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한/시우민] 순정 초식동물 _ 02 w.밤사자 *** 오전 수업동안 괴도 루팡은 누굴까 머릴 싸매고 고민을 해봤지만 짐작가는 인물이 없었다. 준면의 말대로 민석은 학교에서 인간관계가 좁았다. 반마다 친구를 분포시키고 있을만큼 잘 나가는 것도 아니었고, 동아리 활동도 하질 않아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만 알고있었다. 그것도 두루두루 친하지 않아서 정말 소수의 동급생 중에 하나일 것이다. 루팡, 루팡, 루팡. 괴도 루팡은 왜 쓴 걸까? 단순히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이라서? 그리고 왜 훔쳐가? 목적이 뭘까? 단순히 실내화 한 짝이 필요해서? …는 아무래도 이상하고. 음악책. 그래 음악책은 분실했다거나 심하게 훼손돼서 훔쳐갔다고 치자. 그럼 배터리는? 배터리는 기종이 같아야 되는데 내 폰이 뭔지 아는 사람이 훔쳐간 건가?
그리고 무엇보다 웃긴 건 [너의 물건을 가져간다.]라고 쓴 포스트잇의 저주받은 필체와 '내가 범인이다.'라고 직설적으로 밝히는 허접한 문장력이다. 아마 공부도 드럽게 못하는 놈일거야. 그러니 제 물건 하나 간수 못하고 루팡짓이나 하지. 쯧쯧. 노트에 찍찍 의미없는 낙서를 끄적거리는 민석은 사뭇 진지했다. 생각의 나래를 펼치던 민석은 교복의 셔츠를 잡아당기는 손길에 뒤를 돌았다.
"…?" "머, 먼지가 묻어서" "아, 고마워." "고맙긴 뭘."
루한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다시 노트를 덮기위해 몸을 돌린 민석은 한숨만 내뱉으며 머릴 싸맸다. 그리곤 머리를 북북 털더니 이따 점심시간에 준면과 경수한테 의논해봐야겠다 생각하며 엎드려 잠을 청했다.
루한은 민석의 바로 뒤에서 모든 행동들을 뚫어져라 지켜봤다. 고뇌하는 민석이. 머리를 터는 민석이. 엎드려 자는 민석이. 루한은 민석의 이런 행동들 마저 사랑스러움에 몸서리쳤다. 저가 한 나쁜 행동들 덕에 민석이 자신을 생각하고있다. 비록 루한이라는 것을 모르고 생각중인 것일 테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루한은 제 교복 바지 주머니에 쏙 들어가있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며칠 전에 다운받아 놓은 무음카메라어플을 실행시켰다. 마음속으로 찰칵 소리를 내며 민석의 작고 여린 뒷모습을 찍었다. 음, 역시 고화질이 아니라 아쉽네. 고화질 무음카메라 어플을 개발해야겠어.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곤 다시 주머니로 쑤셔넣었다. 오늘로써 '♥민석♥'폴더에 한 장의 도촬사진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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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제대로 말을 걸어 병신아. 괜히 나중에 뽀록나서 좆되지 말고. 존나 답답해서 뒤지겠네. 네가 뭐, 김민석처럼 찌질한 것도 아니고 뭐가 힘들어?" "미, 민석이 찌질하지 않아!" "그래, 그럼 김민석 걔는 안 찌질해. 다만 너가 찌질하지. 이 왕찌질아!!"
백현은 루한을 향해 온갖 욕설을 내뱉었다. 루한은 항상 듣는 익숙한 욕설이었지만 들을 때마다 무서웠다. 루한이 흥분한 백현을 앉히곤 가슴을 쓸어내렸다. 백현 무서워…. 백현의 옆에 있던 찬열은 "이 새끼도 또 터졌네"하며 혀를 끌끌 찼다. 사실 백현이 이만큼 성을 내는데에도 이유가 있었다. 작년 중국에서 전학 온 루한에게 맨 처음 말을 건 건 백현이었다. 훈훈한 외모의 외국인 전학생인터라 전학 첫 날 부터 학교가 떠들썩했다. 2, 3학년 선배들이 1학년 교실까지 찾아와서 기웃거릴 정도였으니. 아무튼간에 백현은 중국어를 배울 목적으로 친해지고 싶어 다가갔다. 하지만 루한의 유창한 한국어 솜씨덕에 중국말은 듣기가 매우매우 힘들었다. 중국어시간을 틈타 가르쳐달라고 씩 웃어보였지만,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야"라며 백현의 자존심을 구겨놨더랬다. 그리고, 무엇보다 백현을 짜증나게 한 건, 그렇게 당돌한 루한임에도 현재 같은 반인 급우에게 사랑에 빠져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못 붙인다는 것이다. 그리곤 백현을 포함한 친구 여러명에게 연애상담을 요청해온 것이었다. 사랑에도 당돌해질 필요가 있는데 이런, 머저리 같은 놈!
