들어왔고, 언제부터 캐고 계셨던 건지 어르신들이 밭 안에서 감자를 캐고 계신다.
어느덧 감자밭에 발을 디딘 할머니들은 내 손에 호미 한 자루와 바구니를 챙겨주시더니 얼른 가서 캐 오란다.
"튼실한 놈만 골라와, 아주 큰- 놈들만 말이여."
"감자까지 캐오는 아가씨가 요즘 어딨다냐, 어휴- 우리 손녀 딸 하면 내 소원이 없겠구만 그려. 허허~"
할머니들은 내게 이런 저런 감자 캐기에 관한 말을 해 주시더니, 각자 사방 팔방으로 뿔뿔히 흝어져서 감자를 캐기 시작하신다.
집에 있으면 심심하기만 하지 감자밭은 또 색다른 경험이거니 하고 나도 감자밭 한군데에 자리를 잡아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호미로 한번 땅을 긁으면 주렁주렁 달려 나오는 감자에 신기해서 열심히 호미질만 하고 있었을까, 어느새 바구니가 가득 찼다.
그래서 할머니께 바구니 하나를 더 얻어온 뒤, 다시 감자 캐기에 열중 하고 있었는데 내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EXO/오세훈박찬열] 눈이 될까 두려워 영원한 봄이 되어 주었다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30312/d68b3fed5b70ae956e084f386671e2d9.png)
"이야-. 감자는 캘 줄 아는구나?"
"...?"
감자는 캘 줄 아냐며 마치 놀라운 것을 보기라도 한 듯 감탄을 하며 손 뼉을 치고 있는 그림자.
그림자의 주인은 원피스에나 나올 법한 밀짚 모자를 쓰고 한손에는 호미, 다른 손에는 바구니를 들고 있는 박찬열의 모습이 보였다.
"...뭐야, 너도 감자 캐러 왔어?"
"보면 모르냐. 오세훈은?"
"세훈이는 아직 못 봤어. 같이 온 줄 알았는데, 아니네?"
"..."
"..."
박찬열은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말 없이 호미로 감자를 캐내기 시작했다.
한참을 파내고 또 파내다 보니 어느새 박찬열이 가져온 바구니도 감자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잠시 쉬고 하자는 어르신들의 말에 박찬열이 가져온 물로 목을 축이고 있었는데, 박찬열이 날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대뜸 질문을 한다.
"야."
"...응?"
"서울에도 감자밭 있냐."
"어... 글쎄... 본 적이 없어서..."
"..."
"..."
아무래도 박찬열은 우리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를 깨기 위해 질문을 한 건가보다. 더 어색해 진 거 같다.
"야."
"왜."
"어쭈, 단답."
"자기도 단답하면서, 나는 못하냐?"
"... 감자나 마저 캐라."
"... 그래."
더 어색해져 버린 우리 둘은 다시 말 없이 호미를 들고 감자를 캐내기 시작했다.
잠시 뒤, 어르신들의 새참 먹으라는 소리에 우리 둘은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보다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고,
어르신들에게 가까이 가자 앉아서 새참을 먹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틈에서 오세훈이 보였다.
"어? 오세훈, 여기 있었네?"
"....."
![[EXO/오세훈박찬열] 눈이 될까 두려워 영원한 봄이 되어 주었다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30312/dd93e6b09a4d1e0d15c9efc6757fb572.png)
오세훈은 나와 박찬열을 번갈아 보더니 우리에게 수건 하나씩 던져주고는 나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그러고는 자기 옆 자리에 앉으라는 듯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두드리더니, 찐 감자 하나를 들고 껍질을 까기 시작한다.
새참들을 밟을 세라 까치발을 들고 오세훈 옆자리에 가서 앉자, 오세훈은 나에게 껍질 벗긴 찐 감자를 건네준다.
"아-. 뜨거워."
건네 받은 감자가 뜨거워 오른손으로 쥐었다가 왼손으로 쥐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는데,
내 옆에 앉은 박찬열이 혀를 쯧쯧- 하고는 차더니 내 손에 쥐어진 감자를 가져가 감자 위에 찬물을 부어버린다.
"자. 이제 안 뜨거울꺼다. 촐싹맞기는."
"뜨거워서 그랬지, 촐싹거리진 않거든...! 여튼, 고마워."
"고마우면 니가 캔 감자 절반은 내꺼."
