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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민/카디] 오늘같이 화창한 날에 

 

 

w.밤사자 

 

 

* * * 

 

 

 

 

자그마치 1년 전 이었다. 뚜렷한 목표가 생기자 학업에 열중했던 경수는 남고에 전학을 온 것이다. 그러나 남고에 전학을 온 것이 어쩌면 최악의 선택일 수도 있었다. 근 1년동안 종인의 괴롭힘을 받으며 평범하지 못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경수 또한 만만치 않은 성격이다보니 매번 반항도 심하게 해봤다. 하지만 종인은 학교에서 자신과 비슷한 패거리를 몰고다녔기에 경수와 친해지려는 학생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 탓에 맘놓고 터놓을 수 있는 친구하나 없는 생활이 지속되고 있었다. 익숙해졌냐 묻는다면 나름 익숙해졌다 하겠지만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경수는 종인의 생각보다 더 당돌했다. 종인이 경수를 몰아넣고 찬열과 세훈이 따라붙는 날이면 한껏 목소리가 높아지고, 반항도 더 심해졌다. 처음엔 직방으로 효과가 있었지만 반항함에 따라 더 신랄하게 괴롭혀왔다. 항상 경수의 책상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보통의 학생들은 사물함이나 책상 서랍에 교과서를 보관하지만, 경수는 달랐다. 매일같이 시간표에 맞춰 교과서를 챙겼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구하기 쉽지 않은 교과서들이 갈기갈기 찢긴 채 경수의 책상 위를 어지르고 있다거나, 온갖 욕과 음담패설로 낙서가 되어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만들었다. 

 

처음엔 이 상황에 대해 울컥 눈물이 차올랐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노로 가득찬 경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 기간 때는 밀린 공부에 집중하느라 눈코뜰 새 없었지만 개학을 하자 또 다시 같은 괴롭힘이 반복되었다. 유치했다. 김종인은 뭐가 문제길래 자신에게 이러나, 생각을 해봤지만 딱히 누군가에게 얘길 꺼낼 수가 없어 궁금증만 맘속에 품었다. 어찌보며 불쌍한 아이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더 불쌍하고 처량했으니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종례가 끝난 후 흩어지고있던 반 아이들 틈에서 경수를 미행해 집 근처에서 잡았던 종인은 경수를 거하게 골탕먹일 생각으로 얇은 교복들을 다 벗겨냈다. 물론, 쉽게 당할 경수가 아니었지만 체구차이가 심했기에 힘으론 이길리 만무했다.  

 

"우리 경수 스트립쇼가 취미인가봐?" 

 

경수의 벗겨진 옷가지들을 멀찍이 던져버린 종인은 저 혼자 재밌다며 배를 잡고 웃기 바빴다. 일단은 흥분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가만히 숨을 고르고 종인을 쏘아보던 경수는 내팽겨쳐진 가방을 가져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112. 경수는 꽤나 재빠른 아이였다. 통화가 시작되고 끝나기까지 벙찐 채 쳐다보던 종인은 빠르게 경수에게 다가섰다. 너 뭐 하냐? 종인의 낮은 어조에 기죽지 않았다.  

 

"정말 이러고 살기 힘들다. 내가 용기가 없어서 자살은 못하는 걸 고맙게 생각해." 

"…뭐?" 

 

종인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저 새끼 지금 뭐라는 거야? 읊조리는 종인의 말을 무시하고 뜨겁게 익어버린 시멘트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종인은 낮게 욕을 내뱉더니 들어온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끝났다. 이제 그만 하자. 강한 척 참고있던 눈물이 팡 하고 터졌다. 이내 끅끅 거리며 울먹이던 경수가 자신의 맨몸의 생채기를 쓰다듬으며 교복을 챙겨입었다.  

 

 

다음 날 종인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한 효과가 있었다. 갑자기 경수의 머릴 세게 때려오는 세훈의 반응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너 김종인 콩밥 먹이려고?" 

"……." 

"네가 아무리 개 지랄을 떨어봐야 경찰서 출석도장 찍는 거 별거 아니거든-" 

"…." 

"종인이 아버지가 경찰서장인데, 몰랐지?" 

 

건들거리는 세훈의 주둥이를 때리고 싶었다.  

그 이후로 자신만의 시간이 꽤 생긴 경수였다.  

그런 경수의 변화를 눈치 챈 종인은 경수 다음 타자로 온 전학생을 먹잇감으로 삼아 폭력을 휘둘렀다. 그 전학생이 끝내 자퇴서를 내버리고 한동안 조용하다 싶더니 뒤이어 온 전학생을 보며 눈을 희번뜩이니 여간 한심함이 몰려왔다.  