"친해지고 싶다며? 그럼 번호를 물어, 번호를! 그리고 카톡하면 되잖아! 셀카도 존나 각도 잘 잡고 찍으, …씨발. 넌 잘생겨서 아무렇게나 찍어다 되니까 걍 대충 찍어서 사진도 올려놓면 되겠네? 그럼 끝! Do you understand?" "그게… 번호를 못 묻겠어." "그걸 왜 못 물어! 간단한 건데? 너 걔한테 말 건 적 있다며!" "그건 그렇지만, 두 눈 똑바로 민석일 보고있으면 왠지 마음속 한 구석에서… 그… 까만 마음이 생겨나는 것 같아." "미친, 흑심이겠지." "응. 그건가? 흑심." "흑심이 왜 생겨?!" "몰라. 그냥, 보고있으면…" "우와 이거 싸이코네…. 그러니까 물건이나 훔쳐대지." "훔친 거 아니야. 사귀면 돌려 줄 거란 말이야."
입을 비죽이는 루한을 보던 백현이 들고있던 수저를 탁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머릴 쥐어뜯었다. 답답하다 답답해!! 그러니까 사귀기 위해선 네가 다가가야 된다고 이 사람아! 뒤에서 훔치기만 해선 네 마음따위 몰라준다고! 백현은 심각한 다혈질이라 폭발하기 쉬웠다. 애초에 시끌벅적한 급식실이었지만 주위에 앉은 다른 학생들은 일제히 백현을 쳐다 볼 정도의 큰 목소리였다. 급기야 백현은 루한을 향해 주먹을 높이 치켜들었다. 당장이라도 때릴 기세였지만 항상 있는 일이라 다들 침착했다. 백현아 침착-! 루한이도 사력을 다 하는 걸텐데. 언제나와같이 찬열이 백현의 손목을 잡아 내렸다. 후우 가쁜 숨을 몰아내쉬는 백현의 따가운 눈초리를 마주한 루한이 식판에 고개를 파묻었다. 백현이만큼은 아니지만 민석이도 만만치않은 성격이라는 걸 루한은 알고 있었다. 아직 같은 반이 되어 생활 한지 두 달 조금 넘었지만 평소에 조용하고 시크하고 힘도 세다고 알고있고 …아, 물론 가끔 웃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굉장히 귀여웠다. 웃을 때 유독 도드라지는 앞니도 귀엽고, 만지면 부드러울 것 같은 볼살도 귀엽고, 자신보다 작은 키도 귀여웠고, 작은 손으로 샤프를 붙잡고 필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나 꾸벅꾸벅 졸면서 칠판에 인사를 하는 뒷모습도, 가끔씩 등이 가려워 손이 닿지 않을 땐 등을 친구에게 들이대는 행동도 귀여웠다. 맘같아선 직접 손을 뻗어 긁어주고 싶었다. 루한에게 민석은 그 자체가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껴안고 싶었다. 작은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개고 싶고, 이것 저것 끈적끈적한 것 들을 다 하고싶…. 루한은 들고있던 수저를 두 손으로 맞잡고 제 머릴 내려쳤다. 썩을 놈. 나쁜 놈. 나같은 놈이 민석이한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런 미친! 그래, 난 백현이 말대로 그냥 싸이코였어! 루한의 갈색 머리칼 위로 소고기 무국이 방울이 되어 뚝뚝 떨어졌다.
"와- 진짜 병신이다…."
백현이 입을 떡 벌리고 루한을 안쓰럽게 쳐다봤다.
* * *
민석은 요 며칠 하루도 빼먹지 않고 책상 서랍에서 포스트잇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물론 항상 같은 노란색의 포스트잇이었다. 날짜와 시간의 개념없이 자리를 비울 때면 책상서랍 안에 숨겨있곤 했다. 그 쪽지의 수를 생각하자면 어마어마했다. 두번째 쪽지는 [민석♥]이었고, 세번째 쪽지는 [난 너가 너무 좋아!]였다. 마치 사랑고백과도 같은 쪽지었다. 즉, 자신을 좋아해서 물건들을 훔쳐간 것이리라.생각했다. 이런 걸 소유욕이라 하던가… 민석이 고뇌했다. 분명 나쁜마음에서 훔쳐간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을 곤란에 빠트리기 위함이라면 성공했겠지만 설마, 설마하는 마음에 기대를 걸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의외로 설레는 일이었다. 비록 도둑맞은 물건 덕에 인터넷으로 다시 주문해버린 것이 됐으나… 그 뒤론 물건이 사라지거나 한 적이 없었다. 매일같이 오는 쪽지에 오히려 더 다음 내용은 무얼까 기다리게 되었다. 그 뒤론 [내가 궁금하지?], [나도 니가 날 알아봐주었으면 좋겠어!], [오늘 급식 만두가 나왔어! 민석이랑 닮았어!], [시험공부 하느라 힘들지? 우리 같이 힘내자~ 알라뷰]와 같은 좋아하는 사람을 향한 메세지를 날리는 내용이었다.
