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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익인님들 항상 감사합니다ㅠㅠㅠㅠ
Dear, My Bloody
W.템즈
루한은 벌써 이틀째 밖에 나가지 않고 있었다. 학교는 찬열을 대리출석 시켰고 제 집도 이틀째 가보지 못하고 있었다. 왠만한 생활은 세훈이 제 멋대로 사놓은 루한의 옷과 집에만 있는 세훈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오늘은 경찰서에 증인참석을 하는 날이었다. 루한은 깔끔하게 검은 수트와 검은 넥타이를 맸다. 밝은 금발머리가 검은색과 대조되어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화려한 느낌을 주었다. 진지하게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염색을 할까 하다가 루한은 파우더룸에서 나왔다. 침대에 앉아있던 세훈은 고개를 들어 제 앞에 서 있는 루한을 올려다봤다. 루한은 조금 야윈 느낌이었다. 원래도 안붙어있던 살이 더 빠졌으니 거의 뼈밖에 없었다. 세훈은 루한의 뺨을 쓸어주며 입을 뗐다.
"혼자 가는거 싫어요 나는."
"괜찮아요, 빨리 갔다 올게요."
"왜 나랑 안 가는건데요?"
"세훈씨 그런데 발 들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루한은 세훈이 좋아하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세훈을 달랬다. 세훈은 루한이 걱정됐다. 의외로 사고를 몰고다니는 타입이라 혼자두면 또 무슨 사고를 치고 올지 몰라서 걱정이었다. 세훈은 루한이 저를 걱정해주는것은 고마웠지만 루한의 생각만큼 깨끗한 이력을 가진 남자가 되지는 못했다. 세훈은 이미 몇번이나 스코틀랜드 야드의 로비를 밟아본 경험이 있었다.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아편에 연루되기도 했었고 불법체류 선박에 연루되기도 했었고. 살인에 연루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세훈은 저를 배려해주는 루한의 생각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셔츠의 단추를 두 개 정도 풀며 한숨을 쉬었다. 루한은 지갑과 핸드폰을 챙기고 세훈에게 손을 내밀었다. 세훈은 루한의 손을 잡고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잘갔다와요,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아니면 끝나고 전화할래요? 세훈의 말에 루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할게요. 현관문 앞까지 루한을 배웅하며 세훈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
흰 A4용지에 몇개의 칸이 만들어져있었고 루한은 그 칸을 대충 메우기 시작했다. 이틀 전보다는 많이 양호해진 루한의 상태에 담당형사는 내심 마음을 놓았다. 루한은 정갈한 필체로 한글을 써내려갔다. 왠만한 한국인보다 더 잘쓰는 글씨체에 형사는 조금 신기한 눈으로 루한을 쳐다봤다. 루한은 마지막 칸을 반정도 메운 다음 점을 찍었다. 잉크가 조금 흘러나와 지저분해졌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형사에서 조사서를 제출하고는 핸드폰으로 시계를 봤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었다. 루한은 형사가 건네는 자양강장제를 사양하고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세훈에게 전화를 할까하다가 괜히 귀찮게 오라가라 하는것보다는 제가 걸어서 가는게 낫겠다고 생각하며 루한은 주차장을 지나 노을이 지는 거리로 나갔다. 되도록이면 골목길은 피하고 싶어서 루한은 대로변으로 나갔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학교 앞을 지나려는데 누군가가 루한의 손목을 잡아채 몸을 돌렸다.
"안녕,"
남자였다. 루한은 다시 급격하게 몸이 굳는 느낌을 받았다. 남자는 그런 루한을 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무릎을 조금 굽혀 루한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루한은 남자가 잡고 있는 제 손목을 빼냈다. 남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너 아팠냐? 남자의 물음에 루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여전히 한 손에 커피를 들고있었다. 검은색 캡모자에 노란색 카라티를 입고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은 남자는 그 골목에서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루한은 세훈에게 전화를 하지 않은것을 후회하며 남자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너 왜 나 피해?"
"....너 때문에 나 경찰서 갔다왔어."
"왜?"
"왜라니, 니가 튀었잖아."