 

 

 

 

 

 

 

 

* * * 

 

 

 

일찍일어나는 습관이 있던 민석은 전학 온 학교에서도 똑같았다. 슬리퍼를 질질끌며 텅 빈 복도를 걸어 반에 도착했다. 아직 아무도 안 왔나란 생각에 교실 앞문을 보자 자물쇠가 풀려있었다. 드르륵 문을 연 교실은 불도 켜지 않은 채 맨 뒷자리에 엎드려 자고있는 급우에게로 시선이 갔다. 어두운 교실이라 누구인지 분간이 가지 않은 채 김종인 무리중 하나이겠거니 생각하며 제 자리로 걸어갔다. 씨발. 문득 발을 멈춘 민석이 작게 욕을 읊조렸다.  

경수의 책상 옆에 놓여져 있어야 할 자신의 책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민석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혹시나 다른 분단 책상 줄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먼저 떠올랐던 고의적인 행동이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제 책상을 치워버릴 사람은 딱 소수의 몇 명으로 좁혀져있었다. 길게 생각하지 않은 민석은 1분단 끝자리에 엎드려있는 김종인, 혹은 김종인 무리의 한명에게 걸어갔다. 그리곤 주저없이 책상을 큰 소리로 탁 내려쳤다.  

 

 

"야 일어나." 

"……어?" 

 

 

갑작스런 책상의 울림과 짝소리가 나자 고개를 든 인물은 다름아닌 루한이었다. 그리곤 고개를 올려 자신을 내려다보는 인물에 헉 숨을 들이쉰 루한이 눈을 두어번 깜박였다. 어둠속에서 저를 내려다보는 민석은 조금 무섭다. 루한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 어. 왜, 왜? 무슨-, 일… 있어?" 

 

 

잠에서 깬 루한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정확히 말하면 당황함에 늘어지는 목소리였다. 

 

 

"너가 내 책상 치웠지" 

"…응?" 

 

 

루한의 눈썹이 위로 치켜졌다. 무슨, 소리야? 그리곤 고개를 돌려 4분단 끝쪽에 위치한 민석의 자리를 본 루한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아, 맞다, 항상 없어서 없어졌는 지도 눈치 못 챘어. 루한의 얼굴이 당혹감에 민석의 빈 자리와 민석을 번갈아봤다. 민석의 얼굴이 더 일그러졌다. 이게 어디 시치미를 떼. 민석은 가만히 있던 루한의 책상을 한 번 더 내리쳤다. 그 소리와 반동에 또 깜짝 놀란 루한이 어버버거렸다.  

 

 

"아, 미안. 몰랐어. 왜, 어디갔지…." 

"면상 진짜 두껍네. 설마 유치하게 이런식으로 나올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아, 아니야! 지, 진짜 아니야! …저, 비품실 가면 책 걸상 많을거야. 같이 가자." 

"됐거든? 병주고 약주냐?" 

 

 

민석이 신경질적으로 몸을 홱 돌리곤 교실 뒷문으로 나갔다. 그러다 부리나케 달려와 자신의 손목을 잡는 손길에 고갤 돌렸다. 뭐야. 짜증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루한을 마주했다. 루한은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같이 가자니까. 루한이 실실 웃었다. 루한의 순진 무구한 얼굴에 민석이 오해인가? 짧게 생각하다가 루한 혼자 있던 교실을 떠올리곤 고개를 도리질 쳤다. 이 녀석도 김종인 패거리 중 하나일 뿐이다. 더한 심증은 필요 없었다. 민석은 잡힌 손목을 뿌리치려했지만 반사적으로 두 손을 뻗어 잡아오는 손길에 작게 짜증을 냈다.  

 

 

"비품실 어딘지 모르잖아. 내가 같이 가줄게." 

 

 

아, 맞다. 민석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앞장 서. 민석은 퉁명스런 어조였지만 루한은 헤헤 웃으며 앞질러갔다.  

 

 

 

 

 

 

끙끙대며 어지러이 쌓여있는 책상과 의자를 내리던 민석의 손이 가벼워졌다. 도와줄게. 루한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뱉은 대로 행하는 루한은 재빨리 민석의 손에 붙들린 책걸상을 빼냈다. 책상에 의자를 엎어놓은 채로 앞장서 창고를 빠져나가는 루한의 뒷통수를 노려보던 민석이 한숨을 쉬었다. 전학 이튿 날이지만 왠지 오늘부터 힘들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제 짝궁인 도경수가 건낸 쪽지가 떠올랐기에 루한의 호의는 달갑지 않았다. 어차피 한통속인데.  

 

민석의 책상을 들고 반에 들어섰을 땐 대 여섯명의 학생들이 끼리끼리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뒷문으로 들어서는 루한과 민석을 한 번 슥 보곤 신경도 쓰지 않았다.  

 

 

"고마워." 