익명의 루팡에게 온 포스트잇들을 차곡차곡 붙여 정리한 민석이 히죽히죽 웃었다. 누군진 모르지만 용기가 없어 이런 식으로 다가온 다는 것이 귀엽게 느껴졌다. 민석의 상황을 알고있는 준면과 경수가 몸을 부르르떨며 소름돋는다, 정신이상자 아니냐 할 때는 저도 조금 소름이 돋았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루팡의 귀여운 말투에 소름따윈 잊은지 오래였다. 오히려 최고의 악필이라 생각했던 글씨체도 귀여워보이니 말 다했다. 포스트잇을 하나하나 넘겨보던 민석이 아, 작게 탄성을 터트리곤 펜을 꺼내들었다. 또 자신이 자릴 비우게 되면 루팡이 쪽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서랍에 쪽지를 써두면 보지 않을까? 란 생각이었다. 노트에 귓퉁이를 북 찢었다. 그리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썼다.
[010-XXXX-XXXX 연락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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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헝클어진 머리가 귀여웠는데, 그걸 쓸까? 밥 수저를 들고있던 루한의 머리 위로 커다란 손이 안착했다. 찬열이었다.
"너 또 쪽지나 써댈 생각이야?" "응." "백현이가 왜 답답하다고 열을 올리는 지 알 것 같다…. 나같으면 그냥 박력있게 사귀자고 하겠어." "…민석인 남자잖아. 싫다고 하면 어떡해. 그럼 나 슬퍼"
루한이 입을 비죽였다. 사실 확신이 안 섰다. 자신은 민석과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학교에 있는 시간동안 대화 한 번 안 하는 사이였다. 게다가 한 번 말을 할라치면 그건 저가 말을 붙일 때 만 이었고, 민석이 먼저 말을 거는 일을 없었다. 즉, 루한은 민석의 관심 밖이었다. 포스트잇을 매일 보내오는데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다. 바로 뒷자리임에도 고개를 돌려 쳐다보지도 않는다. 하나하나 생각해보니 루한은 서글퍼졌다. 그럼 어떡하면 좋지? 루한이 한숨을 쉬며 물었다. 찬열이 입 안에 소시지를 우겨넣고있는 백현과 눈을 마주치곤 생각하더니 루한의 손등을 툭 건드린다.
"나 원래 남의 연애사엔 손 안 대는데, …내가 물어봐줄까?" "뭘?" "게이 어떻게 생각하냐고" "풉-"
백현이 물을 마시다 말고 뱉어버렸다. 미친 찬열이새끼, 욕을 내뱉은 백현이 손등으로 제 입을 닦았다. 하여간 내 주위에 정상적인 놈이 없어. 백현이 입을 열었다.
"루한아, 일단은 부딪혀봐. 조금씩 친해지면 되잖아." "…응…."
젓가락을 입에 문 채로 대답하는 루한의 눈빛엔 의지가 없었다. 본래 활달한 루한은 왜 김민석 앞에서만 작아지는가. 백현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곤 찬열을 한 번 슥 올려다보곤 루한의 어깨를 토닥였다. 힘내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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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교시 컴퓨터실로 분주히 이동을 하는 반 아이들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루한은 자기 자리에 턱을 괸 채 앉아있었다. 민석이 교과서를 들고 친구들과 자리를 뜰 때까지 손에 움켜쥔 마지막 포스트잇은 땀에 젖어있었다. [오늘 방과 후! 학교 후문 앞 느티나무에서 기다릴게!] 나름 고심을 한 뒤에 적은 글씨는 꾹꾹 눌러쓴 게 티가 날 정도였다. 그리곤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선 루한이 교실 뒷문에 서서 파이팅을 외치는 백현에게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민석의 책상 서랍에 포스트잇을 넣으려다 무언가 잡혀 갸웃했다. 넣으려던 쪽지와 한꺼번에 꺼내버린 루한은 손에 들린 작은 종이를 보곤 입을 떡 벌렸다. 헐 세상에. 헐. 헐. 백현아 이리 와봐. 시선은 손에 든 쪽지를 향해있고 손만 펄럭이며 백현을 불렀다. 왜저러지? 백현이 저의 반으로 가려다말고 루한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덜덜 떨고있는 손을 보니 아무렇게나 찢은 종이건만 또박또박 잘 쓴 글씨체가 눈에 들어왔다.