루한은 조금 편해진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남자는 루한을 보며 멀뚱멀뚱하게 서있더니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귀엽다 너. 남자의 말에 루한을 인상을 찌푸렸다. 뭐래 시끄러워. 루한은 뒤를 돌아 남자를 등지고는 택시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 손을 저지했다. 야 커피 사줄까? 남자의 말에 루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게 지금 나랑 장난하나. 루한은 남자쪽으로 뒤를 돌았지만 남자는 없었다. 당황한 루한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자 바로 뒤에서 루한의 어깨를 톡톡 치는 손길이 느껴졌다. 루한은 고개를 돌리며 실실 웃고있는 남자를 마주봤다.
"나한테 왜 이러는데."
"아니 그냥 이것도 인연인데 커피나 한 잔 마시고 가자고. 내가 저번에 니 커피 다 마셨잖아."
"야."
"남자친구는 너 안데리러오냐?"
세훈의 이야기가 나오자 루한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것을 보며 재밌다는듯이 관조했다. 루한은 울고 싶었다. 하지만 저에게 다정하게 대해오는 남자가 세훈과 겹쳐보여 매정하게 쳐낼수가 없었다. 남자의 흰피부와 높은 코는 세훈을 연상시키기에 적합했다. 세훈이 조금 키가 작고 남자답게 생겼더라면 아마 이 남자처럼 생겼으리라 생각하며 루한은 한숨을 쉬었다. 남자는 제 손에 들려있던 커피를 루한에게 내밀었다. 아직 하나도 안 마셨어. 휘핑크림 많이 넣었는데 휘핑크림 좋아해? 루한은 받아들지않고 멍하니 커피를 내려다봤다. 남자는 다시 무릎을 굽혀 멍한 루한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정신차려, 나 나쁜사람은 맞는데 너한테 해코지할 그런 사람은 아니야. 남자는 스트로우를 한번 쭉 빨았다.
"나 애인이 기다려서 가봐야돼."
"데려다줄까?"
"나 귀찮게 하지 마. 그리고,"
"그리고 뭐?"
"솔직히 너 무서워. 그..목, 막, 물어뜯는거,"
"목 물어 뜯은거 아니야."
".........."
"피 마신거야."
남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루한의 귓가에 속삭였다. 네 피도 맛있을것 같아서 계속 너 보러 오는거야. 루한은 아직도 남자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피를 마시다가 도대체 무슨 관용표현일까 생각하며 루한은 본능적으로 덜덜 떨리는 손을 꽉 잡았다. 남자는 정신을 못차리는 루한을 끌고 골목길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루한은 아무 반항도 없이 가만히 이끌려들어갔다. 남자는 골목길 벽에 루한을 세게 내팽겨쳤다. 루한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튀어나오고 루한이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제 앞에는 눈동자가 붉게 변한 남자가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검은색 수트가 더러워졌지만 루한은 그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남자는 서서히 루한에게 다가왔다. 루한은 고개를 숙이고 남자를 보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남자의 악력은 루한이 생각했던것보다 그 이상으로 강했다. 루한의 턱은 반항도 못해보고 들어올려졌다.
"내가 지금은 무섭지,"
"....하지마.."
"근데 니 주변에도 나같은거 많을걸."
"..제발, 부탁이야.."
"니 애인도,"
남자는 루한의 입에 제 입술을 포갰다. 루한의 허리를 받쳐주며 남자는 루한의 입 속으로 제 혀를 집어넣었다. 루한은 남자의 어깨를 아프도록 퍽퍽-때렸지만 아파오는건 제 손일뿐 남자는 미동도 없이 키스하는데에만 열중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루한을 보며 남자는 잠시 입을 뗐다. 왜 울어, 내가 꼭 너 강간하는것 같잖아. 자존심이 강한 루한은 낯선 사람 앞에서 운다는게 창피했지만 눈물을 멈출수는 없었다. 강간 맞잖아, 루한이 울먹거리며 중얼거리자 남자는 루한의 뺨에 눈물을 닦아주며 다시 입을 맞췄다. 미동없는 루한의 혀를 남자는 혼자서도 잘 가지고 놀았다. 주위가 어둑해지고 가로등 불빛밖에 없는 골목길에서 루한은 입술이 퉁퉁 부을때까지 남자에게 키스 당했다. 남자가 이제 루한의 수트자켓을 벗기려는 찰나에 루한이 꽉 쥐고 있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루한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 화면을 내려다봤다. 세훈이었다.