 

 

민석이 그냥 툭 내뱉은 말임에도 루한은 헤헤 웃으며 뒷머릴 긁적였다. 그리곤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아 민석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스르륵 엎드렸다.  

 

 

 

 

 

민석의 옆자리에 의자가 당겨졌다. 말끔한 모습의 경수가 자리에 앉아 눈을 마주쳤다. 안녕. 음의 높낮이따윈 없는 감정없는 말투에 민석이 아, 안녕,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보다 멀쩡해보였다. 어제 김종인에게 쫓긴 도경수는 체육시간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았었지만 점심을 먹은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앉아있었다. 그러나 방과 후 다시 김종인에게 붙들려 나가던 경수의 몸부림이 떠오른 민석은 그래도 김종인이 질이 낮은 놈은 아니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뭐 문제 없었어?" 

"응? 무슨 문제?" 

 

 

경수의 갑작스런 질문에 민석이 뜨끔했다. 책상이 사라졌었다고 말 해도 되나? 금방 찾아줬는데. 민석이 고갤 돌려 루한을 보곤 눈이 마주치자 급히 경수에게로 시선을 피했다.  

 

 

"…없었어." 

"그거 다행이네." 

 

 

경수가 살며시 웃었다.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을 보니 민석도 덩달아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마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다.  

 

 

 

 

1교시가 다 끝나갈 때 쯤 돼서야 김종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랗게 하품을 하는 김종인을 보자 찬열이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새벽까지 죽이는 거 봤냐? 킬킬거리며 말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남학생들간의 농담따먹기였다. 키가 꽤 큰 찬열은 종인의 머릴 만지작 거리며 종인을 자리로 가 앉혔다. 아 좀 치워. 찬열의 손을 탁 쳐낸 종인이 다시 하품을 하다가 지나쳐온 두 명을 슥 보곤 피식 웃었다. 아주 친구 맺었네. 똑같은 것들끼리.  

 

 

"루한." 

"…응?" 

"오늘 일찍 왔어?" 

"그닥…" 

"전학생 책상 가져왔네, 도경수보다 더한 놈이잖아?" 

"……." 

 

 

루한은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눈을 피했다. 그것보다 오늘 지각은 왜했어? 말을 돌리는 루한의 질문에 종인은 하품으로 답했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바지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있던 종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ㅎㅎㅎ또 똥분량 죄송합니다.. 쭉 손 놓고 있다가 어제 급히 썼어요.. 쓰다가 앞부분 여덟줄을 날려먹어서 멘붕을 겪고..(내용도 생각이 안 나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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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빵떡이에요! 잘읽고갑니다.. 오랜만에 인티들어왔는데 너무 둏네요 안그래도 시험망~ ㅋㅋㅋㅋ 뒷편이 시급합니다. 본격적으로 민석이 괴롭히겠죠?? 짜요 민석아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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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떡덕후) ㅠㅠ 진짜 꿀잼..어떻게될지궁금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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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진짜 겁나재밌어요ㅠㅠㅠ부쨩한경수ㅠㅠㅠㅠㅠ민석이가어떻게될지 궁금하네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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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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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반가운신알신!!
진짜재밋어요카디관계완전흥미진진하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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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오셧네여ㅠㅠㅠㅠㅠㅠ제가여기암호닉이이ㅅ던가 ... 어여트뉴ㅠㅠㅠㅠㅠ잘보구잇어영ㅠㅠㅠㅠㅠㅠ다음다음!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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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진짜금손이신듯ㅠㅠ몰입해서잘봤어요ㅎㅎ다음편도기대할께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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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진짜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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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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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자
우왕....독자님..제글 하나하나 다 보면서 덧글 달아주셨네요..덧글쪽지보고 놀랬어욬ㅋㅋㅋㅋㅋㅋ ㅠ ㅠ감격입니다...♥.♥아 싸랑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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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바다가제예요! 일단 앞부분 여덟줄.. 와 진짜 글은 아니지만 댓글을 열심히 쓰고 있다가 한번 날아간적이 있었는데. 날아간 순간 허탈하더라구요.. 분명 2초전만해도 열심히 쓰고있엇는데 뒤페이지로 넘어간 화면.. 진짜 답답하고 화나고 이 심정을 어디에 표현할줄 몰라서 그냥 머리를 쥐어짜서 쓰던 댓글을 다시 쓰고ㅠㅠㅠㅠ경수가 아주 잠시나마 종인이를 역관광(?) 시킨부분에서 경듀하면서 울부짖었지만!!! 알고보니 경찰서장의 아들..루한이도 대놓고 민석이를 못도와주는거 같고ㅠㅠㅠㅠ종인이 궁디팡팡하고 싶네요ㅠㅠㅠ 전학생 괴롭히고 그러면 큰일나요..! 잘보고갑니다! 다음글보러갈게요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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