"김민석이 루한인 걸 눈치챘나?"
백현이 갸웃했다. 루한은 가방 속에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지퍼백을 꺼내 들고있던 쪽지를 넣어 밀봉했다. 민석인 글씨도 잘 써. 뿌듯한 마음에 씨익 웃은 루한이 핸드폰을 꺼내들어 '우리민석이♥'란 이름으로 번호를 저장했다. 옆에서 백현이 빨리 카톡 날리라며 재촉했지만 고개를 내젓는 루한을 보며 한심하다며 땅을 찼다. 거저 줘도 못 먹네 쯧.
컴퓨터로 자판을 두드리는 와중에도 민석의 뒷모습을 살피던 루한이 결국 전실과목 선생에게 꿀밤을 한 번 맞았다. 지금 타이핑 하라니까 뭔 외계어를 쓰고 있니. 루한의 모니터 화면엔 '이그조ㄹㅁㅎㅅ…'라고 타이핑 되어 있었다. 전산실에선 출석번호대로 자리에 앉는터라 교실에서완 달리 민석과 자리가 많이 떨어져있지만 눈길이 향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제 머리를 쓱쓱 문지른 루한이 전실선생을 향해 예의 쾌활한 미소로 응답했다. 아아 집중할게요 쌤. 다시 프린트를 보며 자판에 손을 올린 루한이 멈칫하다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민석이한테 카톡을 보내놔야지. 루한은 자신의 대화명을 루팡으로 바꿔놓은 뒤 프로필 사진까지 없앴다. 그리곤 민석의 카톡사진을 눌러 확대시켰다. 민석이가 비오는 날씨를 좋아하나? 민석의 카톡 사진은 비가 오는 풍경이라 조금 아쉬웠다. 에이 셀카로 해놓지.
모니터를 뚫을 기세로 눈을 부릅뜨며 타이핑을 하던 민석이 주머니에 진동을 느끼곤 자판에서 손을 뗐다. 수업시간에 어떤 미친놈이 폰을 만지고 있어. 그러면서도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카톡이 왔네.
루팡 : [민석아안녕!] 오후 2 : 30
루팡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민석이 한손으로 쥐고있는 핸드폰을 고쳐잡았다. 누군지도 모를 여학생이지만 '민석아안녕!'이라고 하는 걸 보면, 아마 밝고 활달한 성격이 아닐까? 란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뭐라고 답장을 보낼까….
김민석 : [안녕^^] 오후 2 : 41 김민석 : [누구야??] 오후 2 : 41 루팡 : [그걸 알려줄순 없지] 오후 2 : 41 김민석 : [ㅡㅡ그럼 카톡한 이유가 뭐야] 오후 2 : 41 루팡 : [니가 번호 알려줬자나] 오후 2 : 41 김민석 : [안 알려주면 계속 쪽지만 보낼 생각이었어?] 오후 2 : 42 김민석 : [난 당연히 너가 누군지 알려줄 줄 알고 번호 쓴건데..ㅡㅡ] 오후 2 : 42 루팡 : [아직 용기가 안나서] 오후 2 : 42 김민석 : [뭐 그렇다 쳐.. 근데 너 우리반이야?] 오후 2 : 42 루팡 : [비밀] 오후 2 : 42 김민석 : [그건 알려주지ㅡㅡ 훔쳐간거 용서해줄건데] 오후 2 : 42 김민석 : [나 여자앤 안 때려~] 오후 2 : 32
나, 남자는 때리는 건가? 루한이 꿀꺽 긴장의 침을 삼켰다.
루팡 : [근데 찍찍이 쓰지마] 오후 2 :42 김민석 : [왜] 오후 2 : 42 루팡 : [안어울려!!] 오후 2 : 43 김민석 : [뭐야ㅡㅡ] 오후 2 : 43 루팡 : [쓰지마 ㅜ] 오후 2 : 43 김민석 : [니가 누군지 알려주지도 않을거니까 쓸래ㅡㅡ] 오후 2 : 43 김민석 : [흥] 오후 2 : 43
뭐야, 알려주지도 않을 거면서 내 이모티콘에 관리질이야? 민석이 인상을 쓰곤 카톡을 종료시켜 교과서 옆에 무심히 내려놓았다. 멀찍이서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던 루한이 멍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우와….흥이래, 흥. 삐지는 것도 귀여워. 어떡해, 어떡하지? 당장이라도 민석이랑 얘기하고싶다! 루팡이 나라고, 나, 나, 나! 루팡은 나야 민석아! 그래도 흥, 해봐. 귀여워 죽겠어! 발을 동동구르던 루한은 문득 민석이 보낸 카톡이 생각나 들뜬 기분이 쉽게 가라 앉았다.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날 여자로 알고있네…. 입을 비죽이던 루한이 자기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으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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