[어디에요, 나 지금 좀 화났어요. 빨리 말해요.]
"골목길이야."
[...루한씨는.]
"울어, 당신 찾는것 같아."
[..........]
전화가 끊겼다. 남자는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는 루한에게 핸드폰을 던졌다. 루한은 소매로 입술을 닦는걸 반복했다. 결국 입술을 닦다가 다시 울음이 터졌다. 남자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루한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내 입술이 더러워? 기분 나쁘게. 남자는 루한의 금발을 헤집으며 금방이라도 다시 입을 맞출것처럼 다가왔다. 이제 루한은 실신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남자는 루한의 머리를 헤집었던 손을 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좀 있으면 니 애인 와. 여기서 기다리면 올거야, 다음에 또 봤으면 좋겠는데 너는 싫겠네. 그래도 나 너무 싫어하지마. 남자는 속사포처럼 내뱉더니 루한이 고개를 들기도 전에 사라졌다. 남자가 사라지자 가로등의 불이 꺼졌다. 고장이라도 난듯 가로등은 불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며 가뜩이나 사나운 루한의 정신을 더 사납게 만들었다. 루한이 조금 정신을 차리고 달이 떴다는것을 깨달았을때 끼익-하고 스키드마크가 도로에 새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급하게 차를 세우는 소리와, 제 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
".........."
세훈은 아무 말도 없이 루한을 일으켜 세웠다. 루한은 고개를 푹 숙이고 세훈에 의해 일으켜졌다. 세훈은 루한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다가 입술에 눈을 고정시켰다. 입술은 상당히 많이 부어있었다. 루한의 입술을 쓰다듬으며 세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루한을 반강제적으로 차에 밀어넣고 시동을 걸었다. 루한은 아무 말도 없는 세훈이 조금 무서웠다. 세훈의 눈이 조금 분위기가 변해져있었다. 세훈은 평소와 다름없이 부드럽게 핸들을 돌렸지만 속도계는 거의 120을 가리키고 있었다. 루한은 세훈에게 말을 걸고 싶었으나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것을 깨닫고 조수석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펜트하우스에 도착해서도 세훈은 아무 말도 없이 루한을 제 방으로 들여보냈고 저는 게스트룸으로 들어가 갑갑한 수트를 벗어냈다.
***
루한은 세훈의 침대에 드로즈 차림으로 앉아 무릎을 세워 안았다. 분명히 제가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세훈은 화를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차라리 화를 내는게 낫다고 생각할만큼 정적은 싫었다. 루한은 시트에 얼굴을 묻으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시트에서는 세훈의 향이 났다. 달콤한데 머리가 아프지않은 매력적인 향이었다. 거의 같은 바디워시, 같은 샤워버터를 쓰는데도 세훈에게서는 세훈 특유의 향이 있었다. 루한은 그 향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평소에는 바로 옆에서 느끼는 향이었지만 오늘은 혼자 외롭게 침대에서나 그 향을 찾아야한다는게 속상했다. 부은 입술이 아팠다. 세훈이 제 입술을 쓰다듬었을때 입술은 마치 불에 데인것 처럼 뜨거운 느낌을 받았다. 루한은 시트를 덮고는 스탠드를 껐다. 옆에서 재워주던 사람이 없으니 잠도 오질 않았다. 루한은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내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을 막고는 혼자 끅끅댔다. 평소에 울음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특히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절대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건 자존심의 문제도 있었지만 적어도 자신을 지키는 방편이었다. 어려서부터 생긴것때문에 불이익을 받은적이 많았다. 그것때문에 성격은 남자답게, 남자같이 자라도록 노력했는데, 오늘은 울음을 참기에는 너무 서러웠다.