"헐. 야, 그런게 어딨냐?"
"싫어? 그럼 그 감자 이리 내."
"싫어. 이 감자 세훈이가 나 먹으라고 준 건데, 널 왜 주냐?"
"얼씨구. 그래, 너희 둘이 다- 해먹어라."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우리 둘이 티격 태격하는 것이 마치 동네 똥강아지들 싸우는 것 마냥 귀여워 보이셨는지,
하나같이 다들 우리 쪽을 바라보시며 감자를 입에 넣고 흐뭇한 엄마, 아빠 미소를 짓고 계신다.
"하이고- 누구 아들, 딸들인데 저리 훤칠 하다냐."
"우리 집 남편이랑 바꿨으면 좋겠구먼-. 좋을 때지, 좋을 때야."
"얼른 먹고, 느그들 어여 가서 감자 캐야 헌다-. 이따 내가 검사하러 갈 것이니깐 그리 알고 있어-."
바구니에 잔뜩 담겨있던 찐 감자들이 하나 둘씩 없어지고 바구니 바닥이 보이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다시 감자를 캐러 가셨고, 우리도 얼른 호미를 들고 뒤를 따라갔다.
박찬열과 내가 팠던 감자밭은 거의 다 캔 것 같아서 다른 곳을 캘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세훈이 내 팔을 잡아 끌며 저쪽 가서 캐자고 고개를 까딱거린다.
오세훈의 팔에 이끌려 감자 밭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언제 쫓아온건지 박찬열이 내 옆에 앉는다.
![[EXO/오세훈박찬열] 눈이 될까 두려워 영원한 봄이 되어 주었다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30312/ae65c64e68899035d9ef369b2c54b242.png)
"와-. 오세훈. 이제 계집애 하나 생겼다고 친구 버리는 것 봐라-."
장난이 섞인 박찬열의 말에 오세훈은 팔꿈치로 박찬열을 한번 툭- 하고 치더니 묵묵히 감자를 캐기 시작한다.
그러자 박찬열은 약이 오른다는 듯이 오세훈을 잠자코 노려보다가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한다.
"오세훈 보소. 이제는 친구 말도 돌려버리고 말이야. 내 십 팔년 살다보니 볼일일세."
"..."
"우리 어무니 한테 다 이를거야 이 사람아. 자고로 사람은 변하면 안된다고 했단 말이지, 우리 아부지가."
"..."
"그래, 알았다 알았어. 훨 배 잘생긴 박찬열님이 이해를 해주지. 암-."
오세훈은 박찬열의 자기 자랑아닌 자기 자랑에 질렸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러고는 나를 보더니 손으로 박찬열을 한번 가리키고 자신에 귀에 손가락을 갖다 대더니 두바퀴 휙-하고 돌린다.
또라이. 라고 말하는 오세훈에 내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오세훈도 지금 이 상황이 웃기고 즐거운지 같이 깔깔대며 웃는다.
박찬열은 왜 자기만 빼고 웃는거냐며, 자기 왕따시키는 거냐며 감자에게 화풀이라도 하듯이 감자를 휙휙 던진다.
"아이고-!! 박찬열 이놈의 자식-!! 이 귀하디 귀헌 감자가 얼마나 비싼 것인디 이걸 던져대는 것이여!!"
이내 감자를 휙휙- 던져대던 박찬열의 뒤에선 싸늘한 그림자 하나가 비추어 왔고,
그림자의 주인공은 이 넓디 넓은 황금 감자밭의 주인, 철수네 아버지였다.
"아, 아! 철수 아저씨, 아프다니까요! .... 아-! ..... 다시는 안그럴테니 한번만.... 아, 아!"
"이놈의 자식, 오늘 감자들한테 천번이고 만번이고 빌어야 될 것이여. 내가 용서치 않을 것이니께!"
"천번이고 만번이고 빌테니까.....이 귀, 귀 좀!! 아-!!"
철수네 아버지는 박찬열의 귀를 잡고는 인정사정없이 끌고 감자밭 밖으로 나가셨고,
박찬열은 잡힌 귀가 아픈건지, 철수네 아버지가 무서운건지 비명을 지르며 감자밭 밖으로 사라졌다.
오세훈은 사라지는 박찬열의 뒤에 잘가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고, 나도 오세훈을 따라 "잘가-!" 하며 배려 깊은 인사를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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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는 매우 시골스러운 편이에요. 항상 이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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