"흐윽,"
루한은 지금이라도 게스트룸으로 가서 세훈에게 미안하다고 할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때와는 달리 세훈은 상냥하지도, 저에게 웃어주지도 않았다. 한번 화가 나면 오래가는 타입인것 같았다. 루한은 바닥에 발을 딛고 일어섰다. 다리가 조금 아프긴 했지만 그런대로 걸을만했다. 욕실로 들어간 루한은 드로즈를 벗지도 않고 샤워기에서 나오는 차가운 물을 맞았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정말 아플것같았다. 준면도 요즘 저를 보면 병약한 미소년이니 어쩌니 해서 병약한 이미지를 좀 벗어보고자 제 몸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물을 기꺼이 맞아주었다. 샤워부스에 김이 서렸다. 샤워부스 안이 아니라 밖에 김이 서렸다. 샤워부스 안이 너무 차가워서 바깥과의 온도차이 때문이었다. 루한은 샤워부스 유리에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제가 아무리 손가락을 놀려봐도 뿌옇게 서린 김은 여전했다. 바깥에서는 글씨를 쓸 수 있겠지, 루한은 그렇게 생각하고 물을 껐다. 샤워부스의 유리문을 연 루한은 멍한 눈길로 제 앞을 응시했다. 뿌옇게 흐려져서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루한은 고개를 빳빳이 들려고 노력하며 미끄러운 욕실바닥을 걸었다. 얼마 가지 못해 걸음이 멈추고 루한은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 앉았다. 눈이 점점 감기기 시작했다.
'주변에도 많을걸,'
'니 애인도.'
남자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렸고 루한의 눈이 완전히 감겼다. 몸이 떨려왔다.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며 루한은 정신을 놓았다.
***
세훈은 침대에 누워 시트를 머리 끝까지 덮었다. 숨이 막혀왔지만 참을만했다. 전화를 받은건 아마도 저번에 루한에게 목을 물어뜯는것을 들킨 남자임에 틀림이 없었다. 나직한 남자의 한마디때문에 세훈은 기분이 확 더러워졌다. 대충 루한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알 것 같았다. 입술이 부어있었고 또, 울었다고 했으니까. 자존심이 강해서 잘 울지 않는 루한이 울었다면 그건 제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냈기 때문이었다. 세훈은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루한이 보고 싶었다. 지금 이 방문을 열고 나가서 굳게 닫힌 제 방문을 연다면 루한의 얼굴을 볼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세훈은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위로해주고 싶긴한데, 안아주고 싶은데 세훈도 자존심이 센 편이라먼저 선뜻 다가가기는 껄끄러웠다. 결국 세훈은 바닥에 발을 딛고 방문을 열긴했다. 거실에는 저와 루한의 눈치를 보느라 TV도 틀지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백현이 보였다. 찬열은 오늘 제 집으로 돌아갔다. 몇 일째 집을 비워서 결국 아버지가 호출하셨기 때문이었다. 세훈이 거실로 나오자 백현은 눈치를 보며 세훈과 마주봤다.
"루한이형이랑 싸웠어?"
"아니,"
"근데 왜 그래. 적응 안되게."
".........."
세훈은 제 감정 하나 추스르지 못해서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창피해서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백현은 알만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백현은 두 시간이 넘게 거실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찬열에게 중간중간에 카톡답장을 보내며 루한이 들어가있는 세훈의 방에 귀를 기울였다. 물소리가 벌써 한시간째 멈추지 않았다. 샤워를 한다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백현은 세훈에게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다.
"네 방에서 물소리가 계속 나."
"씻고있겠지."
"한 시간 넘게 계속 나, 한번도 멈춘적이 없어."
"...들어가보라는 소리야?"
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훈은 난감하다는듯 인상을 찌푸렸다. 백현에게 이런 소리까지 들으니까 정말 걱정이 되긴 했다. 실제로 골목길에서 차를 태워 집으로 오는 길에 루한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세훈은 그게 더 괘씸해서 함께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그것은 제 유치한 착각에 불과했다. 루한은 세훈의 눈치를 보느라 입을 떼지 못한것이다. 세훈은 제 마음대로 그것을 자존심문제로 생각해버린거고. 항상 다정하고 상냥했지만 가끔씩 이렇게 세훈은 유치한 감정싸움을 할 때가 있었다. 주로 백현과 감정싸움을 하곤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형의 마음가짐으로 동생이 바르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루한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것을 뒤늦게 깨달은 세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볼게, 세훈은 어두운 방문을 열었다. 백현은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가는 세훈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거실에서 일어나 제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
준면은 찬열을 마주보며 상냥하게 웃었다. 찬열은 준면을 아주 좋아했다. 상냥하고 나긋나긋하고 또 백현에게도 다정하고. 뜨거운 차를 찬열에게 대접하며 준면은 조금 망설였다. 백현에게는 비밀로 하고 찬열을 불렀더랬다. 찬열은 기꺼이 그 부름을 받아들였고 지금은 준면의 병원이었다. 준면은 찬열이 제 정체를 모두 알았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조금의 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제 착각일지도 몰랐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면은 찬열은 떠보기로 했다. 사람좋고 바르게 자라난 청년은 무슨 소리를 들어도 다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 같았다. 차 맛있네요, 근데 죄송하지만 설탕 더 있으세요? 예의바르게 찬열은 준면에게 물었고 준면은 찬열의 앞으로 각설탕 통을 밀어주었다. 찬열은 각설탕 하나를 더 찻잔에 넣은 뒤 각설탕 통의 뚜껑을 덮었다.
"근데 부르신 이유가,"
"아뇨, 그냥 백현이랑 잘 지내시는것 같아서 보기 좋아서요."
"아, 네."
"그리고 몇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도 있고."
준면은 각설탕을 그냥 제 입에 넣으며 말했다. 각설탕 특유의 달큰하다 못해 아린 맛이 혀를 타고 내려갔다. 준면은 옆에 있던 찬 물을 쭉 들이켰다. 찬열은 조금 긴장한 얼굴이었다. 아 귀여워, 준면은 백현과 똑같이 긴장하는 얼굴에 조금 웃었다. 역시 뭔가가 있다. 나 변태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긴장한 얼굴보니까 재밌지.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준면은 찬열을 향해 입을 뗐다.
"와이셔츠 밑에 핏자국 봤어요."
".........."
"그걸로 뭐하셨는지 궁금해서요, 아시다시피 저희는 피에 민감하거든요."
".........."
준면은 '아시다시피'를 강조하며 여전히 예쁘게 웃었다. 찬열은 목울대를 한번 크게 움직였다. 백현과는 달리 준면은 그 쪽 얘기를 할 때 굉장히 위압감이 서렸다. 찬열은 급격하게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백현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여기서 죽는게 아닐까 생각하며. 준면은 그런 찬열의 얼굴을 보며 웃음이 나오려는것을 참고 얼굴을 굳혔다. 종족의 비밀을 위해서는 동생의 애인이라도 가차없이 죽이겠다는건가, 찬열은 혼자서 판타지영화의 줄거리를 외며 난감한듯 허허-하고 웃었다. 백현아 나 어떡해야돼, 찬열은 속으로 백현을 부르짖으며 입을 열었다.
"이런 말 하면 저 여기서 죽나요?"
"네?"
"다 알게 됐어요. 백현이랑 준면씨랑, 음, 세훈씨랑 우리랑 비슷하지 않다는거랑."
".........."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거랑."
"...거기까지 하셔도 돼요."
준면은 찬열의 귀여운 단어선택에 결국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찬열은 혹시라도 저를 공격해오는줄 알고 하마터면 찻잔을 엎을뻔했다. 아니 죽긴 왜 죽어, 준면은 이제 눈물까지 흘리며 배를 잡고 웃었다.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던 찬열은 그냥 준면에게 맞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웃던 준면은 갑자기 얼굴은 굳혔지만 조금 장난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할아버지는 아닌데, 백현과 똑같은 말에 찬열은 비로소 긴장을 풀고 웃을 수 있었다.
"왜 웃어요."
"백현이도 그 말 해서요."
"둘이서 비밀만들고, 혼나야겠는데."
"백현이는 잘못없어요, 제가 그냥..."
찬열은 말꼬리를 흐렸다. 준면은 찬열을 빤히 쳐다봤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 미동도 없이 저를 빤히 쳐다보자 찬열은 조금 무서워졌다. 준면은 생각했다. 제 앞에 이 남자는 도대체 뭘까, 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들어도 그대로 믿어주는 이 남자의 성격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걸까 궁금했다. 보통 이런 말하면 막 안 믿고 그러지 않나. 이때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볼때 찬열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였다. 제가 이렇게 앞에 있는데도 그렇게 떨지 않았다. 떨지 않았다는건 준면 혼자만의 착각이었지만. 준면은 찬열이 굉장히 백현을 사랑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런 말을 제가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무슨 말씀을,"
"백현이는 아마도 찬열씨가 처음이거든요."
".........."
"오랜 시간을 살면서 한번도 다른 사람 좋아해본적이 없어요, 그래서 애가 많이 서툴러요."
"네."
"저랑 세훈이한테 예쁨받고 커서 구김살은 없지만 세훈이가 너무 어린 백현이를 물어버려서, 조금 신경 더 써주셔야 할 것 같아요."
준면은 마치 아이를 맡은 담임선생님에게 말하듯 찬열에게 부탁했다. 찬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준면이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당연히 그러리라 다짐했었다. 저를 믿고 제 정체를 밝혀 준 백현에게 찬열은 무엇이라도 해 줄수 있을것같았다. 준면은 그런 찬열이 세훈과 겹쳐보였다. 세훈도 백현의 일이라면 급격하게 흥분해서는 본래의 차분한 성격이 완전히 들어낸듯 없어졌다. 준면은 문득 백현이 부러워졌다. 그리고는 제가 사랑했던 검은 머리에 흰 천으로 몸을 가린 한 소년이 생각났다. 오랜만이야, 소년은 그렇게 준면에게 속삭였다. 갑자기 얼굴을 굳힌 준면에게 찬열은 당황했지만 이내 웃어주며 가보라는 준면의 말에 찬열은 꾸벅 인사를 하고 준면의 오피스를 나왔다. 준면은 책상 위에 엎드렸다. 아주 가끔씩은 생각해달라고 했었다. 저를 잊지 말아달라고 했으면서, 다시 만나도 알아봐줄거지? 하며 소년은 울곤했었다. 하지만 준면은 고개를 저었다. 알아봐도 넌 날 못알아보잖아. 펜을 들어 A4용지에 다리 글자를 하나하나 적어나갔다. BELLEROPHON, 여전히 정갈하고 깔끔한 필체로 적어낸 이름은 어딘가 축축하고 우울한 느낌을 줬다, 준면은 좋았던 기분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며 파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밖은 준면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밝은 달이 예쁘게 떠 있었다.
안녕하세요, 템즈예요ㅠㅠ
불타는 금요일에는 어김없이 글을 올리는 템즈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열병쓰고있다가 디마블올리는날이라서 디마블을 올리러 왔어요!!
이 글 올려놓고 저는 12편 대댓글을 달아드리러 갈거예요
제가 말했쪄 12편은 무슨일이 있어도 꼭 대댓글 다 달아드릴거라고ㅠㅠ
꼮ㄲㄱ꼬꼬꼮ㄲㄲ꼬꼬꼬꼬꼬꼮ㄲㄲ꼬꼬꼮
독자님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ㅠㅠㅠㅠㅠㅠㅠ
요즘 저의사랑 고3독자님들이 느므느므 바쁜것같아서ㅠㅠㅠㅠㅠ
죄송하네요ㅠㅠㅠㅠㅠㅠ잉 공부열심히 하세요
고3독자님 아니시더라도 공부열심히하세요ㅠㅠㅠㅠㅠㅠ
템즈는 오늘가면 열병으로 내일옵니다ㅋㅋㅋㅋㅋㅋ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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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글잡에 나혼자밖에 없는것같아요 아는작가님들 다 떠나시고 쓸쓸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냥 투정부리고 싶었어여...그래여...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들 보고싶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사람들 많겠지?ㅠㅠㅠㅠ 막 비얀코누나랑 마네님이랑 릴리님이랑 구레님이랑 할매수니님 머래지님들가튼 금손여신님들이 다 보고싶겠져?ㅠㅠ 나더 보고싶다..ㅠㅠㅠㅠ 특히 할매수니님이랑 머래지님은 작품도 못읽어봤는데ㅠㅠㅠㅠㅠ 복어씹어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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